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에 실린 글의 내용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TEL 02-708-2293 FAX 02-708-2209 E-mail : weekly@gokams.or.kr
미술시장, 온라인 플랫폼의 가능성과 한계
코로나19 이후, 미술시장의 변화와 과제WHO가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한지도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한국 정부 또한 2월 23일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며 코로나19 전염 차단에 나섰다. 이를 기점으로 전국의 공공 미술 기관은 일제히 잠정 휴관에 돌입했다. 올해 개최할 예정이던 국내 아트페어, 비엔날레도 대부분 일정을 연기했다. 그 외에 사립미술관, 갤러리 등 중소형 미술 기관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관객과 작품이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러던 중 5월 6일 방역 지침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되면서 국내 미술 기관은 전시를 재개하고 관객을 제한적으로 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상황이 다소 안정되면서 미술계도 금방 본래의 궤도를 되찾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8월 19일 정부는 수도권 지역에 한해 방역 방침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했고, 나흘 뒤 전국으로 확대 시행했다. 결국 코로나19의 장기화 조짐이 현실로 다가왔고, 대다수 국민은 상당한 심리적 피로감을 더 감내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물론 전국의 공공미술관도 다시 문을 걸어 잠갔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발표되던 날, 제3회 코로나19 예술포럼 <코로나19 이후, 공연·미술시장의 변화와 과제>가 온라인 생중계로 열렸다. 이번 포럼은 미술 생태계 중에서도 유통 영역, 즉 미술시장에 한정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아라리오갤러리 주연화 총괄디렉터, 디스위켄드룸 김나형 대표, (사)한국화랑협회 김동현 팀장, K옥션 손이천 이사(수석경매사), VR 및 AI 미술 테크놀로지 기업 이젤 윤영준 대표, 비영리 연구 단체 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이경민 디렉터까지 총 6명의 패널이 초청되었다. 대형 및 중소형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회사, 유통 플랫폼, 연구 단체 등 다양한 위치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들로 구성되어 코로나19 위기를 맞이한 미술시장의 다양한 경험과 목소리를 수렴하려는 주최 측의 의도를 알아챌 수 있었다. 포럼의 사회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사업본부 심지언 본부장이 맡았다.
제3회 코로나19 예술포럼 |
첫 번째 토론 주제는 ‘코로나19가 야기한 미술시장의 변화’였다. 각 패널은 팬데믹 속 미술시장이 어떤 상황에 직면했고,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차례대로 경험과 의견을 밝혔다. 주연화 디렉터는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최초 발병 후 급속도로 전염되며, 모든 중국 갤러리가 휴관했던 때를 글로벌 미술시장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첫 사건으로 지목했다. 연이어 아트바젤, 아트바젤홍콩, 프리즈뉴욕이 취소되기에 이르렀었다. 일반적으로 대형 갤러리 매출의 60%가 해외 아트페어에서 발생하는데, 이 매출이 통째로 증발해버린 셈이다. 아트페어와 갤러리 모두 이에 대처하기 위해 웹 사이트에 ‘온라인 뷰잉룸(Online Viewing Room)’을 개설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김나형 대표는 “중소형 갤러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 맞서, 그 이전부터 조심스럽게 변화를 모색해왔던 것이 유효했다.”라고 밝혔다. 외형, 인력, 운영 방식 등에서 대안적 기능과 정체성 구축을 시도해왔고, 젊은 구매층을 새로 유입시키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된 기술,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미술시장이 급부상하면서, 기존에 중소형 갤러리에 관심을 보이던 수요자들은 더 큰 시장으로 빠르게 흡수되었다.
아트페어와 경매회사의 상황은 어땠을까? 김동현 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우수한 갤러리 참여를 유치해 양질의 아트페어를 진행하고, 컬렉터의 방문 및 구매 유도가 어려워졌음”을 토로했다. 그 이유로는 갤러리 관계자와 컬렉터의 안전에 대한 부담, 운송비 및 항공료 상승, 스폰서 위축으로 인한 운영 예산 축소, 작품 판매 보장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손이천 이사에 의하면 K-옥션 낙찰 총액 또한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그럼에도 경매회사는 갤러리나 아트페어에 비해 코로나19의 영향이 덜했다고 밝혔다. 해외 메이저 경매사의 경우 2월 이후 중단되었던 대규모 경매가 6월에 재개,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뉴욕, 런던, 홍콩 등 주요 도시를 연결, 실시간 통화 경매를 시도해 꽤 좋은 실적을 달성했다고 한다.
