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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창립특집2]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바란다
세계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김철리 _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감독
서울아트마켓의 이미지가 짧은 기간 동안에 ';시장';에서 ';장터';로 변화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장터';라고 해도, 순수한 문화예술의 교류와 이해를 위한 작업이라고 해도 ';사고판다';라는 기능은 겉 이름만 바뀌어 있을 뿐 여전히 작동됩니다.
"공연예술마켓? 공연예술 작품들을 사고파는 시장을 열겠다고? 공연예술 작품들을 시장바닥에 늘어놓은 일반 상품 취급하겠다는 얘기야?"
서울아트마켓(이하 PAMS)이 시작되던 무렵 이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공연예술인들이 상당히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마켓을 ';시장';이라고 해석하면서 "사고판다"라는 측면이 두드러져 보였다고나 할까요. 허나 마켓을 ';시장';이 아니라 ';장터';로 표현하게 되면 보다 사람냄새가 나는 의미로 다가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건들을 사고팔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못 보았던 사람들이 만나서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정을 나누는 곳으로 말입니다. 또 낯선 사람들로부터 모르고 지내왔던 외지의 이야기들도 들어볼 수 있는 곳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PAMS의 이미지가 짧은 기간 동안에 ';시장';에서 ';장터';로 변화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장터';라고 해도 ';시장';이라는 기본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고판다';라는 기능 말입니다. 순수한 문화예술의 교류와 이해를 위한 작업이라고 해도 ';사고판다';라는 기능은 겉 이름만 바뀌어 있을 뿐 여전히 작동됩니다.
그런데 공연예술은 ';라이브'; 공연에 그 생명이 있기에 그 어떤 예술분야보다도 교류와 소통을 위한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입니다.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사라져버리고, 관객들의 머리와 가슴속의 기억과 흔적으로만 남는 것이기에 보관도 불가능합니다. 테이프와 디비디로 녹음, 녹화한 것을 감상해서는 진정한 맛을 느끼기 힘듭니다.
이왕 내친 김에 비예술적으로 더 가보자면 “고비용이 드는 일이기에 여타 예술분야 종사자들보다도 계산을 잘 할 줄 아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을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공연단체 이해 바탕으로 세계공연예술시장 정보를
PAMS는 특히 ';세계 시장'; 개발 측면에서 공연예술인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돕는 방안을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각 공연예술 작품의 특성-내용, 형식 등-에 따라 그들을 필요 또는 선호하는 지역이나 문화권이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너무도 뻔한 예인지는 모르나 이슬람 문화권에 지나친 노출이 있는 작품을 소개할 수는 없듯이, 소를 도축하는 장면이 있는 작품을 힌두교도가 많은 인도에 소개할 수 없듯이 말입니다.
이건 엉뚱한 예인지는 모르나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대장금> 열풍이 한창일 때 연극제 참관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대장금>이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그들은 조선시대 여인네들의 장옷 차림에서까지 그들의 히잡 사용과 비교하며 동질감을 표하더군요. 일반 상품 개발에서 얘기하는 ';맞춤형'; 시장 개발과 정보의 제공자의 역할을 PAMS가 해내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의 공연예술단체들은 대부분 영세합니다. 또 해외진출을 희망해도 언어 장벽 때문에 발걸음을 뗄 생각조차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국제교류를 위한 개방된 정보망도 전무하다시피한 상태입니다. 한국의 공연예술단체들에 대한 현실 파악을 밑바탕에 깔고, 보다 구체적인 조사를 거친 세계공연예술시장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울아트마켓을 기대합니다.
필자소개 |
예술경영 ABC 컨설팅부터
라도삼 _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예술경영’이란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실상 얼마 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중반쯤이었을까? 그러나 예술경영이라는 말은 우리 곁에 널리 퍼져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생겼고, 예술경영학회도 활동 중이다.
들어온 시점에 비해 예술경영이 널리 퍼져있는 것은 그만큼 예술경영이 필요하고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로, 시장이라고 말할 것도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 예술경영은 예술시장을 혁신하는 담론이 되어왔다.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는 고질적인 시장구조, 합리적 의사결정이나 기획보다는 선후배의 의기투합이 더 중요하고, 관객개발보다는 지원서가 더 중요한 현실에서 예술경영은 전근대적 예술형태를 현대화하고 그나마 시장다운 시장으로 만들고자 노력해 왔던 것이다.
