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북도 익산시 익산유스호스텔에서 ‘2013 전국지역문화재단 지식공유포럼’이 열렸다.
|
전지연, 익산에서 1박 2일?
배우 전지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전지연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의 준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와 익산문화재단의 공동주관으로 6월 27일부터 이틀간 전라북도 익산시 익산유스호스텔에서 ‘2013 지역문화재단 지식공유포럼-나눔으로 소통하다’ 행사를 개최했다. 전국 40여 개 지역 문화재단 관계자와 문화예술 활동가 150여 명이 참석, 상호 협력적 네트워크를 통해 문화정책과 사업, 시설운영 및 관리 등에 대한 선진 사례를 나누고 소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첫날 ‘정책트렌드 심포지엄’에서는 이무영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와 임승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의 발제가 있었다. 뒤이어 진행된 ‘지식공유포럼’에서는 대구 달성문화재단, 익산문화재단, 청주시문화재단, 춘천시문화재단, 경주문화재단, 성남문화재단, 부천문화재단 순으로 각 재단에서 추진 중인 차별화된 사업을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각 재단이 겪고 있는 애환과 열정이 묻어나는 시간이자 묘한 동질감과 동료의식이 싹트는 자리였다. 무박 2일로 토론과 친교를 즐기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둘째 날 가진 주제별 워크숍에서는 문화정책, 문화기획, 공간운영, 경영회계 조별 토론을 통해 새로운 정책과제가 발굴되기도 했다. 오후에 천년고도 익산미륵사지를 탐방하는 것으로 지식공유포럼은 끝났다.
익산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고민은 더 깊어졌다. 예술가로, 문화예술 활동가로 살아온 지난 33년의 활동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1979년부터 수원, 안양, 부천에서 ‘시점시점(時點 視點)’ 전시 활동을 펼치다 1987년 유월항쟁의 열기에 힘입어 우리그림, 민요연구회, 독서회 등을 조직하고 문화예술 활동가 조직(안양문화예술운동연합)을 결성하여 전국을 돌며 품을 팔았던 일, 1990년 젊은 미술활동가 그룹인 ‘우리들의 땅’을 결성하고 활동하던 일, 2002년 석수시장이라는 삶의 공간에서 문화예술 서식지운동을 전개하던 2012년까지 지난했던 삶의 흔적들이 스쳐갔다. 그러다가 2013년 2월, 홀연히 새로 출범하는 경기도 군포시 군포문화재단으로 활동의 근거지를 옮겼다. 자유로운 예술 활동가의 위치에서 ‘공무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닌 것도 아닌’ 문화재단 본부장이라는 직위가 생겼다. 문화예술회관이라는 거대 공간을 운영하며 동시에 문화예술진흥 업무를 수행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 것. 문화예술 활동가는 자리나 위치가 변했다고 그 활동의 내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지역문화예술의 진흥’ ‘생활 속의 예술’이라는, 30년 전 설정한 과제가 여전히 ‘지금 여기’의 과제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오늘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격언을 가슴에 새기며 이 글을 쓴다.
|
▲ 군포문화재단은 2013년 2월 28일 경기도 군포시 당동에 설립됐다.
|
새 술은 새 부대에
군포문화재단은 3본부 1체제로 이루어졌다(문화예술진흥본부, 문화예술교육본부, 청소년활동본부와 경영기획실). 사업 영역으로는 문화예술의 창작과 보급 및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 군포문화예술회관, 군포문화센터, 여성회관, 청소년수련관, 청소년수련원 등의 공간 운영, 문화예술진흥을 위한 정책개발 지원, 국내외 교류 및 정책사업 시행, 문화예술 관련 자료의 수집과 관리, 보급과 조사, 교육연구, 축제기획 및 운영, 공공예술작품의 설치 및 관리, 문화예술진흥을 위하여 군포시장이 위탁하는 사업 수행 등이다. 이 모든 사업은 큰 틀에서 ‘문화예술진흥을 통한 시민행복도시 만들기’라는 비전과 미션으로 모인다. 실제로 많은 지역 문화재단들이 비슷한 재단설립 목적을 갖고 출범하지만 결국에는 자치단체의 문화시설 위탁 운영과 축제로 대표되는 행사대행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보면 사업 전개를 어떤 기능과 역할에 무게중심을 두고 활동하느냐에 따라 지역문화재단이 ‘지역문화예술의 중추적 허브’로 성장하느냐, 외부 시선의 우려대로 시설관리운영기관에 머물고 말 것인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지역문화예술의 중추적 허브(HUB)’로 성장하기 위해 새내기 군포문화재단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떠안는다.
