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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문화집적의 현상을 정부가 재현할 수 있을까?
미츠히로 요시모토_도쿄 아츠카운슬 위원, 루시 민요_런던 BOP 컨설팅 컨설턴트
지난 9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문화의 집적-문화도시의 과제 : Clustering the Culture; What would be the Magnet?”를 주제로 ‘아시아도시문화포럼(ACCF)’이 열렸다. 이 포럼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2017년부터 세계도시문화포럼(WCCF) 총회와 연계하여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문화집적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하고 정부의 정책적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도쿄, 홍콩, 타이페이, 방콕, 청두 등 5개 아시아도시의 문화정책 담당자들과 세계도시문화포럼 사무국의 전문가 등이 초청되었다.
이 중 도쿄아츠카운슬 위원(Board Member of Arts Council Tokyo)인 요시모토 미츠히로(Mitsuhiro Yoshimoto, 이하 요시모토)와 BOP컨설팅의 루시 민요(Lucy Minyo, 이하 민요) 컨설턴트에게 도쿄와 런런의 문화정책 이슈를 들어보았다.
두 분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요시모토 : 저는 동경에 있는 NLI연구원(NLI Research Institute)의 문화예술 연구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NLI연구소는 일본생명보험사(Nippon Life Insurance Company)에서 설립한 씽크탱크이구요. 이번 포럼에 초청된 이유는 그것보다도 제가 도쿄아츠카운슬의 위원이면서, 도쿄도에서 주관하는 2020 문화올림픽 집행위원회의 문화분과위원장(Chairman of the Executive Committee for Tokyo 2020 Cultural Program) 등의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민요 : 저는 런던에 있는 BOP컨설팅(BOP Consulting)에서 연구와 문화전략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어요. 활동 분야는 주로 창조산업과 문화산업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3년간 거주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처럼, BOP에서 담당하는 국제적인 문화정책 컨설팅 프로젝트에 주로 참여합니다. BOP컨설팅은 작년에 서울에서도 유치한 바 있는 세계도시문화포럼(WCCF)의 사무국 운영을 런던시청으로부터 위임받아 담당하고 있어요. 이번 포럼에 아시아도시들의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 참석했어요.
두 분 다 공교롭게도 건축가이십니다. 어쩌다 문화정책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나요? 요시모토 : 24살 때 결혼 후 직업이 필요해서 처음 들어간 곳이 기소 구로가와라는 꽤 유명하신 건축가 분이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였어요. 이 건축사무소가 동경에 있는 세타가야 극장 컨설팅을 맡았는데, 저는 조직구성, 티켓시스템 등 운영시스템 관련 파트를 맡아서 참여했어요. 1989년에 NLI연구원으로 옮겼는데 생명보험회사인 NLI가 신국립극장 건립 인근지역 개발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바람에 극장 건설과 문화적 지역개발 프로젝트에 개입하게 되었지요. 개인적으로는 그 후 콜롬비아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하기도 했구요.
이번 포럼에서 발표하신 내용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민요 : 최근 제가 관여했던 두 가지 문화적 도시재생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어요. 특히 정부, 기업, 문화계, 시민사회들과의 관계와 적절한 역할설정 관점에서 발표했어요. 여러 이해당사자들 간의 충돌되는 이익 추구를 어떻게 균형점을 찾게 하느냐도 중요한 이슈였어요. 첫 번째 사례는 남미 콜롬비아의 메델린(Medellin)시 CDCM문화센터였습니다. 정부의 적절한 역할 개입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된 사례지요. 참고로 메델린은 마약 카르텔의 소굴로 악명 높았다가, 최근 새롭게 혁신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곳이거든요. 두 번째는 런던 뱅크사이드 지역의 테이트모던 사례예요. 주민들의 포럼과 지역경제주체들의 협의체를 활용하여 위의 네 이해관계자 그룹들 간의 긴 호흡의 대화를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한 사례를 소개했어요.
요시모토 : 저는 ‘도쿄문화자원 지구(Tokyo Cultural Resource District)’ 사례를 소개했어요. 도쿄 문화자원지구는 도쿄 동북부 야네센 일대에서 짐보쵸, 유시마에 이르는 약 반경 2킬로미터 지역입니다. 도쿄의 고도 경제성장기 중의 대규모 재개발 사업에서도 제외되어 오히려 지금은 도쿄의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문화, 예술문화, 학술문화, 심지어 대중문화까지 집적되어 있는 문화자원의 보고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관점에서의 잠재력을 가진 곳이지요.
