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공연예술 종사자들이 모여 공연예술의 창작에서 유통까지의 단계를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장인 서울아트마켓이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 서울아트마켓은 아시아 권역을 포커스로 하여 다양한 세션과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웹진 [weekly@예술경영]은 주요 프로그램의 리뷰와 7년차를 맞이한 서울아트마켓의 흐름을 짚는 특집을 마련했다. ③ 음악

한국음악계의 해외진출의 효율적인 모색방법을 안내해주었다는 점에서 어느 분야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실패사례를 거론하기는 했어도, 이를 통해 학습된 점이 충분하니, 이 또한 의미 있는 성과임에 분명하다.

팸스초이스(PAMS Choice)는 명백히 한국공연예술의 해외진출을 목표로 한다. 해외 ‘어디’와 ‘무엇’이라는 목표가 좀 더 뚜렷하게 제시된다면, 진출을 준비하는 음악가들이나 이들의 해외진출을 돕는 예술경영지원센터도 보다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늘 이 점이 아쉽다. 그나마 팸스초이스 선정을 통해 지난 7년 동안, 해외로 향하는 여러 길 중에서 한국음악이 통하는 영역이 ‘월드뮤직계’일 것 같다는 ‘감’이 생긴 것 같고, ‘호응을 얻었다’는 뉴스도 대개 그 언저리에서 흘러나오는 듯 하다. 이 계통에서 기반을 다지며 그 ‘작은 가능성’을 부여받은 한국의 음악가들이 해외에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시장성을 확보하면서 생존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팸스초이스 초창기에 비해 해외진출용 작품과 단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얻은 것 같기도 하다.

팸스초이스의 실패와 성공

공명 (스페이스 뱀부>
청배연희단 (넌버벌 퍼포먼스 원)

▲▲ 공명 (스페이스 뱀부)
▲ 청배연희단 (넌버벌 퍼포먼스 원)

지난 7년 동안 팸스초이스 음악분야에서는 23개의 단체가 선발되었다. 이 중에서 이미 낯선 이름이 되어버린 단체 명칭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해보니 이 단체의 가장 최근 뉴스가 6년 전 팸스초이스 선정 소식이었다. 그 단체의 구성원들은 음악계에서 활동하겠지만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선발했던 그 단체와 그 작품명은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이런 관점에서 팸스초이스 선정, ‘실패’와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을, 앞으로 10년 정도 지난 후 한국음악계의 동향을 리뷰할 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단체는 누구일까를 생각해보는 것으로 정하였다. 단체로서의 성격이 미약하여 ‘이름’은 그대로인데 지속적인 국내외 활동이 불안정한 팀들은 좀 가혹하긴 하나 ‘선정 실패’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990년대부터 국악을 전공한 2~30대 젊은 음악가들이 자신의 음악정체성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새로운 개념의 연주단체를 결성하여 활동하기 시작했다. ‘창작음악그룹’ ‘퓨전그룹’ ‘월드뮤직그룹’ 등의 개념을 앞세운 2인 이상의 음악단체들이 각기 다른 주기로 생성소멸하면서 ‘소그룹 시대’를 열었다. 문화예술기금을 비롯한 각종 공공지원이나 팸스초이스 선정, 신진한국음악실험무대-천차만별, 21세기 한국국악프로젝트가 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도 단체의 출범에 주요 동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쉽게 만나고 헤어진다는 점이다. 단체로서의 성격을 갖추기도 전에 주요 연주가들이 이탈하게 되면 초창기에 탄생시켰던 좋은 콘텐츠들까지 유야무야 되어버려 ‘젊은 음악가들의 학습과정’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게 된다. 바로 이 같은 현상이 팸스초이스 선정에서도 보인다. 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음악가의 역량이나 신청 무렵의 활동성과를 보고 선정한 단체들이 한두 해 지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음악활동을 접거나, 혹은 누구의 초청 없이는 자발적으로는 함께 무대에 서지 않는, 더욱이 해외공연을 기획하지 않는 ‘휴면상태’에 빠진 경우들이다. 이는 당분간 국악계와 팸스초이스가 함께 겪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되지만, 콘텐츠가 뚜렷하면서도 각 음악가들이 함께하면서 작품영역을 더 발전시켜갈 의지가 있는 단체를 헤아리는 일이 실패를 줄이는 일이 될 것 같다.

