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서도 세 가지 이슈를 다룹니다. ‘기획에서 판매까지 셀프 홍보의 시대’에서는 작가나 편집자 개인이 유통 전면에 나서게 되는 상황에 대해, ‘코로나19와 예술계 공공일자리’에서는 정책사업의 취지와 현장 적용의 괴리에 대해, ‘온라인으로 옮겨진 축제무대’에서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축제의 노력에 대해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술 작품의 유통은 갤러리나 출판사 등 에이전시를 통해 진행되는 게 통상적인 일이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일부 작가나 편집자의 일이라는 진단이 많았지만, 이 자체가 MP3 출현 이후 앨범이 아닌 싱글 음원 중심의 시장 이동을 가져온 마이크로 프로덕트의 일환으로 보는 편집위원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지원책의 일부로 실시되는 공공일자리 사업은 이전의 일자리 사업이 가졌던 문제들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여하는 예술가의 전문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부터, 예술기관에 파견되는 인력들의 직무 역량에 대한 검증 문제,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의 문제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코로나19의 영향은 많은 문화예술 활동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축제 역시 연기나 취소 외에도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겨가고 있습니다.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과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등의 온라인 개최는 한편으로는 당연한 판단이면서도 온라인 전환에서 오는 영상 제작의 부담과, 오프라인에서 거둘 수 있는 효과들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남기고 있습니다.

기획부터 판매까지, 셀프 홍보의 시대

유명 작가들 “기획부터 출판까지 나혼자 다~한다”
‘숨은 존재’ 편집자들이 독자 앞에 섰다
신작 발표 작품 거래...미술시장이 된 SNS


  • 안태호

    책을 만들고, 작품 활동을 알리는 과정이 시스템이나 매니지먼트를 넘어 예술가나 기획자 개인의 프로모션으로 확장되어 가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곤 한다. 어떻게들 보셨는지 궁금하다.
  • 설동준

    소셜 미디어 매체에 등장해 독자들과 직접 소통을 하는 출판계 편집자 뉴스가 가장 흥미로웠다. 아이돌이 음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세일즈하는 것처럼, 사람이 브랜드화되는 지점과 비슷해보였다. 규모가 작을 뿐이지 일종의 팬덤화 현상인 것이다. 영상 미디어 시대에 유튜브와 연결되어 일종의 내레이터 내지는 리포터 역할을 편집자가 하면서 그 사람의 캐릭터가 팬덤을 만드는 흐름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변순영

    기존에는 작가와 독자 간 소통이 보통이었지, 편집자와 독자 사이의 소통은 흔치 않았다. 그런데 소셜 미디어가 생기고, 요즘 같은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동안 소통이 힘들었던 존재들이 부각되고 나설 수 있게 되어 관계 맺음을 편안하게 하는구나 싶었다. 아이돌과 관련해서도 노래나 무대 영상이 아닌 일상 브이로그(Vlog)를 통해 친근감을 느끼듯이 말이다. 온라인 매체를 통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실제 마케팅 효과로 연결되기도 하고, 많은 콘텐츠가 부가적으로 생산된다는 측면이 있다.
  • 안태호

    미술 작가들의 SNS 활용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이야기가 많았던 것으로 안다. 미술계 내에서는 어떤 인식들을 가지고 있고, 대체적인 경향은 어떤가.
  • 이한빛

    그런 경향이 보이는 것은 맞으나, 아주 일부 작가들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전시하지 않고도, 100~200만 원대 작품가를 매기고 SNS상에 작품 사진을 올려 그 판매액으로 생활하는 젊은 작가들이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박서보와 같은 작가들이 갤러리와 협의해 해외 팬들 관리 차원에서 신작 프리뷰나 작업 장면을 사진으로 게재하는 PR 방식이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형태를 제외한 나머지 중간 영역의 작가들은 SNS에 비친화적이라는 점이다. 성향에 따라 SNS에 적극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작가들은 그런 활동을 귀찮아한다. 해외에는 ‘투데이스 아트’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가 있는데, SNS 계정을 통해 유명하지는 않지만 트렌디하고 힙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해준다.
  • 설동준

    마이크로 프로덕트라는 생각이 든다. 20여 년 전 음악 시장에 MP3가 처음 나왔을 때는 공유 이슈가 컸지만, 그 이후 스트리밍 시장으로 넘어가면서 홈 리코딩과 싱글 앨범 등의 음원 단위로 작업 단위가 작아지면서 앨범 단위의 ‘풀 패키지’와는 개념이 많이 달라졌다. 이런 현상처럼, 갤러리에서 그룹전이나 개인전으로 전시를 열 정도로 작품을 축적하는 것이 아닌 일상 속 작품 발표 형태의 징후가 아닐까 싶다. 음원 시장이 그런 형태로는 가장 많이 발전해 있는데 다른 예술시장 활동도 마이크로 프로덕트로 움직이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안태호

    기획부터 출판까지 작가가 도맡아 한다는 기사는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김영하와 이슬아 작가를 연장선상에 두기에는 너무 예외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슬아 작가는 이제 막 팬덤이 형성된 상황이고, 김민섭 작가는 상대적으로 좀 더 절박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 이한빛

    그런데 이 1인 출판을 시도한 메이저 작가들도 소규모 독립출판 시장에서 옮겨 온 상황이니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 1인 출판을 무기처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어느 정도 확산되다가 접점을 찾아갈 것 같다.
  • 조인선

