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들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말한다. 뮤지컬 시장 규모가 4천억 원을 돌파하며 공연시장 전체의 80%가량을 점유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그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20여 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엄청난 비용을 주고 들여오는 수입뮤지컬이 주를 이루고 있지 않은가?’,‘창작뮤지컬의 양적 팽창과는 대비되게 그 질적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 않나?’,‘스타 마케팅에 혈안이 되어 일부 배우 개런티만 폭증하는 가운데, 조연들이나 스태프들은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문화비 지출은 한정된 상황에서, 연극이나 무용 등 다른 공연예술 관객들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사실 여부를 떠나서, 뮤지컬 만악근원설(萬惡根源說)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해 두자.
다른 이들은 정반대로 가급성시(家給成市)를 되뇐다. ‘넉넉한 살림으로 인정을 베풀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말이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처럼, 예술 분야에서도 시장이 활성화되고 투자가 모이는 장르가 형성되어야 일종의 낙수효과 또는 견인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뮤지컬 시장 4천억 돌파는 엄청난 경사이다. ‘수입뮤지컬을 20여 년간 들여오면서 해외의 기획, 제작, 유통 노하우를 습득하게 된 것은 천운이었다!’ 또한 ‘양적 변화가 축적되면 어느 단계에서는 질적 도약이 이루어진다는 양질전화(量質轉化)의 법칙을 기억한다면, 최근 이루어진 창작뮤지컬의 양적 팽창은 대박의 전조가 된다!’ 다시 한번 물어보자. “정말 그러한가?” 그건 그렇고, 언제부터 뮤지컬이 우리 공연예술의 근간이자 척도로 행세하게 된 것일까?
기획 특집의 주제가 으로 제시된 것은 위의 두 가지 입장 모두가 경청할 부분이 있다는 편집위원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뮤지컬이 보여준 성과는 느낌표를 통해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엄존하는 한계들은 물음표에 담아내고자 했다. 적어도 이 두 가지 관점을 동시에 견지하면서, 우리의 독자들께서는 이번 호의 글들을 마주하셨으면 한다. 박병성 대표의 뮤지컬 연대기는 간략하지만 묵직하다. 원종원 교수의 창작뮤지컬에 관한 단상은 다양한 이슈를 제시해준다. 윤성욱 대표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뮤지컬 투자의 개념과 환경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와 뮤지컬 집들이의 옥한나 대표 인터뷰는 올해로 세 번째 개최되는 의 속살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과유불급인가, 가급성시인가? 판단은 독자 여러분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