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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이 말하는 예술경영의 현실
.한국에서 예술경영 교육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다. 예술활동의 전문화, 체계화로 요약될 수 있는 예술경영은 수많은 기획자들을 배출하며 사회의 한 영역으로 뚜렷하게 자리잡았다. 문화예술계의 수많은 인력들이 예술경영과 관련한 과정을 거쳤거나 향후 커리어 개발을 위해 대학원 진학 등을 고려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예술경영 학과들은 실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예술경영 관련 과정을 이수했거나 현재 이수중인 이들과 함께 예술경영 학과의 특성과 장단점, 향후 진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일시/장소 : 2019. 10. 2.(수) / 토즈 혜화점
진행 : 안태호(웹진≪예술경영≫ 편집장)
참석 : 김나리(프리랜서)
이다선(예술경영지원센터 창업투자기반팀 코디네이터)
이지현(㈜널위한문화예술 프로젝트매니저)
이한빛(헤럴드경제 문화부 기자)
예술경영과 관련한 학과를 졸업했거나 현재 학생인 분들을 모셨다. 각자의 학교 전공과 하고 계신 일들을 포함해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나리 2008년 한예종 예술경영과에 입학, 졸업 후 현장에서 일을 하다 영국 킹스컬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에서 컬쳐럴앤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Cultural and Creative Industries) 석사를 마지고 한국에 돌아온 상태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여러 일을 하고 있다. 킹스컬리지 런던에는 ‘컬처 미디어 앤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Culture, Media and Creative Industry)’라는 큰 과(department)가 있고 그 아래 세부 전공으로 한국 예술경영과와 비슷한 ‘아트앤컬처 매니지먼트(Art and Cultural Management)’라는 전공 등이 있다. 나의 경우 산업 분야에 흥미가 더 생겨 ‘인더스트리’ 쪽을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이다선 학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2017년에 성균관대학교 문화융합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에 진학, 현재 논문 학기만을 남겨 두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창업투자기반팀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창업투자기반팀은 예술에 기반한 창업이나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로, 그중에서도 취업 박람회나 창업지원사업을 뒷받침하며 리서치나 사업 보조 업무를 맡고 있다.
이지현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수료 후 논문 과정을 남겨 두고 있다. 학업 중 문화예술 관련 매체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널위한문화예술’이라는 곳에서 주로 시각예술 관련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다. 그 외에 문화예술경영 분야의 독립기획자로 일하면서 1년에 2~3회 전시를 기획하기도 하고, 아트페어와 협업을 하기도 하고, 그 외 자체적으로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만들면서 활동하고 있다. 예술경영과 관련한 활동으로 예술계 이슈를 전달하는 온라인 유료 구독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쌓아온 온라인 콘텐츠를 모아 『예술계 돌아가는 소리』라는 책을 독립출판 형태로 출판하기도 했다.
이한빛 학부는 신문방송학과를 나왔다. 미술 분야 전문 기자로 활동한 지 만 3년 정도 되었고, 이화여대 글로벌 아트 앤 비즈니스 MBA 과정을 밟고 있다.
예술경영 입문 과정은 다양하다. 직업을 찾기 위해서, 예술을 전공했는데 실연자보다는 기획 쪽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혹은 전공자는 아니지만 예술에 매료되어서 등 다양한 케이스들을 봐 왔다. 왜 예술경영을 선택하게 됐는가?
김나리 어렸을 때부터 책과 드라마, 영화를 좋아해 막연하게 문화와 관련된 곳을 가고 싶어 했다. 일반 대학에는 내가 원하는 진로와 직결된 과가 없었다.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처럼 직무에 연관된 과가 아니면 아예 인문학 분야였다. 반면 예술경영과 커리큘럼을 봤을 때는 이 모든 것들이 적절히 섞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2008년에 학사 과정으로 예술경영과에 진학했다. 인문계 고등학생으로서는 이 과가 정확히 어떤 과정인지 정보와 인식이 별로 없었다. 실제 커리큘럼은 공연 기획에 집중되어 있는 학과였다. 학부 시절에는, 궁금한 것들을 일단 아르바이트로 뛰어보고 몸으로 겪으면서 배웠다. 선배들을 통해 공연 관련 기관이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나 인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많았다. 한 학년당 10명 정도의 소수 학과다 보니, 일을 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연결의 기회는 많았다.