한국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의 여파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발생하는데, 도쿄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요시모토 : 도쿄 전체 지역을 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제가 발표한 지역은 앞서 언급했던 이유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에서는 자유로웠어요. 그리고 도쿄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주요 타켓이 서쪽지역이었거든요. 다른 지역도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도쿄 남서쪽인 시나가와 지역은 10여년 전 재개발 사업으로 완전히 사무실 밀집지역으로 바뀌었어요. 아무런 역사적 맥락이 없었던 것은 문제로 지적되었지만, 여전히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민요씨는 중국을 비롯하여 세계 각 도시들 컨설팅하면서 겪은 경험을 소개해주세요. 세계도시들의 문화도시 되기 열풍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된 흐름과 사회적 맥락에서 오는 차이는 무엇일까요? 민요 : 무엇보다도 문화관련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그룹들 간의 이해관계와 목표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많은 도시들이 경제적 이익 추구나 도시의 개발이라는 맥락 안에서 문화를 활용해요. 많은 토지 소유자들은 땅값이나 임대수입을 올리려고 혈안되어 있구요. 반면 시민들은 문화서비스를 포함해서 삶의 질을 높이려고 하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만 있는 특별한 그 ‘무엇’을 보전하고 자랑하려고해요. 차이점은, 문화나 소위 창조적인 것들이 만들어지고 향유되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맥락이 각 나라들 마다 다른 것이지요. 이와 관련한 계획수립 과정 등에서 정부, 산업부문, 시민사회에 기대되는 역할도 다르구요.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는 정부의 역할이 지대하지요. 반면 북미 지역에서는 민간/영리 섹터의 역할이 더 크구요. 이런 맥락적 차이들이 각 부문 간의 많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민감하게 이해되어지고 면밀하게 고려되어야 해요.
ACCF나 WCCF 같이 세계도시들 간의 문화정책 교류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네요. 서울에서의 경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요시모토 : 이런 정책 네트워크는 서로 간 학습을 통해 도시의 문화정책 수준을 끌어 올리는데 매우 중요한 구심점이 되어요. 하지만 네트워크는 그냥 수단(tool)이지 목표(goal)는 아니지요. 우리는 공유되는 목표를 찾기 위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해야 합니다. 즉 공통의 비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2012년에 런던에서 9개 도시들이 모여서 WCCF를 발족할 때부터 참여했었는데요, 처음에는 그냥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모였지요. 하지만, 이제는 작년 서울 서밋에서 세계도시 문화아젠다들 발표한 것처럼, 세계도시들이 공유해야할 정책 비전을 함께 만들어내고 공유하기도 하지요. 기후변화에 대응한 문화의 역할 같이 세계도시들이 함께 취해야할 정책행동을 촉구하기도 하구요. ACCF도 다음 스탭을 위해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요 : 저는 도시 간 문화정책 교류가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선 세계도시문화리포트(World Cities Culture Report)에서도 강조하듯이, 도시 발전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함께 확인하고 강조하는 기회가 되지요. 두 번째는 서로의 사례를 통해 배우는 겁니다. WCCF에서는 ‘리더십 익스체인지 프로그램(Leadership Exchange Programme)’으로 이를 좀 더 공식화하였지요. 세 번째는 소프트파워(soft power) 차원이에요.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개방성을 확대하기 위해 도시 간 문화교류가 중요합니다.
‘도쿄 2020 문화 올림픽’은 현재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요시모토 : 도쿄올림픽도 당연히 런던이나 평창올림픽의 성공에 준하는 문화올림픽으로 준비하고 있지요. 올림픽은 개최도시인 동경도에서 전력을 다해 준비하고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화청에서는 전국으로 붐업하고 싶어 하는 국가차원의 행사입니다. 각각 다른 차원에서 담당 기구들이 운영되고 있고, 잘 준비하고 있어요. 문화정책을 공부하는 차원에서 약간의 이슈를 제기해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있어요. ‘올림픽’이라는 용어는 IOC라는 국제기구에서 승인한 올림픽조직위원회(TOCOC)를 통해서만 공식적으로 사용될 수 있지요. ‘문화올림픽(cultural olympiad)’이라는 말도 도쿄도나 심지어 일본정부도 임의로 사용할 수 없어서, 전국적으로 지자체들의 문화올림픽 관련 행사독려에도 약간의 혼선과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예요. 도쿄도는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문화올림픽 관련 행사를 ‘도쿄 도쿄 페스티벌(Tokyo Tokyo Festival)’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어요. 저는 세 가지 기구에 모두 관여하고 있는데, 어려움은 있지만, 열심히 잘 준비하고 있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도쿄로 꼭 놀러오세요.
