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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적 혁신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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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무엇인가? 혁(革)은 가죽을 뜻하지만, 가죽은 동물의 피부가 바뀐 것이기에 바꾼다는 뜻도 갖게 되었다. 겉가죽이 피(皮)이고, 속가죽이 혁(革)이다. 혁은 속까지 확 바꾸는 것을 뜻한다. 혁신(革新)은 낡은 것을 바꿔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뜻으로 중국의 고전 주역(周易)에서 유래된 것이다. 주역에서 제시된 64괘 중 49괘(革卦)와 50괘(鼎卦)가 해당하는데, 주역의 ‘서괘전(序卦傳)’은 우물을 고치고 솥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에 비유해서 설명한다. 이로부터 ‘혁고정신(革故鼎新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만든다.)’이라는 말이 나타나게 됐는데, 혁신은 바로 이 ‘혁고정신’의 준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혁신이라는 말은 1930년대에 일본에서 영어 innovation의 번역어로서 제시된 말이다. 당시 일본 학자들은 주역에서 유래된 혁신이라는 말이 영어 innovation의 번역어로 적합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innovation은 in+novus(new)가 어근으로서 기존의 것을 새롭게 하거나 아예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뜻이다. 니체나 하이데거가 잘 보여주듯이 말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인간의 생각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구조주의가 강조했듯이 말은 인간의 생각을 규정하는 강력한 구조로 작동한다. 이런 점에서 어원에 대한 검토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넘어서 어떤 사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학문에서 사용되는 말들은 독자적인 개념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엄정한 학문적 논의를 위해서는 단순히 어원을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개념사를 살펴봐야 한다. 혁신은 그 중요한 예이다. 이 말은 경제학자 요세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 1883~1950)에 의해 경제학의 중요 용어로 확립되었다. 28세 때인 1911년에 출판한 경제 발전의 이론에서 슘페터는 혁신을 경제의 핵심으로 제시했고, 그 내용으로 새로운 재화, 새로운 생산방법, 새로운 시장, 새로운 원료 공급원, 새로운 산업조직 등의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슘페터의 혁신은 사실 기술(technology)의 개발과 직결되어 있다. 요컨대 기술이 경제의 동력이라는 것이다. 슘페터는 1934년에 “아무리 마차들을 연결해도 기차가 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각주에 추가해서 기술의 결정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슘페터의 경제학은 혁신 경제학이고 진화 경제학이지만, 그 핵심은 기술 경제학이다. 슘페터가 제시하는 혁신은 사실 기술의 혁신이다. 기차, 기선, 자동차, 비행기, 전신, 사진, 축음기, 영화, 전화, 라디오, TV, 컴퓨터, 인터넷 등은 기술의 위력을 우리의 일상에서 생생히 입증한다.
이처럼 학문 용어로서 혁신은 사실 기술적 혁신을 뜻한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 사회적 혁신이라는 말이 적극 제기되기 시작했고, 2000년대에 들어와서 사회적 혁신이라는 말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이로써 혁신은 기술적 혁신과 사회적 혁신으로 크게 나뉘게 되었고, 이로부터 혁신은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일반적인 뜻을 강하게 나타내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나 경영 쪽에서 혁신은 대체로 기술의 혁신을 뜻한다.1)‘개방적 혁신’도 경영학에서 기술의 혁신을 이루는 방도로 제시된 것이다.
혁신의 대상은 크게 기술과 사회로 나뉜다. 요세프 슘페터가 대표한 기술적 혁신은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마이클 영(Michael Young, 1915~2002)이 대표한 사회적 혁신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둘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예컨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는 기술적 혁신은 플랫폼 기업의 확산이나 대중모금(crowd funding)이라는 사회적 혁신을 낳았다. 둘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보적인 것이다. 기술은 제도에 의해 사회적으로 확립되고, 사회는 기술을 통해 물리적으로 발전한다.
혁신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사실 사람들이 실행하는 특정한 활동이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우연히 이루어지기도 한다. 요컨대 의도적 혁신과 우연한 혁신이 있다. 의도적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혁신의 방법에 주의해야 한다. 이 점에서 21세기에 들어와서 가장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이 바로 개방적 혁신이다. 기존의 혁신은 주체(개인 또는 조직)가 폐쇄적 방식으로 추구하는 것이었는데, 개방적 혁신은 이런 기존의 폐쇄적 혁신을 강력히 부정하는 것이었다.
