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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문화예술
메타버스가 문화예술분야에서 활용되려면?메타버스란 가공, 초월의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이다. 현실을 초월한 온라인 가상세계를 구축하고, 인격이 부여된 아바타를 이용하여 소통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세계를 말한다. ‘메타버스’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서이다. 이 소설 속에서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의 대체어로, 컴퓨터 기술을 통해 3차원으로 구현한 상상의 공간을 의미했다. 여기서 메타버스는 고글과 이어폰이라는 시청각 출력 장치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고 경제적, 사회적 활동이 가능한 가상세계로 묘사되었다. 이후 2003년 출시된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라는 가상세계 서비스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그리고 특히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메타버스는 그 대안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메타버스 유형을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에서는 2007년 미국 가속화 연구재단(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 이하 ASF)에서 발표한 분류법을 소개하기로 한다. ASF는 ‘메타버스 로드맵’에서 메타버스를 현실 세계의 대안 또는 반대로 보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의 교차점(Junction), 결합(Nexus), 수렴(Convergence)으로 이해할 것을 제안했다. ASF는 메타버스를 ‘증강과 시뮬레이션’, ‘내적 요소와 외적 요소’라는 두 개의 축을 기반으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라이프로깅(Lifelogging), 거울세계(Mirror Worlds), 가상세계(Virtual Worlds)의 4가지로 분류했다.
<메타버스의 4가지 유형> 출처 : https://bing.com/images/ |
증강현실은 현실 공간, 사물에 가상의 영상을 겹쳐 사람, 사물, 공간이 상호작용하는 서비스이다. 포켓몬고, 제페토 등이 그 예이다. 라이프로깅은 인간의 신체, 감정, 움직임 등의 정보를 기기로 저장, 가공, 공유하여 가상공간에 재현하는 서비스다. 페이스북360, 나이키의 트레이닝 클럽 등이 그 예이다. 거울세계는 실제 세계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되 부가정보를 추가하여 가상공간에 제공하는 서비스로 구글어스, 업랜드 등이 있다. 가상세계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가상공간 서비스로 세컨드라이프, 포트나이트, 리니지 등이 있다.
메타버스 공연 중 유명한 것이 2020년 4월 23일 개최된 미국의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이다. 거대한 트래비스 스콧의 3D 아바타가 포트나이트에 등장하여 공연을 했는데 약 1,200만 명의 유저들이 이 버추얼 라이브 공연장에 참석하였다. 그는 아무런 공간적 제약이 없는 게임 속에서 신곡을 발표하기도 하였고, 현실의 공연장에서는 보여주기 힘든, 물을 헤엄치거나 불을 가로지르고, 무대 배경과 의상이 순간에 변화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트래비스 스캇의 거대한 캐릭터가 ‘애스트로노미컬’ 공연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유저들이 공간적 제약이 없이 원하는 위치, 원하는 액션으로 자유롭게 무대를 넘나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그는 실제 라이브에서 포트나이트 콘서트와 관련된 각종 굿즈를 판매하여 따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였다.
<포트나이트 x 트래비스 스캇 온라인 콘서트 오프닝> 출처 : Travis Scott 공식 Youtube 채널 |
미술 전시의 경우 구글의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 &Culture)’가 있다. 이 전시는 2011년부터 서비스하고 있으며, 가장 주목받고 있는 비영리 온라인 전시 플랫폼이다. 구글 아트앤 컬쳐는 누구든 어디서나 문화 인프라의 혜택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2020년까지 세계 최고 박물관과 미술관의 자료들을 초고화질로 구축하고 가상현실로 서비스하고 있다. AR앱 서비스로 구현된 현장과 가상 갤러리의 중첩은 실제 해당 공간에 있는 것 같은 체험을 선사하고 있다. 출시 초기에 17곳의 박물관 및 미술관으로 시작해 지금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뉴욕 현대미술관, 독일 구겐하임미술관 등 1,800여 곳으로 확장되었고 세계 80여 개국에 서비스되고 있으며, 연간 순 방문자 수는 1억 명에 달한다.
