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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시장이 예측 가능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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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삼성전자 SCM 수요예측을 할 때, 삼성전자의 윤종용 당시 부회장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 삼성은 수요예측만이 살길이다. 수요보다 많이 생산하면 재고가 남을 것이고, 부족하면 판매할 기회를 놓치게 되니 팔릴 만큼 생산해야 한다. 더 이상 원가를 줄일 여지가 이제는 없다.” 삼성전자처럼 17,000여 개의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매주 16주 앞의 상품별 주문량을 예측한다. 그래야 원재료를 해외에 발주하고 4주 뒤에 원재료로 생산할 수 있고, 생산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많은 기업들이 미래 수요를 예측하며 계획하고 대비한다. 전자 제품 판매량, 커피 판매량, 전자소자 주문량, 피자 판매량, 핸드폰 판매량, 영화 관람객 수, 위스키 판매량, 보험 가입자 수, 네트워크 사업자의 매출 등 필자가 경험한 다양하고 복잡한 예측의 문제가 우리 기업들에게 있었다. 기업들은 정확하지 않더라도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예측해야만 하고, 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감수한다.
공연예술과 비슷한 시장은 영화 시장이다. 그러나 영화 시장은 공연예술 시장에 비해 비교적 예측하기 쉽다. 바꾸어 말하면 공연예술시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연예술 작품은 가격의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공연예술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성 또는 탄력성은 공연의 장르 및 특성에 따라 매우 다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초 대형 영화라도 소비자 가격은 변동이 거의 없다. 그런데 국악공연은 무료 공연이 많고, 뮤지컬은 10만 원이 넘는 공연도 있다. 이른바 리스크가 큰 사업이 공연예술시장이라 할 수 있다. 동일한 공연이라도 더블 캐스팅한 출연진에 따라 티켓 판매수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사업 리스크가 큰 공연예술 기획자의 주 관심사는 공연의 총 수요(티켓 판매량), 좌석 점유율 등이다. 그래서 언제 손익분기점을 넘길지 계산해야 배우로 누구를 섭외할지, 극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지 결정해야 하고, 티켓 가격도 결정해야 한다. 무대 장식과 음향장비, 스피커 대여료도 고려해야 하며, 리미티드 연극 중 어느 것을 오픈런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국악의 무료 공연을 유료화했을 때, 관람객은 얼마나 감소할지 분석해야 한다. 또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르는 어느 것인지 분석해야 한다. 정부의 순수예술 지원만 바라고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연으로 우리가 지출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수시로 질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연예술 소비 통계를 면밀히 살피고, 분석해야 한다.
예측을 위해 기업을 방문하면 흔히 듣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기업은 데이터는 충분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속한 산업은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공연예술시장에서 데이터가 충분하다는 말은 공연 회차별 관람객 수(티켓 판매량)일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을 수년 전부터 준비하고, 운영하고, 공연예술 이해관계자들에게 공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티켓 판매량은 공연의 결과물이다. 우리는 이 데이터가 정확하도록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계속해서 데이터를 정제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완벽한 시스템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공연예술시장의 데이터의 정확성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것은 공연 실적을 입력하는 기관이 너무 많고, 아직도 전산망에 입력되지 않은 공연들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취소된 티켓 정보의 업데이트가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전 세계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수많은 공연예술 종사자들의 어려움을 지켜보았으며, 이것은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무려 90% 이상의 티켓 판매량 감소를 경험했다. 따라서 예매된 티켓의 취소 정보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산망에서 업데이트되어야 할 것이다.
예측가능한 공연예술시장이 되려면, 그 결과가 생긴 원인을 데이터로 수집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은 환경적인 요인과 전략적인 요인 모두를 포함한다. 왜 이날은 수요가 많았는지, 이번 공연은 왜 빈자리가 많았는지를 설명하는 요인이 있어야 한다. 이런 요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연구와 분석을 지속적으로 해야 공연예술시장의 예측 노하우를 학습할 수 있다. 공연예술 시장을 분석한 예측 모형도 오차가 한쪽 방향으로 계속 발생하면 다시 만들어야 한다.
공연의 흥행 예측을 위해 기록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공연장의 좌석 수, 공연 좌석 등급 당 판매 티켓 수, 공연 당일의 온도, 강수량, 휴일 여부, 오전 공연인지, 저녁 공연인지, 주연배우는 누구였는지, 어린이들의 관객 비중이 높았는지, 당시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몇 명이었는지, 경쟁이 되는 공연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기록해야 한다. 또 당시 경제 상황을 잘 대변하는 변수는 어떤 것이 있는지 빗대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연예술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읽고, 그것을 어떻게 변수로 반영할지 고민해야 한다.
공연예술 시장은 예측 가능해서 리스크가 적은 시장이 되어야 한다. 공연예술 시장이 예측 가능하도록 하려면 공연예술 소비통계 데이터를 소중히 관리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많은 연구와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 결과로 공연단체의 영세성도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를 어서 극복하고, 건강하고 예측 가능한 공연예술시장이 되어 우리의 자녀에게 공연예술 전공자가 되도록 추천할 수 있어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었으면 한다.
차경천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동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사 졸업 후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창업한 수요 예측 전문 벤처기업을 3년간 운영한 바 있다. 국내/외 다수의 학술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한국마케팅학회 최우수논문상과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학회활동으로는 한국마케팅학회 부회장과 한국소비자학회 부회장을 맡았고, 2023년 한국소비자학회 회장으로 선임되었다. 또 한국마케팅학회의 학술지 『마케팅연구』의 편집위원장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예측의 힘』, 『기초 통계적 연구방법론』, 『분석적 마케팅 조사론』, 『R과 파이썬을 활용한 논문연구법』, 『광고의 예상을 빗나간 마케팅효과』, 『사진 속 마케팅 이야기』가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다양한 예측문제를 현장의 최전선에서 해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