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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융합 스타트업 지원제도의 확대를 기대하며
.2013년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임에도 제대로 된 문화상품 하나가 없는 현실을 마주했다. 이를 계기로 창작 활동을 통한 생존 방법을 모색하는 예술가들과 지역의 문화자산을 제대로 스토리텔링 하지 못하는 관광업계의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제주도의 대표 문화유산인 ‘해녀’를 주제로 여러 장르의 미술작가들과 작품을 만들고, 작품 및 작품의 이미지를 활용한 전시, 커뮤니티 아트, 굿즈를 제주도 최대 축제인 ‘탐라문화제’에서 선보이게 되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때에도 축제 부스 콘텐츠는 상당히 빈약하였다. 당시 개발한 해녀 주제의 작품과 굿즈는 다양한 연령층 및 관람객들에게 큰 관심을 얻었고, 타 축제 관계자들에게도 초대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평소 갤러리 문턱을 넘어보지 않았을 것 같은 할머니가 손자의 손을 이끌고 성큼 들어오셔서, 해녀에 관한 생생한 설명을 곁들이며 즐겁게 관람하던 모습을 지켜본 감동과 뿌듯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현재 아트숨비는 예술기획사로서 예술가와 함께 지역 가치를 재조명하고,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을 확대해가는 여러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가 하는 일은 콘텐츠 업계에서는 ‘아트콜라보’나 ‘OSMU’(one source multi use), 관광 업계에서는 ‘지역 브랜딩’, ‘문화적 도시재생’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곤 한다.
아트숨비는 2017년 ‘예술상품 개발 및 유통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첫 연을 갖게 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예술경영아카데미’를 통해 예술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고, ‘시각예술에이전시’ 수업 등을 통해 자사 기획자들의 역량 강화 및 업계 동향 파악을 위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 웹진을 비롯해 예경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을 수시로 찾아보며 부족한 지식을 채우기도 한다. 특히 ‘예술경영대상’처럼 타 예술단체들의 우수사례 발표를 참관할 수 있는 자리는 무엇보다 유익하다. 참신한 운영 내용들을 듣는 일도 즐겁지만, 평소 타 산업에서 단어조차 생소한 “예술기획사”로서 활동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응원과 위로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힘을 얻기 때문이다.
2013년 창업할 당시까지만 해도 예술분야의 스타트업은 그 수가 많지 않았고, 지원해주는 문화예술기관 또한 찾기 어려워 타 정부기관의 지원사업들에 도전하게 되었다. 창업진흥원의 ‘창업맞춤형사업’에 선정되어 첫 자금지원을 받고, 창업보육센터에도 입주하였다. 연이어, 한국관광공사의 ‘창조관광사업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자금지원 및 멘토링을 받았고,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되었다. 문화예술기업은 초기 수익 창출이 어렵기 때문에 생존의 어려움을 겪는데, 그에 비한다면 비교적 순탄한 시작을 한 편이다. 미술 실기 전공자로서 경영 언어에 무지하던 시점에, 창업진흥원과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제공받은 멘토링들은 기업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갖게 해주었다. 또한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 대표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여러 산업 분야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고, 그들의 성장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 이 밖에도 관련 기관에서 제공하는 지원사업 정보를 통해, 연차별로 꾸준하고 폭넓은 지원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다.
초기에는 정부의 지역 커뮤니티 연계 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나 수주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국관광공사가 관광벤처 기업과 지자체를 대상으로 마련한 설명회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이후 회사 인지도를 높이고 프로젝트 수주로까지 이어지게 된 좋은 기회였다. 사실상,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관광산업에 진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인지도가 낮은 예술단체들에게는 공공기관과의 만남 및 문화예술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진입장벽이 있을 수밖에 없고, 반대의 입장에서 공공기관 또한 참신한 예술기획을 실현시켜 줄 문화예술단체를 만날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중간 매개자의 역할을 해준다면 서로에게 득이 되는 상생의 장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비(非)예술전문 기관에서 받게 되는 지원체계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크다. 우선 문화예술분야가 아닌 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사업모델을 온전히 이해시키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기술성’의 증명이나 단기간 동안 ‘성과물’을 만들어내기를 요구하는 정부과제의 특성에, 예술가를 지원하고 문화예술 가치에 대한 인식 성장과 동반해야 하는 문화예술기획의 매력을 어필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고속 성장 및 예상 매출액을 중시하는 투자유치 사업에서도 결코 유리한 입장을 갖기 어려운 실정이다. 창업보육센터나 중소기업청 산하 기관에서 진행하는 경영 컨설팅, 법률 자문 역시 다소 일반적인 차원을 다루는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문화예술 산업에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분쟁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작가에게 합당한 인건비를 제공하는 관행이 민∙관 모두 자리 잡고 있지 못한 실정에서, 작가와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기획사가 발주처로부터 충분한 사업비를 확보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작품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사업을 하며 각기 다른 케이스의 계약서, 견적서 작성 및 온갖 필요 문서들을 타 산업의 케이스에서 끌어와 보완해나가거나 스스로 만들며 사업을 진행해야 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언제나 내부적으로 업무가 터져나갈 듯이 많고 자연히 인건비의 부담도 과중하다.