관객개발보다 조직의 합리적 경영이 먼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경영은 멀기만 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문화관람권 밖에 있고, 다수의 단체와 기관들은 여전히 전근대적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한 예술제작이나 기업의 후원과 협찬을 모으는 기획, 관객을 개발하고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은 고사하고 예·결산서조차 작성하지 못하고 있고, 투영한 제작 및 유통관리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예술경영을 얘기할 수 있을까?
나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일을 말할 때, 여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각 단체 및 기관에 대한 컨설팅부터 출발해야 한다. 왜 예술기획이 필요하고, 조직 및 단체관리가 필요하며, 관객개발과 시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 그리고 그 다음에 관객개발을 위한 여러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국민의 5%밖에 되지 않는 예술관람 인구! 이들의 충성도를 어떻게 높이고, 관람권 밖의 국민들의 예술에 대한 접근권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그리고 그 다음, 예술기획을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매개자’니 ‘향수’니 하는, 예술계에서만 알 수 있는 용어들을 바꾸고 실제 예술경영의 이론이 현실로 될 수 있는 바탕을 심어주었음 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예술경영을 지원해 주는 곳’이다. 그 기본적인 일만 다 할 수 있다면 모든 일을 다 했다고 본다. 예술경영을 통해 우리나라 예술계를 자생력 있는 시장으로 만드는 것! 그 일에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일로매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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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노하우 축적한 기획자 양성을 기대하며
문갑현 _ 문화마을 들소리 대표
2009년 1월, 팜스초이스 선정작 <비나리>가 칠레공연을 다녀온 지 일 년이 되었다. 작년 들소리 해외 투어의 첫 문을 열어준 칠레 산티아고 아 밀 축제 참가부터 덴마크 코펜하겐 워멕스 공식 쇼케이스 공연까지 여로 모로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의 지원 혹은 도움을 받은 한 해였다. 그 외에도 서울아트마켓, APAP와 같은 국내외의 아트마켓 혹은 마켓에서 활발한 지원활동을 하는 센터를 지켜보며 가졌던 짧은 생각을 적어본다.
본 단체가 올 한 해 센터와 함께 참여한 예술견본시는 매년 개최되는 서울아트마켓과 세계 최대 월드뮤직 마켓인 워멕스(WOMEX)이다. 그 외에도 센터는 세계 각국의 장르별 마켓에 참여하며 한국 공연단체 및 공연물 소개를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올해 워멕스의 경우, 센터 부스를 통해 한국 음악 단체(주로 국악)의 기획자들이 마켓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던 점이 참신했다. 이로 인해 각 단체의 기획자들은 그저 마켓 내부를 둘러보는 견문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해외시장에서 깐깐한 프로모터들을 대상으로 각자의 콘텐츠를 판매해 보고 그를 통해 현실적 도전과제를 인식, 보다 본질적이고 생산적인 고민거리를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고 본다.
광주리 속의 열매를 내다 팔기보다는
문화적 국제교류를 위해 훌륭한 공연물을 해외에 소개하는 역할은 한국 공연예술의 현재 모습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아트마켓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한국작품을 해외에 소개해야 한다면 밑바탕을 만들기 위한 투자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밑바탕을 좌우하는 것은 일을 추진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무엇보다 해외진출 기획자는 실제 해외마켓과 축제라는 실전에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여 보다 장기적인 안목과 시장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워멕스와 같이 기획자 혹은 제작자들이 해당 예술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외마켓 및 축제 참여의 기회를 가능한 많이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시장에 대한 이들의 경험을 토대로 전략적인 콘텐츠를 제작하여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얻는 것이 해외진출의 물꼬를 트기 위한 선결 과제는 아닐까? 결국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전략적인 감(感)을 갖춘 기획자들에 의해 씨앗부터 가꾸어진 작품이 해외 시장에 자랑스럽게 내놓게 될 다양한 레퍼토리로 성장할 것이다. 당장 광주리 속의 열매를 내다 팔기보다는, 우리의 땀과 거름으로 우리의 텃밭에서 길러진 꽃과 열매를 얻는 그날, 우리 문화 예술의 터전은 고갈되지 않는 양질의 옥토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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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단체 대표들에게도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
박호빈 _ 댄스씨어터 까두 대표, 안무가
처음 시작은 누구나 막연하다. 하지만 시간의 경과에 따라 꿈꾸는 세상은 현실화되고 성장하고 융성하게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변모한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의 현주소 같은 느낌이다. 지속적인 발전과 함께 현장 곳곳에 단비의 역할을 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센터의 여러 사업 중, 본인이 가장 관심을 갖고 본 것은 전문인력양성사업과 그에 따른 워크숍, 그리고 기타 교육 프로그램들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현실에서 그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변명을 하고 싶다.
