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에 실린 글의 내용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TEL 02-708-2293 FAX 02-708-2209 E-mail : weekly@gokams.or.kr
경기도 문화시설 이용료 지역화폐 환급 외
2019년 8~9월 문화예술 분야 주요 뉴스10월의 이슈토크는 경기도 문화시설 이용료 지역화폐 환급, 노들섬의 음악섬 개장 소식, 2018년 예술계 불공정 행위 신고의 증가 등을 다뤘습니다.
경기도는 청년수당을 비롯해 여러 가지 복지정책을 연달아 내어놓고 있습니다. 이번 정책은 공연료나 박물관 미술관 입장료 등 경기도의 공공 문화시설 이용료의 20%를 구매자가 원하는 지역의 지역화폐로 되돌려주는 내용입니다. 경기도의 지역적 특성이나 시민들의 일반적인 생활수준 등에 비추어 볼 때, 제법 호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물론, 공공문화시설의 더 나은 콘텐츠에 대한 당부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노들섬 프로젝트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 큰 논란을 낳았던 사안입니다. 시장의 말 한 마디에서 출발한 오페라하우스는 예술섬 개념으로 확장되어 오세훈 시장 시절까지 찬반 논란 속에 추진되어 왔으나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다시 정책변화를 겪었습니다. 편집위원들은 시설의 활용도와 생태적 보존 측면에는 점수를 주면서도 저간의 사정이 시민들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한 노들섬의 실험이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궁금해집니다.
20108년 예술계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건수가 그 전해에 비해 46%가 증가했다는 소식은 우리 예술계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수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불공정 행위 내부의 장르 간 편차, 플랫폼 노동이 은폐하는 그림자 노동의 문제, 계약 일반의 문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 제도 내 노력에 대한 인식 제고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제도적인 해법을 어떻게 모색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봤습니다.
경기도, 문화시설 이용자에게 관람료 20% 지역화폐로 돌려준다
경기도, 6일부터 ‘공연료 지역화폐 환급제도’ 전국 최초 시행
안태호
경기도가 문화시설 이용자에게 관람료의 상당액을 지역화폐로 되돌려주는 ‘문화 누림, 지역화폐 드림’이라는 환급 제도를 9월 6일부터 시행했다. 우선 적용 대상으로 경기도국악당,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소극장에서 열리는 자체 기획 공연을 대상으로 한다. 환급 비율은 약 20%로, 구매액 구간별로 4천, 8천, 1만 원권의 경기도 내의 시‧군 지역화폐 가운데 관람객이 원하는 경기 지역화폐로 지급해 결과적으로 골목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방안이다. 일단은 시범 사업으로 진행하고, 향후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할인율이 꽤 높은 편인데 어떻게 생각하나?김규원
사실은 이와 같은 정책들이 경기도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 박물관·미술관들이 연중무휴, 무료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경기도와 같이 어느 정도 돈을 받고 돌려주는 형식이 차라리 낫다고 본다. 시설 자체를 관리할 물리적 시간과 비용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설동준
국공립 시설들이 공연이나 전시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여, 돈을 내고 가볼 만해졌으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도 한 입장에서는 이 시설들이 연령별 다층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많지만, 문화예술적 경험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획으로의 접근이 없어 보인다.김규원
수도권에서 진행한 공연들이 경기도 안양, 과천 그리고 충청남도 등의 문예회관까지 투어 공연을 하기 때문에 실은 관람료가 아주 저렴하지는 않다. 게다가 경기도는 세금이 많이 걷히는 지역이고, 그 안에서 대체로 생활수준이 비슷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할인 정책 실험이 가치 있다고 보고, 주민들의 호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50년 방치’ 노들섬, 28일 ‘음악섬’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강에 방치된 노들섬...문화공간으로 변신
안태호
노들섬이 음악섬으로 개장한다고 합니다. 생태적인 논란을 최소화하고 공연 관련 시설도 거창하지 않게 만든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김규원
공간 설계를 먼저 한 게 아니라, 콘텐츠와 운영 노선을 먼저 기획하고 건축이 이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들었다. 사진 찍기에만 좋은 선유도보다는 진일보한 셈인데다, 고급 문화예술보다는 대중음악을 선택했다는 특징이 돋보인다. 단 개장 이후에는 민간 운영‧기획자에게 자율권을 보장하고, 민간 상업 시설과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소비와 향유 간 균형을 세심하게 조율해야 할 것이다. 너무나 일반적인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강조할 수밖에 없다.설동준
