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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공간, 소규모 행사로의 소소한 변화
언택트 시대에 활용 가능한 특별한 공간들최근 감염경로가 불명한 코로나19의 확진 사례가 급증하면서 9월 6일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간 더 연장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방역 수칙에 해당되었던 실내 50인, 실외 100인 이상의 집합 금지 및 지역 내 공공시설의 운영이 전면 중단되었다. 준3단계에 해당하는 10인 이상의 모임과 집회 금지 등의 방역 수칙이 적용된 2.5단계로 상향 적용됨에 따라 지역별로 공연과 전시가 포함된 각종 예술단체의 모임 또한 100~10인 이하의 소규모 오프라인 행사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불안감에 지쳐 더 이상 멈춰 있을 수 없는 문화예술인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방역 수칙을 지키며 끊어진 관객의 발걸음을 다시 끌어오겠다는 절실한 각오를 통해 직면한 현재의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공공시설의 대관이 불가피하다 보니 민간 기업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대관 공간을 빌려 방역 수칙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사를 기획하여 진행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공공 기관의 특성상 복잡한 개방 조건과 다소 까다로운 대관 절차나 규제가 제반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관 절차가 유연한 중소형 규모의 장소들이 대안적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9월의 현장읽기에서는 정부의 지침과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야외 100인, 실내 50인이하의 대관장소로 진행이 적합한 작지만 독특한 베뉴(Venue)를 소개하고자 한다.
코리아 유니크베뉴의 컨설팅위원으로 위촉되어 두 달간 전국 30여 곳의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크 베뉴를 답사하고 돌아왔다. 코리아 유니크 베뉴란 한국을 대표할 만한 지역 명소를 문화체육 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공동으로 주관, ‘코리아 유니크 베뉴’로 지정하여 다양한 지원과 홍보를 통해 K-convention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초대형 공간을 비롯하여 규모가 크진 않지만 지역 고유의 문화, 특색을 주제로 개최지로서 공간의 가치와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만한 특별한 장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 대관 공간 이상으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한국가구박물관은 한옥에 우리 전통 목가구를 전시해 놓은 한국의 생활사 전시 공간이다. 1995년부터 약 15년간 한국의 옛 가옥들을 그대로 옮겨와 조선 후기에 제작된 전통 목가구를 다양한 특성별로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지만 G20 정상회의 때 영부인 오찬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후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국내외 주요 행사 섭외 대상 1순위로 떠올랐고,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대사나 한국에 방문하는 국빈급 인사들의 필수 방문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행사를 위한 전문 공간은 아니지만 궁채, 곳간채, 특별전시관, 중정 뜰 등 10채의 각기 다른 한옥의 대관이 가능하며 10인에서 50인 사이의 다양한 인원의 수용이 동시에 가능하다. 공연, 웨딩, 리셉션 등 다양한 행사 장소로 대관 가능하지만 현수막이나 포스터 등의 설치물의 반입은 불가능하다.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을 많큼 뛰어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으며, 내국인보다 외국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공간인 만큼 한국적인 콘셉트의 행사나 소규모 VIP 공연 등 고품격 행사에 적절한 공간이다.
‘본래의 형태(本態)’라는 뜻의 본태박물관은 그 이름처럼 인류 본연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기 위해 설립된 제주도에 위치한 박물관이다. 본태박물관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1995)을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축으로 유명한 공간이다. 50인에서 300인 규모의 행사가 가능하며 자체 케이터링 서비스를 진행 하고 있어 다과나 식사가 포함된 행사나 리셉션이 가능하다. 너른 바다가 보이는 옥상 공간에서는 공연과 패션쇼 등이 가능하다. 제2전시관 외부에 마련된 우아한 야외 정원에서 각종 세미나와 연회 등도 개최할 수 있다. 박물관 내부에 위치한 뮤직홀에서는 소규모 세미나 개최가 가능하기 때문에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50인 미만의 행사가 가능하다. 제주도만이 가진 아름답고 청명한 전경이 조화로운 야외 공간과 실내에 다양한 구조의 대관 시설들을 다양한 규모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사회 공헌 차원에서 책정된 공간 대비 의외로 저렴한 대관료가 본태박물관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북악산과 한양 도성으로 둘러싸인 성북동에 한국의 돌 문화를 보여주는 우리옛돌박물관은 국내외로 흩어져 있던 한국 석조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건립한 석조박물관이다. 석조 유물뿐만 아니라 전통자수, 근현대 한국회화를 한자리에 모아놓아 박물관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지만 회의실, 체험실, 기획전시실, 야외 정원등을 보유하고 있어 전시와 공연 체험등이 가능한 실용성 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서울을 품고 있는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큰 상징성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접근성이 용이하지는 않지만 프라이빗한 콘셉트로 오롯이 공간 내에서 함께하는 관객들과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평가된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위치한 저스트케이팝은 한류와 K-POP을 테마로 한 복층 구조의 신개념 엔터테인먼트 베뉴이다 순수예술보다는 대중예술이나 인디 아티스트들을 위한 공간으로 적합하며 공연과 식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콘서트 다이닝’ 콘셉트로 운영 중이기 때문에 갈라 디너쇼나 디너 콘서트 등에 적합한 공간이다. 또한 롯데월드타워 내에 다양한 컨벤션 시설과 전시 공간이 있기 때문에 연계 프로그램이나 협업 프로젝트 등의 구성이 가능하다. 한류를 콘셉트로 구성된 공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이 외국인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 유입이 줄면서 문턱을 낮춰 내국인을 위한 대관 프로그램이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대관 시 시설물 사용과 시스템 변경이 용이한 편이다.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유니크 베뉴는 전문 공연 및 행사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는 곳도 있어 별도 장비 반입이나 제반 비용을 사전에 예측해야 한다. 획일적인 공연장이나 행사장을 탈피, 언택트(Untact) 시대에 작지만 특별한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면 역사 유적지나 예술 시설 등, 유형별로 특화된 코리아 유니크 베뉴를 활용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전통예술 디렉터 조인선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아쟁을 전공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국내 최초 전통예술플랫폼 모던.한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은 진화 중’이라는 슬로건으로 한국의 다양한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현재 웹진≪예술경영≫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