삼각 트라이앵글의 조화
3개 본부로 구성된 군포문화재단은 3개의 다른 층위의 역할이 있지만 문화예술진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트라이앵글 구조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영 관점에서 보면 삼 본부는 균등하고 공평한 지위를 가진다. 정책 관점에서 보면 트라이앵글의 꼭짓점을 통해 굴절되며 각각 다른 색깔의 소리를 만들어낸다. 트라이앵글은 치는 순간 서로 보강이 일어나서 음이 멀리 퍼져나간다. 삼각의 모양이 음의 힘을 집중시켜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3개의 축이 균형을 이루어 아름다운 소리를 융합해낸다. 이러한 조화로운 삼각관계를 통해 동시대가 요구하는 문화예술진흥의 높은 가치를 창출해내는 원동력이 된다. 이번 ‘파출소가 돌아왔다’ 사업은 그런 의미에서 문화예술교육, 청소년 활동, 문화예술진흥의 삼각 트라이앵글로 추진되는 매우 중요한 실험이다. 7월 16일 프로젝트 공개 워크숍을 시작으로 군포문화재단 역량강화사업이 시작된다.
다층적 네트워크의 구축
허브(HUB)는 일반적으로 자전거 바퀴살의 중심축, 혹은 구내 인터넷 연결망 시스템을 말한다. 문화예술에서 허브는 자전거 바퀴처럼 단일하고 중심을 향한 일방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또한 단선으로 연결된 구내 통신망도 아니다. 문화예술 허브는 보다 광범위하고 다층적이며 다각적으로 연결된 그물망이다. 정치적 여론몰이에 휘말리지 않고 문화예술의 진정성으로 연결된 열린 통로다. 따라서 다방향으로 소통이 가능한 문화예술의 중추적 네트워크 허브가 구축되어야 한다. 어느 지역에서나 재단이 출범하면 기존 단체와 기득권 문제가 발생하고 상호 헤게모니의 다툼 양상이 전개된다. 당연히 우리 지역에서도 그러한 다툼의 양상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나쁘게 보기보다 긍정의 힘으로 바라봐야 한다! 문화재단이 앞장서서 지역문화단체와 창작자들과 강사, 매개자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지역문화재단은 새로운 문화예술의 생태계가 조성되는 조건이다. 정치적 당파성이 아닌 문화예술의 진정성에 의한 논쟁과 다툼으로 지역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바람과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야 한다. 혹 태풍과 황사를 몰고 온다 할지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폭넓은 관점에서 지역문화단체나 활동가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사랑방 간담회, 세미나, 심포지엄, 콜로키움(집담회) 같은 형식의 공론장을 만들어 음지에서 돌아다니는 모든 이야기들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 이러한 사업이 문화예술진흥사업의 제1선으로 놓아야 하는 일이다. 창작예술가들과 문화 활동가들과 시민운동가들까지 만나고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지역문화예술의 중추적 거점으로 자리 잡아야한다.
|
▲ 군포문화재단은 7월 4일 군포경찰서와 업무협약을 체결, 군포경찰서의 담장벽화 조성사업과 ‘파출소가 돌아왔다’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
지역문화공동체의 실현
군포시는 오랫동안 ‘책읽는 군포’를 슬로건으로 내세워왔다. 인문학과 독서 강좌를 통한 지역문화역량의 큰 기반이 조성돼 있다. 군포문화재단은 이러한 기반 위에 책과 예술과 축제가 융합하고 청소년과 어린이와 시니어가 참여하는 융복합적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융복합 사업은 기반과 역량이 있을 때 가능하다. 모든 것을 지역 내부에서 해결하겠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외부와의 교류를 폭넓게 추진하면서 탈장르적이고 탈계층적인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 어린이, 청소년, 여성, 중장년과 시니어들의 문화가 융합되는 일상의 축제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역문화재단 역량강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파출소가 돌아왔다’는 매우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시민이 주체가 되어 기획 단계부터 결과 공유까지 함께할 수 있는 일상의 축제를 통해 문화가 융성해질 수 있다. 예술진흥, 문화예술교육, 청소년활동과 지역문화예술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역량과 외부의 역량이 결합되는 융복합의 파출소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문화공동체 실현에 한발 다가설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자. 누가 말했던가?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고.
사진제공_박찬응
|
|
|
|
필자소개
박찬응은 1979년 세종대학교 회화과 재학 시절부터 안양, 수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그림사랑동우회우리그림, 1989년 안양문화운동연합, 1989년부터 1999년까지 안양지역 젊은 미술인그룹 ‘우리들의 땅’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2002년 대안예술공간 스톤앤워터, 2010년 사회적기업 (주)소셜아트컴퍼니-SAC을 설립하고 새로운 문화예술서식지운동을 펼쳐왔다. 현재는 군포문화재단의 예술진흥본부장으로 활동 중이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