2010년 즈음에 노들섬에 대규모 아트센터를 만들려던 계획이 이리저리 좌초하다 지금의 형태가 된 것으로 안다. 민간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얼마든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공공 공간의 조성인 만큼 왜 만드는지, 어떤 콘셉트인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보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이한빛
노들섬은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초기 안건이 박원순 시장이 부임하면서 전면 백지화되었고, 한때 주말농장으로 시민들에게 분양했다가 지금에 이르러서 다시 공연장으로 조성된, 우여곡절이 많은 공간이다. 계획이 번복된 사정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사실 서울에 제대로 된 오페라 극장이 없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었던 바, 티켓 가격을 조금 낮게 책정해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나았을 것이다. 그저 ‘시민에게 좋다’는 모호한 구호만으로, 비전과 전략 없이 서울시 안의 공간들이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이 공간을 쓰는 사람들은 이곳 시민들이다.
‘불공정 계약’ 등 문화예술계 갑질, 착취, 신고 지난해 46% 증가
연극계 출연료 미지급 ‘여전’...“문화예술계 갑질 근절해야”
안태호
예술계 불공정행위가 단시간에 근절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제도‧정책과 실제 현실 사이에는 지체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시즌에 맞춰 의원들이 정보 공개를 요청하고 언론에 뿌리며 ‘성과’를 내는 방식, 불공정행위가 느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적 방안에는 뭐가 있을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김규원
작년부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예술인복지재단과 협력해 문화예술산업 장르별 용역 계약 실태를 분석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몇 건 시작했다. 장르별로 계약 방식이나 조건, 여건이 매우 다르고 편차가 커 전체 평균을 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조차도 분석보다는 ‘분석을 위한 기초 연구’가 이제 막 시작되는 참인데, 문화융성이나 한류와 같은 그늘에 창작의 근간인 사람이 가려져 있고 성과나 수치를 우선한 까닭이다. 2018년에는 음악‧무용‧국악, 2019년에는 뮤지컬‧연극‧영화‧만화 장르의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연구 참여자들에게 들어보니 장르마다 불공정 계약의 관행조차 너무나 다르다고 한다.설동준
지적재산권 도둑질이나 지급불이행과 같은 가시적인 금전적 불공정뿐만이 아니다. 거버넌스, 플랫폼 등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사업들 중 의사결정 권한의 불균형이나 자원의 독점 혹은 권한 배제, 노동권의 사각지대 양산과 같은 역기능이 오히려 암묵적 불공정행위가 아닌가 싶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일들이 표면적으로 행정의 성과인 것처럼 회자되고, 이런 사업들에 자원이 집중되면서 민간도 함께 너울춤을 추게 됐다. 불공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문화예술계에 실질적인 외주화의 형태와 그늘이 무엇인지 곱씹어 볼 때가 된 것 같다.이한빛
불공정행위 근절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이것이 단순히 문화예술계에만 국한된 일인가 싶다. 오히려 현장인들에게 제대된 계약서 쓰는 법,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등 새로운 개념을 안내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시각예술인을 대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시각예술인이든 1인 사업자이든 보편적 관점에서 복지 차원의 고용보험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걸 넘어서는 예술인만을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걸 사회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변순영
불공정 신고 수치의 증가는 한편으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예술 노동에 대한 불공정 감수성이 더욱 예민하게 작동한 결과로도 읽힌다. 특히나 예술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한국 현장에서 불공정 시비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 예측된다. 이전에는 관행이라 여겨졌던 일방적인 과업 지시, 소위 계약금 후려치기 등 공정 요구 속도를 관행이 따라가지 못하며 갈등이 한동안 표출될 것 같다. 예술계의 계약 형식과 저작권에 대한 상식이 함께 성장해야 하는 시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