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에 실린 글의 내용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TEL 02-708-2293 FAX 02-708-2209 E-mail : weekly@gokams.or.kr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속가능한 공연 생태계 조건
코로나19 이후, 공연시장의 변화와 과제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있다. 당장 생계와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이 시점에 도래하지도 않은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또한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지금이 논의해야 할 적기일 수도 있겠다. 포스트 코로나 세계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지금 이 시국을 타개할 방법과 방향을 살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7개 기관은 코로나19로 야기된 현장의 문제와 인식을 공론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코로나19 예술포럼 <예술의 가치와 미래>’를 순차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그 세 번째 자리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코로나19 이후, 공연‧미술시장의 변화와 과제’ 포럼이 지난 8월 19일 온라인 상에서 진행되었다. 본고는 이중 공연시장에 관련된 포럼에 한정하여 작성되었다.
제3회 코로나19 예술포럼 |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코로나19로 인한 공연 분야 피해 현황을 정리하자.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2020.1.20.-8.17 집계기준, 콘서트 포함한 전체 공연시장의 피해액은 2,457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중 콘서트를 제외한 연극, 뮤지컬, 클래식/오페라, 무용, 국악, 복합장르 등 순수예술 분야의 피해액은 1,135억 원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수치화되지 않는 피해가 있다.
극공작소 마방진 고강민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공연계의 고질적 병폐인 ‘양극화의 심화’를 지적한다. 지원에 의존하는 공연과 상업성이 강한 공연 사이에 양극화가 극심해졌으며, 거기에는 공연단체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상급 기관의 표류하는 정책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HJ컬쳐주식회사의 한승원 대표는 “공연중단으로 인해 혼란이 야기되었으며, 이해충돌까지 발생했다”라면서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재난과 위기의 상황에 대한 위기관리 매뉴얼과 컨트롤타워가 부재했음’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를 타개할 대안으로 민과 관이 함께하는 민관협동 컨트롤타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모든 공연계가 손해를 입었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는 분야를 꼽으라면 축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극장공연은 거리 두기 좌석제를 운용하며 진행이 되었지만, 상반기 축제는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이에 대해 춘천마임축제 강영규 총감독은 “현재 야외축제의 무대, 음향, 조명컴퍼니의 재정 상태는 최악이며, 개인의 우울증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는 “보통의 야외축제가 중앙 및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그 예산으로 개최되고 있는 구조 때문”이라며 원인을 지적했다. 덧붙여 “재난 상황에 유기적으로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재 축제의 기획과 현장이 분리된 축제 제작시스템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공연은 침체한 반면, 대안으로 온라인공연들은 활성화되었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티켓 판매를 위한 홍보와 마케팅 일환으로 전개되던 온라인공연은 이제 대체재처럼 이용되기도 한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공연 활성화와 관련하여 네이버 함성민 공연예술팀 리더는 코로나 이후 네이버 공연생중계 횟수는 3배, 참여 조회수는 4배로 증가했다고 이야기한다.
온라인공연은 현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나름의 미덕도 찾을 수 있다. 온라인공연의 가장 큰 무기는 시공간적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온라인공연은 문화 소외계층에게 문화 향수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여럿이 동시접속을 할 수 있어 무제한의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나아가 온라인공연은 향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는 공연단체들에 해외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해 줄 수 있다. 관객은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바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편리도 누릴 수 있다.
물론, 온라인공연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없지 않다. 가장 많은 사람이 지적하는 문제는 영상 기술과 관련이 있다. 아직은 영상으로 송출하기에 급급하여, 현장감을 살리지 못한 영상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명이나 음질, 화면의 편집 등과 관련하여 영상에 대한 체계적 고민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듯하다. 나아가 레이블 소설의 설현주 대표는 현재의 온라인 영상 선택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지적한다. 공공기관 중심으로 영상화 사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민간단체는 마치 대기업과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소외당하는 예술가, 공연이 없도록 통합적 사이트를 개설해주길 제안했다. 온라인공연 <힘내라 콘서트!>등을 운영해온 세종문화회관 김태진 문화재원팀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무관중 공연장의 건립’을 제안했다. 새로운 공연(장)의 형태를 마련하여 온라인공연의 다각화를 꾀하자는 의도다.
