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서울아트마켓(PAMS)이 10월 7일부터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국립극단에서 열렸다. 올해는 'Cross+Contemporary, Continent, Culture(3CC)'라는 주제로 서울아트마켓은 동시대의 대륙 간 문화적 이질성을 뛰어넘어 창조적인 협업의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했다. 특히 아시아공연예술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 따라 아시아 지역의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해석하고 있는 ‘파트너십’의 사례를 포커스세션1에서 살펴봤다./
								2013 PAMS 특집/① 포커스세션1-아시아 문화예술 파트너십:경계없는 협력/② 포커스세션2-아시아 문화예술 리더십:아시아적 리더십/③ LIP(국제협력파트너찾기) 프리젠테이션

2013년 서울아트마켓(이하 PAMS) 포커스세션의 대상 권역은 아시아였다. 근래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KAMS)나 PAMS가 공연예술분야를 넘어 시각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교류로 업무와 활동분야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있어 올해 PAMS 포커스세션에 대한 흥미는 다른 해와 달랐다. 하지만, 올해도 필자를 제외하고는 사회자를 비롯한 다섯 명의 발제자가 모두 공연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걸 보면, 특정 기관이나 사업이 방향성에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짐작할 만하다. 그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발제자의 구성과 부여된 발제별 발표내용을 통해 공연예술 외의 다양한 담론거리를 던지려 노력한 점이 세밀한 관찰자에게는 눈에 띄었을 것으로 본다.

포커스세션1은 아시아의 문화예술 파트너십:경계 없는 협력을 주제로 싱가포르,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공연장, 레지던시, 축제, 지원기간 등 다양한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협력 모델을 살펴봄으로써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아시아라는 지역을 통한 협업과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했으며, 포커스세션2는 아시아의 문화예술 리더십:아시아적 리더십을 주제로 아시아에서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아시아 문화예술 전문가가 전하는 각국의 문화예술 기관의 성장배경 및 현황을 알아보고 사례발표를 통한 정보의 공유와 상호 비교를 통해 반면교사 혹은 연대적 발전가능성을 엿보았다.

아시아를 무대로 한 협업 가능성 모색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를 창설하고 현재까지 예술감독을 맡고 있고,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 한국본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종호 선생의 사회로 진행된 세션1 ‘경계 없는 협력’을 중심으로 적어 소개한다. PAMS 첫날 개막식 전에 열린 학술행사임에도 불구하고 듬성듬성한 객석을 곁눈질하며 조금 늦게 시작한 세션1은 30분 정도 지나자 제법 객석을 채우고 열기를 더해 진행되었다. 예사로 보아야 할지, 흥미롭게 여겨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는 않지만 150여 객석은 아시아 사람보다는 유럽 등 서구 사람들로 적게 잡아 6할은 채워진 것 같다. 아시아를 말함에 있어 정작 관심은 아시아인의 주체성보다, 유럽 사람들의 관심이 유독 진지해 보인 것은 결국 국제적 교류연대라는 것을 서구 중심의 관성에서 출발했던 연장에서 보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시아의 문화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관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문화콘텐츠의 이동과 판매를 전제로 한 협업과 융합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니라면 어떤 시각을 가진 것인지 제법 진지한 담론과 예측불허의 작당으로 이어질지 근질근질했다.

이런 궁금증과 설렘에도 불구하고 세션1은 의외로 싱거울 수도 있지만 명확하게 정리될 수 있었던 같다. 발제자들 각각의 활동영역과 손에 들고 온 사례들이 저마다 다른 점도 있었겠지만, 아시아를 가장 흥미롭고 아시아다운 이야기로 이끈 것은 결국 아시아의 발제자들이다. 6인의 발제내용을 짤막하게 소개하고 특별히 필자가 주목한 내용을 별도로 부연해서 적는다.

