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학제와 비학위 민간 프로그램의 전개 과정


한국에서 예술경영 관련 전공과목이 개설되어 학과로 전개되고, 현장에 인력을 배출한 지 30년이 되어 간다. 창작자가 아닌 매개자로서 전문성을 가진 문화예술 매개 전문 인력의 사회적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대략 1980년대 중반 경부터이다. 이러한 흐름은 ‘예술경영’ 학과가 생기는 것으로 출발하였는데, 영국·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예술경영 관련 교육이 1960년대 중반1)에 시작된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이후2) 중앙대 대학원에 문화예술학과가 개설되면서 시작되었다.

서구의 예술경영 교육 체계가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시장 확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던 것처럼, 국내 예술경영 교육도 1990년대 중후반 이후 ‘문화의 시대’ 패러다임의 확산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문화·예술 공간이 늘어나고, 축제와 문화 행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성장하는 공연예술시장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었다. 문화예술 공간의 운영 전문성, 공연 및 축제의 창의적 기획과 효율적 운영 체계의 필요성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그동안 문화정책 방향이 문예회관, 박물관과 미술관, 문화의집 등 문화예술 관련 시설 조성 중심의 하드웨어 구축에 편향되면서 기획운영 전문 인력이나 프로그램/콘텐츠에 대한 인식과 정책 지원이 미약했던 현실과도 연관된다. 전국의 여러 문화 기반시설에는 전문 매개 인력이 거의 없는 가운데 행정 및 시설 관리 인력이 직접 운영하거나 아예 공석인 경우도 있어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고 활발하게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98년 설립된 민간 영역의 비학위 프로그램인 다움아카데미의 예술경영·문화기획 1년 양성 과정은 ‘한국적 예술경영·문화기획’이라는 모토로 현장성에 기초한 체계적인 예술경영 및 문화기획의 교육 모델을 제시하였고, 사회적 반향을 불러오며 예술경영 대학원 설립의 붐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였다. 2000년도를 전후하여 예술경영 관련 대학 제도권 교육 체계와 민간 차원의 전문교육 체계가 양적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1995년까지 예술경영 대학원 과정은 6개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약 40개로 대폭 증가했다. 대학원에 설치된 전공은 예술경영이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문화정책·행정, 문화기획, 박물관·미술관학, 문화예술, 공연예술, 문화관리, 아트·디자인기획, 문화정보 등으로 점차 세분화되어 개설되었다. 한편으로는 지식 기반 사회로의 사회적 지향 속에서 문화 콘텐츠 관련 전문교육이 2002년 이후 새롭게 확산되는 과정에 있었다. 2003년 6월 시점으로 문화 콘텐츠 관련 교육 체계는 10개의 전문대학, 7개의 대학교 학부과정, 문화 콘텐츠 전공과 포괄적으로 연관이 있는 대학원 8개가 개설되었다. 한편, 민간 영역에서는 다움아카데미뿐만 아니라 3개 방송 아카데미에서 동시적으로 문화예술경영 관련 교육을 몇 년 동안 운영하였고, 언론사인 한겨레에서도 독립적 조직으로 관련 교육을 운영하게 되었지만 대학원 학제가 늘어나면서 민간 영역 교육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3)

다움 문화기획아카데미 커리큘럼 출처: 김정이, 『문화예술 기획경영 아카데미 커리큘럼 및 운영방안 개발 연구』, 예술경영지원센터, 2008. 29p. 다움 문화기획아카데미 커리큘럼
출처: 김정이, 『문화예술 기획경영 아카데미 커리큘럼 및 운영방안 개발 연구』, 예술경영지원센터, 2008. 29p.

예술경영 인력에서 다양한 문화매개인력 양성으로 다변화


2000년 이후 한국 문화예술 현장은 지역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정책적 인식과 더불어 문화관광, 문화예술교육, 문화 콘텐츠, 인문정신문화, 생활문화, 지역문화, 문화도시 등 예술을 넘어 문화로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왔다. 이에 따라 매개 인력도 예술경영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유형의 문화매개인력 양성으로 확장되었으며, 예술경영 학제 외에도 공공기관의 중심의 다변화된 양성 체계가 사회 전반에서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된 후에는 예술 강사를 핵심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관련 전문 인력 연수가 시작되었다. 이 연수 프로그램은 2012년에 아르떼 아카데미로 브랜드화되면서 연간 평균 5천여 명에게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06년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설립되어 예술경영 기초교육 및 재교육을 다양하게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대학(원)학제에서 유연하게 수용하기 어려운 현장 중심의 예술경영 실무교육이 단기과정 중심으로 확산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역문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지역문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민간, 정부 차원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추진되었다. 다움아카데미에서도 1999년 이후 지역문화기획인학교를 전국 여러 지자체와 협력 속에서 추진하였고, 지금까지도 여러 기관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관광부에서도 2010년부터 지역문화아카데미를 정기적으로 운영하였고, 2012년부터는 문화이모작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문화활동가, 문화귀촌인력 재교육 등을 포괄하는 넓은 범주의 지역문화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2015년부터 지역문화진흥법 시행에 따른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이 지역문화재단을 주축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생활문화 정책의 확산과 함께 생활문화 매개 전문 인력이 전국에서 양성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인문활동가, 청년기획자, 도시재생 기획자, 마을문화기획자, 시민기획자 등 지역 단위로 추진되는 정책 사업과 연동되어 다양한 유형의 문화기획자들이 배출되고 있다.

