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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술시장 붐타운’ 서울:
이제는 어떤 글로벌 미술시장, 한국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1)
지난 9월 6일부터 10일까지 코엑스에서 키아프&프리즈 서울 아트페어가 진행되었다. 2022년 연합 페어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후인지라 올해 역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무엇보다 시장 호황의 절정기 끝에서 진행되어 여전히 호황의 수혜를 누릴 수 있었던 2022년에 비하여 모든 시장 지표 및 경기 지표가 부정적 시그널을 던지는 2023년 상황에서 그 판매 성과가 어떠할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되었다. 무엇보다 옥션을 중심으로 살펴본 글로벌 미술시장의 매출 규모가 전년도 동기 대비 약 40% 가까이 감소했고, 한국은 이보다도 큰 60% 가까운 매출 감소가 있었기에 판매에 대해 상당한 우려가 선재했다. 하지만, 중국의 여행 자유화가 재개되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감소했기에 2022년 키아프&프리즈 서울을 방문하지 못했던 아시아 주요 컬렉터들이 이번에는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높았다.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판매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서울의 아시아 미술 중심으로서의 가능성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렇지만 해외 방문객 및 기자들을 중심으로 한 쓴소리도 있었고, 국내 미술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과제도 언급되고 있다. 이에 2023년 키아프&프리즈 서울의 진행 상황과 그 성과, 그리고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한국이 글로벌 미술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미술플랫폼으로서 취할 수 있는 이점을 극대화할 방안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2023년 키아프&프리즈 서울은 전년 대비 더 많은 해외 갤러리들이 참석함으로써, 한국 시장 및 아시아 미술시장 플랫폼으로서 한국이 지닌 가능성에 대한 변하지 않은 기대를 살펴볼 수 있었다. 키아프에는 국내 137개 갤러리, 해외 63개 갤러리 등 총 210개 갤러리가 참여하였다. 35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 전년과 비교해 보면 갤러리 수는 줄었지만, 해외 갤러리 비중이 월등히 높아졌다. 이런 점에서 국제 아트페어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자, 해외 갤러리들의 키아프에 대한 관심을 파악할 수 있었다. 프리즈 서울에는 약 30여 개국에서 120개 갤러리가 참여하여, 2022년 20여 개국에서 110개 갤러리가 참여한 것과 대비했을 때 참여 갤러리의 수와 국가가 늘었다.
키아프는 2022년에 코엑스에서 키아프 본 아트페어를, 그리고 세텍(SETEC)에서 키아프 플러스를 운영하여 2개의 행사를 진행하였는데, 올해는 키아프 플러스를 키아프 메인 갤러리 부스와 연결함으로써 운영 효율성 및 집중력을 꾀했다. 또한 키아프 하이라이트 섹션을 두어 메인 갤러리 섹션에 참여한 갤러리 작가 중 20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조명하고, 이 중 3명을 선정해 한국무역협회 후원으로 창작지원금 총 3천만 원을 수여했다. 키아프 플러스는 젊은 갤러리를 중심으로 내세우며 전년도 키아프 플러스의 모호한 성격을 좀 더 구체화했다. 동시에 키아프 특별전을 마련하여 한국 작가 박래현과 박생광 작가의 주요 작품 약 40여 점을 선보였다. 뉴미디어 특별전도 기획했다. 전반적으로 참여 갤러리의 국적이 다양화되어 작품의 다양성이 늘었고, 한국 갤러리들의 부스 프레젠테이션 또한 잘 정비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프닝 당일 프리즈에 먼저 사람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한산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미처 키아프에 집중하지 못했던 고객들이나 일반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게 일요일에는 키아프만을 진행하도록 날짜를 배치하여 사람으로 붐비는 키아프를 볼 수 있었다.
프리즈는 전년보다 마스터 섹션에 포함된 작품들을 순수 미술에 좀더 치중하고, 포커스 아시아 섹션에서 아시아의 떠오르는 젊은 갤러리와 그들의 작가들을 선보였다. 또한 제1회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 작가인 한국의 젊은 작가 우한나의 실험적 설치 작품을 대형 설치하여, 블루칩 중심의 작품들이 부각되었던 전년과 대비해 실험적 이미지를 가미했다. 더불어 외부 프로젝트로 프리즈 필름과 프리즈 뮤직 부분을 추가하여 프리즈 서울만의 새로움과 다양성을 추구했다.