민요 : 이 시점에서 런던 문화올림픽 사례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텐데요, 안타깝게도 저는 그 시기에는 중국에서 일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네요. 대신 런던시의 문화정책의 변화를 좀 소개해 드릴게요. 런던은 그 문화적 소프트파워(soft power)로 인해 세계에서 위상을 인정받고 있어요. 연간 3 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이고, 이들 관광객 중 80%는 “문화와 문화유산”이 런던을 선택한 이유라고 답합니다. 이와 같은 런던의 경제적, 문화적 파워는 사회적 불평등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야기했습니다. 그런 문제들은 또 문화와 창의력을 도시 밖으로 밀어내고 있지요. 런던 시장의 ‘모든 런던 시민을 위한(For All Londoners)’ 문화전략 초안이 2018년 3월에 발표되었는데, 바로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전략은 4개 분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 중 〈Love London〉과 〈Creative Londoners〉은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Love London〉은 시민들이 각자 거주 지역에서 좀 더 활발하게 문화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Creative Londoners〉는 보다 다양한 사회적, 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창조경제 분야에서 일하도록 장려하는 시책입니다. 〈Culture and Good Growth〉는 토지와 자산에 중점을 둡니다. 이는 저렴한 창작 작업 공간을 확보하고 기존 문화 공간을 보호하고, 새로운 창조산업의 창작 중심을 찾아 투자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World City〉는 런던의 세계문화의 중심으로서 강점을 키우는 것입니다. 야간 경제를 활성화하고, 브렉시트(Brexit)를 고려하여, 런던을 좀 더 개방적이고 외부와 연결된 도시로 만들자는 캠페인을 추진합니다.
런던의 문화도시 전략을 소개해주신 김에, 도쿄의 문화정책 변화도 좀 소개해주세요. 도쿄아츠카운슬의 최근 핵심 이슈가 무엇인지요? 그리고 지난 2015년 도쿄도와 아츠카운슬에서 발표한 ‘도쿄 문화예술비전(Tokyo Vision for Art and Culture)’의 8대 문화전략 중 특히 창업지원과 기술과 문화예술의 융합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요시모토 : 도쿄도의 문화정책은 주로 도쿄역사문화재단(Tokyo Metropolitan Foundation for History and Culture) 이 집행해왔지요. 문화재단은 2개의 큰 극장과 3개의 미술관을 운영하는데, 갈수록 예술가에 대한 지원과 문화정책의 기획역할이 중요해면서, 영국의 아츠카운슬과 같은 기능을 독립 법인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어요. 하지만 별도 설립근거 법령을 제정하지 못해서, 2006년에 문화재단 아래 설치 되었어요. 예술가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일과 ‘아트포인트 프로젝트(ArtPoint Project)’라는 이름으로 문화적인 도시공간을 만드는 일, 그리고 문화올림픽을 준비하는 것이 도쿄아츠카운슬의 가장 중요한 업무입니다. 질문하신 두 가지 전략과제도 도쿄아츠카운슬이 집행을 담당하는 핵심주체입니다. 예를 들어 기술과 문화예술의 융합프로젝트는 문화올림픽 관련한 예술단체들의 활동 지원 분야 중 4번째 분야(Projects offering Vision for the Future)에서 제안 받아서 지원하고 있어요.
아트포인트 프로젝트는 도시의 특정지역을 문화적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프로젝트인데, 기획과 실행을 담당할 비영리문화단체(NOP)를 선정하고, 그 단체가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예술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물론 저의 견해이지만, 이것을 ‘일자리(job)’ 창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일할 ‘기회(opportunity)’의 제공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예술가들은 사회적 예술 프로젝트에 초청되더라도, 독립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용되어서는 안 되구요.
마지막으로, 예술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예술경영을 담당할 매개자들의 역할이 중시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시모토 : 역할이 커져야한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앞서 언급한 아트포인트 프로젝트나 예술과 시민 또는 도시를 연결하는 프로젝트에서도 매개자의 역할이 중요하지요. 이번 포럼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서울의 예술가들이 훨씬 더 사회적 활동에서 활동적(active)인 것 같아요. 매개자들이 중요하기는 한데, 이들을 교육하는 것은 현장에서의(on the job) 경험과 교육이어야 해요. 학교 정규교육과정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물리학과를 ‘다녔던’ 경험과 한국과학문화재단에서 일했던 경험으로 어린이 과학책을 썼다. 극단과 사물놀이 한울림, 그리고 특히 서울문화재단에서 근 15년 간 반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겪는 이상한 문제들을 정리해보려고 사회학을 공부했다. 문화정책에 만연한 형식주의적인 변화를 제도주의로 분석하여 박사논문을 썼다. ‘알고리듬이 된 문화 : Culture as Algorithm’가 지금 붙들고 있는 화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