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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국 25개 기관과의 소통을 이끄는 힘
나디아 아기르_인 시투(In Situ) 국장인 시투(In Situ)는 거리예술, 공공 공간 예술의 창작과 배급 등을 지원하는 유럽의 대표적인 네트워크이다. 거리예술 분야는 유럽 내에서도 여전히 국가들마다 다양한 해석과 지원제도를 가진 분야이기 때문에 인 시투 같은 네트워크 조직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 서울아트마켓(PAMS)에는 유럽의 거리예술 전문가들이 방한하여 국내 전문가들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인 시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거리예술창작센터 리유쀠블릭(Lieux Publics)의 나디아 아기르(Nadia Aguir) 유럽/국제교류 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네트워크를 둘러싼 유럽 거리예술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궁금해요.
요즘은 경영분야 전공 후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경우가 드물었어요. 경영학교(Ecole de commerce)를 졸업한 제가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게 된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단, 프랑스 튀니지 출신이라 그런지 사람들과의 대화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로 인해 네트워크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지금까지 마르세유 프리쉬벨드메(Friche Belle de Mai, 담배공장을 개조한 레지던스 공간)에서 예술가 인큐베이팅 관련 일을 했었고, 지금은 사라졌지만 프랑스 중부지방의 실험적인 축제인 엑상트릭(Excentriques)에서 예술프로젝트를 지역과 연계하는 흥미로운 일도 했었습니다. 파리의 아랍예술원(Institut du Monde Arabe)과 튀니지의 프랑스문화원에서도 근무했던 적이 있어요.
재미있는 사실은 2005년 졸업 후 제가 처음 가진 직업이 현재 일하고 있는 인 시투 네트워크(In Situ Network) 사업의 어시스턴트였다는 점입니다. 당시의 담당자가 바로 현재 거리예술전문학교의 대표로 있는 장 세바스티앙 스테일(Jean Sébastien Steil)이었다는 점입니다. 모두가 묘한 인연이죠.
그렇다면 나디아씨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인 시투 네트워크에 대해 좀 더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리유 쀠블릭의 두 번째 대표가 취임하던 2000년은 유럽 연합이 출범한 시기로, 많은 유럽 관련 프로젝트들이 제안되던 시기였습니다. 인 시투는 2003년 거리예술, 공공 공간 예술 작품 제작을 위해 6개 기관이 힘을 모아 출범한 창작지원 네트워크입니다. 일반적으로 규모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과 충분한 제작 공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인 시투 네트워크에 속한 기관들은 예산지원에 그치지 않고, 예술단체를 초청해 레지던스를 제공하고 발표기회를 주는 등 제작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지원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요.
현재 인 시투 네트워크는 16개 국가의 25개 기관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요 협력기관과 어소시에이트(associate) 협력기관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현재 그리스, 슬로바키아의 기관들이 새롭게 참여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도하게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보다는 매년 1개 기관 정도를 추가하고 있습니다. 거리예술 분야에서의 작업경험이 최소 2년 이상이고, 기존 협력기관의 추천이 있어야 가입이 가능합니다. 앞으로는 기존 국가들보다 새로운 국가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회원사들의 참여방식도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거리예술전문학교의 경우는 예술가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벨기에의 기관은 도시학자, 사회학자들과 거리예술 관련 연구 사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인 시투 네트워크 조직의 특성상, 예산 등의 문제도 복잡할 것으로 보이고, 회원사들 공통의 관심사를 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조직 운영상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입니까? 각 기관들마다 예산의 규모가 매우 다른데, 주로 각 국의 중앙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받습니다. 인 시투 네트워크 예산의 절반은 협력기관이 부담하고 나머지 절반은 EU에서 지원을 받고 있어요. 프랑스의 경우 리유 쀠블릭과 거리예술전문학교는 중앙정부·시·도로부터 비교적 안정적인 예산 지원을 받습니다. 우리 예산의 약 70%는 창작지원을 위해 할애하고, 나머지는 협력기관과 창작단체의 요청에 따라 현재 필요한 곳에 융통성 있게 집행합니다.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조직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지만, 인 시투 네트워크는 이미 15년 정도 된 비교적 안정된 조직이라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네트워크 기관들끼리도 친구처럼 지낸다고 할 정도예요. 하지만 지원 대상의 창작프로젝트를 결정할 때에는 서로 치열하게 토론합니다. 모든 문제를 다룰 때 투표로 결정하기보다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2000년대 이후로 거리예술 관련 유럽 네트워크들이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과정을 겪곤 했는데요. 현재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인 시투인 듯합니다. 인 시투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는 리유 쀠블릭(Lieux Publics)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요?