요약하면 키아프는 해외 갤러리의 추가, 국내 원로 작가 특별전 추가로 기존 로컬 아트페어로서의 이미지를 국제화하면서 동시에 프리즈와의 차별화를 위하여 한국적 요소를 강화하는 선택을 했다. 반면 프리즈는 아시아의 젊은 갤러리 소개 및 예술의 경계를 넘는 실험성을 통해 프리즈 런던, LA, 뉴욕과 차별화되는 프리즈 서울, 즉 아시아 콘텐츠 발굴에 좀 더 치중하면서도 키아프와 상대적으로 실험성을 부각했다. 페어 장소와 기본 홍보, 컨버세이션 프로그램은 공유하되, 갤러리 구성, 메인 갤러리 섹션 이외 프로그램, VIP relationship, 이외 모든 운영은 철저히 분리되었다.
페어를 진행하며 한국의 주요 갤러리들은 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에 한국을 찾아들 국제 미술 관계자들 및 컬렉터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연중 최고의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갤러리로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아라리오갤러리를 꼽을 수 있었다. 국제갤러리는 갤러리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스케일로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을 선보였고, 양혜규의 작품은 한옥 공간에서 작은 규모로 꾸몄지만, 공간을 가득 채우는 디스플레이 외 한옥이 지닌 감수성을 잘 활용하면서 작품이 지닌 생명력을 더욱 강화하여 디스플레이를 통해 매우 인상적인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번 키아프&프리즈 기간에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선보인 갤러리는 바로 갤러리현대일 것이다. 갤러리현대는 메인 갤러리에서 사라모리스(Sarah Morris)의 개인전을, 본관에서는 성능경 전시를, 키아프에서는 라이언갠더 프로젝트를, 그리고 프리즈에서는 마스터 섹션에서 이선자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페어 기간에 고덕 나이트를 주최하여 외국인 100여 명이 참여한 성능경 작가의 퍼포먼스와 함께 이희문의 콘서트와 프로듀서 250의 디제잉을 통해 코리아 아트위크 주간을 불태웠다. 갤러리현대 프로젝트들의 특징은 해외와 국내를 넘나들고, 고급 예술과 대중 예술의 경계를 뛰어넘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상업적인 행사에서 가장 실험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려 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프리즈 서울 기간에 가장 다양하면서도 폭넓은 프로그램을 제공했다고 판단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날리니의 영상 설치 전시와 정강자 작가의 특별전을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각각 선보였다. 아시아의 여성 작가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는 점에서, 나아가 날리니 말라니의 벽화는 한국의 젊은 여성 작가들이 함께 작업했다는 점에서 또한 의미 깊었다.
국내 주요 미술관들에서 또한 주요 프로젝트와 함께 VIP 이벤트를 진행했다. 전년도에는 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에 미술관들이 국내외에 자신을 홍보하고 또한 한국 작가를 프로모션 해줄 기회를 놓쳤다는 비난이 높았는데, 올해는 이를 의식해서인지 미술관마다 한국 작가 전시가 이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한국 아방가르드 선구자인 김구림 작가의 개인전과 함께 정연두 작가의 현대차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리움 미술관에서는 김범 작가의 전시와 함께 강서경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되었다.
강서경 전시의 후원사인 보테가 베네타가 협찬한 프리뷰 파티는 9월 5일 진행되어, 9월 6일 키아프와 프리즈 오픈을 앞두고 입국한 해외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페어 기간의 전야제 이벤트를 제공했다. 이보다 하루 앞서 파라다이스 시티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아트스페이스에서는 소더비와 협업한 키스헤링(Keith Haring)과 뱅크시(Banksy) 특별전이 진행되어, 2018년 소더비에서 낙찰 직후 분쇄되어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풍선과 소녀 (Girl with Ballon)>2)로 언론과 미술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에 질세라 크리스티에서는 현대카드 라이브러리에서 바스키아와 워홀 전시를 9월 7일 정오부터 자정까지 전시했다.
