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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미래의 교차 지점에서 새로운 감각을 깨우다
파라다이스 아트랩 사례
‘FUTURE MINDS’. 2019 파라다이스 아트랩 쇼케이스의 주제이다.
우리의 미래는, 미래의 예술은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 가상현실 같은 새로운 기술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예술이 기술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완벽하게 융합했을 때 우리의 감각은 어떤 세계를 새롭게 만나게 될까?
창·제작 지원사업 파라다이스 아트랩은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답을 찾기 위해 예술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우리는 공모를 통해 질문을 함께 탐구할 예술가들을 만나 협업하고, 그 과정을 통해 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리고 관객들이 이 어려운 질문을 부디 즐겁게 향유하기 바라며 축제를 펼쳐놓는다. 2018년 공모를 시작해 2019년 쇼케이스를 선보이고 2020년 페스티벌로 정체성을 확립했다. 그 후 2022년까지 총 3회의 축제를 열었고, 누적 5만 명의 관객을 만났다.
감사하게도 많은 관객들이 파라다이스 아트랩을 어려운 예술이 아닌 체험하고 참여하는 예술이자 축제 콘텐츠로 즐겨주셨고, 매해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참여 예술가들도 이 사업을 통해 더욱 성장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쉽지 않은 개념인 예술X기술을 파라다이스 아트랩은 어떻게 해석하고 고민하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파라다이스 아트랩은 개인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사업이 아닌 창·제작 과정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모와 1, 2차 심의를 통해 선정된 10팀의 예술가는 파라다이스문화재단 프로듀서, 테크니컬 운영사와 함께 작품을 설계하고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경험이다. 예술가가 가장 좋은 환경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모 및 심의 전 과정, 계약서 작성, 처음 모여 계획을 공유하는 오픈톡 프로그램, 프로덕션 과정, 셋업,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예술가가 참여하는 모든 순간을 상업 공간이 고객 경험을 디자인하듯 설계하고, 매년 사업 운영을 통해 적정성을 검토하고 수정한다. 특히, 공간 내에서 충분히 적응하고 실험을 거칠 수 있도록 약 3주간 현장 셋업 기간이 주어지는데 이는 완성도를 높이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파라다이스 아트랩 만의 장점이다. 체계화된 시스템은 예술가의 창작 환경에 안정감을 주고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며, 관객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창·제작 지원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경험이다.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의 개최지는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리조트이다. 리조트 내부에 위치한 스튜디오는 평소 영화 및 방송 촬영에 사용되는 말 그대로 스튜디오였고, 일반 관객에게 노출된 적이 없었다. 층고 12m, 면적 900평, 천정 바튼을 갖춘 스튜디오는 대형 박스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파라다이스시티의 화려한 내부와 대비되는 거칠고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 우리는 환성을 질렀다. 상상이 실현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를 찾아낸 것이다.
스튜디오를 만난 예술가들은 작품 아이디어를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켰다. 작품의 물질적인 사이즈 역시 점점 커졌다. 이런 공간을 다시 만나기 어렵기에, 평소 상상만 해왔던 스케일과 실험들을 시도했다. 파라다이스 아트랩 작품들의 특징인 스케일은 스튜디오 파라다이스라는 공간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우리가 만나게 될 관객은 일반 전시, 공연, 축제의 관객과는 달랐다. 콘텐츠를 알고 향유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 아니라, 리조트를 즐기러 온 관객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축제이자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는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더욱 고민해야 했다.
파라다이스 아트랩은 태생 자체가 어려운 기술을 포함한다는 핸디캡을 갖고 있었다. 어떻게 관객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 쉽게 정보를 얻게 하고, 축제를 즐기게 할 수 있을까? 제일 중요한 건 축제의 핵심 콘텐츠인 예술 작품들이었다. 예술가들과 함께 관객 소통을 고민했고, 쉽고 직관적인 경험을 주는 예술 작품을 지향했다. 다음으로는 축제 안에 여러 가지 향유 요소들과 눈높이에 맞춘 설명,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해설 콘텐츠들을 국문, 영문, 키즈 버전으로 제작해 오디오 파일로 들을 수 있게 했다. 키즈 프로그램, 아티스트 토크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들을 실험했고, AR앱, MBTI를 반영한 참여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페스티벌의 장소를 넓혀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크로마와 컬처파크(잔디밭) 같은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공간을 공개했다.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었고 또한 향유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과거가 아닌 지금의 관객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항상 점검하고, 소통하는 노력은 계속 이어질 우리의 숙제이다.
우리 기업의 문화 예술에 대한 가치는 ‘아트테인먼트’라는 개념에서 드러난다. 파라다이스시티 곳곳에는 3,500점이 넘는 예술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미술관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분수대 옆에, 식사를 하는 푸드코트 옆에 위치함으로써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예술이라는 비일상적인 경험을 만나며 행복감,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아트테인먼트’의 가치는 그룹 전체에 퍼져있으며, 일종의 세계관에 가깝다.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은 여기에 예술가와의 협업, 기술 융합으로 새롭고 실험적인 레이어를 더한다.
아트테인먼트 기업의 예술 축제가 보여줄 수 있는 가치는 실험적이면서도 재미있고, 관객 친화적이다. 또, 축제에 그룹 임직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아트테인먼트’ 가치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되고, 다양한 인사이트도 얻게 된다.
2022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의 주제는 ‘CROSSING’이었다. 현재와 미래의 교차 지점에 서 있는 예술가와 관객들이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며 미래를 준비하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것은 파라다이스 아트랩의 현재와도 같다. 사업 3년 차를 지나며 우리는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변화하고 발전한 생태계를 어떻게 반영할지, 관객의 새로운 니즈는 무엇인지, 예술가와 상생하고 지속 가능한 협업의 구조는 무엇일지, 많은 이슈들을 펼쳐 대화하고 고민하고 있다. 2023년 초 진행될 공모에서는 이런 고민의 결과가 반영될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생태계와 예술가에게는 더욱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관객에게는 더욱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파라다이스 아트랩이 멈추지 않고 노력할 것이라는 약속이다. 그리고 함께 혼란스러운 교차지점을 건너 재미있는 미래를 준비할 분들을 더 많이 만나기를 바랄 뿐이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 재직 중인 문화기획자.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문화사업을 기획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예술을 통해 더욱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인스타그램 @talktogen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