개방적 혁신은 시대의 변화를 배경으로 제기되었다. 그 핵심은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지구적 차원의 개방된 정보통신망으로서 1960년대부터 가속된 지식화와 정보화의 추세를 지구적으로 급속히 확산시켰다. 이로써 참으로 많은 것이 변하게 되었다. 인터넷은 사람들이 표현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크게 바꾸었고, 여기서 나아가 정치, 경제, 문화도 크게 바꾸었으며, 과학 연구와 기술 개발의 방식도 크게 바꾸었다. 그 결과 지구 곳곳에서 다양한 발견과 발명이 더욱더 빠르게 속출하게 되었다.
이렇게 지구적 차원에서 과학 연구와 기술 개발이 촉진되면서 당연히 기존의 연구개발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게 되었다. 기존의 연구개발 방식은 외부에 내부를 알리지 않는 폐쇄적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폐쇄적 방식은 낙후된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내부로 외부의 의견들이 적극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구개발은 물론 시장의 형성과 성장에도 옳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인터넷이 촉진한 시대의 변화로 기업의 가장 내밀한 부문도 개방되는 인식과 실천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폐쇄와 개방은 사실 체계이론에서 제기된 것이다.2)체계이론은 이 세계를 무수한 체계들의 결합으로 파악한다. 각 체계는 외부에 폐쇄되어 있거나 개방되어 있다. 폐쇄와 개방은 물질(질료, 에너지, 정보)의 대사로 파악된다. 생물은 개방된 체계로서 외부의 물질을 계속 흡수해서 생명을 유지한다. 조직의 경우도 비슷하다. 생물처럼 계속적인 존속, 성장, 번식을 원하는 조직이라면 생물처럼 개방된 체계가 되어야 한다. 개방적 혁신은 이 사실을 강력히 제기하는 의도적 혁신의 방식이다.
사실 개방적 혁신은 정보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이루어졌다. 1980년대 초에 ‘컴퓨터 혁명’을 주도하는 사유 소프트웨어에 맞서서 자유 소프트웨어가 적극 제기되었다. 전자는 빌 게이츠의 MS-DOS가 주도했다면, 후자는 리차드 스톨만의 GNU 프로젝트가 주도했다. 그런데 스톨만의 자유 소프트웨어는 사유(private property)를 전면 거부하는 것이어서 제약이 컸다. 이에 대해 소스코드를 공개해서 자유롭게 개발하되 그를 통한 사업을 제한하지 않는 개방적 소스(open source)가 제기되었다. 그 최고의 성과가 바로 리눅스(Linux)였다. 리눅스는 정보기술 분야에서 개방적 혁신의 최고 사례이다.
개방적 혁신은 개방적 소스의 성과를 기업들로 적극 확산하는 경영적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그 핵심은 내부를 외부로 공개해서 누구나 살펴보고 의견을 제시하게 해서 혁신의 가능성을 키우고 새로운 시장의 형성도 촉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부의 공개는 주의해서 실행되고 관리되지 않으면 안 된다. 개방적 혁신은 폐쇄적 혁신에 비해 훨씬 많은 변수를 다루어야 한다. 더욱이 외부의 변수들은 통제하기 대단히 어렵다. 따라서 개방적 혁신은 훨씬 더 많은 관용과 포용과 인내를 요구한다. 요컨대 개방적 혁신은 우선 개방적 주체를 요구한다. 연줄과 비리는 개방적 혁신의 가장 큰 적이다.
여기서 2003년에 제기된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에 앞서서 1990년대 중반에 제기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대해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3)개방적 혁신은 폐쇄적 혁신(closed innovation)과, 파괴적 혁신은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쌍을 이룬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의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추구한다. 혁신의 방법이라는 면에서, 존속적-파괴적 혁신은 목표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폐쇄적-개방적 혁신은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따라서 폐쇄적-개방적 혁신의 정도는 존속적-파괴적 혁신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두 범주를 교차해서 혁신의 방법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정리될 수 있다. 주체는 어떤 혁신을 할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하고 설계해야 한다.
