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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로 00하는 액티브 시니어
.가정의 달 5월의 대표적인 기념일인 어버이날에 떠오르는 부모님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손주들의 재롱을 바라보며 자녀들의 효도에 감사하는 노년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노(No)노(老)!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반면 퇴직 나이는 점차 줄어들면서 대부분의 중년층이 50대에 퇴직 후 은퇴가 아닌, 인생 2막을 새롭게 준비하면서 '노노족', ‘반퇴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노노족이란 영어 '노(No)'와 한자 '노(老)'를 합성해 만들어진 신조어로 '늙지 않는 노인' 또는 '늙었지만 젊게 사는 노인' 즉 액티브 시니어를 칭한다.
최근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운동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젊음을 유지하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소비 생활과 여가 생활을 즐기며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은 남은 삶을 더욱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려고 하는 욕구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갈고닦은 취미와 여가가 창업과 창직으로 연결되어 시니어들이 문화예술의 프로페셔널로 진출하는 사례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핫(?)한 시니어들을 취재했다.
Q. 루덴스 협동조합이 어떤 곳인지 소개를 부탁드린다. A. 루덴스 협동조합은 유쾌한 100세를 지향하며 중장년층의 인생 2막 설계를 돕는 서울시 50플러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서부캠퍼스의 인생학교 동문 8명이 의기투합하여 지난해 3월 탄생했다. (인생학교는 서울 내 거주 시니어들이 앞으로의 남은 반세기를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새로운 모색을 하는 커뮤니티이며, 한 학기당 4개월씩 진행된다. 사진반, 요리반, 꽃꽂이반 등의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14주간의 과정으로 운영 중이다).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란 뜻의 호모루덴스에서 따왔다. 건강하고 유쾌하게 인생 후반기를 살자는 뜻으로 내걸었다. 루덴스 협동조합에서는 탱고나 기타 위주의 춤과 관련된 놀이 문화가 주로 이루어진다. 매주 화요일 7시에는 2017년 12월에 문을 연 ‘루덴스 키친’에서 정기적으로 활동이 있고, 그 밖에는 참여연대 느티나무에서 ‘도시의 노마드’란 프로그램 일환으로 세월호 5주기 때 서클댄스를 추기도 했다. 루덴스 협동조합은 시니어 67명이 의기투합하여 백만 원씩 6천 7백만 원의 출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리더는 총 다섯으로 이사 셋, 이사장인 나, 감사 한 명 이렇게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을 주지 못해 속상하지만 돈 때문에 조합원 간에 분쟁 거리가 없어서 솔직히 마음은 편하다.
Q. 루덴스 협동조합의 킬러 콘텐츠를 소개한다면? A. 창업을 준비하면서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고 보니 관련 지원 사업, 공모 사업이 많더라. 루덴스적인 끼를 발산해 보려고 공모 사업을 신청해 ‘륙십파티’라는 기획안이 선정되었다. 이른바 환갑잔치인데, 요즘은 상대적으로 상호 교류가 적어지면서 잔치 문화가 사라졌다. 이전에는 환갑잔치가 그동안 잘 살아왔다는 것을 자랑하는 자리였다면, 지금은 (환갑 이후에도) 아직 즐길 세월이 많다고 보여 주는 것, 베이비부머 세대가 그것을 깨지 않으면 앞으로도 시니어들을 위한 문화가 사라지게 된다.
