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에 실린 글의 내용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TEL 02-708-2293 FAX 02-708-2209 E-mail : weekly@gokams.or.kr
예술과 기술, 비즈니스의 시너지를 꿈꾼다
제주혁신성장센터 ICT융합창업허브 PROJECT8제주에 또 다른 바람이 분다. 제주는 그동안 관광지에서 내외 주민의 사업 터전으로, 한편으로는 굵직한 기업들의 사옥 이전으로 변화해 왔다. 2019년 3월, 제주 영평동에 'PROJECT8 K'arts ICT융합창업허브'(이하 PROJECT8)가 제주혁신성장센터에서 문을 연다. PROJECT8은 ‘Growing Together’를 슬로건 삼아 코워킹(co-working)을 통해 코그로잉(co-growing)을 지향하는, ICT 기반 문화예술 융합 산업 분야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accelerating) 센터이다. 예술가와 단체가 풍성하게 자리하고 민간과 공공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제주지만, 기술 기반의 문화예술 창업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전문 기관이 들어서는 건 처음이다.
* 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에 초기 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단체(startup accelerator)
창업 아이디어나 아이템만 존재하는 단계의 신생 스타트업을 발굴해 업무 공간 및 마케팅, 홍보 등 비핵심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단체를 이른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PROJECT8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주혁신성장센터를 조성하면서 시작되었다. 센터는 중점적으로 육성할 사업 분야 중 하나로 ICT 기반 문화예술 산업 분야를 꼽았고, 이 분야의 수탁사업자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술지주(주)가 최종 선정되었다. 이후 연극원 최준호 교수가 센터장을 맡아, 2018년 5월부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그동안 예술 분야 청년 창업 지원 사업인 ‘예컨대 프로젝트’를 통해 꾸준히 청년 예술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을 운영해 왔다. 3층으로 이루어진 제주혁신성장센터 건물 1층에는 소셜 벤처를 지원하는 ‘낭그늘’이, 3층은 ‘친환경스마트자동차연구센터’가 자리 잡았고, PROJECT8은 2층에 둥지를 틀었다.
PROJECT8은 문화예술 분야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고 기초 데이터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극장·공연 분야에서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 콘텐츠를 창출하거나, 빅데이터 기반의 문화예술 콘텐츠 유통·배급을 개선하는 서비스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제주에서 전시 중인 ‘빛의 벙커’ 같은 ICT 기반 문화예술 콘텐츠가 PROJECT8이 만들고자 하는 사업 영역과 유사하다.
PROJECT8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융복합 창업 공간을 지향한다. 예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은 인큐베이팅 공간을 거점으로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게 된다. 멘토링과 교육은 물론, VC(벤처 캐피털: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업)들과의 직접적인 만남도 진행된다. 입주 기업들은 이를 통해 콘텐츠 개발과 사업적 토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스타트업 성장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PROJECT8은 기존의 창업 지원 센터들의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데 신경을 썼다. 기존의 지원금 및 VC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멘토링 및 교육을 한국형 스타트업들에게 필요한 커리큘럼으로 보완하는 등 단계별·분야별 보육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입주 공간은 사무 공간과 연구실, 복합문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심과 떨어진 한라산 초입의 첨단과학단지 내에 위치하여, 제주의 자연을 느끼며 작업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 공간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시제품 및 IT 기기 테스트룸은 기존 창업 공간과 뚜렷하게 차별화된 강점이다.
PROJECT8은 2018년 12월, 5개 기업을 우선입주기업으로 선정했다. 우선입주기업들은 개관 전 사무실, 회의실, 카페 등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안배했으며, 컨설팅과 멘토링도 진행 중이다. 현재는 4월 1일 개관을 앞두고 개관 준비가 한창이다. 9개의 1기 입주 기업 선정도 막 마친 상태다. 올해 1월과 2월에 걸쳐 진행된 1기 입주 기업 모집에는 112개 기업이 신청해 문화예술 창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9개 기업은 블록체인 플랫폼, ICT 공연예술, 미래형 관광 플랫폼 등 ICT 및 문화·예술 융합 산업 관련 업종으로 확정됐다. 입주 기업들은 오피스를 비롯한 사업 공간과 더불어 사업 자금, 해외 진출 연계 지원과 멘토링을 지원받는다. 특히 PROJECT8이 ‘창업 허브’를 추구하는 만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유럽·미국과 글로벌 협력 체계를 만들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해낼 예정이다. 이미 2018년 12월에는 제주스타트업협회와, 2월에는 중국 액셀러레이팅 센터 ‘상해마커후중창공간관리유한공사(Make021)’와 연이어 MOU를 체결하였다.