커리큘럼으로 보자면 회계, 마케팅 등 실무적인 부분들 위주의 ‘공연 단체나 극장 운영을 위한 기본기’라고 요약해볼 수 있겠다. 당시에도 학교 내에서 만날 수 있는 현업 종사자가 많았는데, 나는 중간에 리서치 쪽에 관심이 많아져 관련 수업에 출강하시던 선생님을 통해 인턴십 기회를 얻기도 했다. 학부 때에는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학교 네트워킹이나 강의하러 오시는 선생님들을 종합적으로 활용하면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를 빨리 깨닫는 것 같다.
이다선 피아노 연주자 활동을 계속할 수 없다는 걸 대학 1~2학년을 보내면서 깨달았다. 주변의 동기나 선후배들이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예술가로 살아남는 사람은 왜 드문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예술경영이라는 것도, 예술경영지원센터라는 곳도 알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지금의 예술경영 대학원으로 진학했는데, 보통은 이미 실무를 하고 있는 사람이 진학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커리큘럼이 실무 경험 위주로 이루어지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우가 많았다. 수업을 통해 문화예술계에 어떤 기관들과 단체들이 있는지, 실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들을 수 있는 점에서 좋았다.
이지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그때부터 과연 내가 등록금을 낸 만큼 학교에서 그 값을 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면서 부전공으로 평소 좋아하던 미술사 과목이 포함된 회회를 전공하게 되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경영학이라는 정확하고 이론적이며, 합리적인 학문과 스파크가 튀는 예술 사이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시 알게 된 예대 친구들이 취업을 걱정하고 전업 작가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예술가들의 커리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수 있는데 사회에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예술가들의 역량이 사라지지 않고 활용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려고 대학원에 갔다. 대학원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라면 필요한 논문을 찾는 법 등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그때부터 논문을 보는 재미, 자료를 찾아가는 재미를 알게 됐다. 반면 학교의 커리큘럼이 생각보다 탄탄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이한빛 경제전문지의 문화부에 정착하게 되면서 미술시장에 관한 기사를 작성할 때 경제지의 특성에 맞는 코멘트를 받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 인생 커리어에서 마지막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던 터라 예술경영 학과를 찾아보다가 결정적으로 지금의 MBA과정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커리큘럼상 회계, 재무, 조직, 전략, 마케팅을 무조건 수강해야 한다. 일단 미술‘시장’에 대해 이해하는 깊이가 다르다. 숫자를 보는 수준이 달라짐을 스스로 체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갤러리의 2018년 재무재표를 보고 기사를 쓴다고 할 때, 예전 같으면 매출과 순익 정도만 읽어냈었다면, 지금은 재고의 현황이나 이 재고가 얼마나 악성인지까지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예술경영 학과가 대학원 과정에 개설된 지 30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학문적 깊이나 커리큘럼에 대한 아쉬움이 언급되기도 한다. 예술경영을 전공하며 커리큘럼에 만족한 부분과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다면, 학업 중 혹은 후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외적인 활동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이다선 사실 대학원에 와서 예술사나 음악사 수업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학부 때도 많이 학습했던 영역이라, 그런 쪽으로 치중하는 게 아쉬웠다. 예술 원론 수업과 실무 중심 수업 간의 격차가 컸고, 그 중간이 비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지현 주간과정이라 그런지 예술경영 현장을 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번외 활동으로 뜻이 맞는 동기들끼리 문화기획 팀을 꾸려서 전시기획을 하고, 페이스북에 ‘예술경영 대학원생이 등록금 아까워 만든 페이지’를 만들어 활동했다. 자조적이거나 비판적인 건 아니었고, 등록금이 정말 비싸고 아까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에 그런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한 시도를 담는 곳이었다. 예술경영과 관련한 사업들을 알리는 정보 아카이빙, 졸업생들의 커리어 인터뷰 시리즈, 대학원은 부담스럽지만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의 공부 모임 등을 만들었다.