아쉬운 점이라면 교육과 워크숍 등의 장에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단체 대표들이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센터가 예술경영 인력양성에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전문인력 양성사업의 일환으로 댄스씨어터 까두에서는 1명의 기획인력을 선발하여 3년간 나름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동네 구멍가게가 적어도 유통체인업체의 편의점 정도는 된 듯싶다.
시스템이란 이렇게 외형적 모습뿐만 아니라 구조적 변화, 즉 관리적 측면에서 새로운 이미지화에 성공을 보는 듯한 착시를 준다.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깔끔하고 세련되게 디스플레이된 매장에서부터 전략 상품의 매출을 위한 고객의 무의식적 소비충동을 유도하는 프로모션까지, 자동화된 매출관리와 재고 현황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규모만 작을 뿐이지 대형 쇼핑몰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형 유통체인업체의 이미지가 많은 부분 구멍가게로 전락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오너의 경영인식 부족일 것이다. 고객의 욕구변화를 몰랐던 구멍가게가 신개념 편의점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듯이 지금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한 몇몇 편의점들-카페형 편의점, 베이커리형 편의점 등- 두 개 이상의 복합기능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성공적 케이스 제외하곤 구멍가게들과 다를 바가 없다.
현장에서 본인이 느끼는 센터에 대한 아쉬움도 마찬가지다. 좋은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행정인력과 기획인력이 있지만 단체를 이끌고 있는 대표들은 전혀 경영마인드가 없다는 점이다. 그 교육이 필요한 사람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물론 센터 관계자들이 나에게 할 말이 무엇인지 잘 안다. 하지만 그 말을 하기 전에 다시 생각을 깊게 한다면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앞으로 센터는 예술을 산업화하는 환경을 조성해가면 어떨까? 그냥 든 생각이다. 이미 문화산업은 현실화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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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을 위한 조금 더 친절한 손길
배요섭 _ 공연창작집단 뛰다 상임연출
뛰다의 <하륵이야기>는 지난 몇 년간 6개국에서 10여 차례의 해외 공연을 했다. 기획 일선에 있지 않아서 정확한 정황은 잘 모르지만,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주최하는 서울아트마켓의 직접적 결과는 아니라 하더라도 아트마켓을 통해 형성된 국제교류에 대한 관심이 그러한 활동의 저변을 이루었다는 생각이다. 또 <하륵이야기>가 5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현지 관객들과 더 가깝게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센터의 지원 프로그램 덕분이다. 국제교류에 대한 센터의 노력은 직간접적으로 우리 단체에게 큰 힘이 되었다. 아트마켓에서 당장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보다 국제교류의 가능성을 넓히는 것 그것이 더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 많은 델리게이터들은 어디로 갔나
공연예술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프로듀서와 예술감독들, 예술가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축제의 장이다. 지난 5년 동안 서울아트마켓을 경험하면서 이 시스템의 중요성을 점점 더 느끼게 된다. 그런 점에서 서울아트마켓에 대한 몇 가지 아쉬움도 적지 않다. 마켓에서 예술감독이나 프로듀서들과 만남이 실질적으로 연결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부스의 운영도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 3일 동안 온 종일 부스에 앉아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열 손가락에 꼽는다. 그 많은 델리게이터들은 어디로 갔던가.