▲양 징마오 중국 국가대극원 부원장 ▲▲아누파마 세카르 아시아유럽파운데이션 문화부 부회장

▲양 징마오 중국 국가대극원 부원장
▲▲아누파마 세카르 아시아유럽파운데이션
문화부 부회장

새로운 형태의 비영리성 국제문화교류 및 사회 공공선을 위한 기능

‘국가대극원의 비영리성 국제문화교류활동’에 대해 발표한 양 징마오 중국 국가대극원 부원장은 2007년 12월 22일 국가대극원이 정식으로 개원한 이래 제작과 운영 면에서 견지하고 있는 ‘3고(高)’ 원칙 즉 첫째, 프로그램 선발과정에서 최고 수준의 정선된 작품을 골라 모든 프로그램이 예술성과 시장성을 갖추고 둘째, 프로그램의 질적인 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고 디테일을 중시하며 프로그램 운영의 전문성을 높이며 셋째, 프로그램 장르를 고급예술, 오페라, 무용, 음악회, 연극과 중국전통극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 다섯 가지 장르가 전체 공연물의 9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영리목적의 국제 초청형 공연과 구별되는 비영리성 국제문화교류의 사례로 대극원은 5년간의 노력으로 주중 대사관 111곳과 우호관계를, 세계 227개의 예술기관과는 교류관계를 맺었으며, 17곳의 국제예술기구와 예술단과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 이러한 우호관계의 바탕 위에 여러 가지 합작방식을 꾸준히 발굴하고 실험하면서 세계음악박람회, 음악살롱, 오페라 심포지엄, 상호공연, 연수교류 등의 몇 가지 굵직한 프로젝트를 만들었으며 주중 대사관, 문화기구, 정부 부서 간 장기적으로 유효한 새로운 형태의 국제문화교류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예술교류부가 전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주 접하는 발제자이기는 하지만 아시아유럽파운데이션(Asia Europe Foundation, 이하 ASEF)의 인도 출신 아누파마 세카르(Anupama Sekhar) 문화부 부회장이 소개한 ASEF의 활동은 생략하고, 그가 말한 흥미로운 최근 국제문화협력의 트렌드 변화에 대해 몇 가지 정리해본다. 첫째 민간재단, NGO, 공공성을 띤 민간재단 등과 이들의 네트워크로 대표되는 새로운 국제협력세력의 등장을 들고, 이중 중국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s)네트워크의 성장은 10년 안에 알리앙스 프랑세즈(Alliance Francaise)와 대등하게 성장할 것을 예측했다.

두 번째 트렌드로 다자간 협력에 대한 관심의 고조를 꼽고 주목할 만한 사례로 주한유럽문화원(European Union National Institutes for Culture, EUNIC) 네트워크와 ASEF와 ASEAN의 협력 관계를 들었으며, 셋째로 자국의 문화예술의 해외진출을 벗어나 문화다양성에 기초한 서로의 문화에 대한 존중과 균형발전을 목표로 하는 상호문화협력(mutual cultural practice)으로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는 점을 진단했으며, 문화의 공공성 혹은 사회 공공선 실현 등 공동선의 기능을 국제문화교류 영역에서도 주목하고 이를 점차 확대하기 위한 국제 간, 국제기구 등의 노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네 번째 트렌드를 설명했는데, 필자와 아누파마 세카르가 공통적으로 주목한 트렌드는 네 번째이다.

▲치아키 소마 일본 페스티발 도쿄 디렉터 ▲▲차재근 부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

▲치아키 소마 일본 페스티벌 도쿄 디렉터
▲▲차재근 부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

사실 이번 포커스 세션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각으로, 아니 어쩌면 아시아적 시각으로 볼 때 - 사실 이 아시아적 시각이란 것은 문화다양성의 시각이지만 - 가장 흥미로운 발제는 치아키 소마(Chiaki Soma) 일본 페스티벌 도쿄(Festival Tokyo) 디렉터의 사례와 옹 켕 센(Ong Keng Sen) 싱가포르 예술축제(Singapore International Art Festival, SIAF) 예술감독의 일종의 강연(?)이었다.

그녀는 이 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젊은 인재이고 그의 페스티벌 도쿄 이야기가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는 협소할 수도 있지만 매우 강력한 화두를 던졌다. 그 첫 번째는 비전을 가진 젊은 인재들의 역할과 이들이 구축한 국제적 연대가 공동선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는데, 그녀가 말한 젊은 인재들이 활동하는 분야가 주로 비주류 문화예술영역이라고 할 때 이는 대단히 중요한 시사이다. ‘예술은 사회적이다’를 말한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Said),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처럼 그녀의 울림은 그가 성장해 온 거리와 사람들 사이에 뿌리내린 것이 아닐까 한다.

