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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현장에서 NFT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NFT 아트프로젝트 사례를 중심으로#scene 1
2021년 3월 잭 도시(Jack Dorsey)가 트위터에 올린 최초의 트윗 NFT가 2백90만 달러에 판매되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22년 3월 잭 도시의 NFT 구매자인 시나 에스타비(Sina Estavia)는 판매액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트윗 메시지와 함께 이 NFT를 재판매 시장에 내놓았다. 하지만 최고 입찰가는 겨우 280달러였다. 이후, 시나 에스타비는 옥션 입찰 기간을 연장했지만, 4월 13일 기준 4,631달러(1.5 이더)였다. 이 NFT가 최초 구매가로 재판매 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워 보인다.
<잭도시(Jack Dorsey)의 최초의 트윗 NFT> 이미지 출처: Estavi 트위터 |
#scene 2
2021년 3월 비플(Beeple)의 작품이 크리스티에서 6천9백만 달러에 거래되었다. 한화 약 780억에 가까운 낙찰 금액은 데이비드 호크니, 제프 쿤스에 이어 생존한 동시대 작가 낙찰가 순위 3위에 랭크되었다. 전통적인 순수 미술 시장에서 최초로 거래된 NFT 아트 작품이자, 최초로 가상 화폐로 거래된 이 세일의 흥행 성공은 이후 크리스티에 이어 소더비, 필립스, 나아가 갤러리들도 NFT 아트 프로젝트를 시도하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현재 비플의 작품은 재판매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구매자인 비그네쉬 순드레산(Vignesh Sundaresan)과 아난드 벱케이트스와란(Anand Vebkateswaran)은 암호화폐 투자자이지만 유색인종도 아트의 후원자가 될 수 있으며 그들의 구매는 유색인종을 대변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바 있기에 당분간 이 작품이 재판매 시장에 나올 것 같지는 않다.1)
<비플(Beeple) NFT 구매자 비그네수 순드레산(Vignesh Sundaresan)> 이미지 출처: www.augustman.com |
#Scene 3
유가 랩스(Yuga Labs)에서 만든 BAYC(Board Apes Yacht Club) NFT는 PFP(Profile Picture) 프로젝트로 최초에 0.08 이더리움에 10,000개가 발행되어 발행 12시간 만에 모두 판매되었다. BAYC NFT는 BAYC가 운영하는 온라인 클럽에 접근할 수 있는 인증서이자, 해당 이미지에 대한 100% 소유권, 즉 2차 저작물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디지털 이미지 하나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 10,000개로 이루어진 BAYC 지적 자산의 0.01%를 소유한 것으로, 이 지적 자산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은 거의 무한하다. BAYC의 이미지를 활용한 티셔츠나 휴대폰 케이스, 만화, 게임 등이 등장하고, 심지어 커피 사업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장 최근 거래된 BAYC의 Board Ape #6866은 2021년 5월 1일 0.08 이더에 처음 거래된 후 11번의 재판매 과정을 거쳐 2022년 4월 18일 190 이더(약 566,000달러, 한화 약 6억5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BAYC의 NFT는 PFP의 단순 개념을 넘어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리소스이자, 저스틴 비버나 마돈나도 소유하고 있는 전세계에 10,000개밖에 없는, 전세계에서 0.0000012%의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상징적 가치를 지닌 소유권이다.
이미지 출처: https://nonfungible.com |
지난 1년 동안의 NFT 열풍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았던 위 3가지 NFT 프로젝트는 NFTs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잭 도시의 NFT 재판매 불발과 BAYC의 지속적 가격 상승은 NFT 시장의 거품과 함께 가능성을 모두 보여주며, 아직도 NFT가 초기 발전과 혼돈의 단계에 있음을 드러낸다.
