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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결에서 해결까지, 2018·2019년 문화예술 분야 연구 동향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중심으로친애하는 노르딕 추리소설 중에 ‘특별 수사반 Q(Department Q)’시리즈가 있다. 유시 아들레르 올센(Jussi Adler-Olsen)의 작품으로 뼈까지 시린 코펜하겐을 무대로 하고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형사 카를 뫼르크(Carl Mørck)와 좀 더 인간적인, 동료 아사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특별 수사반은 ‘미결처리반 Q’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하였는데, 항상 주인공 카를 뫼르크가 말 그대로 미결처리반 사무실에서 필터 없는 담배를 피우며 먼지 가득한 미결 관련 서류들을 깨작거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따금 연구원의 과거 기본 과제를 뒤적일 때 나는 카를 뫼르크가 된다(물론 우리는 사무실에서 금연이지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기본 과제’는, 실행을 앞두거나 기술적인 용역이 필요한 과제가 대부분 ‘수탁’ 과제로 진행되는 것에 비해 기본 과제는 연구원 자체 기준으로 보다 자율적으로 그리고 매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선정되고 진행되는 과제 형식이다. 예산은 일반적으로 수탁 과제보다 적으나 ‘연구’의 손맛을 느끼고 보다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연구의 목록은 문체부와 연구원이 공동으로 매년 초 선정하게 되는데, 정부나 연구원 자체에서 대체로 그 당시 정책적으로 필요한 주제를 가지고 선정하게 된다. 즉 그 시대상 중요한 이슈를 대부분 담고 있되, 기본 연구로서 시급한 해결보다도 정의, 검토, 분석 (현장 포함) 등 근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진행되는 연구이다.
이러다 보니 개중에는 10여 년 전 과제인데도 아직 미결인 경우가 많고 어떤 경우는 유사한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환경에 다시 적용해서 검토하기도 한다. 이따금 과제 표지를 바라보면, 미결이지만 아직도 필요하고 새로운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며 미소 짓는 제목들을 보게 된다. 미소에 약한 연구원 카를 뫼르크는 2019년 첫 글에서 2018-2019년 연구 동향을 통해 미결 과제들과 미래의 과제를 방출할까 한다.
2018년은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해가 ‘되어야’ 하는 시점이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온갖 불법과 파행이 정권 교체로 이어지고 이윽고 새 정부의 새로운 문화 정책이 제시되는 시간이었다.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문화와 예술의 새로운 방향과 비전이 나오는 한 해였다. 이에 5월 16일에는 ‘사람이 있는 문화’ 문화비전 2030이 발표되고, 같은 날 새 예술 정책이 발표되었다.
연구원 역시 이러한 새로운 방향을 사전에 준비, 지원하거나 아니면 동참하는 성격의 과제가 많았다. 나아가 국정 과제를 통해 제시된 다양한 방향성 즉 지역 분권, 여가, 성평등, 공정한 일자리 등과 연계된 과제들도 함께 제시되었다.
기본 과제는 기간과 중요성, 예산 등에 따라 기초, 정책, 수시 과제 순으로 구분되는데, 사실상 정책의 중요성을 나누기는 어렵고 연구의 난이도, 심층 분석의 정도에 따라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기본 과제에서 예산, 기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초 과제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유일하게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이 있다. 이 연구는 ‘문화향수실태조사’와 함께 이제는 연구원을 대표하는 지속 발간 연구로 알려져 있는 과제이며 몇 년을 쉬고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이외에 정책 추진의 기반이 되는 ‘법제 정비를 위한 기초 연구’가 있어 그동안, 체계화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재정되고 개정된 문화 관련 법령의 정비를 위한 어려운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와 함께 현 정부의 주요한 분야인 ‘지역 분권’을 위한 ‘해외 사례, 지역학, 지역문화 기반시설’ 등의 연구가 진행되었다. 또, 공정한 일자리를 위한 ‘직업군 연구’ 등이 진행되었으며 나아가 2018년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인 ‘통일’ 관련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문화교류 추진방향과 과제’ 연구가 수행되었다.
이들 기본 과제는 온라인 포맷으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어 현장, 연구, 정책 단위에서 언제라도 받아서 볼 수 있다. 반면, 홈페이지에서 공개되지 않는 수탁 과제도 2018년에는 중요한 과제들이 많아서 간단히 몇 가지만 본다면 다음과 같다. ‘국제문화교류진흥 종합계획 수립 연구’, ‘문화분야 재정구조 개선 및 신규과제 발굴’, ‘박물관미술관 종합정책수립연구’, ‘도서관발전 종합계획’,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 기초연구’, ‘문화적 도시재생 정책 및 사업 활성화 방안 연구’, ‘새정부 예술정책 수립연구’ 등이 있어, 많은 경우 급처방 연구보다는 2018년에 걸맞은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 연구가 다수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2018년이 새 정부 문화 정책 개발의 원년이라는 것과 함께 2019년부터는 이러한 기반을 통해 새로운 전략과 사업을 구체화할 시기임을 보여 준다.