리유 쀠블릭은 거리예술과 관계된 대부분의 사업을 진행하는 지원기관으로, 지금은 작고하신 미셸 크레스뺑(Michel Crespin)의 주도로 1983년에 만들어진 곳입니다. 올해로 35년이 된 이곳은 처음에는 파리 근교에 위치해 있다가 1993년 연구·홍보·출판 업무를 전담하는 오흐레뮈르(Horslesmurs)가 파리에 만들어지면서 마르세유로 이전하게 되었어요. 2000년에 취임한 삐에르 소바죠(Pierre Sauvageot)가 현재까지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이곳의 역할은 주로 거리예술과 공공 공간의 예술창작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작품 제작을 위한 예산, 공간을 지원하며 EU와 협력하여 유럽권역 작품들을 지원하기도 하고, 연구 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유 쀠블릭이 위치한 마르세유(Marseille)시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지 않나요?
시를 중심으로 많은 문화예술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사업은 15년 째 운영 중인 ‘정오의 사이렌(Sirènes et midi net)’이란 행사로, 마르세유 시민들에게 익숙한 전통을 거리예술과 접목한 사업입니다.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정오에 사이렌이 울리며 시작되는데 마르세유 오페라 광장에서 12분간 거리예술 작품을 공연합니다. 2016년에는 한국의 창작그룹 노니가 <스테이션(Station)>이란 작품으로 참여하기도 했어요.
2000년 두 번째 대표가 취임하면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란 축제를 한동안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트래블링(Travelling)>으로 명칭을 바꾸었는데, 유럽 출신 단체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유럽 거리예술 배급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인 시투 네트워크와 연계점이 많은 축제이기도 합니다.
마르세유시는 2013년 유럽문화수도 행사로 인해 많은 예술공간들이 문을 연 곳이기도 한데요. 거리예술 분야에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나요? 리유 쀠블릭이 90년대 마르세유로 이전하면서 진행된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었죠. 바로 1995년에 시작된 거리예술 지구(Cité des Arts de le Rue) 조성사업입니다. 거리예술 단체 및 기관들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는데 2013년 유럽문화수도 행사시기에 개관했으니 거의 20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어요. 이 거리예술 지구는 과거 기름공장이었던 유휴산업시설물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현재 리유 쀠블릭과 거리예술전문학교(FAIAR) 등 7개 기관과 단체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공공 공간에서의 예술 활동에 있어서 최근 주요한 이슈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의 큰 이슈는 예술 종사자들의 성별문제와 상대적인 저개발 국가들의 문제, 즉 유럽 문화 내부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입니다. 또한 요즘은 ‘테러’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의 중요한 문제이자 이슈에요. 따라서 거리예술 축제를 준비할 때 보안강화를 위해 도시에 블록을 설치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하는 문제도 있지만, 예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요. 공공 공간에서 예술표현 행위는 쉽지 않습니다. 국가마다 규정들이 다르고 실제 운영하는 방식도 상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매우 복잡한 테크닉을 필요로 하기도 해요. 그렇다보니, 네트워크 기관들 간에 서로 참고할 만한 사례들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특히 대형 공연의 경우, 관객 이동, 공간 점유 등의 매뉴얼 작업을 통해 필요한 정보들이 전수되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은 어떻습니까? 매개자로서 요구되는 중요한 태도가 있을까요?
프랑스도 일반적으로 문화예술 분야 사람들이 타 분야보다 일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분야 일자리가 다른 국가보다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사회구조적인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죠.
약 15년간 일하다보니 든 생각은, 문화예술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호기심이 많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술가들의 태도를 존중하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열정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예술작업을 원활하게 지속할 수 있는 코디네이션 업무를 숙달하는 것은 기본이구요.
조동희는 서울문화재단의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조성부터 개관까지의 진행을 담당했다. 거리예술 축제 기획으로 시작해,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를 통해 거리예술 & 서커스 분야의 창작지원, 교육 등의 사업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유럽, 북미, 호주 등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최근 아시아권 네트워크 확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