코로나가 낳은 팬데믹은 우리 삶에 온라인의 활용을 급격히 증가시켰고, 메타버스의 중요성이 주목을 받았다. 메타버스 삶 속 가상 경제(The Virtual Economy)에 대한 관심과 이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발 빠른 시도(특히 페이스북과 같은 대표적 플랫폼 기업이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바꾸고 10억 달러, 한화로 약 2조4000억을 메타버스에 투자한다는 계획 발표) 속에서 변화하는 패러다임 전환에 뒤쳐질까 두려워하는 기업들은 너도나도 메타버스 전략 수립에 뛰어들었다. 또한, 메타버스 상에 구축될 가상 경제(The Virtual Economy)활동의 핵심 축으로 NFT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술계 또한 블록체인 기술과 NFT 아트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냈다. 그 유형에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째, 일반 작가들이 디지털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NFT화 하는 것으로 “태생적으로 디지털인(natively digital)” 작품들을 NFT화 하는 것이다. 둘째, 물리적 원본 작품이 있는 상태에서 이 원본의 사진 데이터를 활용해 리미티드 에디션 NFT를 만드는 것이 있다. 이는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장한 미술관이나 유족이 소장품 이미지를 활용하여 NFT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유형이다.
실제 원본이 존재하는데 그 사진을 NFT화 하여 판매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브리티쉬 뮤지엄(British Museum)이 제작한 호쿠사이 판화 작품이 있다. 프랑스의 라콜렉션(La Collection)이라는 NFT 거래 플랫폼과 협업하여 제작된 호쿠사이 판화 NFT는 그 자체로 작품이라기보다는 판화의 디지털 이미지이다. 호쿠사이 NFT는 유니크가 아닌 에디션 시스템에 기반하여 에디션이 2개짜리인 울트라 레어(Ultra Rare), 10개짜리인 수퍼 레어(Super Rare), 100개(Rare), 1,000개(Limited), 10,000개(Common)짜리의 NFT로 발행되었다. 현재 판매는 종료되었고, 재판매 나온 것들을 구매할 수 있는데, 울트라 레어 중 가격이 148,000유로까지 올라간 것들이 있다.
<호쿠사이 판화 작품> 이미지 출처: www.lacollection.io |
유사 사례로 한국에서는 김환기 작가의 원작 <우주 Universe, 05-IV-71 #200>가 NFT화되어 총 3점이 약 7억 원에 낙찰되었다. 재판매도 아니고 원본이 존재하는 작품의 이미지 데이터가 NFT로 2억이 넘는 고가에 판매된 놀라운 사례이다. 이 김환기 작품의 NFT 운명은 구매자의 구매 의도(투기냐 아니냐, 즉 시장에 단기에 재판매가 나오냐 아니냐)와, 재판매시 최초 낙찰가보다 높게 판매될 것인지에 달려있다. 태생적으로 디지털도 아닌 원작의 디지털 이미지가 김환기라는 이름만으로 얼마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구매 의사를 지닌 사람들의 수와 그들의 지불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김환기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131억 9천만 원에 팔린 작품의 판화가 전 세계에 오직 3점만 있다고 가정해본다면 2억이라는 금액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태생이 디지털(natively digital)인 작품만을 NFT로 거래하는 크리스티와 여타해외 미술품 옥션들을 고려할때 원작의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의 NFT는 그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아직 미지수이다.
<우주 Universe, 05-IV-71 #200, 김환기> 이미지 출처: www.edaily.com |
최근에는 벨베데레 미술관이 발런타인 데이에 클림트의 키스 작품을 만개의 조각으로 각 1,850유로에 판매하였다. 총 10,000개의 조각임을 고려한다면, 1,850만 불(한화로 약 220억가량)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이미 발매 당일 약 37억 원 어치가 판매되었고, 앞으로 벨베데레 미술관은 이 10,000개의 조각이 재판매되는 과정 속에서 수수료를 반복적으로 받을 수 있다. 재판매가 활성화 된다면 매년 미술관 재정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원작자도 아닌 미술관이 작품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이미지를 활용하여 이와 같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도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이 NFT 기술을 통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는 것인데, 이 수익이 미술관의 발전과 더 나은 미술관 운영에 활용되어 공공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대중적 지탄의 대상이 될 소지 또한 높다.
