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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공연예술인이 알아야 할 저작권
코로나19 시기, 문화예술계가 주목해야 할 저작권과 계약②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사람들은 서로 멀어졌지만, 공연예술을 즐기고 싶은 욕망은 더 커지고 있다. 직접 만나지 못해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문화 공연도 늘어나고 있다. 관객을 직접 앞에 두고 하는 공연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연을 보고 싶은 관객들의 열망과 공연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합해져 이른바 ‘랜선 공연’이라고 하는 온라인 공연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공연을 진행할 때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연물이 무단 유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 되었다. 또한 공연이라는 형태가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동영상이 제작되고 온라인 전송이 이루어지는 행위가 덧붙여지므로 공연만 하던 예술인들도 무엇이 달라졌는지 저작권의 권리는 어디까지인지 알 필요가 있다.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본이 필요하다. 희곡이나 시나리오처럼 대사와 지문이 있는 대본은 저작물에 해당된다.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공연’은 “저작물 또는 실연·음반·방송을 상연·연주·가창·구연·낭독·상영·재생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같은 공간에 속해 있는 장소 안에서 이루어지는 송신도 포함된다. 다만 공연 내용을 온라인으로 전송할 때에는 공중송신에 해당이 된다.
공연을 할 때 대본을 사용하므로 저작권 계약인 공연 계약을 하게 된다. 즉 대본을 사용하여 공연을 제작하므로 작가에게 대본 사용료를 지급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대본의 사용 범위가 계약상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본의 사용 범위는 기본적으로 공연을 하는 데까지이다. 즉 대본대로 공연을 하고 공연을 마치면 더 이상 대본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계약이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라인 공연도 대본의 사용 범위에 해당될까?
공연의 영상물을 온라인으로 전송하는 것은 공중송신에 해당될 수 있다. 저작권자에게는 공중송신권이 있어서 자신의 저작물에 관해 공중송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대본으로 공연을 하고 그 공연을 영상화하여 SNS, 웹사이트 등으로 온라인 전송을 할 수 있는 권리도 저작권자에게 있다. 그러므로 작가와 공연 계약을 할 때 대본의 사용 범위를 온라인 공연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계약해야 저작권 계약에 문제가 없게 된다. 공연을 영상화하게 되면 해당 콘텐츠는 ‘공연물’이 아니라 ‘영상저작물’이 된다. ‘영상저작물’은 연속적인 영상이 수록된 창작물이다. 그 영상을 기계 또는 전자장치를 통해 재생하여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소리가 녹화되지 않는 영상물도 포함된다. 이러한 영상물에는 대개 영상제작자가 있다. 영상제작자는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있어 그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를 말한다.
공연에는 실제로 연기나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을 실연자라고 한다. ‘실연자’는 저작물을 연기·무용·연주·가창·구연·낭독 그 밖의 예능적 방법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말한다. 저작물이 아닌 것을 실연하는 경우도 포함이 된다. 여기에는 실연을 지휘, 연출 또는 감독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 실연자는 ‘저작인접권자’라고 하여 역시 저작권법으로 권리가 인정된다. 저작물을 표현하는 데 창작적인 기여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연기자나 연주자들이 공연을 하는 대가로 받는 비용에는 온라인 공연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온라인 공연이 대세를 이루게 된다면 실연자들의 권리 보호도 강화될 것이다. TV 드라마가 재방송될 때마다 해당 드라마의 배우에게 출연에 대한 비용이 지급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연자의 권리 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영상저작물에 대해 저작권법은 보다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영상 제작을 하는 경우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하면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가 이를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실연자가 공연영상물에 대해 저작권 등 권리를 주장하면 별도로 계약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연자의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복제권, 배포권, 방송권, 전송권은 영상제작자가 이를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즉 실연자는 아무 권리가 없게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공연의 중요한 요소인 관객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온라인 공연 장면을 이른바 ‘캡처’해서 블로그나 SNS에 올리면 어떻게 될까? ‘캡처’는 화면 저장을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공연 자체는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이다. 그러나 공연에 대해 소개하거나 비평하는 등 관객이 공연에 대해 ‘리뷰’하는 글을 쓸 때 공연의 한 장면을 화면 저장하여 온라인에 게시하는 것은 저작권법 제28조에 의해 허용이 된다.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을 규정하고 있다.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추가로,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은 예시 규정이므로 네 가지만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출판이나 문화행사 등에도 허용될 수 있다.
공연 영상물이 무단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리고 영상을 보는 관객들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며 무단 복제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단 유출된 영상물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법에서는 영상저작물 녹화 등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사후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일부 유튜버들 중에는 동영상을 자신이 유튜브에 올려 해당 공연이 광고가 되었으니 문제없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부수적으로 광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분량의 영상이 무단으로 유튜브에 게시된다면 미미한 광고 효과를 넘어서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공연 소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작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감기처럼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공연과 온라인 공연은 병존하게 된다. 온라인 공연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공연 형태로 정착된다는 얘기다. 공연에는 대개 클라이맥스가 있다. 결정적 장면에서는 관객도 실연자도 숨을 죽인다. 그 감동과 희열 때문에 관객도 다시 공연을 보러 가고 배우도 무대에 서게 된다. 코로나19 시대라는 힘든 상황에서 온라인 공연이 확대되는데, 분위기에 휩쓸려 공연예술인들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게 되면 온라인 공연을 지속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관객도 즐겁게 공연을 관람하는 만큼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온라인 공연을 즐겨주기를 바란다.
이승훈은 한국저작권교육센터 저작권 강사로서, 공연예술, 출판, 온라인 콘텐츠 분야에 관한 저작권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국립중앙도서관 등에서 실제 사례를 위주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저작권 교육을 통하여 창작자들과 일반 이용자들의 조화로운 저작권 사용을 추구하고 있다. 알면 더 재미있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저작권을 올바르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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