윤영준 대표는 “미디어 환경 속 미술 향유자가 전시나 작가에 대한 정보를 영상과 오디오 기반의 콘텐츠로 쉽고 친절하게 제공받기를 원한다.”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더 좋은 세일즈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주장했다. 이경민 디렉터는 다양한 리서치 기관의 발표 자료를 근거로 주장을 펼쳤다. 요지는 미술시장 전체의 매출액이 감소하는 와중에 온라인을 통한 거래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고,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한편 “코로나19 이후 유럽, 미국, 국내 등에서 체감한 위기감은 매우 달랐다. 유럽과 미국 미술시장을 중심으로 더욱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지만, 국내에서는 국공립 미술관 외에 미술 공간이 문을 닫은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국제 아트페어가 대거 취소되면서, 아트페어에서 해외 매출을 대부분 의지했던 국내 갤러리들은 온라인 뷰잉룸 개설 외에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 갤러리 또한 한국 작가를 프로모션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종합하자면 코로나19 이후 미술시장은 ‘온라인 뷰잉룸’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대대적 전환이 이뤄졌다. 기존에 온라인 마켓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욱 거래가 활발해지고 그 규모가 성장했다. 더불어 새로운 소통 방식과 연대, 협업을 시도하며 그 범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 시장 주체는 온라인으로의 전환 국면을 맞아 어떤 준비와 시도를 하고 있을까? 온라인 전환이 가져다줄 가능성과 위험성, 그 한계는 무엇일까?
모든 패널이 입을 모아 강조한 온라인 미술시장에서의 핵심 전략은 콘텐츠 자체의 질과 이를 개발, 관리할 수 있는 기술력 및 인력 그리고 상생을 위한 협업과 연대, 공유의 새로운 방식이었다. 앞서 밝혔듯 대형 갤러리와 아트페어의 대응 방식은 자체 온라인 뷰잉룸 구축이었다. 주연화 디렉터는 “현시점은 시장 환경의 변화에 맞서는 여러 방식을 탐색, 시도하는 단계다.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 성공적일지는 더 지켜볼 문제다.”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어 미술시장 주체 간 유의미한 연대의 사례로 소더비 웹 사이트에 뉴욕 중소형 갤러리의 정보를 게재하고, 이들이 소더비 고객과 거래할 수 있도록 유도한 일을 소개했다. 데이빗즈워너갤러리 또한 자체 온라인 뷰잉룸을 갤러리들과 공유하는 ‘플랫폼 뉴욕(Platform: New York)’으로 지역 미술시장에서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김나형 대표는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국내의 신생 기획 단체를 소개했다. “‘오시선(Osisun)’, ‘카바라이프(Cava Life)’ 등은 온라인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오프라인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며, “기획자, 영상 제작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마케터 등 기존 미술계 구성원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과 협업함으로써 미술시장의 외연을 넓히는 연대 활동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현 팀장은 아트페어의 온라인 뷰잉룸이 가진 양극화 위험성을 경고했다.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갤러리는 저마다 특화된 감식안과 전략으로 꾸민 부스 디스플레이로 승부를 건다. 반면 온라인 뷰잉룸의 균일한 레이아웃 속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와 가치는 평준화된다. 이 평준화는 단편적으로 봤을 때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될 것 같지만, 오히려 구매층이 갤러리의 이름값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특히 새로 유입된 구매층일수록 부족한 경험치 탓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경민 디렉터 역시 “온라인은 결코 평등한 매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힘줘 말했다.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할 자본과 여력이 없는 중소형 갤러리는 주요 온라인 플랫폼을 더욱 많이 활용할 것이고, 결국 온라인 미술시장은 ‘온라인 플랫폼, 대형 갤러리, 경매회사의 3강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콘텐츠 자체의 질을 강조하면서 그 핵심 요소로 ‘아카이브’를 꼽았다. “전시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효과적으로 제시되지 못했던 아카이브 자료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더욱 유용한 정보와 가치로 작동할 수 있으며, 온라인에서의 작품 가격의 공개가 실제 구매로 이끄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이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재확인되었다.”라고 밝혔다.
