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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커스세션2의 모더레이터를 맡은 홍기원
숙명여자대학교 정책․산업대학원 문화행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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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서울아트마켓 포커스세션2의 주제인 ‘아시아 문화예술 리더십-아시아적 리더십’이라는 타이틀은 사실상 쉽사리 체감되지 않아 스스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문화예술 리더십’이란 단어가 정의 내리기 쉽지 않은 주제이기에 나름의 해석으로 주지시켜야 했다. 경영측면에서의 리더십 접근은 명료하지는 않더라도 이해가 가능하나, 문화예술 리더십은 여전히 생소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시아적 리더십’이라니 생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용어를 빠르게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 문화 트렌드에 뒤떨어지는 상황인가 싶어 내심 초조하기까지 했다.
지난 8월 29일부터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경영 리더십 패스파인더’ 라는 길고, 쉽지 않은 제목의 리더십 교육을 문화예술기관에 종사하는 중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개설했다. 필자 또한 이 교육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몸소 수강신청을 했다. 8주가 넘는 긴 시간의 커리큘럼과 개인적 사정을 고려해 볼 때 퍽 어려운 결단이었다. 하지만 도대체 예술에서의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리더십에서 문화와 예술의 차이가 있는가? 예술경영 리더십은 무엇인가? 문화적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나열하고 보니 더 혼란스럽다) 등의 난제들로 고민이 많았던 터라 리더십에 대한 미미한 접근이라도 해볼 요량으로 차근차근 수강을 해나가고 있는 가운데 포커스세션2에 참석하게 되었다.
‘문화예술의 리더십’에서 그 정의와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그것이 아시아적 리더십과 그 밖의 권역과는 어떻게 다르게 적용될까?’라는 의문을 크게 가지며, 2013 서울아트마켓의 ‘포커스세션2_아시아의 문화예술 리더십-아시아적 리더십’에 참여했다. 이번 아시아 문화예술 리더십의 발제자들은 호주, 인도네시아, 홍콩, 말레이시아 그리고, 한국으로 문화예술기관 및 비영리단체, 페스티벌 총감독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발제자들이 자국의 현황과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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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 그리보브스키의 ‘아시아에서 필요한
문화적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를 시작으로,
암나 쿠주모의 ‘예술가 성장의 플랫폼을 만들다-케롤라의 사례’가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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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적 정체성을 찾아라!
“아시아의 문화적 리더십이란 무엇입니까?”라고 혹자가 질문할 때, 그 누가 “A는 B이다”처럼 귀납 추론에 기인한 답변을 할 수 있을까마는, 이번 주제의 첫 번째 발제자인 호주예술위원회 CEO를 맡고 있는 토니 그리보브스키(Tony Grybowski)는 쉽고 명료하게 호주와 한국의 문화정책을 설명했다. 그의 발제를 듣던 중, ‘호주는 지리적으로 아시아권역에 포함되지만 호주의 문화 또한 아시아 문화라고 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그런 찰나에 “호주는 아시아권 서구문화의 배경을 지닌 나라로, 많은 예술적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해 아시아와 서구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염화시중의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는 아시아의 문화적 리더십은 아시아 각국이 가진 전통성을 중요하게 인식하며, 정부와의 정책 방향 역시 협업을 통해 함께 나아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화예술 리더십은 아시아만 국한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의 가치는 결과보다는 협업의 과정을 중시해야 하며, 그 나라만의 고유문화가 녹아있는 정체성, 전통성의 중요함을 다시금 강조했다. 문화란 차용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고유성, 정체성, 전통성(모두 비슷한 맥락이겠지만)이 매우 중요하며, 요컨대 아시아적 문화예술 리더십은 아시아 고유의 정체성을 살리고, 정부의 정책과 함께 협업해 나가며 네트워크를 넓혀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됐다.
전문성을 가진 예술가, 그들이 문화예술의 리더
인도네시아의 발제자인 암나 쿠주모(Amna Kusumo)는 인도네시아 비영리 단체인 케롤라 재단(Kelola Foundation)의 디렉터이다. 그녀는 이번 발제에서 예술가들이 중요한 자원이며, 예술가는 이미 그 자체가 문화적 리더라는 내용과 함께 ‘예술가 성장의 플랫폼을 만들다’라는 주제로 케롤라 재단의 사례를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문화교육기관이 부재한 실정이다 보니 실제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려면 예술가 스스로가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정부의 지지가 낮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지속 가능한 활동을 위해 예술가들의 열정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비영리 단체나 개인 단체의 활동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명확한 정부정책, 제도, 교육 등이 절실하다고 전하며, 예술가들과 신뢰적 관계구축 및 후원과 기부의 제도가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네트워크를 통해 예술가들의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내면적 교류가 일어나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문화예술의 리더십은 예술가들의 자원이 바탕이 된 혁신적 행동이 필요로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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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사 호의 ‘리드하고 봉사하기’에 이어
모하메드 수카르노 압둘 와합의 ‘아시아
문화예술 리더십-말레이시아의 관점에서’의
발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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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의 리더십은 서비스와 함께 봉사자가 되는 것!
