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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고 단순하게, 해외 팬데믹 문화예술 대응
-전 세계적으로 문화예술 분야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문화예술계는 주로 여러 사람이 현장에 모여 함께 즐겨야 하는 특성 때문에 코로나19의 영향을 직격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루브르 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휴관했고, 브로드웨이가 문을 닫았으며, 칸 영화제나 에든버러 페스티벌과 같은 대형 문화예술 행사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국가들은 문화예술의 시민사회적 가치와 높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하며 문화예술계의 침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단연 압도적인 규모의 문화예술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독일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문화예술과 창조 산업 분야가 1천억 유로(한화 약 133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분야라는 인식에 따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이 분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독일 문화부 장관 모니카 그뤼터스(Monika Grütters)는 “문화가 결코 좋은 시절에만 누리는 사치품이 아니라, 인류의 표현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위기의 시기일수록 예술가들이 창조적인 힘을 발휘해왔다며, 이런 전례 없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민주주의 사회는 고유하고 다양한 문화와 미디어의 지형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3월 23일,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소상공인과 프리랜서를 위한 5백억 유로(약 67조 원) 규모의 즉시지원금을 발표했다. 지원 대상은 문화예술,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부문의 종사자 등이다. 개인과 5명 이하의 사업체는 9천 유로(약 1천2백만 원)를, 10명 이하의 사업체는 1만 5천 유로(약 2천만 원)를 지급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코로나 피해를 본 프리랜서와 소상공인은 국유은행인 KfW(Kreditanstalt für Wiederaufbau)에서 완화된 요건으로 저금리 대출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으며, 세금 납부를 연기할 수 있고, 보험료가 경감된다. 또, 프리랜서 창작인들은 6개월간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금을 미리 수령할 수 있다. 집세를 못 내 쫓겨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9월까지 임대인은 임차인의 주거비 체납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조항이 신설되었고, 주거비 지원을 위해 1천만 유로(약 133억 원)가 추가로 배정되었다.
<자료 출처>
⚫ 독일 ARD방송 뉴스 타게스샤우(tagesschau) |
영국 재무부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분야 중 하나가 문화계라며 5억 5천만 파운드(약 8천4백억 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골자는 직원을 정리 해고하지 않는 조건으로 문화예술 분야 사업체에 3개월간 직원 인건비의 80%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또, 문화예술계 프리랜서들에게 2천5백 파운드(약 380만 원) 한도 내에서 지난 3년간 소득 평균의 80%를 3개월간 지원해준다. 한편, 영국문화예술위원회 역시 1억 6천만 파운드(약 2천4백억 원) 규모의 긴급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이 중 1억 4천만 파운드(약 2천억 원)는 예술기관에, 2천만 파운드(약 306억 원)는 독립 예술인에게 1인당 최대 2천5백 파운드(약 380만 원)까지 지급된다. 신속한 지급을 위해 개인의 경우 온라인 신청서에 1) 계획 중이던 프로젝트의 내용 2) 과거 공공기금으로 지원된 프로젝트에 참여한 실적 3) 지원금을 사용하고 싶은 방법 등 세 가지 항목에만 답변하도록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것이 돋보인다. 민간 부문과의 협력도 눈에 띈다. 넷플릭스의 후원으로 ‘영화방송계를 위한 긴급지원기금’을 마련하였으며, BBC 아트와의 협력하에 ‘격리 기간 중 문화 기금’을 신설하여 크리에이티브 미디어(인터랙티브, 영상, 오디오 등)를 활용하는 신작 예술품에 대해 최대 8천 파운드(약 1천2백만 원)까지 창작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자료 출처>
⚫ 영국 compendium cultural polocies & trends |
3월 27일, 미국에서는 2조 달러(약 2천5백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 법안이 통과되었고, 이 중에서 3억 달러(약 3천7백억 원)가 비영리 문화기관, 미술관/박물관, 도서관, 방송국, 그리고 주립 문화예술 기관을 위해 배정되었다. 여기에는 기관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시와 카운티 단위에서 소규모 예술 단체에 교부할 수 있는 ‘커뮤니티개발블럭기금’, 비영리,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을 위한 긴급 대출 등이 포함된다. 또한, 당초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었던 프리랜서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도 실업급여가 확대되어 제공된다. 기본적으로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을 기반으로 하는 펀딩 구조인 미국의 특성상, 이 사상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앤디워홀재단 등의 개인 재단과 아트앤미디어여성협회 등 각 분야의 협회와 조합들이 적극적으로 긴급구호기금을 내놓고 있으며, 민간의 기부와 후원을 독려하고 있다. 이를테면 라우션버그 긴급 기금은 시각 및 미디어 예술가에게 예상하지 못한 의료비가 발생할 경우 최대 5천 달러(약 6백만 원)까지 지원해주고, 프리랜서 조합은 국가 지원금으로 사용할 수 없는 식료품비, 공과금 등을 위해 최대 1천 달러(약 120만 원)까지 지원해준다. 미국 전역에서 백여 개 이상의 긴급 기금, 크라우드펀딩, 펠로우십 등이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웹사이트만 해도 다수 운영되고 있다. 그 밖에 예술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법적 분쟁에 관해 상담받을 수 있는 법률자문센터와 정신적 불안감을 완화해주는 심리상담센터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도 눈에 띈다.