2009년에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시아나우프로덕션';이 뛰다의 프로듀서를 맡아 해외의 예술감독들과 프로듀서들을 만나면서 실질적인 얘기들이 많이 오갔고 몇 건의 해외초청공연과 공동작업을 논의 중에 있다. 그리고 센터에서도 해외 프로듀서들과 국내 예술단체들과의 공동작업을 위한 새로운 시도들을 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아트마켓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데, 해외 델리게이터들의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기 힘들고 어떤 식으로 접촉할 수 있을지도 막막하다. 이것은 뛰다의 기획담당자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점이다. 실질적인 거래는 개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인적 네트워크 소스들이 마켓을 통해서 오픈되고 연고가 없는 예술단체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필요하다. 아트마켓이 진정한 만남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친절한 손길들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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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일구는 쇠스랑
양효석 _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사업추진단장
지난해 감사원의 정부 보조금 감사에서 여러 예술단체들이 부실한 회계처리가 문제가 되어 횡령 또는 부당집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었다. 우리나라 예술단체들의 영세성과 주먹구구식 운영 관행으로 볼 때,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견된 재앙이라 할 수 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앞으로 공적 지원의 정산 등 지원행정의 변화가 불가피함을 예고하고 있다. 금년 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모든 공적 지원사업에 카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점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 4년 동안 예술경영 전문인력을 육성·지원하고 경영컨설팅과 직무매뉴얼 제작 등 예술경영의 전문화를 위한 노하우를 축적해온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특히 문예진흥법 제7조에 의해 도입된 ‘전문예술법인·단체’의 활성화를 위해 평가센터를 운영하고 제도 발전에 기여해온 것은 예술현장의 변화와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예술단체 경영마인드 도입과 전문화의 필요성
전문예술법인·단체 지정제도는 대부분 임의단체 형태를 취하고 있는 문화예술단체들에게 법인격이나 단체의 성격에 관계없이 세제혜택 등 제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전문예술단체를 지정하는 제도이다. 현재 330개의 예술법인 및 단체가 지정되어 있으나 지정 기준이 각 시도마다 상이하여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더구나 지정기부금의 손금 인정 외에 이렇다 할 혜택이 없어 지정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지정된 단체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연 전문단체로서의 인력과, 경영마인드,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 들 때가 많다.
따라서 전문예술법인·단체 제도는 예술단체 경영의 투명성, 전문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장기적으로 공적지원의 운영과 연관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의 예처럼, 비영리단체로서 기본 요건을 갖추면 지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예술단체가 전문인력채용, 회계제도운영, 결산보고 등 몇 가지 경영 투명성을 포함한 전제 요건을 갖추면 법적 단체로 허가해주는 방식이다. (조심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창작예술단체, 협회 등으로 나누어 법인·단체로 지정이 되었을 경우에만 공공지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예술단체의 경영마인드 도입과 전문화는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해 선결해야 할 과제로 그 추진과정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역할은 막중하다. 따라서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이라는 텃밭을 일구는 쇠스랑의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갈퀴와 같은 모양의 쇠스랑은 밭을 일굴 때, 흙덩이를 깨고 고르는 역할을 하는데, 자신의 앞으로는 검불과 잡초 외에 아무것도 돌아오는 것이 없지만, 갈퀴 사이로 밭을 고르게 일굼으로써 척박한 땅을 기름진 땅으로 바꾸어 놓는다. 예술경영의 전문화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예술의 텃밭을 일구는 쇠스랑,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앞으로도 추구해야 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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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들을 위한 교육 정보 네트워크
이섭 _ 전시기획자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시각예술분야의 조우는 어떤 방향에서 보았을 때 그 모양새가 가장 아름다울까? 이 엉뚱한 물음은 단지 외형적 지향을 의미하지 않는다. 필자는 시각예술분야의 몇 가지 사업에 대한 평가위원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결연되었던 경험이 있다. 평가사업이란 사실 곤혹스럽지만 반드시 성실하게 수행해야만 할 업무임에 틀림없다. 차라리 지표에 맞춘 평가가 아니라 기명으로 사업 전체에 대한 평가를 다양한 부분으로 나누어 다루면서 의견 개진하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지표 뒤로 숨지 않고 우리 모두의 문제를 그렇게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설마 아직도 이 분야에서 밥그릇 두고 멱살잡이 할까 싶기에 과감하게 대안적으로 제언한다.