제주를 방문해 센터장을 맡고 있는 최준호 교수와 입주 기업인 디스커버제주 김형우 대표의 인터뷰를 통해 PROJECT8의 설립 취지 및 향후 비전 등을 들어 봤다.
최준호 센터장에게 PROJECT8의 차별점과 향후 계획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Q. 문화예술 기반 창업 허브로서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A. 육성부터 성장까지의 과정, 콘텐츠, 협력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로, 기존의 스타트업 육성 센터들이 공간과 지원금을 제공하고 제품을 만드는 데서 그쳤다면, 우리는 여기에 처음부터 투자자들이 붙어 액셀러레이팅을 함께한다. 아이템(제품)과 투자를 두 손에 쥐고 PROJECT8을 떠나게끔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두 번째로, 여타 기술력과 독창성, 확장성이 있는 기업들이 확장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이 반드시 필요한데 우리는 그에 필요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협력을 위한 벽을 허물 것이다. 기술과 문화예술의 융합을 위해서는 지역과 중앙, 민간과 공공끼리도 융합할 준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Q. PROJECT8이 예술 전공생 또는 예술 관련 종사자들이 창업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계기가 될 것 같다.
A. 아직 벽이 높다. 예술 창업은 제조업과 같은 제품 개발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산업화 이전에, 창업은 전혀 다른 길이기에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돕는 곳이 되고자 한다. 비즈니스화할 수 있는 희망이 보일 때 들어올 수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더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
Q. 개관 전이긴 하지만, PROJECT8의 중장기 계획은 무엇인가?
A. 해외에 잘 육성된 스타트업을 배치하는 것이다. 개관 후 당분간은 국내 기업 중심으로 운영할 테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해외 기업도 들어올 예정이다. 국내 스타트업과 또 다른 시각을 가지고 다른 아이템을 만들어 내는 협업 기반을 가져갈 것이다.
12월부터 우선입주기업으로 입주한 ‘디스커버제주’의 김형우, 허진호 공동대표를 만났다.
Q. 입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디스커버제주는 제주의 문화와 IT를 엮어 설립된 로컬 여행 액티비티 콘텐츠 개발 회사이다. 우리는 제주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유산을 활용하고, 자본가가 아닌 지역민이 직접 액티비티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PROJECT8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필요한 경험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입주했다.
Q. 제주의 문화를 IT와 어떻게 연결했는지 좀 더 설명한다면?
A. 문화는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체계를 말하는데 우리는 제주 도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공유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글, 사진, 영상으로 콘텐츠 작업을 한 후 온라인 플랫폼에 엮어 내는 일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지역민들의 생활 낚시에 TV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의 재미 요소를 가미한 고망 낚시, 서귀포 보목항 선장님이 배 타고 섶섬에 나가 아이들과 수영하고 노는 일상을 담아낸 볼레낭개 호핑투어, 뛰노는 돌고래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야생 돌고래 탐사 프로그램, 지역민의 범위를 확대해서 재주 많은 이주민들과 함께 사진 심리 상담을 하는 마음사진관,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라이트 페인팅 아트를 하는 별밤 사진관, 일출 무렵 인생샷을 찍는 인생사진관 등이 있다.
Q. 입주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들을 했나? 향후 활동에 대해 PROJECT8과 논의한 사항이 있다면?
A. 아직은 입주 기업이 3개 업체밖에 없고 현재 1기 선발 기업들이 입주 준비 중이라 PROJECT8의 내부 프로그램은 아직 돌아가고 있지 않으나, 올해 투자 유치를 위한 피칭과 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디스커버제주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성장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 유치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고 있다.
예술에 기술과 비즈니스가 융합되었을 때 만들어질 ‘아름다운 시너지’를 위해 전문 예술인과 창업가들이 모인 곳.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 시티 등 기술이 일상화된 삶에 문화와 콘텐츠가 더해졌을 때 세상을 변화시키고 혁신의 아이콘이 될 창업가들이 제주에 모였다. PROJECT8은 이러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열린 공간이다. 예술과 기술, 예술과 산업이 온전히 섞이려면 충분한 시간과 숙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오랫동안 단기적인 성과에 떠밀려 창업과 창직 사이에서 외롭게 고민해야 했다. 이곳은 젊은 예술가들이 세상 속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는 길잡이이자 이해의 공간을 지향한다. 이 공간에서 문화와 예술이 결합된 창의적인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들이 예술가의 또 다른 멋진 작품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조인선은 전통예술 디렉터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아쟁을 전공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국내 최초 전통예술플랫폼 모던.한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은 진화 중’ 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한국의 다양한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현재 웹진≪예술경영≫의 제10기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