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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의 문화예술경영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국제 학술대회 리뷰2021년 6월,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는 ‘코로나19(COVID-19)시대 문화예술경영 교육과 연구에 관한 국제적 시각’이란 제목으로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팬데믹은 지구촌 사회와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대면 활동을 요구하는 문화예술 영역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이에, 이번 학술대회는 현재 절박한 상황을 대면하는 문화예술 현장의 대응을 분석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여 문화예술계의 향후 방향성을 조망하고자 하였다. 기획 의도에 따라, 주최 측은 북아메리카(미국), 라틴아메리카(푸에르토리코), 유럽(영국, 핀란드, 이탈리아), 아시아(중국), 오세아니아(호주)에 거주하는 연사를 초청하여, 팬데믹에 대응하는 각국 문화예술분야의 시도와 노력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하였다. 학술대회는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Zoom)을 통하여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으며, 동시 접속자 수가 200명에 달할 정도로 학계 및 대중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또한, 발제와 논의는 영어로 진행되었으며,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동시통역이 지원되었다.
기조 발제와 라운드 테이블을 포함하여 총 8개의 세션으로 구성된 학술대회는 홍익대학교 장웅조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기조발제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문화예술기관의 위기와 회복력에 관해 다루어졌고, 첫 번째 세션에서 푸에르토리코의 위기와 이에 대한 예술단체의 대응에 관한 논의가 공유되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중국 문화관광산업의 전망과 문화예술경영 관점에서 바라본 호주 예술 축제의 위기 상황과 대응에 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후, 팬데믹 시대의 유럽 국가(영국, 핀란드, 이탈리아) 문화예술군의 현황과 대응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볼 수 있었다. 마지막 세션은 라운드테이블로 국내 문화예술경영 관련학과 교수들이 참가하여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문화예술경영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문화예술경영에서의 회복력 추구
기조 발제는 문화예술경영 분야의 저명한 학자 중 한 명인 마가렛 위조머스키(Margaret Wyszomirski)가 맡았다.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명예교수인 그는 코로나19가 뉴욕 문화예술기관에 미친 영향을 점검하고, 해당 기관의 대응 및 정부 지원 현황을 공유하였다. 특히 그는 다양한 의미, 범주, 목표를 가진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이론적 틀을 설정하고, 이를 통하여 실제 사례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회복력은 조직이 외부 충격과 방해를 흡수하는 정도 혹은 충격과 방해로 인한 조직의 구조적 손상을 회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위조머스키 교수는 조직이 회복하기 위한 수용력을 소개하였는데, 이는 다음 네 가지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조직이 복구력을 잃지 않고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자유 재량권), 조직의 시스템이 얼마나 유연하게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가(저항성), 그리고 이 두 가지 범주의 수용력과 맞닿아있는 불안정성은 조직이 현재 경험하고 있는 충격은 해당 조직이 이전에 겪었던 불안정한 상황에 얼마나 근접하는가와 관계한다. 마지막으로 상호연관성(Panarchy)은 위조머스키 교수가 고안한 개념으로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회복력과 문화·사회적 맥락, 조직 크기, 충격의 정도 등의 상호관계를 고려한 회복력에 관한 논의이다. 이후 교수는 뉴욕주와 문화부처의 보고서를 인용하여, 코로나19가 뉴욕 문화예술 분야에 미치는 영향 및 정부 차원의 다양한 기금 지원 등을 공유했다. 결론에서 발제자는 회복력의 역동성을 강조하며, 문화예술단체별 상이한 접근의 필요성을 개진하였다. 또한, 문화예술단체가 현 상황을 전략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외부충격의 성격과 정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단체의 재정적·예술적 역량 조절, 지향하는 공공가치 변화 등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위기 상황에서 문화예술경영의 변화
이어서 남호주대학교 문화예술경영 리더십 학과의 루스 렌츠러(Ruth Rentscheler) 교수는 호주의 도시 애들레이드에서 열리는 예술축제에 대한 공동연구를 공유하였다. 사실 국제 아트 페스티벌은 관람객뿐 아니라 참여하는 예술인들이 다국적이어서,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팬데믹 시기의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국가적 봉쇄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행사의 관람객 수 감소를 유발하였고, 200여 명의 다국적 예술가들이 축제 참여를 취소해야만 했다. 연구진은 애들레이드 축제가 당면한 코로나19 시대의 위기와 함께, 해당 축제의 60년 역사 속에 발생했던 다른 두 개의 위기를 비교 분석하는 종적(Longitudinal)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연구는 40년 분량의 연간보고서, 관련 기사, 그리고 54명의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해당 위기들이 어떻게 축제의 정당성에 위협을 가했는지와 이에 대한 위원회의 대응을 중심으로 분석되었다. 렌츠러 교수는 Suchman(2010)의 문헌을 인용하여, 애들레이드 축제의 실용적(조직이 자기 이익에 의존) 정당성 마련 측면에 대해 살펴보았다.