송은미술관은 <파노라마>라는 제목으로 국내 역량 있는 작가 16명의 그룹전을 준비했다. 미술관에서“한국 미술 현장에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기간”을 위해 특별히 기획한 이번 전시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해외 주요 미술계 관계자를 초대하여 한국 작가들의 스튜디오 방문 및 작품 소개를 마련한“다이브 인투 코리아(Divd into Korea)”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였다.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하여 서울시는 금천예술공장 방문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외 아트페어 기간에 서울의 주요 갤러리 지역들이 밤늦게까지 문을 열고 관람객을 맞는 한남나잇, 청담나잇, 삼청나잇이 마련되기도 해서,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 기간의 서울은 각종 아트 프로젝트로 넘쳐났다.
코리아 아트위크의 시작점이자, 한국이 국제 미술계에서 급격히 조명을 받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을 혹자는 프리즈 아트페어의 서울 론칭이라고 하지만, 그 프리즈 아트페어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무엇보다도 한국이 미술시장으로서 가진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 미술시장이 가진 가능성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한국의 미술품 구매자들이 가진 가능성, 둘째는 한국이 글로벌 미술플랫폼으로 가진 가능성이다.
우선 ‘글로벌 미술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먼저 살펴보겠다. 작품 생산자인 작가와 그들의 요람인 미술 아카데미, 작품을 유통하는 갤러리와 수출입 과정 및 세금 등을 포함한 유통 환경, 그리고 작품을 구매하는 구매자의 구매력과 성숙도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아트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해외 구매자들의 방문을 유도할 수준 높은 콘텐츠 및 미술 이외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 무엇보다 특정 도시와 국가가 가진 매력도가 복합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갤러리 신(Scene)을 시작으로 지난 50여 년간 약 3세대 정도의 성숙된 갤러리 역사와 그에 준하는 경험이 있다. 또한 1970년대부터 설립되어 온 국공립 미술관들, 지방 자치를 시작으로 함께 성장해 온 지방 공립 미술관, 그리고 1980년대 문화재단의 등장에서부터 시작된 다양한 사립미술관들의 존재는 한국 미술계의 풍경을 다양하게 하는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성장할 수 없었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언어적 한계이다. 현재 존재하는 대부분의 글로벌 미술시장, 뉴욕, 런던, 홍콩 등의 공용어가 모두 영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둘째, 미술품 구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다. 오랫동안 미술품 구매는 부자들의 취미 생활 혹은 기업이나 기업 소유자의 자금 세탁을 위한 수단, 탈세의 수단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 이는 1979년 갤러리의 세무조사, 1993년 정부의 과소비 대상 투기 근절책 시행으로 서화 및 골동품에 양도 차익 과세법 적용, 2009년 삼성 비자금 의혹이 제기된 <행복한 눈물> 사건 등, 일부 부정적 사례가 주로 언론화되며 국민 전반에 남긴 미술시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산물이다. 이와 같은 부정적 인식은 작품을 즐기고 구매하는 것에 대한 취미를 가지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오랫동안 한국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해 왔다. 셋째, 획일화된 가치관 혹은 높은 워라벨은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즐기고, 또한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을 막아왔다.
그런데 이 중 미술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및 획일화된 가치관, 높은 워라벨이 시대의 흐름 및 주생산 연령층의 세대교체와 함께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언어적 이슈는 1990년대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어학연수 및 해외여행의 경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의 영향으로 상당 부분 영어 거부감이 사라졌다. 최근 미술시장의 흐름을 보면 소위 MZ 세대로 불리는 1980년대 이후 태생 작품 구매자의 수적 증대와 함께 글로벌 미술시장 전체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데, 한국은 그 변화가 특히 더 드라마틱하다.