기획자 성장 불구 유기적 관계망에서의 재교육 전무
시각예술분야의 눈에 띄는 성장은 기획자들이 다양한 활동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 기획부분 전체에 일정한 워크숍이 프로그램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을 시장논리로만 보지 않는다면 민간차원이 아닌 정부차원에서 지원-교육을 특정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부문을 확대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미래 투자가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개인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국제네트워크와 연계시킨다든지 국내 기획자들 간의 정보교환 및 정보축적의 공유 등을 이슈로 하는 워크숍을 마련해 주는 것은 그 자체로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이 업무를 맡기에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시각예술분야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대학 졸업 후 어떤 유기적 관계망 안에서 재교육의 기회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해외 유수의 미술전람회에 대한 정보 분석도 개별적이다. 이것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고 공유하는 일은 그와 같은 주제로 워크숍을 운영하면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우하는 모양새가 정말 아름다울 것 같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업무를 벤치마킹하는 일도 사실 내심 바라는 바 이다. 미술이론 부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연구프로젝트를 공모하거나 지명공모형식으로 우리 시각예술분야에 축적되어야 할 연구 성과들을 프로그램으로 제안하는 일이 그렇다. 또한 이런 연구 성과를 작가지망생, 기획자 또는 기획자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연수프로그램처럼 운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조우하는 그 내용이 정말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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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 멀지만 박수를 먼저
인재진 _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총감독
10여 년 전 대학로에서 딸기극장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소극장을 운영할 때였다. 느닷없이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받은 한통의 전화는 처음으로 내게 해외의 재즈페스티벌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고 동시에 너무나 큰 문화적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딸기극장이 재즈, 월드뮤직, 아방가르드 음악을 공연하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이유만으로 프랑스의 음악을 소개코자 하는 문화원의 의도로 초청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 후로 꽤 많은 각종 음악페스티벌과 아트마켓에 초청을 받아서 국제적인 안목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단초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듯하다. 그리고 아주 많은 해외 뮤지션들을 과감하게 우리나라에 소개할 수 있었고 꽤 큰 반응도 끌어낼 수 있었다.
우리는 누가 이 일을 하지?
그런데 항상 해외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늘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들을 누가 해야 하나? 이루어질 수는 있는 일인가? 우리 것은 어떻게 소개해야할까?’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문화 선진국의 앞선 행보가 부럽기만 했었다. 최소한 4년 전까지는.
밖에서 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4년은 이런 나의 부러움과 약간의 좌절을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가능성의 발견이었다. 젊은 조직의 발 빠른 행보, 구성원들의 열정, 폭 넓은 관심, 입체적 접근.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예술경영지원센터처럼 직접적이며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기관이 4년 전에 존재했었는지 의문이다.
그래봐야 여전히 시작 단계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와 몇 가지 구체적인 건의도 할 수 있겠지만 오늘만큼은 지난 4년간 보여준 눈부신 발전과 성과에 큰 박수만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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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사회의 소통’ 미션을 강화하라
조성주 _ LIG문화재단 예술감독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가 그간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 커뮤니티가 가지는 현실적인 난제들에 대한 전문적 조언자 겸 조력자로서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을 기꺼이 자처해 주었던 것에 대해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늘 마음으로부터의 감사와 감탄을 보내왔다. 개인적으로 센터의 활동에 직접적인 참여를 깊이, 자주 해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각 활동들이 가지는 세심함을 보면서 이 조직의 진정성과 실무진들의 숨겨진 노고를 짐작해보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문화예술 분야가 가지는 제작, 유통, 조직운영에 대한 시각과 니즈가 이러한 활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숙성하거나 충분했는가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이에 앞서거나 적어도 동시에 접근해야 하는 해결과제는 없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간 박수와 지지를 보내면서도 동시에 늘 우려가 되었던 속내를 이 즈음해서 드러내보자면, 센터의 활동은 다분히, 어쩌면 전적으로, 내부 개선 지향적이라는 점에 대해 감히 문제제기를 해보고 싶다. 즉, 사회 일반을 향한 대외적인 활동을 통하여 순수예술과 예술인에 대한 대중적 인식을 개선하여 미래의 발전을 위한 준비를 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센터가 해야 할 일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하다면 센터만한 적임자도 없다는 생각이다.
내부 개선에서 방향을 돌릴 때
센터의 비전과 미션 중에는 ‘예술과 세상의 소통을 돕는 재단’이라는 부분이 있다. 쌍수를 들어 지지하고 또한 가시적인 활동을 기대하게 하는 비전이다. 왜냐하면 ‘세상과의 소통’이란 문제는 공연을 위한 홍보마케팅을 할 때나 협찬이나 후원을 얻어내는 일에서부터, 실업자 취급은 받지만 실업자 혜택은 받지 못하는 많은 현장 예술인들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어디서나 맞닥뜨리는 너무나도 근본적이고 절실한 딜레마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일반은 예술에 대해 특히 예술인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예술가가 우리 사회를 위해 공헌을 하고 있고 예술이 사회 발전에 가치 있는 기여를 한다는 것에 동의하거나 혹은 이를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예술이 엔터테이닝 서비스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은 얼마나 있는가. 장담컨대 순수예술이 없어도 우리 사회는 아무 문제없이 잘 굴러갈 거라는 주장에 손을 들 사람들은 사회 일반의 99%를 넘을 것이다. 순수예술의 가치를 ‘예술분야 사람들’ 과 극소수의 마니아들밖에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 ‘발전’은커녕 앞으로도 내내 ‘사회적 생존’만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좀처럼 해결이 안 된다.