다른 하나는 그녀가 2012년에 만든 레지던시 동아시아 다이얼로그(Residency East Asia Dialogue, r:ead) 이야기이다. 이 대화의 창은 동아시아 그러니까 역사적으로 질곡의 상흔을 각각 품고 있는 중국, 한국, 일본, 대만 등 4개국의 큐레이터, 기획자, 평론가, 아티스트 등 1년에 8명씩 참여하는 인력 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아트플랫폼이다. 재미있는 진행방식은 이들이 영어 혹은 특정언어를 공식 언어로 사용하거나 통역함이 없이, 각각 자국의 언어로 대화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고 오히려 언어가 가진 다양성으로 의사전달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또 이를 5년간 계속해서 40명이 배출될 즈음, 이들로 하여금 페스티벌 도쿄를 기획하게 한다는 것이다. 생각 또한 젊으니 참 예쁜 사례이다.

필자는 네 번째 발제자로 나섰다. 동양적 표현이지만 병존(倂存)의 선(線)의 문화교류에서 공존(共存)의 면(面)의 문화교류로의 전환을 제기했고, 이를 위해선 국가적 경제가 없는 지역과 지역의 교류모델이 잦아야 하며, 이를 통한 문화적 지역 국가를 지향했다. 문화적 지역국가(Region State)는 국제문화교류의 일상화를 통해서만이 가능하고, 이러한 지역국가가 형성된다면 새로운 문명권 형성의 가능성과 평화공존이라는 공동선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주디스 스테인 컬처360 에디터 ▲▲옹 켕 센 싱가포르 국제 아트 페스티벌 예술감독

▲주디스 스테인 컬처360 에디터
▲▲옹 켕 센 싱가포르 예술축제 예술감독

‘동양적’이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특성

2013 PAMS 포커스세션1에서 명징한 기억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아시아 발제자들이 동양적 가치와 내면으로 국제교류를 탐색하고 있고 그들이 사용한 언어들이나 증거의 방법들이 다분히 ‘동양적’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제문화교류의 루트가 단순한 전달과 교환이 아닌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아누파마 세카르, 치아키 소마, 차재근 모두 ‘공동선’이란 단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했다. 공동선은 면(面)의 교류에 다름이 아니다.

2010년부터 2012년에 걸쳐 진행된 한국과 핀란드 간 무용분야 국제협업시스템, 그러니까 핀란드댄스인포(Dance Info Finland, DIF)와 KAMS와의 연구와 과정 중심의 국제예술협업 사례를 소개한 주디스 스테인(Judith Staines) 컬처360 에디터의 발제가 ‘아시아 문화예술 파트너십:경계없는 협력’이란 주제의 세션에 적합했는지는 좀 더 고민해 보아야 하겠지만, 그는 이 사례의 핵심요소로 신뢰를 꼽고 파트너 간 근본 철학, 장기 목표와 미션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이고 빈번한 소통에 필수적으로 작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였다.

개인적으로 옹 켕 센 싱가포르 예술축제 예술감독의 이야기는 다시 한 번 천천히, 그리고 대포 한 잔 나누며 듣고 싶다. 그 역시 동남아시아의 이야기를 했고 레지던시에 대한 의문제기와 전략, 진정한 마법을 말했다. 이글을 마무리하는 지금도 그의 이야기는 마법처럼 울린다. 불행히도 그의 발제는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었고, 지나치듯 한 번 들어선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러니 한 번 더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호 [Weekly@예술경영] 웹진에 수록해 주든지 아니면 옹 켕 센과 대포 한 잔 해야 할지, 둘 중 하나는 해야 마법이 풀리겠다.



참고
‘포커스세션1_아시아의 문화예술 파트너십-경계없는 협력’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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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2013 요코하마 공연예술미팅(TPAMiY)
[해외동향] 싱가포르 예술축제

차재근 필자소개
차재근은 부산문화예술교육연합회 부회장, 부산시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장, 아시아아트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한국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 현재 부산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으로 ‘조선통신사문화사업’으로 한국과 일본간 문화교류와 학술연구를 통해 양국 간의 선린우호 증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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