이한빛 아쉬운 점이라면, 다른 예술경영 학과에 비해 교수들의 인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문화예술 분야가 아닌 경영대 출신들이 정교수이고 예술계 교수들은 강사로 들어오다 보니 그렇다. 학생들은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작가 지망생 등 다양한 이들이 있지만, MBA 과정 특성상 회계와 재무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만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낸 친구들은 만족도가 매우 높다.
예술경영은 특성상 순수학문이 아니라 현장에 응용을 염두에 둔 영역이다. 예술 현장과의 연계 지점을 어떻게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김나리 나는 예술경영 커리큘럼의 목적이 공연기획을 포함해, 혼자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다루는 범위가 넓은 덕분에 졸업생들 또한 소규모 문화기획 회사부터 공연 단체, 극장 등 여러 분야, 여러 포지션에 속해있는 듯하다. 하지만 현재 다시 구직을 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직무의 전문성이 가장 애매한 부분이다. 경력직을 구인할 땐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홍보, 전략기획 등 직무 전문성을 기반으로 사람을 선발한다. 나는 다 조금씩은 해봤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그게 애매한 포지션으로 보일 수 있다.
이한빛 나는 재직 중이라 예외지만,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은 다른 학교들과의 연합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더라. 그런데 취직이나 창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결국 가장 정확하고 좋은 정보는 나의 인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몸으로 체감한다. 20대 중후반 사람들이 비슷비슷한 나이대의 30대 초중반 직장인을 만나는 것이 실효가 있을까 싶다. 적어도 30대 후반이나 40대 한창 현업에 있는 종사자를 만나야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등에 대해 실질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예술경영 대학원에는 학업을 병행하는 현장인력들이 많다 보니 네트워크 효과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실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지현 네트워킹을 강조하면서 현장에 계신 분들을 위주로 교수진을 구성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나로서는 대학원의 의의를 좋은 논문을 만드는 곳, 더 좋은 논문과 연구들이 나와서 정책에 서포트할 수 있는 곳으로 여기고 있고 이를 위해 수치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 해석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행태가 학문의 깊이를 해친다는 기분도 들었다. 교수진 섭외에 있어 현장보다는 보다 아카데믹한, 좋은 논문을 서포트할 수 있는 교수님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봤다. 논문을 잘 지도해줄 수 있는 교수님을 섭외하고, 양질의 논문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네트워킹은 학교 인턴십 프로그램을 잘 짜두거나 원우회를 통한다면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다선 다른 학교의 경우 일반대학원에 예술경영학과가 있고 예술경영대학원에 예술경영학과가 있기도 하다. 주로 야간인 후자의 경우 소위 인맥을 위한 학과라고 들었는데 정작 둘 다 커리큘럼에는 크게 차이가 없고, 주·야간이란 것 이외에 그다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네트워킹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나 싶은데 한편으로는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예술 분야 자체가 인맥과 네트워킹을 통해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학교 행사나 모임에서 직접적인 단어와 말이 오가는 경우도 있었다. 노골적인 영업이나 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경우는 불편하게 느껴지더라.
김나리 현재 영국 내 문화 관련 대학원들 대부분 자국민보다 유학생 숫자가 과반을 넘어간다고 들었다. 나의 경우 유학 때의 네트워킹이 일자리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기엔 비자 문제 등도 있어 어려웠다. 무엇보다 학과 자체가 이론 중심의 아카데믹한 과여서 인턴십이나 일자리 부분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예술경영 관련 학과를 나온 후 주변 선후배들의 진로는 어떤 경향을 띠고 있는가.
김나리 가장 대표적인 진로로는 예술단체나 극장, 관련 공공기관, 지자체 문화재단 등이 있는 것 같다. 그 외에 일반 기업이나 엔터테인먼트 쪽으로 눈을 돌리거나, 열악한 환경에 질려 회계나 로스쿨 등 전문 영역으로 진학하는 졸업생들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직종 자체가 임금, 계약, 복지 면에서 상당히 불안정한 케이스가 많다. 나는 첫 직장이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이었는데 일이 대중없었다. 주말도 밤낮도 없다 보니 이렇게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그나마 나은 케이스라고 본다. 아직도 저임금에 노동 강도가 세고, 고용보험, 실업급여와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 한국이 특히 열악하다기보다는 분야의 특수성에 달린 거라고 본다.