올해 59년생 조합원을 중심으로 환갑잔치의 새로운 문화를 열어가고자 ‘륙십파티’를 기획 중이다. 입장료는 축의금 대신 3만 원, 음식도 제공하고, 공연도 보여 줄 것이다. 리추얼(ritual)의 개념, 내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게끔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지원 사업을 통해 진행하다 보니 기관의 규제를 벗어나기가 힘들다. 일자리를 몇 개 만들었는지, 결사체는 얼마나 모았으며 매출의 성과는 어느 정도였는지... 이런 위주의 평가를 하더라. 결국 복잡하고 딱딱한 구조 때문에 콘텐츠가 정책을 따라가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Q. 청장년층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쉽지 않은 조우일 것 같은데 어떠한가? A. 오히려 일이 제대로 추진되더라. 마케팅, 상품화가 된다. 시니어의 소셜 클럽을 모토로 자체 공간을 대관해 주려고 해도 막상 홍보가 안 되니 운영이 쉽지 않았다. 젊은 친구들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는 온라인 홍보나 마케팅이 취약할 수밖에 없으니. 현재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은평구 다문화 여성 사회적기업 '마을무지개'와 협력해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선보이고 이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레스토랑 복합 문화공간 ‘루덴스 키친’을 2년째 운영 중이다. 또 세컨드 투모로우(Second Tommorow)의 박소영 대표와 함께 ‘륙십파티’를 전문성 있는 콘텐츠로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설레지만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루덴스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다시 느끼며 배우고 있다. 루덴스적 정신이 있는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젊은 세대의 놀이 문화도 알기 위해) 그들이 가는 클럽도 직접 가 보고 서울시 재단과도 청장년층과의 협업을 함께 기획하고 있다. 도시재생, 지역재생을 뛰어넘어 세대 간의 간극을 재생하는 ‘세대재생’도 루덴스 협동조합의 큰 비전이다.
Q.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모델 기획사가 이색적인데, 소개를 부탁한다. A. 대회 출전을 위한 교육이 아닌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거친 시니어 모델들을 프로 무대에 데뷔시키고, 시니어 모델 에이전트로 운영되고 있는 ‘제이액터스’는 국내 최초의 시니어 전문 모델 육성 기관이다. 현재 70명 정도의 전문 시니어 모델을 배출하였으며 서울 패션위크, CF, 지면 광고 모델 등으로 데뷔시켰다. 교육과정은 주 1~2회 3개월 과정의 기초반·중급반·전문반을 차례대로 거치며 스트레칭, 자세 교정, 워킹, 포토 포즈, 턴, 워킹 자세 & 테크닉, 광고 미팅/오디션 훈련 등의 커리큘럼으로 진행된다. 본원뿐만 아니라 현재 전국 40여 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시니어 전문 워킹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 본인을 비롯하여 실제 프로 모델 출신의 강사진들이 전문 시니어 모델을 교육하고 있다.
Q. 실제 교육 효과는 어떠한가? 시니어 모델로 데뷔한 사례가 있나? A. 본원에서 육성한 소은영 씨가 2017년 시니어 모델 최초로 서울 패션위크 무대에 오르는 기록을 세워 화제가 되었다. 현재 어느덧 4년 차의 어엿한 직업 모델로 자리 잡았고, 다양한 방송 활동과 런웨이 무대에 꾸준히 서고 있다. 평생을 전업주부로 살다 70세가 넘은 나이에 모델로서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된 소은영 원우의 성공 사례를 통해 다른 시니어 모델들도 프로 무대 데뷔를 꿈꾸며 열심히 트렌드를 읽고 자기 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워킹 교육은 단순히 걷는 것 이상의 바른 자세로 걸음을 걷게 해주는 최적화된 걷기 운동이다. 대부분의 시니어들이 몸이 구부정하고 8자 걸음으로 걷는데, 모델 워킹 교육을 통해 여자는 1자 워킹, 남자는 11자 워킹 훈련으로 바로 된 자세로 걷게 해주며 시니어들의 건강 증진에 큰 효과를 주어 원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지난 3월, KBS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지병수 할아버지는 손담비의 ‘미쳤어’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면서 순식간에 ‘인싸’가 되었고, 특유의 손맛을 자랑하며 모 방송사의 요리 프로그램의 레시피를 모아 발간된 방송인 김수미의 ‘요만치 레시피 북’은 출간 일주일 만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8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코디와 메이크업은 ‘할미넴’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연일 화제로 급부상 중이다. 이 나이에도 가능할까? 지금이라도 괜찮을까라는 두려움이 탱고 댄서로, 하이힐에 스키니진을 입은 백발의 프로 모델로 런웨이를 걸으며 인생의 2막을 개척하는 시니어들의 아름다운 열정으로 변하고 있다. 국내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활력과 더불어 연륜과 경험으로 무장하여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실버산업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조인선은 전통예술 디렉터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아쟁을 전공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의 대표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국내 최초 전통예술플랫폼 모던.한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은 진화 중’이라는 슬로건으로 한국의 다양한 전통예술의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현재 웹진≪예술경영≫의 제10기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