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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 12월 7일부터 9일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주관으로 ‘축제워크숍’이 안면도에서 진행되었다. 연간 진행되는 다양한 형태의 축제(축제의 개념은 논외로 두고 축제라는 용어를 쓰겠음)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실무자, 관련 종사자와 예술감독이 참여해 국내 축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대안은 무엇이며, 새로운 축제 패러다임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에 따른 실천과제도 도출시켜 보는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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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성기는 지나갔나
이번 워크숍의 특징은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함께 공유하며 스스로 대안과 전략을 도출해나가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축제의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지 하나하나 짚어가며 문제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마련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별 모임을 시작하자마자 참가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축제의 문제점과 한계점에서부터 저마다의 하소연과 푸념까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축제의 정체성, 관 주도 행사의 문제점, 민간 운영조직의 재정 확보의 문제, 롤 모델로서의 선배들의 부재, 재정자립도, 일률적인 평가 시스템, 불안정한 축제 조직, 내부 복지문제, 축제가 재미없어진다는 자기고백 등으로 금방 주어진 시간들이 지나갔다. 이러한 현실적인 난관을 바로 만나게 되자 한 조원이 ‘축제 조직에 문제가 많고 그렇게 힘들면 내가 여기를 떠나면 되지 않겠느냐’라는 명쾌한 발언을 던지는가 하면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대체 ‘여기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축제가 무엇이고 왜 축제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축제는 이미 과거 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축제이며, 현대인들은 다른 곳에서 그 욕구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데 구태여 축제를 할 필요가 있느냐 등 다양한 화두가 오고갔다. 축제가 자립하기도 전에 이미 전성기는 지나가고 축제의 위기가 오고 있음을 느꼈다.
둘째 날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축제를 오랫동안 지켜온 예술감독들과 축제를 둘러싼 환경변화와 위기에 대해 논의했다. 축제의 지나친 대중성, 기획자들의 예술적 상상력의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갔지만 결국 하나로 집약되는 것은 축제를 만드는 사람의 철학 부재 곧 축제 철학의 부재로 집중되었다. 그간 우리는 축제에 대한 철학,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축제에 대한 자기 논리를 세우기보다는 축제에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축제 평가점수표에 적합한 축제 만들기에 급급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자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축제에 대한 자기 철학의 부재는 비단 축제만의 문제는 아니며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이다. 그러므로 더더욱 축제의 존재 근거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제기되었다. 또한 축제를 관 주도를 통해 정치적으로 접근하게 될 경우, 축제의 진정성이 훼손되고 기획자들은 창의적인 축제 기획이 어려워져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 축제를 관망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서도 환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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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위기 극복하기
이번 워크숍은 8개조로 나뉘어 조별로 자신들이 속한 축제를 분석하고 그 결과물을 발표하는 과정을 거쳤다. 결과물은 세 가지 방향으로 도출되었다. 첫 번째는 몸담고 있는 축제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대안을 찾아본 경우이다. 다양한 문제점과 극복하기 어려운 근원적인 문제점이 돌출되었으나 건강한 축제조직 만들기, 관객개발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대안이 제시되었다. 두 번째는 자기 성찰, 나아가 축제에 대한 원론적인 담론에 대한 겸허한 수용 등 원칙에 충실한 자세가 제시되었으며, 세 번째는 동시대의 현상을 반영하는 새로운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결과물이 제시되었다. ‘축제비상대책위원회’ 외에도 ‘조용한 축제를 꿈꾸다’ ‘도시인을 쉬게 하는 축제’ 등이 제시되었다. 다시 말해 일상의 일탈을 가능케 한 것이 기존 축제들의 유형이었다면 최첨단 테크놀로지가 가득하고 복잡한 현대인들을 차분하게 쉬게 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축제 유형에 대한 갈망과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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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기획자를 위한 세 가지 키워드
감자꽃스튜디오의 이선철 대표는 축제 기획자를 위하여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였다. 첫 번째, 축제를 ‘단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킬러 이미지를 창출할 것을 주문했고 이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집중할 것을 당부하였다. 두 번째는 ‘지역과의 연계성 강화’이다. 국내 1,800여 개의 축제들 가운데 상당수가 민속이나 관광형 특산물 축제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연예술축제는 지역에서의 입지가 좁아 지역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과 협업 과정에서 많은 공격을 받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지역 여론 획득, 지역 자원 활용 등 지역과의 단단한 네트워킹을 구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토박이 콘텐츠가 아닌 외부 유입 콘텐츠일 경우, 지역민은 물론 지역의 언론, 공무원, 의원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하며 이는 반드시 겪어야 할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축제 공간의 확장’이다. 과거의 축제는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한의 일탈을 보장받았다. 지금의 축제는 도시계획의 맥락에서 도시 전체를 네트워킹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화지에 물감이 스며들 듯이, 축제를 중심으로 도시의 공간이 확장될 수 있으며, 축제가 삭막한 도시를 고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도시로 변모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 축제를 만들다
이번 워크숍은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지, 왜 축제를 해야 하는지, 과연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제는 무엇이며 그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날그날 닥치는 업무해결로 점철되던 나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고 축제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자기성찰의 시간을 통해 축제 기획자로서 잠시 잊고 있었던 사명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워크숍에 모인 참가자들은 저마다 처한 상황과 당면한 문제들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모두 축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으며, 고민들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다시 돌아가 축제를 만들 것이다. 개인주의의 팽배로 사회가 각박해지고 어려워질수록 여전히 축제는 우리의 희로애락을 들어주고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다시 씩씩하게 일상으로 뛰어들 수 있게끔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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