<키스 NFT 작품, 클림트> 이미지 출처: www.thekiss.art |
작가와 갤러리들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기반으로 디지털 작품을 만들고 이를 NFT화 하는 작업,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이를 가상공간에서 전시하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갤러리 중에서 현재 NFT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곳 중 하나는 페이스(PACE) 갤러리이다. 페이스는 어스 피셔(Urs Fischer)의 NFT 작품을 시작으로 몇몇 소속 작가들의 NFT 작품을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Verso”를 론칭했다. 최근 제프 쿤스가 발행하기로 한 NFT는 자신의 작품을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이다. 현재 SNS 상에서는 쿤스의 기획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팽배한데, 자신의 작품을 달에 보내는 것은 자기중심적이고 나르시즘에 빠진 작가의 오만한 행위이니 제발 달을 오염시키지 말라는 비판들이 주를 이룬다. 사실 실재 작품이 어떻게 현실화 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제프 쿤스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가이니만큼, 쿤스의 NFT가 이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라는 점 자체만으로도 작가의 기존 작품들과 일관성을 지니고 흥미롭다.
<제프 쿤스 NFT 프로젝트> 이미지 출처: https://www.pacegallery.com/pace-verso/ |
타카시 무라카미는 2021년 NFT를 오픈씨(OpenSea)에 민팅했다가 “제가 아직 NFT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NFT를 이해한 후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그의 오픈씨 어카운트에 사과하는 이미지를 올렸다. 그리고 2022년 3월 그의 NFT 프로젝트가 카이카이키키 플랫폼에서 Murakami.flowers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다. 프리세일을 통한 화이트리스트를 발행하고, 다시 그 화이트리스트를 받은 사람들이 그다음 NFT를 구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운영방식은 최근 NFT를 활용한 커뮤니티 구축 전략을 정확히 도입하고 있다. 더불어, 정확한 로드맵의 제시와 함께 그의 플라워가 지닌 미학적 비전과 가치를 함께 전달함으로써, 본 프로젝트가 단순 투자의 대상이 되는 것을 경계한다.
미술계에서 입지를 쌓은 작가들의 잘 기획된 NFT 프로젝트들이 론칭되면서 개념성이 높은 NFT 작업들, 논란이 되는 작품들, 사회적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 앞으로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갤러리가 관련하는 NFT 프로젝트들은 작가의 작품 세계가 지닌 개념적 맥락 속에서 NFT를 기획함으로써, 기존 순수 미술의 맥락 속에서 NFT 아트를 포지셔닝 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재정 능력이 있는 주류 갤러리와 그 갤러리 소속 작가들에 의해 다음 단계의 NFT 아트신이 주도되며, 중소 규모 갤러리 및 그 소속 작가들, 혹은 갤러리가 없는 작가들의 경우는 이 흐름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호기심으로 너도 나도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어 민팅을 하고, 운 좋게 팔리면 좋고 마는 식의 초기 NFT 아트 시장은 이제 점차 정리되고 있다. 탄탄한 개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작업을 해 온 작가들이 NFT를 활용해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면서, 단순히 시각적 강렬함만으로, 혹은 판매 수단만으로 NFT를 접근했던 시도들의 취약함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작가들은 NFT라는 수단을 활용해 어떤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NFT라는 매체가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NFT 아트를 처음 접했을 때, 그것이 줄 수 있다고 믿었던 가능성들을 놓치지 않으면 좋겠다. 그것은 디지털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이를 소비하는 시장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현재 NFT 시장은 지나치게 투기적 성향의 구매자로 넘쳐나고 있다. 미술 시장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미술 시장은 항상 투기와 거품 사이에서 조금씩 그 규모가 확대되고, 새로이 유입된 구매자들 중 몇몇이 남아 의미 있는 확장을 만들어 오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투기도 거품도 필수 불가결하다. 탄탄한 개념과 가치관을 지닌 창작자들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매개자와 구매자, 그리고 정책이 있다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NFT 아트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그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했던 것과 같이 NFT 아트 시장이 자리를 잡아갈수록, 자본과 인력을 가진 거대 갤러리와 소속 작가들에 의해 이 시장이 주도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이미 존재한다. 이를 현명하게 풀어나갈 담론과 정책들이 필요할 것이다.
주연화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글로벌 MBA, 서울대학교에서 미술경영 박사를 취득했다. 갤러리현대 기획실장, 아라리오갤러리 한국 중국 총괄 디렉터, 아라리오 상하이 법인장을 역임했고, 독일 국가 브랜드 혁신회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19년 코로나로 귀국한 후 아라리오 총괄 디렉터로 활약했고 현재는 아라리오갤러리 고문이자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문화예술경영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