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변화는 곧 경영학적 방법론 외에 보다 광범하고 다각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요구의 반영이자, 발표자들이 예술 현장에 있는 전문가인 만큼 공적 기금 투자에 대한 당위성을 증명해야 하는 절실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리더십’ 세션에서는 예술 투자에 대한 성과주의적 접근에 대한 예술단체 대표의 대응력이나 소통 역량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고, 이는 거의 예외 없이 전 세계적으로 겪는 예술 지원 축소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참가자 등록 모습

▲ 참가자 등록 모습

제12회 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Association Internationale de Management des Arts & Culture, 이하 AIMAC) 학술대회가 지난 6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남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열렸다. 콜롬비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로스안데스 경영대학이 호스트를 맡았는데, 남미에서는 처음으로 이번 대회가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했다. 무엇보다 남미권 문화예술경영학의 동향을 살필 기회가 되었으며, 미국과 유럽 선진국 중심으로 개최된 관행에서 벗어나 개최국 선정에 다양성이 주어졌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물론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어 아시아권에서는 참여가 저조했지만, 스페인어권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높아 발표 논문의 성격과 특성도 이와 연관되어 드러나는 등의 흥미로운 지점이 없지 않았다.

주지하다시피 AIMAC 학술대회는 1991년 캐나다 퀘벡 지역 몬트리올에서 시작하여 2년마다 미 대륙과 유럽의 대학을 돌아가며 개최된다. 1993년에는 프랑스 경영학의 근거지인 파리 근교 주이-엉-조자(Jouy-en-Josas)에서, 1995년 영국 런던, 199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1999년 핀란드 헬싱키, 2001년 호주 브리즈번, 2003년 이탈리아 밀라노,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 2007년 스페인 발렌시아, 2009년 미국 달라스, 2011년은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바 있다. 이 학회를 창립한 몬트리올 경영대학(HEC)의 프랑수아 콜베르(François Colbert) 교수가 1993년 프랑스 경영대학의 이브 에브라르(Yves Evrard) 교수를 국제 네트워크 연구자로 초대하면서 정식 출범했다. 영어와 불어를 사용하며, 경영대학에서 주로 주도하여 연구 경향 역시 경영학적 방법론에 근거한 학문적 성과에 치중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발표 주제 범위의 다양성과 정성 연구의 강세

이번 학술대회에는 25개국에서 온 학자, 기획자, 예술경영인들이 참가하여 총 105개의 논문을 발표했다. 260개의 논문이 접수되었고, 1차로 160개를 선정한 후 최종 105개로 압축했다고 주최 측은 전한다. 이는 37개국의 참여자와 121개의 논문 발표가 있었던 지난 11회와 비교해볼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이지만, 발표 주제의 범위가 훨씬 다양해지면서 경영학적 방법론보다는 정성 연구가 강세를 보이는 등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11회의 경우 경영학적 방법론이 우세한 가운데 세션 구분도 소비자 행동, 전략적 마케팅, 인적자원관리(HRM), 문화정책 등으로 명료한 데 비해 이번에는 느슨하게 진행된 것이다. 즉 인적자원관리, 거버넌스, 전략 경영, 문화 기업가 정신, 브랜드 전략, 문화 소비 분석, 문화 클러스터, 조직 구조, 바이럴 마케팅, 프로모션과 광고, 리더십과 같은 경영학적 분류 외에 청년과 예술, 경험과 소통, 의사 결정과 평가, 창의성 경영, 네트워크, 전통과 정통성, 감정, 문화 가치, 가치, 창의성과 합법화, 문화 지표 등의 세션이 정성 연구로 분류되었다.

