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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의 다양한 참여자가 바라보는 NFT의 현재와 미래
-다양한 플랫폼과 거래 방식이 등장하면서 NFT 아트를 접하고 구매하는 방식은 대중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NFT 아트에 대한 다양한 전망과 예측이 나타나고 있다. NFT 아트에 대한 논의는 주로 시장의 규모와 수익, 지속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주요 주제가 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투자와 수익, 기술과 과학담론에서 벗어나 미술시장의 다양한 주체가 입장과 경험에 따라 NFT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를 통해 미술계 내부의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는 NFT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고자 했다.
2021년 12월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미술시장과 온라인: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를 주제로 온라인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국내외 18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팬데믹 이후 확대된 온라인에서의 미술시장의 움직임과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미술시장 키워드로 급부상한 NFT와 메타버스 동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본 기고에서는 콘퍼런스에 참여한 작가와 매개자의 의견을 중심으로 예술가가 바라보는 NFT 시장과 가능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상 풀버전 [2021 KAMA Conference] Session2 “미술시장 속 NFT와 메타버스")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큐레이터, 딜러, 칼럼니스트, 교수로 NFT 영역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케니 섹터(Kenny Schachter)는 NFT 아트의 도입이 중개자가 필요 없는 시장을 확장시킴으로서 많은 작가들에게 작품 판매와 프로모션 기회를 제공했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작가가 작품의 재판매 권리를 가질 수 있게 했다고 말한다. 케니 섹터는 1990년대부터 30년 간 디지털 영상들을 제작해왔고 20년 간 아트넷에 기고하면서 기사에 관련된 영상과 사진들을 자신의 플랫폼에 게시해 왔지만 전통적인 미술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20년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라는 플랫폼을 통해 NFT 작품을 게시하고 판매하게 되면서 그는 작가로서의 인생에 큰 전환기를 맞는다. 케니 섹터의 NFT 작품에 대한 주목은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전시와 활동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는 2021년 쾰른에 있는 니겔 드락슬러(Naugle Draxler) 갤러리에서 <브래드 크럼스(breadcrumbs)> 전시를 기획하고 참여했으며 스위스 아트바젤, 쾰른 아트페어 등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예술은 자기표현이자 소통이며, 다른 이의 창조물을 접하면서 나누는 대화라는 점에서 케니 섹터는 NFT 아트를 폐쇄적인 미술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소통의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표현의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서로의 삶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도록 도와주며, 평화롭고 긍정적이면서도 유익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표현하며 공존하는 것, 그게 바로 본질이죠.”
2021 KAMA 컨퍼런스 | 케니섹터 홈페이지 https://www.kennyschachter.art |
국내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NFT 아티스트 중 하나인 미스터 미상은 슈퍼레어(SuperRare)를 통해 해외에서 먼저 인지도를 얻었다. 미스터 미상은 당장의 판매보다는 구체적인 세계관의 구축, 지속적인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플랫폼의 특성과 기술을 접목한 확장을 시도한다. “저는 이 모든 것들이 명확하게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임을 강조했어요. 기존에 작품 전체를 올려뒀던 비핸스(Behance) 페이지도 적극적으로 보여줬고, 크립토 복셀(Cryptovoxels)에 땅을 사서 갤러리를 지어놓고 작품을 걸었어요. 인스타그램 프로모션도 적극적으로 이용했어요. 제가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 작품을 계속 보여주고,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했어요. 그리고 저는 슈퍼레어에서
미스터 미상은 작품에 여러 가지 추가적인 맥락을 접목하고 확장을 시도한다. PFP 프로젝트인
새로운 로직이 끊임없이 도입되고, NFT 아트의 가격은 변동될 수 있지만 NFT라는 개념 자체는 지속될 것이고, 중요한 것은 기술이나 가격이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불확실성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멀리 보시라는 거에요. 당장 작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작업을 끌고 나가기 위한 비전을 만드셔야 합니다. 점을 찍어놓고 거기에 다가가는 과정 안에서, 시장의 변화에 따라 이리저리 돌아서 가시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컨퍼런스 참여하는 미스터 미상 |
작가들은 NFT 시장을 작가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가능하고 추급권 실현이 가능한 기회의 시장으로 파악했다. 갤러리는 같은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쾨닉 갤러리 대표인 요한 쾨닉은 NFT 아트와 그 시장이 갤러리에게도 새로운 역할과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일례로 쾨닉 갤러리의 주요 작가인 카탈리나 그로세(Katharina Grosse)는 NFT 작업을 하면서 손끝으로 작품을 컨트롤 할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 접목된 인터랙티브 프로젝트를 구현하고 싶어했고 에르빈 부름(Erwin Wurm)은 애니메이터가 필요했다. 이런 경우 갤러리는 작가 아이디어의 현실화를 위해 기술적 자문을 제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 작가와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유통 영역 또한 마찬가지이다. 갤러리는 세일즈의 주선자뿐만이 아니라 작품 제작, 프로모션, 인터내셔널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파트너이므로, NFT 미술시장에서도 갤러리의 역할은 동일하게 필요하다. 플랫폼이 증가하고 NFT 미술이 활발해질수록 갤러리의 역할도 확장하게 된다. 쾨닉 갤러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자체 플랫폼(MISA)을 개발했고, 전통적인 작품들과 같이 NFT 아트를 프로모션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는 21년 페이스 버소(Pace Verso) 라고 하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론칭하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루카스 사마라스의
페이스 버소 | 라이좀&카디스트 Speculate Values |
NFT 아트를 이야기할 때는 해킹과 보안, 저작권, 환경에 대한 문제들이 제기된다. 응답자들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결되거나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더하여 라이좀의 예술감독인 마이클 코너(Michael Connor)는 다른 지점에서의 생각할 거리를 제안하였다.
첫 번째는 새로운 미학의 필요성이다. 현재 NFT아트, 가상과 디지털 아트 작품들은 실제 세계의 재현을 위한 디지털 버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하이브리드를 거쳐 현재와는 별개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디지털 아트와 문화가 이행할 수 있으며, 이것은 새로운 방식의 창작과 소비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변화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NFT의 탈 중앙화에 대한 고민이다. NFT의 가장 큰 특성은 탈 중심, 탈 중앙화이지만, 사람들이 블록체인으로 몰려들면서 조합과 단체들이 등장했고 이들이 ‘탈 중앙화된 기관’을 표방하고 있다. 거버넌스라든지 경제력의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이미 역학관계가 변화하고 있으며 많은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라이좀(Rhizome)은 카디스트(Kadist)와 함께 이 주제를 놓고 ‘Speculative Values’라는 콘퍼런스를 개최했으며, 가상화폐 실험에서 문화적 가치, 지식을 만들어내고 대중의 필요를 충족하며 포용성과 접근성을 고려하는 기존의 거버넌스 모델과 기관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NFT는 당분간 지속될 하나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NFT는 생활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미술계 전반에도 많은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NFT 아트가 가지는 금전적 가치와 더불어, 역사적 가치, 미학적 가치, 사회적 가치, 예술의 확장이 함께 논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은용은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예술경영 석사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예술학 박사를 취득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시각예술기반팀에서 한국미술의 해외 프로모션, 유통매개 관련 연구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