아트숨비와 같이 융합형 사업모델을 가진 예술기획사들의 사업영역은 정작 예술시장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공공기관에서도 적합한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사업들은 기본적으로 예술 산업의 이해가 있는 전문가들이 심사를 한다는 점에서 타 공공기관의 지원사업과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작품 IP를 바탕으로 콘텐츠사업을 펼친다는 점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영역의 사업모델이다”라는 평가를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공연, 게임, 캐릭터 등 그야말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온갖 산업 영역을 아우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순수 예술 기반의 기획사로서 경쟁력을 증명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을 따름이다. 융합형 사업모델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점차 많아지는 때에,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순수예술을 태생으로 한 사업모델을 유연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지원 사업들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또한 ‘예술산업’의 차근한 성장을 위해, 기업이 함께 예술가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사업이 생겨나길 바란다. 아트숨비는 소속작가 제도를 두어, 협업 프로젝트 외에도 소속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홍보한다. 이미 새롭게 생겨나는 예술기업들이 전통 화랑의 사업영역을 품고 더욱 확장해나가고 있다. 현재 화랑을 통해 작가를 지원하는 ’전속작가제 지원사업‘과 같은 모델들이 더욱 대상층을 넓혀 예술기업들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폭넓은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도 각 기업에 맞는 참신한 방법으로 지원하며, 문화예술 생태계가 더욱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각예술영역 사업자들의 양적 확대는 몇 년 전부터 확연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예술작품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들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창작활동을 생업으로 삼는 작가들 역시 자기작품의 적극적인 마케터이자 판매자가 되어 온∙오프라인 상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작품의 상업적 활용에 대한 이해와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작가들을 대상으로, 작품 IP를 활용한 상품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문화적 도시재생’이 화두다. 미술계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대안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미술공간들과 차별화된 담론을 형성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제시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특유의 실험적인 시도들은 지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소통하기 어려운 일방적인 활동으로 여겨져 왔으며, 이마저도 불안정한 재정 등의 이유로 지속 활동의 한계를 맞게 되었다.
이에 반해 오늘날 신생 예술 공간들은 보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지역의 유휴공간을 예술 공간으로 멋지게 재탄생시키고, 지역민과 협업 및 교류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으로 쇠락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주로 소프트웨어 측면의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들에 해당하며, 현재까지는 각 지역의 활동가들로 구성한 협동조합 및 신규 문화기획사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 경관의 심미적 변화를 극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예술가들의 참여가 필수적임을 곧 인식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는 곧 도시재생이 예술계의 인력을 끌어들이고 정부주도 사업 중 예술가와의 협력 사업이 확장될 것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에 발 맞춰 도시재생에 특화된 옷을 입은 예술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아트숨비는 순수예술을 기반으로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시각예술 브랜딩 산업 및 콘텐츠적 성격의 작품 IP를 활용한 OSMU사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융합형 문화예술기획사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또한 지역민과 함께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아트센터’가 되기를 바라며, 2020년 봄, 은평구 응암동에 예술 공간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업적 측면에서 현재 지역 기반의 도시재생 산업과 예술과의 만남을 그 누구보다 환영하고 있으며, 이 기류를 타고 더욱 활기를 띨 지역 및 도시 재생 사업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김민은 금속디자인을 전공했다. 학부를 졸업하고 한동안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다녔으나 몸에 맞지 않았다. 다시 대학원에 진학하여 작가로 살 계획을 세웠으나, 내 작품으로 먹고 살 자신이 없어 예술대학을 포함한 온갖 학과의 개설과목을 청강하며 방황하였다. 이후 각 학과의 이론 전공자들이 연합하여 각 산업에 필요한 예술프로젝트와 예술가를 매개하는 예술단체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이 현재 아트숨비의 창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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