<구글 아트앤 컬쳐 페이지> |
기존의 예술 전시뿐 아니라 실생활 속에서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전회사나 백화점, 전시예술 스타트업 등 기업들도 시공간의 제약 없이 관람이 가능한 메타버스를 도입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메타버스 ‘모카 가든’이 그 예이다. 메타버스 모카 가든은 2020년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에 위치한 모카 가든에 전시된 작품을 온라인에 그대로 옮겨 놓은 3차원 가상 공간이다. 메타버스 모카 가든에서는 황금빛 귀를 가진 라마, 한 손에 공을 든 원숭이, 소시지를 얹은 듯한 모자를 쓰고 있는 강아지 등 7개 조각상을 360도로 관람할 수 있으며, 조각상과의 대화(퀘스트)를 통해 아이템을 얻는 등 게임같이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메타버스 ‘모카가든’> |
메타버스와 NFT 기술이 접목된 가상 전시관을 사용한 사례도 있다. 2021년 3월 23일부터 4월 11일까지 개최된 시각예술가, 일러스트, 디자이너, 애니메이터 등이 기획하고 참여한 크립토복셀(Cryptovoxels)이라는 가상 부동산 거래소에서 열린 전시회이다. 작품을 창작하고 전시하는 이들은 작가 개인이었지만, 전시 현장에 참여한 것은 작가와 관람객의 분신인 아바타였다. 또 ‘Korean NFT Exhibition’ 전시는 미국 개발사가 설계한 VR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버스에 설계된 가상 컨벤션 센터 NFT OASIS에서 진행되었다. 사이버 펑크 감성으로 디자인된 이 가상 컨벤션 센터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오큘러스 퀘스트 같은 VR 디바이스를 착용해 3차원으로 구현할 수도 있고, 편의상 PC를 통해 2D로 구현할 수도 있다. 오프닝에서 참여 작가들은 각자 자신만의 개성이 표현된 아바타를 통해 다른 참여 작가들, 컬렉터, 관람객들과 만나 대화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메타버스에서는 AR, VR 등의 기술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는 시공간의 한계로 구현하지 못했던 창조적인 작품 활동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이 제한되면서 온라인 전시, 공연들이 촉발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내용 측면에서도 AR, VR 등 기술적인 강점으로 인해 기존의 오프라인 전시, 공연보다 다채로운 영상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메타버스 핵심 기술인 XR 기술은 폭넓은 110°~180° 시야각 확보, 물리적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가상공간 구현, 아바타 등 가상 객체를 통한 자유로운 상호작용을 제공한다. XR의 기술적 장점은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온라인 전시,공연 경험에 생생함과 몰입감을 더할 수 있고, 기존의 오프라인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호작용의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의 경우 온라인 공연에 AR 합성 기술(Live Sync Camera Walking)을 활용하여 그룹 슈퍼엠(SuperM)의 호랑이를 형상화하는 안무에 호랑이 그래픽을 입혀 몰입감을 높인 바 있다.
그러나, 동시에 메타버스 플랫폼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보안 위협도 커지고 있다. 2020년, 해커가 로블록스에서 시스템을 해킹해 선정적인 이미지와 인종차별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무분별하게 유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바타 아이템 구매에 필요한 가상화폐 '로벅스(Robux)'로 연결된다는 가짜 피싱 사이트 링크로 사용자 계정을 빼내는 봇 유저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NFT가 미술계에 도입되면서 저작권 침해에 대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유명 브랜드 저작권 침해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유저들은 기업의 로고나 디자인이 저작권에 걸릴 것을 고려하여 브랜드를 교묘하게 수정하거나, 디자인을 변형하기도 한다. 메타버스에서 이런 저작권 침해나 위반 작품이나 디자인을 판별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위정현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에서 경영학사, 도쿄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도쿄대 정보대학원에서 교환교수로 강의하였다. 한국게임학회 회장,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 가상융합경제포럼 의장, (사)콘텐츠경영연구소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