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인다고 해서 모두 금은 아니다. 웹상에 정보가 모이기 시작하면서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금맥으로서 데이터 분석이 각광을 받은 것이 n년. 예컨대, 구글은 2016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빅데이터로 예측했다. 대선과 관련해서 ‘트럼프 힐러리’를 검색하는 사람이 ‘힐러리 트럼프’를 검색하는 사람보다 많았던 것. 내밀한 네모 창에 무의식적으로 먼저 써넣은 지지 후보의 이름은 트럼프 지지자가 더 많다는 사실을 미리 보여주었다. 데이터에 관한 더 유명한 구전은 일명 넷플릭스 신화다. 오리지널 콘텐츠 열풍의 시조새인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감독, 배우, 장르, 심지어 내용까지를 결정한 첫 자체 제작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2013)를 제작해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혼몽한 데이터를 명확하고 의미있는 정보로 요약해 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성공 신화는 회자되지만 실패는 상대적으로 이목을 끌지 못한다. 허나 금맥의 채산성 기준은 흙 1톤에서 금 5그램만 나오면 된다는 것이다. 잭팟은 아닐지라도 온당한 의사 결정의 항해를 돕는 지표가 될 순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 데이터 포럼’은 이 반짝이는 것(데이터)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의 장으로 마련된 금맥 탐색 프로젝트다. 국내 기관의 국제교류 데이터 활용은 말 그대로 탐색 단계이다. 올해 포문을 연 ‘데이터 포럼’은 6월 K뮤지컬국제마켓의 한 프로그램으로 선을 보였고, 두 번째 포럼은 서울아트마켓과 연계해 9월 29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JCC 크리에이티브센터 오디토리움에 차려졌다.

해외진출 데이터의 네 가지 수집·활용법

이번 데이터 포럼은 아시아 최대 공연예술 마켓인 서울아트마켓과 연계하는 만큼, 초점을 공연예술 국제교류에 맞추고 주제를 ‘데이터로 보는 해외진출 현황’으로 삼았다. 국내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데이터 수집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그러니 정보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에서부터 활용 방법까지를 국내 현황 분석과 해외 사례를 통해 확인하는 오찬의 성격이다. 만찬이라기엔 초졸하고, 조찬이라기엔 묵직함이 있다.

메뉴는 네 개의 바구니에 담겼다. 한식과 양식을 번갈아 담은 셈이다. 먼저 정인혜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정보지원팀 팀장이 ‘센터스테이지코리아 데이터로 보는 국내 공연예술기업 해외진출 현황’을, 에린 창(Erin Chang) 더치 컬처 문화연구원이 네덜란드 ‘더치컬처(DutchCulture)의 국제활동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데이터 기반 해외진출 현황’을 소개했다. 이어서 김나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부 부장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진출 지원 현황’, 존 엘링스워스(John Ellingsworth) 온더무브데이터 분석가는 26개국 국제정보네트워크 ‘온 더 무브(On the Move)의 국제교류 지원 현황 데이터 분석 사례’를 보여주었다.

먼저 정인혜 팀장은 우리 공연예술의 해외 유통 항공료를 지원하는 사업 ‘센터스테이지코리아’를 진행하며 모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4년 치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공연예술단체의 진출 현황을 분석해 보였다. 분석에 따르면 총 116건의 진출 사례 중 대부분이 팬데믹 이전인 2018, 19년에 이루어졌다. 2020, 21년은 지원 건수가 각각 8건, 13건으로 직전 2개년에 비해 80퍼센트가량 줄어든 수치를 보여 팬데믹으로 인한 타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진출 국가로는 미국과 캐나다가 4개년 모두 순위권에 있어, 국내 공연예술 해외진출의 주요 상대국임이 확인되었다. 초청기관은 주로 축제인 경우가 많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된 뒤로는 에이전시의 초청 비율이 과반수를 넘겨 전 세계 공연예술 축제 시장의 위축의 가시화가 눈에 띄었다. 장르별 건수를 살펴보면 비언어 장르의 우세가 여실했는데 지원금이 국악에 35%, 무용에 32% 투입된 반면 연극은 15%에 그쳐 언어 요소가 해외진출의 장애요인이 됨을 추정케 했다. 장르별 공연료 수입은 무용이 회차당 약 800만 원으로 가장 높은 액수를, 대중음악이 약 96만 원으로 가장 적은 액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스테이지코리아 진출현황 분석