무엇보다 2010년대 지속적으로 상승해 온 블루칩 및 해외 유명 작가 작품들의 가격 상승은 미술품의 투자 가치에 대한 관심의 증대를 이끌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 미술시장의 급격한 규모 및 한국인 작품 구매자의 수적 확대를 낳았다. 특히나 투자적 측면 및 세련된(?) 취향의 과시적 측면에서 해외 유명 작가를 선호하는 경향은 해외 갤러리 및 판매자의 입장에서 한국 미술시장의 매력도, 즉 한국 미술시장이 지닌 가능성 중 첫 번째 요소를 더욱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게다가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국제화, 즉 K-POP, K-드라마, K-영화 산업의 국제화는 한국 문화 및 도시, 나아가 국가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는 역할을 해주었다.
이와 같은 배경을 기반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낮은 이자율, 그리고 부동산 시장 규제는 미술시장으로 급격히 자금이 몰리는 현상을 낳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인의 미술품 구매가 급격히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 미술시장에서 또한 이와 같은 흐름은 유사했지만, 한국의 시장 규모 성장률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글로벌 미술계의 관심 또한 증대했고, 프리즈 서울의 론칭은 그 글로벌 미술계의 관심에 확인 도장을 찍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국제 기준 금리 상승은 유동자금의 감소와 함께 미술시장의 침체로 이어지며 특히나 경기 민감도가 높은 한국 미술시장에도 큰 타격을 미쳤다. 관찰 가능한 수치적 데이터를 낳는 한국 옥션의 2023년 상반기 성과만 보아도 전년 대비 60% 정도가 감소했다. 이 수치는 글로벌 옥션 시장의 위축보다도 그 폭이 커서 지난 9월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을 앞두고 큰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의 판매 성과는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프리즈와 키아프에 참여한 갤러리 중 해외 블루칩 갤러리, 해외 중견 갤러리, 해외 소규모 갤러리, 국내 블루칩 갤러리, 국내 중견 갤러리, 국내 소규모 갤러리 총 10여 곳을 인터뷰한 결과, 갤러리들은 초반에는 조금 더딘 느낌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판매가 나쁘지 않았다는 평을 내놓았다.
판매된 작품 및 구매 고객의 특성을 살펴보면 첫째, 전년 대비 고가 작품이 많이 팔린 것은 아니지만 약 40만 불 미만의 유명 해외 작가 작품들은 무난히 판매되었다고 한다. 이는 초고가 작품의 판매가 줄어든 글로벌시장의 현 상황과도 일맥상통한다. 국내 작가의 경우에도 작품이 좋고 가격이 지나치게 높지 않은 작품들은 오픈과 함께 바로 팔리지는 않았어도, 페어 기간에 무난히 판매를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현재 시장이 상당히 신중하고 보수적인 시장임을 의미하며 이 또한 글로벌시장과 맥을 함께 한다. 약 5천만 원 미만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작가에 따라 다르지만, 부스가 매진될 만큼 판매가 잘된 곳 또한 상당했다.
하지만, 일부 갤러리들에서는 판매에 고전을 겪기도 했는데, 인지도도 높지 않으면서 스타일 측면에서 또한 최근 젊은 고객의 취향과 동떨어진 작품들이 그러했다. 시장의 트렌드와 한국 고객들이 구매할 수 있는 범위의 가격대를 잘 파악하고 부스를 구성한 갤러리들은 판매 성과가 높았지만, 기존에 다루던 작가들을 시장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선보인 갤러리들은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구매자를 살펴보면, 전년 대비 올해 구매자의 국적이 더욱 다양해졌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국의 여행 규제 해제의 영향이자, 프리즈의 아시아 컬렉터 유치 영향이 크다. 스프루스 마거스 갤러리의 오시내 아시아 총괄 디렉터는 구매자의 국적을 한국인 30%, 중국인 30%, 그 외 40%라고 언급하였다. 판매 작품의 스타일이나 경향을 살펴보면 전년 대비 시각적 쾌보다는 개념 및 스토리가 강화된 작품, 그러면서도 국제적 인지도 및 성장 가능성을 지닌 작가 등의 판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일부 국제적 인지도는 높지만 개인 컬렉터보다는 기관 컬렉터가 선호할 만한 작품을 다루는 갤러리들은 판매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예를 들어 폴라 쿠퍼(Paula Cooper) 갤러리는 솔르윗 등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을 다루지만, 한국의 개인 고객들이 선호할 만한 작품을 다루지는 않는다. 페어 마지막까지도 솔르윗 작품을 판매하지 못했지만, 페어 클로징 끝 무렵 한국의 미술관에 작품이 판매되었다. 솔르윗 작품의 판매는 글로벌 미술시장으로서 한국 미술시장이 지닌 가능성 중 구매자의 다양성이 지닌 청신호를 보여준다.