또 하나의 실패 사례로 꼽고 싶은 것이 한국창작음악연구회의 (다악)(茶樂) 공연이다. 2005년에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후, 꽤 호응을 거두며 미국, 호주, 유럽 무대로 진출했었다. 《다악》으로 열 개의 음반을 출시했을 만큼 콘텐츠도 풍부하고, 무대를 통해 차와 문학, 춤, 음악 등 통합적인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있어 한국문화 해외진출에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델로 회자된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 이들은 더 이상 (다악)으로 해외에 진출하지 않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아주 뜸하다. 왜 일까. 이들이 진출했던 해외시장이 어디였는가, 현지에서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왜 더 이상 이들을 초청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분석한 리포트가 있다면, ‘실패를 통해 배우는 대표 사례’로 거론할 만 하다고 본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공명’을 꼽을 수 있겠다. 이들은 2005년, 2008년, 2011년에 조금씩 다른 공연작품으로 선정되었다. 한 팀이 7년 동안 세 번이나 선정되었고, 이를 계기로 해외공연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단체라는 점에서 이들의 성공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명은 무대에 등장하는 악기가 많아 운송에 따른 비용과 방법이 좀 문제가 되지만, 타악을 위주로 연주가 네 명이 70분 정도의 공연을 통해 세계 보편적인 타악 음악의 기조와 한국 고유의 음악성을 균형감 있게 담아 재밌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강점이 있다. 이들의 공연은 어디서나 통하며, 단체 구성원들의 연대감, 무대에 대한 책임감도 높고, 좋은 인상으로 네트워킹하고 있다. 음반으로 들었을 때는 잘 몰랐던 재미가 공연에서 몇 배로 증폭될 때 청중들은 감동하며, 이런 공연성이 이들을 무대로 불러내는 요인이라고 본다.

공명 외에 공연성으로 주목받으며 해외 진출에 발을 내디딘 단체로 ‘김주홍과 노름마치’ ‘청배연희단’을 꼽을 수 있겠다. 이들 공연에 내재된 민속성이 월드뮤직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전략으로 보완될 수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좀 더 지켜보고 싶은 단체 중에 ‘비빙’이 있다. 탄생부터 지금까지 이 단체를 떠올리면 비빙의 리더가 보여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크게 부각된다. 단체를 구성하는 공연자들의 역량보다는 리더에 의한 프로듀서 시스템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해외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는 뉴스가 많지만 정작 국내 공연계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비빙이 해외공연계에서 지속적으로 작은 성공을 이루어낸다면, 이는 뛰어난 프로듀서에 의한 성공사례로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해외의 청중들이 보고 싶은 한국공연의 경향과 내용을 파악하고, 진출목표와 대상을 정하여 공략하는 방법으로 응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비빙과는 다르게 단체 구성원의 음약 역량으로 지속적인 해외진출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단체로 ‘강은일의 해금플러스’ ‘토리앙상블’을 꼽을 수 있겠다. 이들의 음악은 아주 다양하지만, 연주가의 뛰어난 연주력으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각각 솔리스트로서도 인정받고 있는 이들이 단체로 모인 음악적 이유와 동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예술성과 공연성을 갖춘 이들의 활동은 해외진출의 안정적인 모델로 꼽고 싶다.



비빙 (이와 사> 토리앙상블 (토리, 소리,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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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스초이스의 의미 키우기

팸스초이스 7년은 한국음악계의 해외진출의 효율적인 모색방법을 안내해주었다는 점에서 어느 분야보다 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실패사례를 거론하기는 했어도, 이를 통해 학습된 점이 충분하니, 이 또한 의미 있는 성과임에 분명하다. 7년간 선정되었던 단체를 리뷰해보니, 결국 해외진출을 염두에 둔 음악가의 개인적인 역량이 뛰어나던지,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던지, 고유한 콘텐츠를 갖고 있던지, 이 중에 적어도 한 개 이상을 갖추고 있는 단체들이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반대로 단체는 성실하게 운영되고 있으나 역량, 프로듀서, 콘텐츠가 평범한 경우, 10년 후에는 함께 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단체의 경우, 자신의 주요 직업이 따로 있어서 해외 활동은 자신들이 시간 날 때나 가능한 단체의 경우, 음악의 정체성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특이한 경우는 선정에서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현장의 공연성보다 음반으로 승부를 거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들의 활동을 별도로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될 필요가 있겠다. ‘해외진출’이라는 뚜렷한 목표와 전략을 세운 좋은 음악단체들이 향후 팸스초이스를 통해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2011 PAMS 특집2] 팸스초이스, 지난 7년의 경향 다른기사 보기
① 연극 ② 무용 ④ 복합

송혜진 필자소개
송혜진은 서울음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동아일보 음악평론상에 당선한 후 한국음악에 관한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청중과 소통해왔고,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 및 학예연구관을 역임하면서 국악연구와 해외교류의 경험을 쌓았다. 2001년에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로 부임한 후, 연구와 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2005년부터 숙명가야금연주단의 기획, 운영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국악, 이렇게 들어보세요』『청소년을 위한 한국음악사』 등의 대중서와 『한국아악사연구』『한국악기』 등의 전문서를 비롯한 ‘무거운’ 주제의 논문을 쓰고 있다. dals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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