개방적 혁신은 기술을 넘어서 예술에서도 유용하다. 사실 개방적 혁신은 기술보다 예술에서 더 유용하고, 예술은 본래 개방적 혁신의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술은 결과를 보고 과정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예술은 결과를 보고 과정을 대체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폐쇄적 혁신의 방식으로 변화해 왔지만, 예술은 개방적 혁신의 방식으로 변화해 왔다. 그러나 예술도 기술과 마찬가지로 개방성이 아니라 폐쇄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창작의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작가는 고독한 창조자라는 통념이 강하다. 그 결과 예술도 기술과 마찬가지로 ‘사일로화(Silo Syndrome, 기업의 정보시스템이 다른 시스템과 연계되지 않고 고립되어 버린 상황)’, ‘갈라파고스화(Galapagos Syndrome, 세계시장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함으로써 곤란에 처하게 되는 상황)’의 문제에 빠져서 도태될 수 있다.
개방적 혁신은 적극적 소통을 추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communication(의사소통)은 commune(공동체)을 만드는 것이다.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함께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제 인터넷을 이용해서 누구나 언제나 일반인, 전문가, 지역, 세계와 상시로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홀로 창작에 몰두하는 것은 창작의 왜소화를 넘어서 창작 성과의 공유를 거부하는 것이 될 수 있다. 홀로 창작을 추구하는 작가도 개방적 혁신의 효과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개방적 혁신은 창작의 원천과 기반을 확대하고 창작 성과의 사회적 확산을 촉진해서 예술의 실행과 향유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에서 개방적 혁신의 중요 사례로 BTS와 Beeple을 들 수 있다. BTS는 인터넷을 통한 적극적 소통으로 유명하다. BTS의 인터넷 소통은 단순히 팬에 봉사를 훨씬 넘어서서 개방적 혁신을 적극 실행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의견이 BTS의 창작과 공연에 활용된다. 한편 Beeple은 2021년 5월 ‘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라는 작품을 NFT로 제작해서 785억 원에 판매했다. 이로써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 토큰)4)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5,000일에 걸쳐 매일 실행된 기록이자 소통의 결과로서 커다란 예술적 및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렇듯 인터넷은 예술에서 개방적 혁신을 강력히 촉구하고 촉진하고 있다.
인터넷이 만든 새로운 기술적-사회적 환경은 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기능을 재정립할 것을 요구한다. 예술은 낭만주의의 산물인 고독한 창조자 관념에서 벗어나서 개방적 혁신의 사회적 주도자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유럽의 한 연구자는 다음과 같이 사업과 예술의 관계를 설명하고, 혁신에서 예술의 주도적 역할을 적극 제안했다.
사업은 예술에서 배울 게 많고, 경영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예술적이다. 성공적인 예술가와 실행자가 공유하는 전제조건들이 있다. 사업은 발명의 연금술에 의해, 특히 ‘혁신 경제’에서, 예술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계들을 사람들로 바꾸려 하고 있다. 디지털 기계들은 생물학적 및 인지적 특성을 내장할 뿐만 아니라 예술가와 장인들이 하는 방식으로 사물을 만든다. 이것은 르네상스인의 소생일 뿐만 아니라 예술과 사업의 재결합이기도 하다.
회사들이 그들의 사업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것을 알게 될수록, 항해 중에 배를 끊임없이 때리는 변화와 위기의 급류들을 알게 될수록, 예술은 혁신과 변환을 촉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회사들이 그 영역들을 (재)발견하고, 급류들을 이길 새로운 뗏목을 만들고, 재탄생된 세계에서 ‘푸른 대양’ 시장을 찾아내게 돕는다(Song, 2020: ix).
이처럼 예술의 활용과 기능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며, 예술의 사회적 영향은 경제적이고 일상적이다. 이런 예술의 사회성에 비추어 보자면, 예술의 개방적 혁신은 더욱더 큰 의미가 있다. 예술이 개방적 혁신으로 풍성해질수록 예술과 사회의 소통이 활성화되고 예술의 사회적 가치가 커지는 것이다. 고안적 사고(design thinking) 대 예술적 사고(art thinking)에 대한 연구들이 잘 보여주듯이 개방적 혁신은 끝없는 상상으로 새로운 창조의 길을 계속 열어가는 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더욱더 크게 한다. 개방적 혁신은 예술이 작품의 창작과 향유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를 더욱 적극 구현할 수 있게 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개방적 혁신을 추구할수록 참여하는 주체들이 늘어나고 관련되는 변수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사실 작품은 예술과 기술과 지식의 결합체다. 윌슨이나 포페르의 연구가 잘 보여주듯이, 컴퓨터 아트나 미디어아트(매체 예술)의 성장과 함께 기술의 예술적 영향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정보기술은 그 자체로 문화기술의 성격을 갖고 있다. 현대 예술은 그만큼 더욱 복잡하다. 여기서 크게 주의해야 할 것은 법률이다. 개방적 혁신의 복잡성은 법률을 기반으로 조정되어야 하며, 오늘날 예술은 저작권을 넘어서 특허권에도 주의해야 한다.5)
스티브 잡스(Steven Jobs, 1955~2011)는 예술과 인문학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강조한 대표적 경영자였다. 그는 2011년 10월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해 3월 iPad2의 발표장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애플의 DNA 속에는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의 가슴이 노래하게 만드는 결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은 교양 교육과 결혼한, 인문학과 결혼한 기술입니다.”