만약 한국 시장이 개인 컬렉터 중심의 블루칩 시장이기만 하다면, 다양한 해외 갤러리들이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을 찾을 가능성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것이 2019년 오픈한 타이베이 당다이(Taipei Dangdai)가 지닌 문제점이었다. 타이베이에는 상당히 많은 컬렉터가 존재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옥션에서 거래되는 블루칩 중심의 작품을 선호해서 2~3회차부터는 시장의 한계가 드러나며 다양한 국제적 갤러리들의 참여가 저조해졌었다.
요약해보면, 이번 키아프와 프리즈 아트페어 기간에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이 무난히 거래되었으며, 구매 고객 또한 그 국적이 다양해졌다. 그리고 이는 글로벌 미술플랫폼으로서 한국이 지닌 가능성을 공고히 했다. 더불어, 한국의 구매자들이 시장 디프레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품을 구매하고 있음이 확인됨으로써, 한국 미술시장의 호황이 비단 투기적 수요에 의한 것이 아님이 증명되었다.
고무적인 것은 글로벌 미술 전문가들의 한국 방문이 늘었고, 이 국제 미술전문가들이 프리즈 서울에 대한 관심도 높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및 아시아 작가들에게 관심이 높았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서구 작가 및 작품은 다가오는 10월의 프리즈 런던이나 아트바젤 파리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서울까지 찾아와서 보고자 하는 것은 한국 작가 및 프리즈 서울이라는 프리즈의 유일한 아시아 플랫폼에서 선보이는 아시아의 주요 작가들을 살피기 위함인 것이다. 이는 5년 동안 프리즈 서울과 협업하지만, 5년 후 프리즈 서울과 공식적 협업이 끝나게 되는 키아프에 시사점을 던진다.
프리즈 서울은 글로벌 콘텐츠를 보여주고, 키아프는 아시아 콘텐츠를 보여준다는 전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번 프리즈 서울의 포커스 아시아 및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해외 갤러리들이 양념식으로 포함하고 있는 한국 및 아시아 작가들의 수가 이를 증명한다. 프리즈 서울은 분명 아시아 작가와 작품들을 보여주는 아시아 최고의 아트페어 자리를 놓고 아트바젤과 경쟁할 것이다.
그렇다면 키아프는? 아트바젤 홍콩의 위성 아트페어 아트센터럴과 같이 좀더 낮은 가격의 작품 및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지 못하는 갤러리들을 보여주는 아트페어가 될 것인가?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프리즈 서울이 없는 동안에도 키아프가 국제 아트페어 무대에서 메이저 아트페어로 여겨지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하지만 프리즈 서울의 공동 개최 속에서 질적 수준을 향상하면서도 동시에 해외 갤러리들의 참여가 늘었다는 점을 높이 사야 할 것인가? 한국의 주요 갤러리들은 같은 시기 2개의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비용과 인력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하나의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제이슨 함 갤러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키아프&프리즈 서울 연합 페어 2년 차가 양적, 질적 측면 모두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남는 이유이다.
소소하게는 올해 진행하지 못한 코엑스에서 주요 미술 지역으로의 셔틀버스 운행이 내년에는 필요할 것이며, 간단하게나마 코리아 아트위크 동안 진행되는 주요 미술 행사를 요약한 안내 자료가 서울의 미술관 및 갤러리 지도와 함께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키아프가 프리즈와 비교하여 어떤 전략적 차별화를 꾀할 것인가는 한국화랑협회가 안고 갈 숙제이기는 하지만, 올해 페어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새로움을 더해보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나, 그에 비하여 임펙트가 없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에 내년에는 하이라이트 섹션과 키아프 플러스의 개성을 강화하고, 특별전은 페어와의 연관성이 높거나 작품성이 높으면서도 시장성이 높은 작가의 소개로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트페어 또한 콘텐츠이다. 글로벌 미술전문가 및 컬렉터 중 더 다수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 기획이 필요하다.