구분 | 2018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분야 기본 과제명 |
기초 | 2020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 |
문화분야 법제정비를 위한 기초 연구 | |
정책 | 지역쇠퇴에 대응한 지역학의 역할과 문화정책적 접근에 관한 연구 |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경제조직의 지속가능성 연구 | |
국민여가활성화를 위한 문화서비스 개선 연구 | |
거점형 지역문학관 도입 및 활성화 방안 연구 | |
지역분권 관점에서의 주요국가 예술지원정책 분석 연구: 영국, 프랑스, 미국을 중심으로 | |
예술인 직업군 분류체계 구축을 위한 기초조사 연구 | |
수시 | 지역문화기반시설의 수급 현황 분석 및 개선에 관한 기초연구 |
성평등 문화정책 현황 및 발전방안 | |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위원국 역할 | |
영국 문화부와 예술위원회 간의 운영 협약 사례 연구 | |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문화교류 추진 방향과 과제 |
2018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기본과제들Ⓒ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9년 문화관광연구원의 기본 연구는 현재 예비 확정된 과제에 대한 심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상반기, 하반기에 걸쳐 다소 조정이 될 예정이다. 더욱이 올해는 작년의 기본 방향에 따른 계획 중심의 새로운 과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새로운 과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을 예상해서 초반에 모든 과제 계획을 확정하지 않고 다소 미룰 필요성도 있다. 그렇더라도 예상되는 2019년 과제 중에 중요한 것 몇 가지는 미리 소개하고자 한다. 모두 알다시피 ‘문화기본법’은 문화 분야의 기반이 되는 가장 중요한 법인데 이 법에 의한 법정계획 ‘문화진흥기본계획’이 박근혜 정부 당시 결과가 흐지부지 진행된 일이 있었다. 2019년 기본 과제에는 ‘제2차 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 방향 설정 연구’가 있어 두 번째 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의 근거와 배경이 되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참여정부에서 매우 중요하게 추진하던 10년 전의 ‘문화권 선언’이 있는데, 거의 10년 넘어 새로운 ‘문화권 선언 2030 방향설정 연구’가 계획되어 있다. 이외에 생활 SOC관련 작은 도서관 연구, ‘국제문화교류 전담기관 매개기능관련 연구’ 등이 예정되어 있다.
특히 ‘문화진흥계획’과 ‘문화권 선언’ 연구 제목을 보면서 다시금 10년 넘는 ‘미결’ 정책의 ‘해결’ 시점이 다가오나 하는 희망이 엿보이기도 한다.
나아가 새롭게 ‘문화예술의 가치와 영향연구’가 예정되어 있으며 또한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고 있는 ‘공공-민간 공연예술 상생방안연구(가칭)’, ‘성평등 문화정책 구축을 위한 기초연구’ 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나의 경험으로 보아, 아마 4∼5월 이후 새로운 이슈, 수요에 의한 새로운 기본 과제에 대한 요구가 갑자기 늘어날 전망으로 보이는데 특히 ‘통일’, ‘공정상생’, ‘구체적인 법 정비 방안’, ‘분야별 활성화 정책’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지역문화’ 등과 관련한 큰 이슈들이 대기하고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아무튼, 나는 올해도 역시 작년 자료를 뒤적이며 2019년에는 정책의 기반을 다지는 ‘기본’ 연구들이 시대의 수요를 보다 반영하고 그리고 미결이 기결이 될 수 있는 아름다운 정책 연구의 한 해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함께 연구가 쓸모가 있어 현장에서도 새로운 봄을 같이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첫 글을 마친다. 역시 봄에는 미세먼지보다는 보고서 책 먼지가 제격이다.
김규원은 현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산업경제연구센터장으로, 프랑스에서 지리학을 수학하고 축제에 대한 논문을 쓰다가 한국문화정책개발원에 입사하였다. 초기에는 축제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이후 문화도시, 문화시설 관련 다소 하드한 연구를 지속했다. 또한 전통공연예술, 지역문화에 관해 20여년간 다양한 연구 경험을 축척하였으나 콕 찝어 내놓을 전문분야라고 내세울 것은 없는 실정이다. 단, 국악관련 정책연구는 운이 좋아 여러번 하였으며 초기에 당인리, 광주아시아문화전당 관련 연구에서 사람과 인생에 대하여 많이 배운 것을 아직도 써 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