예술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문화예술 현장이 삶의 제 영역을 아우르는 문화로 확장되면서 예술경영 전문 인력을 넘어 다양한 유형의 문화매개 전문 인력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경영 교육체계가 대학(원) 학제로 급속하게 확장된 것과 비교하여 문화매개 전문 인력 교육체계는 문화기획자 등의 용어와 함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예술경영 전문가 양성에 대한 현재적 이슈


2019년 현재 전국 예술경영 대학(원) 학제는 콘텐츠, 관광 등의 학과를 제외하고 약 50여 개에 이른다. 2000년 전후 급속하게 확장된 이후 증가 속도가 주춤한 상황이다. 또한 공연예술경영, 공연예술뮤지컬, 공연기획경영, 공연영상, 미술경영, 음악경영, 문화유산, 문화재관리, 문화예술행정, 디지털미디어기술 등 세분화된 전공으로 개설되는 추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국 예술경영 관련 대학(원) 학제는 양적으로 적은 수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예술경영 관련 학제가 학과 및 전공의 전문성이나 정체성을 얼마나 구축하고 있는지, 급격하게 변화하는 문화예술경영 현장의 인력 수요와 실질적으로 만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남는다. 구체적인 통계로 제공되고 있지는 않지만 예술경영 재교육 차원에서 학위 프로그램으로 진학하는 경우 외에도 이 분야로 진입하고자 하는 예비 인력군이 학위를 마친 후 예술경영을 필요로 하는 현장에서 환영받고 있는지를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 교육 프로그램들 공공기관의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 교육 프로그램들

왜냐하면 예술경영 학제가 다변화하는 문화예술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면서 체계성을 갖추고 있는 곳이 여전히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갖춘 전임교수의 수가 대체로 부족한 가운데, 현장에서 초빙된 시간강사들로 상당수의 수업이 병렬적으로 진행되면서 전공에 맞는 이론-현장의 체계적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가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는 예술경영 전공자와 현장 인력 수요의 매칭에서 실질적 갭이 발생하는 현실로 이어지며, 심각하게는 예술경영 전공자들에 대한 현장의 불신 풍토로 발현되기도 한다. 또한 대학(원) 학제가 가지는 경직성으로 인해 현장의 변화와 수요를 즉각적이고 유연하게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장 연계 교육과정이 다양하게 존재해야 하고, 학제가 가지는 전문성으로 해소되지 않는 영역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장 기반 예술경영 교육 또한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당장의 필요나 정책적 트렌드에 따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파편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교육과정은 많지만 예술경영 관련 전문성이 시대에 맞게 심화되고 있지 못한 것도 현실이다.

더구나 지역에 기반한 다양한 문화 관련 매개 활동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예술경영 전문 인력의 위상과 역할이 모호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예술경영의 전문성이 시대 변화에 맞게 심화되고 있지 않음으로 인해 전문 영역으로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원인도 있고, 삶의 제 영역으로 문화 관련 활동이 확장되면서 예술경영의 대상과 방법이 모호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예술경영, 문화기획, 문화매개 등의 개념과 범위가 사회적으로 정립될 시점이 되었다. 변화하는 시대정신과 환경 변화가 그대로 투영되는 문화 현장 속에서 20세기 후반 제시된 문화예술 매개자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이 21세기적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점검되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또한 대학(원) 제도와 공공기관 중심의 인력 양성 체계가 가지는 한계를 냉철하게 들여다보고, 문화예술 현장의 맥락에서 실제 작동하는 다양한 교육체계가 사회적으로 구축되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 본 원고는 2016년 3월 11일 열린 부산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의 플랜비 연차보고서 포럼 <2016 지역재생과 문화매개>에서 발표한 자료에 기초해 보완, 재구성하여 작성한 것임을 밝힘.

1) 여러 자료에서 제시되었듯이 예술경영 관련 전문교육의 시작은 미국의 경우, 1966년 예일대학교 연극원에서
극장경영학과가 생기면서 미국 및 캐나다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영국의 경우 1969년 시티대학에서 예술경영
대학원이 생기면서 영국과 유럽 지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2) 1985년 문예진흥원 문화행정요원 2박 3일 단기연수, 1986년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의 문화예술학과 개설이
문화전문인력 교육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3) 추미경(2003), 「문화전문인력의 교육현황과 과제」, 『문화전문인력, 어디로 가는가』,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창립5주년 기념심포지엄 자료집.

  • 추미경
  • 필자소개

    추미경은 축제, 지역문화, 문화교육 등의 분야에서 22년째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민간 문화연구소이자 문화교육 단체인 문화다움 대표이다. 문화도시, 근대문화재, 축제, 농어촌청년희망 등의 위원회에 관여하고 있으며 건강한 문화생태계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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