더불어 키아프는 프리즈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기간에 프리즈의 고객을 키아프의 고객으로 만드는 것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는 지속성을 가지고 글로벌 VIP를 유치하고 관리할 방안 및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인재의 채용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국 본토, 대만, 홍콩, 인도네시아까지 뻗어있는 중화권 컬렉터들을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적 언론들과 좀 더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 및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프리즈에 대한 기사는 지금 인터넷을 찾아보면 무수히 찾아볼 수 있지만, 키아프에 대한 기사는 그만 못하고 내용 또한 다양성이 떨어진다. 다양하고 임팩트 있는 기삿거리들을 미리 마련하여 페어 전 혹은 오프닝에 순발력 있게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키아프는 한국의 주요 미술관 및 기업들의 후원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작년에 키아프는 주요 기업들이 모두 프리즈를 협찬하고자 하여 메인 협찬사를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글로벌 아트페어와의 협업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은 기업들의 현실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다. 하지만 선한 기업, 지속 가능성, 지역 상생을 또한 중시하는 것이 요즘 기업의 트렌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키아프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좀 더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미술관 및 기업들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프리즈 런던에서 테이트 미술관에는 구매한 작품에 “테이트 구매 (Tate acquisition)”라는 마크를 달아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프리즈 런던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 중 하나이자, 그렇게 소장된 작가들의 홍보를 극대화해줄 수 있는 방편이 된다.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혹은 리움이 키아프에서 작품을 구매하여 키아프 오픈과 함께 “MMCA 소장”, “LEEUM 소장”품을 발표한다면, 이것이 키아프 및 한국 미술계에 기여하는 바는 값을 매길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키아프에 선보이는 작품들이 아시아 최고의 국립미술관과 사립미술관에서 구매를 검토하는 대상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그 효과는 클 것이다. 그리고 이는 키아프에 참여하는 갤러리들이 보여주는 작품의 수준 또한 상승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 및 서울시는 글로벌 미술시장 한국을 가능하게 할 프리즈 서울이 잘 유치될 수 있도록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 글로벌 아트페어를 유치하고 지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장기적 가치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함께 이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현실적이고도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상반기 한국예술위원회, 서울시, 키아프,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한자리에 모여 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에 이루어질 행사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부족한 점이나 지원이 필요한 지점들을 사전 논의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이 정례화된다면 분명 그 성과는 존재할 것이며, 이것이 반복된다면 10년 뒤, 아니 짧게나마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의 협업이 끝나는 3년 뒤 한국 미술계는 분명 지금보다는 발전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미술시장이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전환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키아프&프리즈의 협업이 가지는 의미와 그 결실이 가져올 수 있는 가치를 조금이나마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한 공통의 의지를 되새기고, 그 방향성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정부, 미술관, 갤러리, 작가들이 국제적 페어, 글로벌 아티스트, 글로벌 브랜드, 유명 작가, 미술관 파티,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 등에 휩쓸려 껍데기만 남은 공허한 미술시장이 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에 이루어진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 이벤트를 살펴보면 미술이 목적이 아니라 마케팅의 수단이 되는 현상이 이미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기업의 후원이 필요하지만, 그 후원이 미술 자체의 질적 가치 및 이를 통한 우리 삶의 ‘질적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어야 하고, 기업은 이 질적 가치에 기여한 것으로 그 후원의 가치를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이 “어떤” 글로벌 미술시장이냐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 고가의 블루칩이 수백억에 거래되는 시장이기도 해야 하지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논하며, 거래하는 시장 또한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다양성을 수용하는” “글로벌 미술시장, 한국”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주연화는 현재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정부기관 및 일반 기업, 작가 등에게 예술관련 자문과 교육을 제공하는 ArtLab Unlimited(ALU)의 디렉터이자, 중국 M WOODS 미술관의인터네셔널 프로젝트 어드바이저, 키아프(Kiaf) 외부 위원, 충남도립미술관 건립 위원, 한국예술경영학회 대외협력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