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서양 격언에 따르면,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는 세 종류의 사람들이 무리를 짓게 된다고 한다. 첫 번째 무리는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그 변화를 주시하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 무리는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마지막 세 번째 무리가 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그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라면서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디지털 혁명, 모바일 혁명, 4차 산업혁명 등 끊임없는 ‘혁명들’이 거대한 강도와 속도, 규모와 범위를 자랑하며 현대사회를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결정타는 코로나 팬데믹이었는바,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 속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반강제적으로 인류의 새로운 삶의 양태를 성찰하고 실험하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 책은, 인문학은 또 예술은 어떠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을까? 이러한 총체적 변환의 시대에 우리의 예술계는 그 변화를 주시하고 있을까, 아니면 어리둥절해하고 있을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업 성적표는 ‘이것’을 잘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뚜렷하게 나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바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콘텐츠산업의 화두였던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19와 함께 예술 분야에서도 핵심적인 의제로 등극하였다. 최근 들어 예술의 기획·창작·유통·소비라는 가치사슬 역시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예술 관객들의 예술 소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종횡무진 넘나들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을 겨냥한 예술가/단체, 예술기업, 예술지원기관의 마케팅 공식 역시 하루가 달리 변화하고 있다.
이번 호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은 바로 ‘변화’와 ‘마케팅’이다.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예술시장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수요·공급 방식의 변화를 전제하고, 예술가/단체, 예술기업, 예술지원기관의 효과적인 관객 개발 전략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특히 이번 호에서는 매달 진행하던 인터뷰 꼭지를 잠시 접어두고, 두 차례의 좌담회를 통해 예술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에 응전하고 있는 이들의 여러 목소리를 담아보고자 했다.
황인선 구루미 화상사회연구소 소장은 예술 분야 마케팅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거론하면서도 핵심은 진정성에 있음을 역설한다. 김범훈 예술경영지원센터 본부장은 외부 고객과 접촉하는 내부 직원을 향한 마케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첫 번째 좌담에서는 박병성 공연한오후 대표가 좌장을 맡아 다섯 분의 패널과 공연시장의 영원한 숙제인 ‘관객 개발’에 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고, 두 번째 좌담에서는 주연화 홍익대 교수가 네 분의 패널과 함께 ‘상반기 국내 미술시장 결산 및 하반기 전망’에 도전했다. 예술시장의 구석구석에서 오랫동안 내공을 닦아온 이들의 다채로운 목소리가 독자 제현께서 변화를 주시하고, 나아가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