잡스는 고안(design)을 단지 더 나은 제품과 용역을 위한 실용적 행위로 여기지 않고 예술 수준의 제품을 만드는 ‘근본적 영혼(fundamental soul)’으로 여겼다. 잡스는 과학기술의 개발과 이용에서 예술과 인문학의 가치를 강조하고 가장 강력히 실현한 경영자였다. 그런데 잡스는 가장 강력히 폐쇄적 혁신을 실행한 경영자이기도 했다. 잡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콘텐츠도 장악하고 독점하려 했다.6)
개방적 혁신의 관점에서 보자면 잡스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경영자였다. 개방적 혁신은 시대의 요청이다. 그것은 지구적 차원의 정보화와 지식화를 기반으로 한다. 그 앞에는 민주화가 있고, 그 뒤에는 문화화(culturification)가 있다. 민주화는 정보화와 지식화를 촉진한 사회적 동력이고, 문화화는 정보화와 지식화로 가속된 사회적 목표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올바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서 더 좋은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잡스를 넘어서 개방적 혁신으로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야 한다.
개방은 모든 생물의 기본이다. 우리는 폐쇄가 아닌 개방, 독재가 아닌 민주, 독점이 아닌 공생을 추구해야 한다. 개방은 문화 융성의 전제조건이고, 문화사회는 사회 발전의 정점이다. 김구 선생이 저 살벌한 혼란의 시기에 ‘문화국가’를 천명했던 것은 참으로 시대를 앞서간 통찰과 혜안이었다. 기술과 예술은 ‘두 문화’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보하는 것이다. 기술도 예술도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 적극 개방하고 소통해야 한다. 기술도 예술도 ‘사일로(silo)’가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예술에서 개방적 혁신은 그 본성에 맞는 것이며, 예술은 기술의 개방적 혁신을 선도할 수 있다. 기술의 예술적 각성과 실천이 적극 추구되어야 한다.
개방적 혁신은 내부를 외부에 개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내부의 개방이 그냥 외부의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 주체인 내부의 개방적 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어서 외부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개방적 혁신은 내부와 외부의 협동적 혁신이다. 협동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올바른 보상이 실행되어야 한다. 적정한 보상, 권리의 보호, 이익의 분배 등이 올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왕 서방에게 이용당하는 곰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혁신은 생각으로 시작되고, 따라서 생각을 지켜줘야 한다. 이것은 크게 저작권과 특허권의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두 권리는 개방적 혁신의 물질적 기초다.
개방적 혁신이 제기되고 어느덧 20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개방적 혁신은 기업의 기술 혁신을 넘어서 모든 주체가 추구해야 하는 보편적 혁신의 원리로 여겨지게 되었다. 개방의 보편성에 비추어 보자면, 사실 이것은 당연한 변화일 것이다. 개방에는 위험도 따르지만, 결국 이익이 더 크고, 무엇보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다. 동종과 이종의 차이를 떠나서, 더 많은 소통, 더 많은 교류, 더 많은 협동이 혁신을 촉진하고 세상을 개선할 것이다.
1965년생으로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공부했고,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환경, 정보, 문화 등에 관해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에 「생태사회를 위하여」, 「생태복지국가를 향하여」, 「개발주의를 비판한다」, 「사고사회 한국」, 「민주화의 민주화」, 「사회로 읽는 건축」, 서울의 개혁」, 「서울산책」, 「현실 정보사회의 이해」, 「현실 정보사회와 정보사회운동」, 「디지털 문화의 세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