그러나 온라인공연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선결해야 할 문제는 저작권과 수익 배분 모델의 개발에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한승원 대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이며, 수익 배분 모델을 찾기 위해 주변 장르의 사례를 취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작권을 가진 당사자들 역시 적정한 수익에 대한 징수 제안을 줄 것을 요청했다. 창작자들이 나서서 권리를 주장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함성민 리더 역시 온라인 수익 배분에 대한 표준계약서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것이 해결된다면, 기제작된 영상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공연영상의 교보재 활용을 이야기한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늘어났지만, 교재가 부족한 상황이라 일선 학교에서 공연영상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분야도 예술 교과에 한정되지 않는다며, 역사 소재 작품은 역사 수업에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이 활성화된다면, 공연단체에서 수업에서 요구하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영상을 통한 부가수익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함성민 리더가 유통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설현주 대표는 제작 관점에서 발언했다. 실연자들의 퍼포먼스를 담는 지금의 방식을 탈피하자는 것이다. 그는 국내 예술가와 해외 예술가가 각각의 음원을 제작하고 이를 양국에서 동시에 송출해, 마치 함께 협연하는 듯한 방식도 있을 것이며, 일반시민들의 참여폭을 넓혀 여럿이 한 마디씩 불러 이를 조합하여 음악을 완성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이러한 영상 제작과 관련된 정책이 제작과 촬영에 대한 지원이 아닌 원천 콘텐츠의 발굴과 발전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객을 연루시키는 방식에 대해서는 한승원 대표도 의견을 같이한다. 현재 HJ컬쳐는 자체로 개발한 앱과 웹에서 멤버십 회원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 중이다. 그중 하나가 크라우드펀딩 사업이다. 관객을 공연의 주주로 참여시키는 방식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관객에게 창작 초연 작품의 아이디어를 구하는 등 다양한 관객 참여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이제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으며,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민간단체의 지속가능한 경영이란 결국 소비자와 연대, 동종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나아가 해외와의 협력 역시 활성화된다면, 해외 진출 역시 가능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오프라인 공연장을 중심으로 하는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성화 두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공연할 수 없게 된 민간단체에 무관중 온라인공연 기회를 주는 동시에, 최근 세종문화회관은 QR코드 무인검표 시스템을 도입하며, 관객이 대면하지 않고 안전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김태진 팀장은 기존의 접근하기 어려운 공연장의 인식을 깨서 친근한 공연장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공공극장으로서 선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그 해결방법을 민간과 공유하여 공연생태계에 지속에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공연의 현장성을 강조하는 고강민 대표는 공연 관계자와 관객 모두가 방역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를 방증하듯 공연장에서는 (포럼 당일을 기준으로)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은 사실을 주지시키며 “철저하게 감염방지의 노력을 계속하면서, 극장 문을 열어야 한다”고 정부 당국에 주장했다. 이에 더해 불가피하게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단체들을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공연취소보험’의 도입을 제안했다. 지금 대규모 행사 위주로 존재하는 행사종합보험의 범위를 확장하여, 일반 민간 공연단체들로까지 그 적용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강영규 총감독은 축제의 개최가 불가능한 시대에 축제가 살아남는 법으로, 올해 춘천마임축제에서 진행한 100신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기존에 한 공간에서 벌어지던 공연, 전시,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100개의 공간(scene)으로 분산해 진행한 것이다. 그밖에 여행패키지 등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는 이러한 방법보다 “예술이 공적인 가치에 대한 논의를 심화해야 함”을 주장했다. 아울러 집단적 에너지의 분출이라는 기존의 미학 대신에 다른 미학을 고민하고, 새로운 예술적 정체성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무리는 포럼 중 한승원 대표가 언급한 대만 오드리 탕 장관의 인터뷰로 대체한다. 오드리 탕은 지금의 난국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며 유발 하라리와의 대담을 인용했다. 그의 발언은 공연계,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하라리는 만약 우리가 이 위기를 글로벌한 결속과 협력을 통해 돌파하기로 선택했다면 그 결과 결속과 협력이 증폭되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위기를 전체주의적 체제로 돌파한다면? ‘전체주의로 이겨냈군. 역시 전체주의가 먹혀’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전체주의적 사고가 우리에게 깊이 각인될 것이다. 만약 투명성을 통해 코로나를 극복했다면? ‘그래, 투명성이 중요하지’라는 기억이 남는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이겨내는가, 그 시스템이 미래까지 증폭되리라는 것이다.”
김일송은 이안재 대표소사로 희곡출판 등 공연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전에 공연문화월간지 씬플레이빌 편집장으로 재직했으며, 서울무용센터 웹진 춤:in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THEATRE PLUS의 고문을 맡고 있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