<자료 출처>
⚫아메리칸 포 더 아츠(American for the Arts) |
아시아권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문화예술 분야에 긴급지원 예산을 투입한 국가는 대만이다. 대만 정부는 3월 12일에 15억 대만 달러(약 6백억 원)에 달하는 ‘문화예술 분야 지원 및 부양책’을 발표했다. 지원 대상에는 출판, 공연, 미술, 영화, 지역 문화센터, 유형 및 무형 문화재 등 문화예술계 전반이 포함된다. 지원 정책은 1) 예술계의 피해 지원 및 대응력 강화 2) 문화 재활성화 두 분야로 나뉜다. 전자는 스태프 인건비, 행사 취소에 따른 환불 비용, 임차비 등 코로나 사태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을 보상해주는 방안과 예술가들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스태프 트레이닝, 기술력 개선, 디지털 마케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방안으로 구성된다. 후자의 경우, 신속히 문화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시민들에게 영화관, 서점, 공연장, 음반 판매장, 극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료 바우처를 대량으로 지급하고 있다. 신규 지원만큼이나 주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이미 지원이 확정된 기금에 대한 관리와 예술계와의 소통이다. 확정된 지원금에 대해서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교부 일정을 당기고, 선금 교부 비율을 높이며, 사업 검토-평가-교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 또한 대만 문화부는 주기적으로 각계 문화예술 분야와 자문회의를 가지며 부양책을 시정하고, 추가적인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자료 출처>
⚫대만 문화부 MINISTRY OF CULTURE |
코로나19가 남미에서 확산하기 시작한 3월 중순부터 칠레 정부는 발 빠르게 문화예술계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3월 24일 발표한 지원책의 총예산 규모는 150억 페소(약 214억 원)다. 피해에 대한 보상 지원만큼이나 예술가들이 위기 상황에도 계속해서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나가고 시민들은 그 콘텐츠를 향유할 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온라인 문화생활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콘텐츠 저작권을 구매하고, 문화예술 관련 e-러닝 코스를 개설하고, 예술 작품의 국내 투어 및 해외 진출을 위해 편성되었던 예산을 디지털 콘텐츠의 창작과 유통을 위해 전용한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엘리제 쿨투라(elige_cultura)라는 통합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여 지역 예술가들의 음악 콘서트, 영상, VR 작품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하고, 온다 미디어(Onda Media)라는 플랫폼에서는 자국 영화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자료 출처>
⚫칠레 문화부 |
각 나라는 고유한 문화예술 지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계에 닥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가들의 정책에서 몇 가지 유효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단순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에 문화예술인을 포함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된다. 매일 매출이 발생하는 형태가 아니라 프로젝트 중심으로 운영되는 문화예술계의 특성상, 매출 감소액이나 작년과의 소득 대비로 피해액을 산출하는 것은 실제 피해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 이에 문화예술 분야에 특화된 별도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 여타 긴급지원책과 마찬가지로, 예술 분야의 지원도 무엇보다 신속하고 단순한 절차로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예술 분야는 독립 프리랜서와 자영업 비율이 높아 산업의 위기가 곧바로 개인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술 인력의 대규모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예산 규모는 크지만 지원 서류가 60장에 달해 빈축을 산 바 있다. 그 밖에도, 예술 현장에서는 확정된 기금의 운용 방식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호주예술위원회는 사업 평가 기준에서 관객 수 항목을 제외하고, 증빙 서류를 완화하며, 사업 기간을 연장하고, 인건비, 사무실 임차료 등 당초 사업비로 허용되지 않았던 항목을 사업비에 포함할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많은 국가에서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정책들이 국가 간에도 보다 활발히 소통될 수 있는 길이 열려 함께 위기의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로 모이길 기대한다.
김신우는 페스티벌 봄, 부산국제영화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에서 일했다. 그 밖에도 다원예술 분야의 프로덕션 매니저, 통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참고링크
on the move(코로나19 관련 유럽·아시아·북미 정보)
Compendium cultural policies & trends(코로나19 관련 유럽 정보)
Americans for the Arts(코로나19 관련 미국 정책·동향 정보)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코로나19 관련 해외통신원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