네덜란드 해외진출 데이터 맵핑

다음은 더치컬처 국제문화협력센터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문화연구원 에린 창이 네덜란드의 국제교류 데이터 활용 사례를 들려주었다. 그는 정보의 ‘수집’에 방점을 두었는데, 특히 자국 예술가의 국제 활동을 파악하는 방식과 함께 정보원과 수집 항목을 개괄했다. 구체적으로 재외 대사관, 영사관을 비롯해 지원 기관의 지원금 운영 정보, 자국 문화 단체 상위 500곳을 대상으로 하는 데스크 리서치와 함께 예술가의 직접 보고를 취합하는 등 정보원이 매우 다양했다. 특히 개별 예술가(단체)의 국제 활동 정보를 광범위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 정확히는 네덜란드 197개 도시 2,500여명(단체)의 국제 활동을 추적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한국의 경우 해외진출 지원금을 받은 단체로부터 성과 정보를 얻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와 대비되는 정보망 구축의 비결이 궁금해졌다. 수집 정보는 누가, 어떤 프로젝트에, 언제, 어떤 지원을 받고, 어떤 장애물을 넘어서 해외로 진출하는지 분석했다. 정보는 무엇보다 국제 진출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정보 수집 단계부터 ‘네덜란드가 전 세계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력을 이해’한다는 명확한 목적을 두고 용도에 맞는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해왔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해외진출 지원 현황’은 김나영 국제교류부 부장이 소개했다. 그는 국제교류를 지원하는 7개 사업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가장 주요한 기관인 만큼 방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었다. 최근 5년의 적확한 표본만 들어도, 신청 건수 4,356건, 지원 건수 1,191건에 달하는 양이었다. 국제교류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사업 방향성을 결정하기 위해 그는 주로 5개년 데이터를 들여다본다고 밝혔다. 예술가들이 제출한 공모 신청 자료는 선정을 검토하는 일뿐만이 아니라 각 국제교류 사업의 경향성을 파악하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예술가들이 사업 신청서에 적은 핵심 단어를 워드 클라우드 기법으로 분석하고, 해당 단어들의 관계성을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으로 살펴보는 식이다. 지원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 공유도 전반적으로 이루어진다. 각각의 공모 접수가 끝나면 신청자의 연령대, 성별, 장르, 사업 구분, 지역 등에 대한 기본 정보를 게시하고 있었다.

마지막 발제는 온더무브 데이터분석가인 존 엘링스워스가 맡았다. 온더무브는 2002년 설립돼 26개국 67개 기관 및 개인을 회원으로 보유한 유럽 중심의 국제 정보 네트워크이다. 현재는 프랑스 문화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각국의 지원기관, 정보기관을 회원으로 두고 정보를 제공받을 뿐 아니라, 정보의 공유와 배포에도 큰 비중을 두어왔다. 연간 20만 명이 온 더 무브 웹사이트를 찾아 국제교류에 드는 비용부터 레지던시, 각국의 공모사업 정보에 이르기까지 유용한 소식을 찾는다. 이러한 정보 제공의 핵심을 데이터 ‘라벨링’이라고 밝힌 존 엘링스워스는 정보원에게 특정 항목을 지정해 요구하기보다 그들이 보유한 데이터 전체를 넘겨받아 자체적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강조했다. 이러한 편집 과정이 있기에 이후에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고, 예기치 못한 부분에서 유의미한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었다.

토론을 통해서는, 정보 수집 인프라를 우선 마련해야 하는 국내 상황에 입각해 공연예술 데이터 수집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예술가의 정보를 어떻게 제공받을 것인가? 방법은 의외로 보상을 주는 것보다 데이터를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술가는 오히려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 거론됐다. 더치컬처와 온더무브의 좀더 구체적인 데이터 수집 현황도 들을 수 있었다. 더치컬처는 일부 데이터 항목을 선별해 예술가가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온더무브는 자료 전체를 넘겨받은 뒤 목적에 따라 데이터를 탐색하고 가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장일단이 있다. 더치컬처의 경우 특정 항목만을 묻지만 기관뿐 아니라 개별 예술가(단체)의 정보까지 다면적인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고, 온더무브는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주로 지원 기관의 자료이기에 누가 그것을 수혜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예술가 개인을 추적할 수 없었다. 이상적인 공연예술 데이터 수집 방식으로는 정보를 올리면서 동시에 얻는 것이 가능한 ‘공유’ 포털의 형태가 대두되었다. 국내 발제자들이 국제교류 정보를 얻으려는 예술가 수요가 많다는 점을 짚으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교류 트렌드를 신속하게 수집, 공유하기 위한 플랫폼의 형태가 제안되었다. 특히 이 플랫폼의 핵심은 정보 제공의 ‘용이성’을 높이고, 정보 공유의 ‘유용성’을 높이는 것에 있다. 한국형 공연예술 데이터 수집·활용에 관해 고려해야 할 두 가지 키워드가 명확해진 것이다.

  • 필자소개

    심리학과에서 뇌를 들여다보다가 운명의 장난인지 무용씬 한가운데 착지했다. 그래서 때론 외부자로, 때론 내부자의 시선으로 공연예술계를 바라본다. 한국춤평론가회 최연소 회원이자 월간 <댄스포럼> 편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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