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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부터 18일까지 수하동 페럼타워에서 문화예술 분야 결산 및 전망을 통해 예술경영 미래행동의 근간이 되는 사람과 사회, 시대를 조망하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올해로 4회를 맞은 〈예술충전 컨퍼런스〉였다. ‘지금의 예술 다가올 예술’을 주제로 진행된 첫날은 각 분야 전문가의 릴레이 발제를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2013년도 공연시장 및 미술시장의 동향 파악을 시도했다. 특히 분야별 이슈 키워드에 따른 세부 영역별 결산은 두 시장의 새로운 시도와 흐름을 읽고 내일을 모색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다음날은 ‘시대 읽기 마음 읽기’를 주제로 ‘소비심리’와 ‘패션’, 그리고 ‘꿈’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 시대의 소비심리와 문화코드를 들여다보는 편안한 강연과 토크쇼를 선보였다. 사람과 시대에 대한 공감과 통찰을 나눔으로써 예술경영 분야 종사자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확장하고자 했던 〈예술충전 컨퍼런스〉 2일차 현장을 소개한다.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읽는 소비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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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으로 읽는 소비심리’라는 주제로 범상규 건국대학교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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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읽기 마음 읽기’ 첫 번째 강연자는 범상규 건국대학교 교수로, 소비심리와 문화코드에 대한 통찰력을 높여 기존 마케팅을 접목하는 심리마케팅 분야 전문가이다. “사소한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어떤 과정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시작한 그의 강연은 ‘감성으로 읽는 소비심리’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인간은 지금까지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즉 경제적인 인간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지 취할 수 있는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올바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때가 많다. 강연자는 이러한 상황이 빚어지는 것에 대해 하버드대학교 제럴드 잘트만(Gerald Zaltman) 박사의 말을 인용하여 “우리는 의사결정의 70%를 감정에 의존하며, 단 5%만이 이성적으로 평가할 뿐 95%는 무의식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우리를 비합리적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소비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본능은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접근할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고 경쟁이 치열한 시기에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문제해결을 하는 게 가능한 것인지 청중들이 의아해할 즈음 그는 “우리가 항상 정보에 근거해 이성적으로 결정할 거라 생각하지만, 대부분 감성에 근거해 행동하는 걸 모르고 있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누군가 무엇을 구매한 후 “30% 할인 행사 중이어서 샀다”고 말하는 것은 이유를 의식적으로 만들어내는 거짓 행위이고, 그의 의사결정은 이미 무의식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45분 가량 진행된 이 강연은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성이 아닌 감성을 읽어야 가능하다는 걸 주지했다.
패션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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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세션1 의 사회자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왼쪽부터), 범상규 교수,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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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강연자는 패션큐레이터 김홍기였다. 얼마 전 스웨덴 의류 브랜드 H&M이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과 함께 컬렉션을 내놓자 옷을 사기 위해 많은 사람이 밤새 줄을 섰던 것을 두고 그는 “패션은 각 시대마다 집단적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은 단순히 한 벌의 옷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반증하고 비추는 일종의 거울’이라는 뜻이다. 강연자는 존 윌리엄 고드워드(John William Godward)의 그림 〈기다림〉을 통해 재단 기술이 발달하기 전 천 2장과 ‘피불라(fibula)’라는 브로치로 연결한 옷을 입은 그리스 여인을 컨퍼런스장으로 불러내고 오랜 시간 누적된 인간의 미의식이 반영된 시대별 복식을 소개해 나갔다. 그는 중세 남자들이 오늘날 스키니진과 유사한 의복을 입고 성기를 드러냈던 것을 상기시키며 “세상의 가치와 지표가 혼란스러울 때 자신의 몸을 무기로 살아가고자 했던 것”이라 해석하기도 했다. 모든 질서가 허물어진 시대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신체를 사유하고 이를 장식하며 시대와 호흡했는지 보여준 사례였다. 강연은 이후에도 복식사를 짚어가며 시대별 인간의 모습을 소개했다. 인간의 미적 가치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패션을 사회적 경쟁으로 끌어올린 르네상스 시대, 국가의 재정 및 상업전략, 나아가 이후 럭셔리 코드와도 연결되는 바로크 시대, 복잡다단한 사회 분위기와 내면의 통증을 보여주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사회의 열망과 소비구조,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예민한 감성코드를 패션을 통해 살펴본 시간이었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는 모두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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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경 그룹 투사 꿈 전문가
▲▲세션2 ‘마음의 거울, 꿈’이라는 주제로 토크
게스트로 나선 영화감독 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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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션은 신화학 박사이자 그룹 투사 꿈 전문가 고혜경의 ‘마음의 거울, 꿈’에 대한 강연과 재중동포 영화감독 장률과 함께하는 토크쇼로 꾸며졌다. 꿈을 더 깊이 탐색하기 위해 신화공부를 했다는 고혜경 박사는 “잠을 자는 동안 우리는 모두 예술가”라고 표현했다. 밤마다 꿈이 펼쳐내는 호기심 가득하고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상은 우리 안에 잠재된 ‘진정한 나의 본 모습’이 어떠한지 엿볼 수 있게 해주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개봉한 장률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풍경>을 소개하면서 “인류역사상 수많은 아이디어와 예술작품이 꿈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탄생하였다”고 말했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안에는 시인이나 발명가나 예언자가 활발하게 살아나 개인이나 집단의 삶에 ‘아직은 태어나지 않은 가능성’을 이미지나 에너지로 먼저 체험하게 해준다는 뜻이다.
한편 영화 〈풍경〉은 필리핀,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 9개국에서 온 한국의 이방인 14명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그들에게 단 하나의 질문 “한국에서 꾼, 가장 기억나는 꿈은 무엇인가”를 던지며 그들이 답하는 꿈 속으로 서서히 빨려들어간다. 영화를 수차례나 인상적으로 봤다는 고혜경 박사가 어떻게 ‘꿈’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묻자 장률 감독은 “서울과 경기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준비하며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꿈’을 떠올렸다”고 답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루고 싶은 ‘꿈’이 아닌 잠을 자는 동안 꾸는 ‘꿈’을 묻는 것은 “대답하는 사람에게 그다지 불편함을 주지 않고, 서로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고혜경 박사는 “꿈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네 영혼의 소리를 듣고, 네 속내를 보고 싶다는 말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며 “있는 그대로 가장 자연스럽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 것에 감명하였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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