윤영준 대표 또한 온라인에서의 작품 가격 공개를 경매회사가 다른 미술시장 주체에 비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로 지목했다. 한편 “코로나19의 장기화 조짐은 위축되었던 소비 심리를 다시 회복시키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의 지속이 시중의 현금 유동성을 강화시켜, 투자 목적의 새로운 구매층이 미술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을 엿봤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이 20~30대의 젊은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낸다면, 향후 오프라인 시장이 회복되었을 때 이들을 컬렉터로 변모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손이천 이사는 “이전부터 온라인 미술시장에 익숙해져 있던 경매회사가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부분은 관련 기술에 대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를 위해 첨단 IT 기술을 도입해 지구 반대편에서 상호 연결된 경매사와 고객 시간 차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자 심지언 본부장은 마지막 토론 주제로 미술시장과 공공 정책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제안하며, 공공과 민간 영역 간 협력 방안,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각 패널이 미술시장에서 상이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차원의 문제 제기와 대안을 들어볼 수 있었다. 주연화 디렉터는 미술품 거래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 변화를 이끌 공공 제도의 역할을 요구했다. 김나형 대표는 공공에서 미술시장의 주체 또한 콘텐츠 생산자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다양한 연대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했다. 김동현 팀장은 온라인 미술시장에 많은 이슈가 발생하는 현시점이 오히려 오프라인을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자각하고, 향후 한국 미술시장의 건전한 생태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손이천 이사는 미술시장 주체들이 스스로 책임과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를 대중과 공감할 수 있도록 교육적 활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영준 대표는 현행하는 미술품 구매에 대한 비과세 제도를 유지하며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강점을 살리고,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정책을 요구했다. 이경민 디렉터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 성장할 온라인 미술시장에서의 디지털 아카이브와 교육 사업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생산자로서의 작가에게 필요한 작품 유통과 보존, 아카이빙, 관련법에 대한 장기적, 구체적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번 포럼은 코로나19 상황을 마주한 미술계의 유통 영역, 즉 미술시장의 변화와 이에 대처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가능성과 위험성, 한계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그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하게 생산과 소비 영역 주체들, 즉 작가와 컬렉터와의 긴밀한 관계를 재확인하고 그 주변부에서 상보적 역할을 하는 공공 영역의 중요성까지 되짚어 볼 수 있었다. 필자가 비록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미술 전문지 기자이자 독립큐레이터로서 미술 현장을 경험한 바에 의하면, 미술계의 생산·유통·소비의 구조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유리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생산 주체인 작가, 특히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젊은 작가가 체감하는 유통과 소비 영역과의 단절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일까. 김나형 대표가 밝힌 중소형 갤러리에서의 대안적 협업 및 연대 방식과 이경민 디렉터가 주장한 작가에 대한 장기적, 구체적 교육의 필요성에 더욱 공감했다. 2차 시장으로서 작가와 직접 소통하는 경우가 드문 경매회사나, 유통과 소비 영역 주체를 매개하는 온라인 플랫폼 입장에서야 보다 시장 논리에 입각해 미술시장의 확장을 도모하려는 고민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생산과 유통을 매개하는 1차 시장으로서 갤러리와 아트페어는 젊고 유망한 작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 및 육성하고자 하는 노력과 시도가 필요하다. 공공 영역 또한 작가의 원활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갤러리, 아트페어 등과의 다각적 협력으로 이들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작가와 시장은 물론 연구적 차원까지 매개하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유통의 기능 자체가 마비되고, 결과적으로 소비 주체의 미술 향유 기회가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조현대는 미술기자이자 독립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예술학과를 수료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기획자 콜렉티브 ‘불량선인’으로 활동했다. 전시 <관악구 조원동 1645-2>(강남아파트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