    온라인플랫폼에서의 캐릭터 홍보 트렌드의 변화는 본캐(본캐릭터) , 부캐(부캐릭터) 등의 유행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멀티 페르소나를 통해 현대인들의 세분화 된 니즈를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충족해주는 새로운 소통방식 또한 온택트 시대에 새로운 미디어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코로나19와 예술계 공공일자리

공공일자리 구한 연극배우 22년 만에 4대보험 첫 가입
예술인 7000명에 창작준비금 지원
일자리 숫자에 매몰된 ‘포스트 코로나’ 문화정책


  • 안태호

    공공일자리를 포함해 코로나와 관련한 지원책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계속 반복해왔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현 상황에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첫 번째 기사 ‘공공일자리 구한 연극배우’ 이야기는 서울시의 파견 사업이었다. 공공일자리 경험이라는 게 예술가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볼 수 있겠다.
  • 연수현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도 문화예술 관련 기관에 파견하는 공공일자리 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희망일자리 사업이 그중 한 사례이다. 취업 취약계층과 코로나19로 인해 실직, 휴업, 폐업 등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여러 분야 중 순위별 지원 분야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나, 예술 관련 경력 등과 같은 분야 경력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받고 있기 때문에 사업주도 사업지원자도 시너지가 나기 어려운 구조이다.
  • 변순영

    인천문화재단에도 올해 12월까지 하루 5시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인력이 배정되었다. 그런데 인력에 대한 연령이나 경험치 등의 정보가 사전에 공유되지 않아 어떤 사람이 오는지 알 수가 없다. 일자리라는 게 이 일을 통한 경험과 그 연장선상이다. 일을 필요로 하는 서로의 수요가 맞아야 하나 희망일자리는 그렇지 않은, 생계 비용 지급을 위해 소득수준에 따라 우선 배치하는 상황이다. 그분들이 이 근무 기간과 경험 이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서로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설동준

    예술계 현장에서는 인력의 배치도 그렇지만, 그 사람에게 어떤 일을 맡길지도 큰 고민이다. 현장은 아직까지는 전면적 디지털화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이 불분명하다. 어느 정도 루틴하게 돌아갈 업무 영역이 있는 협회나 공공 영역이 아니고서는, 소위 우리가 이야기하는 예술현장에서 할 일이 없을 거란 우려이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일의 개념을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앞서 이야기한 것들은 소속의 개념이고, 예술가 입장에서는 방문 예술교육 활동을 하거나, 프리랜서 형태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 안태호

    예술인이 배치된다면 해낼 수 있는 다른 영역이 있지 않을까 했던 건데 그런 기대감이 별로 생성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기사를 보니 전폭적인 지원이나 여러 명이 팀을 이뤄 작업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다. 공공 기관(정책 수행자)의 입장에서는 기관에 파견하는 게 증빙과 파악이 쉽기 때문에 이렇게 설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한빛

    문체부에서 하반기 예술생태계 정상화 사업 예산 전체의 절반에 상당하는 900억을 공공미술 파트에 배정했는데, 그게 다 일자리 사업이다. 문화예술 분야의 일자리라는 게 숫자로 카운트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미술 작가나 공연하는 배우나, 내 작품이 한 점이라도 더 팔리는 것 또는 무대에 한번이라도 더 오르는 것이 더 도움이 되지만 그게 정책 입장에서 고용으로 카운트되지는 못하니까.
  • 안태호

    문화부 자체만의 판단이 아닐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일자리 정책 자체를 요구하고 그에 맞추어 정책을 고려해야 하니까. 문화예술계에서도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가 문제라는 이야기가 오간 것도 꽤 오래전부터인데 여전히 구조를 변화시키기에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온라인으로 옮겨진 축제 무대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코로나에 온라인으로 전환
    올해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온라인 행사로 바꿔 개최
    인천 대규모 축제·행사 ‘언택트’...락페스티벌 첫 온라인 생중계


    • 안태호

      올해는 축제 판에 유독 가혹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지금까지 정말 많은 축제들이 연기를 거듭하다 개최를 포기했다. 동시에 아예 무대 자체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과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온라인으로 개최됐거나 개최될 예정이다.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은 온오프를 병행할 계획을 잡고 있다.
    • 설동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 온라인으로 전환된 것은 같은 업계 사람으로서 아쉽다. 요즘처럼 오프라인 축제가 다 취소되는 시기에는 꼭 내가 만드는 축제가 아니라도 어디라도 축제가 잘 개최되는 것을 보고 싶은 심정이다. 인천펜타포트 음악축제는 온라인 전환이 아닌, 온오프 동시 개최를 선택한 것인데, 아마 거리 두기 등으로 수용 인원의 한계가 생겨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의 경우 지난해에 불거졌던 이슈들을 생각한다면 본래 갖고 있는 마켓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번처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게 차라리 담당자에게는 더 나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만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세일즈를 위한 고퀄리티의 영상 만들기에 공연 단체들이 과도한 출혈을 감수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매칭 비율이 높다고 할 수 없어서 그 정도까지 정성을 쏟을까 싶기도 하지만, 또 현장에서는 막상 일을 하다보면 계속 비용을 더 투입하게 되는 상황이 있다 보니, 그게 우려라면 우려다.
    • 연수현

      현재로서는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페스티벌의 개최를 위한 유일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겠다. 더 많은 관객들이 온라인으로 (게다가 대부분 무료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관객이 페스티벌을 참가하는 주요한 동기 중 하나인 공간과 분위기를 즐기는 것에 대한 향수, 축제를 통해 파생되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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