국가의 문화의식을 비판하고만 있기에는 마음이 급하다. 목마른 건 우리다. 예술과 예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일정 부분만이라도 개선하고, 권위를 향상시키고, 관련한 사회제도로부터 예술인들이 실질적이고 당당하게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날을 조금이라도 더 당겨봐야 하지 않을까.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어도 사회적으로 존중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철은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데, ‘습지는 지구의 폐’라는데, 예술도 뭔가 사회적으로 반복적인 어필을 해줘야 하지 않을까. 행사든 캠페인이든 광고든 지속적으로 벌여야 하지 않을까.
약 3년 전 미국의 린크(LINC, Leveraging Investments in creativity) 뉴욕 본부를 방문해서 미팅을 가진 적이 있다. 지면 관계상 자세한 소개를 할 수는 없지만, 이 10개년 프로젝트의 5개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창조적 공동체(Creative Communities)가 가지는 첫 번째 목표는 “예술인들은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하며 사회에 어떤 공헌을 하는가에 대한 대중적 인식 개선을 하겠다” 였다. 그 목표를 위해 그들이 구체적으로 벌이는 활동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예술과 예술인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러한 이슈를 주요 사업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그들의 사고는 적잖이 놀라웠다. 이들의 활동이 예술인들의 사회적 입지와 대중적 이해를 높이고 재정적 후원을 증가시키며, 무엇보다 예술가들이 스스로에 대한 사명감과 자긍심을 높이는 데 분명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센터는 사실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간의 활동이 예술분야의 내부적 개선에 보다 큰 기여를 해왔다면 이후의 사업에 있어서는 ‘예술과 세상의 소통을 돕는’ 미션을 보다 강화하여 예술의 편에서 대중과 사회를 향한 대변인 역할을 해 줄 수 있기를 부탁해보고자 한다.
필자소개 |
평가도 기획의 과정이다
최은주 _ 국립현대미술관 작품보존관리실장
시각분야 평가사업에 참여하면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국고 지원이 이루어진 전시사업에 대해 현장실사와 기획자인터뷰, 관련자료 등에 근거한 평가 작업에의 참여는 해당전시의 계량적 평가와 질적 평가가 어떤 방식과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해 준 좋은 경험이 되었다.
사실 전시기획의 현장에서 살펴보면 전시기획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전시를 개막하기까지의 과정에만 집중되는 것이 상례이다. 큐레이터들은 작가선정, 작품선정, 전시 디스플레이, 도록제작 등에는 전력을 기울이지만 그 이후에 진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일들은 간과하거나 무시하기 쉽다.
그 중요한 일들에는 전시를 프로모션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갖가지 홍보와 마케팅 업무에서부터 관람객 반응 조사, 미술계에 미친 영향 측정, 비평가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평가 수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들이 있다. 유능한 기획자란 전시의 준비에서부터 개막과 폐막, 사후 평가 작업까지를 놓고 큰 그림을 그려가며 자신의 전시가 당대의 사람들과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안목을 지녀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는 안목의 중요성
만약 기획자들이 자신의 전시에 대해 항상 엄정한 평가 작업이 뒤따른다고 생각한다면 전시의 모든 과정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성공적이었던 전시기획들을 살펴보면, 기획자의 기획의도가 잘 살아있으면서도 전문가 그룹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과의 소통 역시 활발히 이루어져 몇 만, 몇 십만의 관람객을 동원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때의 기획자의 사고와 행동 방식에는 자신의 전시의 대한 사후 평가가 어떠할 지에 대한 전문인으로서의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였다고 생각된다.
비록 전시기획이라는 틀 안에서만 이야기 하였지만, 이런 의미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벌이고 있는 평가사업은 우리나라의 문화예술분야가 진정으로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업들의 경험이 하나씩 누적되면서 21세기 문화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기반이 더욱 튼튼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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