이지현 졸업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다. 재학 중 원우회장을 맡으면서 통계를 내보려고도 했지만, 한 학기에 학생 수가 30-40명에 달해 모두를 케어할 수 없었고 선배들의 졸업 후 커리어를 알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최근에 느낀 건 문화예술 커리어를 바라볼 때 프리랜서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독특하더라는 점이다. 예술인복지재단 웹진의 기사 한 부분에서 78%에 달하는 프리랜서 비중이 높은 현상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세계적 추세로 프리랜서가 많아지는 거라고 봤는데 국내는 이유 없이 심각하게 바라보는 게 특이했다. 나는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면서 협업하는 게 좋았다. 현재 프로젝트 매니저로 있는 회사를 포함해 앞으로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독립기획자로서 역량이 외부에서도 발휘될 수 있는 조건의 근무체계가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술경영 파트에 유입된 인력의 숫자는 상당한데 아직 관련 일자리는 안정적으로 마련되지 못한 것 같다. 일이 갖는 매력에 비해 여전히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급여 수준은 낮은 편이다. 전공자로서 향후 예술경영 관련 직종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김나리 30년 된 과정이고 졸업생도 많지만, 그와는 별개로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과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열정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업무, 다른 걸 하다가도 이쪽으로 유입이 가능한 업무라는 인식이 아직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
그러다보니 여러 분야나 직무의 경계가 흐려지고, 전문성을 보장받지 못하니 관련 일자리들 또한 안정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는 듯하다. 기획자란 말이 광범위하게 쓰이지만, 사실 분야와 업무에 따라 요구되는 자질들은 또 다른데도 말이다.
이지현 지원사업 현장에 기획비가 책정되어 있지 않다. 작업이 끝나고 나면 예술가들은 적게라도 비용 정산이 되지만, 그 사이에서 일한 기획자들에게는 비용이 돌아오지 않는다. 노동의 대가에 대한 언급 없이 다짜고짜 미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만연해 있다. 기획을 하나의 작업으로 보지 않고 간단한 작업이나 봉사로 여기는 측면이 있다. 요즘은 작게나마 기획비가 책정되는 공모사업도 있으니 앞으로 점차 나아지겠지만, 아직은 아쉬운 지점이다.
장기적으로는 예술경영 쪽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공모전이 있긴 하지만 소액에 단발적 지원이다. 예술경영 분야는 1-2년 안에 결과와 성과를 알 수 없다. 국민 삶의 질을 따지는 연구가 장기적으로 책정되었으면 좋겠다. 개인 차원의 예술경영 연구도 지원되었으면 한다.
예술경영 전공자들은 일반적으로 기획자를 꿈꾸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 기획자라는 말이 홍보마케팅이나 프로그램 개발, 문화행정 등에 폭넓게 적용되다 보니 구체적인 자리를 잡기가 오히려 어려운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주변의 사례나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기획자에 대한 생각을 부탁한다.
이다선 스스로를 기획자라고 일컬어도 될지 모르겠다. 기획이라는 게 어떤 모임 안에 있는지에 따라 결이 바뀌는 것 같다. 기획자란 포지션을 가졌을 때 나의 역할이 무엇이며 무엇을 누구를 어떻게 서포트해야 할지 정리해가는 단계에 있다. 어떤 모임과 그룹에, 프로젝트에 들어갔을 때 기획자로서 할 수 있는 능력이나 포지셔닝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한빛 기획자라는 게 너무나 광범위하다. 내 경우에는 취재를 통해 얻는 소스를 바탕으로 조직 안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역할을 하는데, 실제로 프로젝트를 꾸려 돈을 벌어 오게 할, 또 다른 실무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실무를 맡길 PM이 없다. 이런 사람은 그 분야에 가서 다른 일도 배울 의지가 있는 사람들 중에 찾아야 한다. 게임을 알아야 게임 기획도 하고 홍보를 알아야 홍보 기획을 하는 것이다. 10년은 해야 그 분야에서 비로소 기획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인건비를 제대로 지급할 수 있도록 정책과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