티사 호(Tisa Ho) 홍콩 아트페스티벌 총감독은 아시아에 대한 일반적 정의는 굉장히 모호하다고 운을 띄우며, 페스티벌의 예를 들며 내용을 이어나갔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페스티벌은 서양에서 건너온 문화인데, 아시아에서는 글로벌 축제 형태로 진행된다고 한다. 이럴 경우에는 아시아 고유의 정체성을 부과해 축제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 요청되며, 정부가 조력자로서 지원하여 내실을 기해야만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 또한 예술 고유의 전문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그녀는 “진정한 리더십은 드러나지 않는 리더십이며, 함께 공유하고 이뤄내는 가운데 그들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마지막에 함께했다고 말할 수 있는 리더가 최고의 리더”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아시아의 문화예술 리더십은 봉사하는 것이며, 전통성과 전문성을 수반하고, 적절하고 체계적인 제도의 중요성이 점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 발제자로 나선 모하메드 수카르노 압둘 와합(Mohd Sukarno Abdul Wahab) 말레이시아 국립문화예술부 수석연구원은 5인의 발제자 중 유일하게 정부기관의 관계자였다. 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문화예술의 전문가보다는 파트타임에 종사하는 관계자가 주를 이룬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950년대 문화복지부에서 출발하여, 현재 문화관광부 산하 문화예술부에서 문화예술위원회로 조직된 내용과 문화는 국가재건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문화적 토대는 정부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4개 주로 구성된 말레이시아에서는 주 정부가 청소년교육 등의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관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는 문화리더 양성을 위해서는 문화정책 리더십과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어야 하며, 문화예술의 리더는 봉사자(Servant)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발제자 모두 문화예술의 리더십은 결국 봉사자가 되어 지원하고 지지하는 것이라고 전했지만, ‘말레이시아의 사례는 정부의 역할이 조력자가 아닌 주도적 리더로 자임한 구조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정책이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정부의 도야된 역할수행의 필요가 아쉬움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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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준 국립오페라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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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이 펠로우십이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김의준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LG아트센터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발제했다. 사실 5인의 발제 중 나라별 사례나 내용을 가지고 ‘무엇이 맞는 리더십이다’라고 단언할 수 없던 터라, 펠로우십에 대한 언급은 문화예술이라는 단어를 살짝 접자면 리더십과 직접 관련된 용어라 볼 수 있었다. 지난 몇 주간 ‘예술경영 리더십 패스파인더’ 과정을 통해 알아온 내용과 현실적으로 꽤 공감되는 부분이었기에 그간의 의구심을 조금은 떨치게 해주는 편안함이 있었다. 경영 측면의 리더십이 주된 내용이었지만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담당자의 의사결정 권한을 주는 것, 21세기 감성시대에 조직 내의 복종과 강요는 문화를 저해한다는 내용을 공유하기 충분한 주장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직의 리더는 구성원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며, 책임자는 지휘자가 아니라 봉사자(Servant)라는 설명이 와 닿았다. 그는 “예술가와 관객이 핵심 가치를 공유하며 적극적 커뮤니케이션을 나누고, 리더 역시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리더십은 변화에 맞춰 비전을 함께 공유하는 펠로우십(fellowship)이며, 구성원의 에너지가 결합됐을 때 시너지 효과가 일어난다. 또한 구성원(문화예술계 전반에 종사하는)을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 인정하는 것, 즉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함을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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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의 발제로 구성된 이번 포럼의 주제는 사실 매우 지난(至難)하다 것이 총평이다. 꽤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명료하지 않은 내용으로 문화예술의 리더십과 더불어 권역별 영역 안에서 차별화된 아시아의 리더십만을 찾기란 매우 쉽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발제자들의 내용을 추려보면 아시아만의 전통성을 중시해서 리더십의 준거력(Referent Power)을 향상하고, 전문성을 가지며, 희생하는(Service, Servant) 것이었다. 내용을 정리하면서 ‘경영 측면의 리더십처럼 명료하진 않지만 문화예술계가 가진 모호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의 맥락은 상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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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류자영은 큐레이터로 오랫동안 미술계에 종사하다 (사)한국연극협회 기획팀장을 거쳐, 현재 부천문화재단 야인시대캠핑장∙문화동산 팀장으로 문화커뮤니티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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