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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화되는 키즈 문화콘텐츠 창업 현장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뮤즈뮤즈 키즈뮤지컬생애주기별로 예술 산업의 대상도 점차 분화되고 체계화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국내 문화예술 콘텐츠 시장도 0세 콘텐츠, 유아 콘텐츠로 점차 세분화해, 공공과 민간의 영역에서도 이를 고려한 사업과 프로그램이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키즈 세대를 겨냥한 전문 예술 창업 사례를 소개한다.
일반 미술 학원이 아닌, 남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미술교육 콘텐츠를 가진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는 2009년 창립해 올해로 10년차를 맞았다. 최민준 소장은 디자인을 전공하다 휴학 후 24살에 이 연구소를 만들었따. 띠동갑 터울의 여동생을 돌보면서 어머니 대신 부모 역할을 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아동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전공을 살려 미술교육 관련 회사에 취업하려 했으나, 여자 선생님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분야인 만큼 현실적으로 취업이 쉽지 않았다. 이를 계기로 아동 미술시장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소외된 남성 아동, 남아 미술교육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남아 미술 전문 교육기관’을 직접 만들게 되었다. 폭발적인 수요가 밀려들어 왔고, 비교적 순탄한 성장기를 거쳐 현재 3개의 직영점과 34개의 분점까지 총 37개의 ‘미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 1회 기준 월 18~19만 원의 높은 수업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곳이다.
정책 단위에서 생애주기별 사업모델을 강조하다 보니, 문화예술 교육 분야도 대상군을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어린이, 특히 남자아이를 대상으로 창업까지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최 소장은 “남아와 여아는 근본적인 기질과 타고난 성정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에 있어 속도와 방법 면에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다른 두 대상을 포용한다는 명목으로 대상간의 차이를 지워버리는 것은 교육의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각자가 가진 기질을 분석해 상대적으로 발달 속도가 달라서 생기는 남아와 여아의 차이를 확인하고, 이 차이를 다름이 아니라 틀림, 뒤쳐짐으로 받아들이는 데서 오는 교육 환경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것이 남아미술연구소의 목적이다.
최민준 소장은 처음에는 개인 방문 미술교육으로 시작했다. 이후 수요 늘어나자 미술 심리치료를 배우던 지인과 그 후배들 4명과 함께 ‘교습소’를 열게 되었다. 그럼에도 대기자만 130명 이상이 될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되자 2011년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학원으로 변경, 2012년 초부터 현재의 프랜차이즈 형태를 갖추었다. 사업 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는 방문 미술 수업 시 사용하던 교재와 프로그램을 가지고3천만 원가량의 기술보증기금을 3천만 원가량 받기도 했다.
직영점과 분점의 직원 대부분은 미술 전공자들이다. 사실상 직원들에게는 미술 선생님의 예술적 역할과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사업적 역할의 경계가 모호했다. 최 소장은 창업 관점에서 본인의 예술관을 담은 창작 활동과 사업을 위한 예술 콘텐츠는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직원과 스태프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 운영에 대한 고민도 함께 커졌다. 대표이자 리더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헌신과 희생을 무조건 요구할 수 없다는 게 최 소장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 일’이라고 각자가 받아들일 수 있게끔 설득하는 게 리더의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대표라서 가질 수 있는 특권은 거의 두지 않았고, 직원들에게 통장을 공개해 각 분원의 재정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수익의 4% 정도는 연간 인센티브 형식으로 구성원들에게 환원한다. 각자의 일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 동기부여의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춤, 노래, 연기가 모두 요구되는 종합예술이다. 뮤즈뮤즈 키즈뮤지컬의 류승희 대표는 성악을 전공한 남편과 함께 경기뮤지컬학교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노래와 연기를 즐겁게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5살 아이에게도 기존의 획일화된 음악교육 시장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한다. 1년 정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시간을 가진 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뮤지컬 작품을 모티브로 영유아‧어린이 대상의 음악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뮤즈뮤즈’를 론칭하였다.
기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 중에도 뮤지컬 수업들이 간혹 있긴 하지만, 대부분 원데이 클래스로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단시간에 캐릭터를 이해하고 노래를 배우는 것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류승희 대표는 평균 5~6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주 1회씩 총 10회의 수업 과정을 설계했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뮤지컬 <캣츠>를 모티브로 한 가면으로 고양이가 되기도 하고, <라이언킹>의 아기 사자가 되어보기도 한다. 10주 동안 하나의 뮤지컬을 배우는데, 각 주마다 캐릭터의 스토리텔링, 캐릭터 가면 만들기, 뮤지컬 넘버 율동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다양한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해보기도 하고, 자체 제작한 교구들을 사용해 스스로 장면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만들기도 한다. 음악에 스토리를 입힌다는 뮤지컬 제작 과정의 본질을 살린 커리큘럼이다. 10주 차에는 10분짜리 미니 뮤지컬을 완성하여 리허설 및 공연 앙코르 무대까지, 아이들이 직접 배우가 되어 첫 ‘데뷔 무대’에 서는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임시로 만든 무대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열정만큼은 어른 못지않다고.
전국의 음악대학 뮤지컬과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뮤지컬이나 오페라와 같은 공연예술 장르는 오디션부터 공연 일까지, 작품별로 비정규 계약직 형태로 운영되다 보니 대부분의 배우들이 불안정한 형태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뮤즈뮤즈는 뮤지컬 전공자들을 정규직 형태로 고용하고 있어 강사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현재 뮤즈뮤즈의 강사진은 20여명에 이른다. 강사들의 태도나 음악성뿐만 아니라 아이를 대하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자체적으로 1년의 연수과정을 거친 후에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기관과 문화센터에 강사로 배정하게 된다. 최근에는 기존의 구립문화원이나 문화센터 외에도 대구나 제주도 등에서도 문의가 많아 지역 뮤지컬 교육 전문 강사진도 꾸준히 채용할 예정이다.
류승희 대표는 독일 유학 생활 중에 경험했던 아이들을 숲속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게 하는 영유아 놀이(킨더가든)를 접목하여 지금의 뮤즈뮤즈 프로그램을 완성했다고 한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마인드이자 원동력이다. 향후에는 베트남과 태국 등 출산율이 높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수출할 계획이다.
조인선은 전통예술 디렉터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아쟁을 전공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국내 최초 전통예술플랫폼 모던.한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은 진화 중’이라는 슬로건으로 한국의 다양한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현재 웹진≪예술경영≫의 제10기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