정성 연구의 경향을 살펴보면, 특히 시간과 웰빙 개념에 따른 예술 참여, 예술 치료의 효과, 감성 마케팅, 관람객의 행복감 연구, 정서적 반응의 역할 연구, 박물관의 사회적 개입, 다문화 축제의 사회적 효과, 문화 가치의 측정 문제, 조직 구성원에 대한 예술 체험의 효과, 창의성 고양에 대한 종단 연구, 사운드 아트의 몰입 효과 등 전체적으로 ‘예술의 사회적 영향’ 연구에 관한 내용들이었다. 또한 예술단체에 대한 공공 기금 지원 효과에 대한 연구라든가, 예술의 가치 평가에 대한 새로운 접근 등 문화정책에서 취해야 할 지표 개발과 평가 모델 등의 쟁점도 주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곧 경영학적 방법론 외에 보다 광범하고 다각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요구의 반영이자, 발표자들이 예술 현장에 있는 전문가인 만큼 공적 기금 투자에 대한 당위성을 증명해야 하는 절실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리더십’ 세션에서는 예술 투자에 대한 성과주의적 접근에 대한 예술단체 대표의 대응력이나 소통 역량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고, 이는 거의 예외 없이 전 세계적으로 겪는 예술 지원 축소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로스안데스 대학에서 열린 학술대회 ▲▲ 로스안데스 대학 전경

▲ 로스안데스 대학에서 열린 학술대회
▲▲ 로스안데스 대학 전경

콜럼비아의 재발견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경영’이라는 세션에서는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멕시코의 사례가 소개되었으며, 이 외에도 브라질과 칠레를 포함한 남미 발표자만 30여 명에 달할 정도로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여러 세션이 한꺼번에 진행되어 선별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지만 남미라는 특성 속에서 문화 유산과 관련한 연구가 많았다. 아시아에서는 타이완과 인도네시아의 발표자가 예정되었으나 이들 모두 불참하는 바람에 일본 도톳리 대학의 고토 토모코 교수와 시애틀 대학의 장웅조 교수, 그리고 필자가 전부였다. 장웅조 교수와 필자는 공동연구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대상으로 바이럴 마케팅 요인 분석을 발표하였으며, 콜롬비아에서의 한류 바람과 싸이의 명성으로 많은 청중이 몰리는 등 호응이 높았다.

한편 AIMAC 학술대회의 백미는 나흘간의 학술대회 기간 내내 저녁마다 이어지는 문화 행사와 파티였다. 참가자들이 개최국의 문화를 접하게 되고 동시에 참가자들 간에 교류와 친목을 도모하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의 기획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과거 엘도라도의 찬란한 역사를 갖고 있는 콜롬비아인 만큼 오프닝 파티는 황금 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또한 웅장한 건축 디자인과 장서를 자랑하는 비르길리오 바르코(Virgilio Barco) 도서관과 콜롬비아가 자랑하는 세계적 화가 보테로(Botero)의 작품을 소장한 보테로 미술관 방문, 마지막 날 보고타의 랜드마크라 할 민속촌에서의 식사와 향연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별히 콜롬비아 문화부와 보고타 시, 그리고 영국예술위원회가 이번 행사를 후원해줘 행사의 디테일마다 정성과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로스안데스 대학은 1948년에 창립된 사립대학으로 남미에서도 명문으로 손꼽힌다. 로스안데스 경영대학 역시 남미 전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AACSB, EQUIS, AMBA 등의 국제 인증을 보유하고 있다. 문화예술경영 전공은 2000년부터 시작되었으며, 경영학의 확장된 개념으로 학문 영역을 개척하며 콜롬비아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미션을 내세우고 있다. 안데스 산자락에 위치한 캠퍼스는 아름답고도 장대한 풍광을 뒤로하며 건물마다 독특한 건축 디자인을 자랑하고 있는데, 마치 열대 지방의 고급 리조트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오랜 내전으로 여행객이 안전을 가장 먼저 걱정하는 이곳, 비록 거리 곳곳에 총을 든 군인들이 서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고, 사람들의 따스함과 순수함이 전해져 이내 그런 걱정은 사라지고 만 시간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여한 많은 참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 돌아가서 콜롬비아가 불안하다고 적은 여행 가이드북의 내용을 수정해야겠어!” 벌써 콜롬비아 사랑이 시작된 듯하다.

사진제공_박신의


참고기사
[리뷰] 벨기에 국제문화예술경영학회 학술대회 (2011.7.20)

박신의 필자소개
박신의는 프랑스 파리4대학(소르본느)에서 미술사학 석사 및 DEA를 마치고, 인하대학교에서 문화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와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문화예술정책, 박물관과 미술관 경영 관련 연구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서울시, 청주시, 부천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정책자문 활동과 함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 인천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 정책위원회 위원장, 중소기업중앙회 문화경영특별위원, 외교부 자체평가위원,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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