애들레이드 축제의 첫 번째 위기는 1994년 경기침체 시기에 나타났다. 이 시기에 애들레이드 축제는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관객 입장권의 선택적 할인을 실행하였다. 하지만 이로인해 대다수 관람객이 정상가로 입장권 구입을 원하지 않게 되었고, 주최 측은 전체 할인을 진행하여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축제는 심각한 재정적 위기를 맞았으며, 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전문가를 위촉해 티켓 판매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또한, 축제의 실용적 정당성 마련을 위한 정부의 개입(축제를 살리기 위한)과 법에 따른 권한 규정이 실행되었다. 두 번째 위기는 2002년 애들레이드 축제의 정체성 위기와 관계한다. 해당 시기는 호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경기가 불확실한 상태여서, 축제 후원이 거의 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부임한 미국 기반의 예술감독은 호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였으며, 행사 전략과 구조 등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축제 내·외부적 긴장을 야기했다. 결국 이 시기의 애들레이드 축제는 경제적·예술적 위기에 봉착하였고 해당 축제의 생존과 실용적 정당성 마련을 위해 주 정부에 의한 구제를 받게 되었다. 마지막 위기는 코로나19 영향이었다. 이 시기에는 축제 위원회가 열리지 않았고, 해외 예술가들이 참여를 취소하여 자국의 예술가로 대체되었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다양한 조치로 인한 관객감소는 축제의 재정적 위기를 초래하였다. 이에 애들레이드 축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이는 축제의 실용적 정당성 마련과 관계한다.
결론적으로, 렌츠러 교수는 애들레이드 축제 주최 측이 이번 팬데믹에 효과적인 대응을 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해당 단체가 과거 경험한 위기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축제의 구조와 조직을 정교하게 구성하였으며, 예술감독의 총체적 대응이 눈에 띄었다고 강조하였다. 추가로 그는 에든버러 축제와 애들레이드 축제의 종적 비교연구와 같은 향후 연구 계획을 밝히며 발표를 마무리하였다.
-코로나 시대와 이후의 이탈리아 예술계의 변화
이번 학술대회의 마지막 세션은 팬데믹 시대의 유럽 국가 문화예술군의 현황과 대응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해당 세션의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파라마 대학교의 도넬리(Donelli) 박사는 이탈리아의 국가적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였다. 그는 팬데믹이 이탈리아 문화예술 분야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만한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팬데믹을 게임 체인저(changer)로 비유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중국을 제외하고 첫 번째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나라이고, 이에 2020년 2월 23일부로 국가적 봉쇄 조치가 취해졌다. 해당 시기에는 박물관 및 다양한 문화예술기관의 휴관이 강제되었다. 이후 문화예술기관들은 재개관을 하였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했다. 현재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확진자 수에 비례하여 미술관이나 극장이 부분적으로 운영을 재개하고 있다. 이 같은 현황에 대한 설명 후, 박사는 코로나19가 이탈리아 문화예술 분야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첫째, 문화예술 분야의 디지털화(digitalisation)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는 박물관이 관람객과의 소통과 교류를 전적으로 디지털을 통해 구현하는 기회를 가져왔다. 온라인은 단순히 기관의 소장품 소개 및 관람객과의 소통을 위한 매체가 아니라 문화예술 기관이 가상투어, 팟캐스트, 큐레이터 대담, 교육 프로그램 등 새로운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둘째, 코로나19는 문화예술 분야의 급진화(radicalization)에 기인했으며, 이는 예술계 종사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시위와 문화예술을 교육 및 건강과 같은 기본 권리로 여기는 것과 관계한다. 도넬리 박사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문화예술기관의 글로컬리즘(Glocalism)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국제 관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문화예술기관들은 기존과 다른 관객층을 개발해야만 하는 시점이고, 이를 위해 해당 기관은 사회적 미션과 정체성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이에, 박사는 문화예술기관이 지역 거주민을 위한 서비스의 품질을 향상하여, 지역 관람객과의 장기적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 공동체와의 파트너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가 주관한 이번 국제 학술대회는 코로나19 시대의 문화예술 분야 현황과 대응에 관한 국제적 시각과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학술대회의 마지막 세션이 라운드 테이블에서 추계예술대학교 서영덕 교수가 언급한 것과 같이,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 분야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위기를 겪고 극복해왔다. 이 같은 과정의 선험을 통해, 우리는 위기가 끝나는 시점이 오더라도 그 위기에서 도래한 새로운 고민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코로나19를 통해 도출된 문제들이 문화예술 현장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마련할 것이다. 다만, 필자는 이 같은 고민에 대한 대응의 단초가 본 국제 학술대회에서 마련되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중앙대학교 류승완 교수가 얘기한 것과 같이, 코로나19는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다양한 기술·사회적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급변하는 문화예술 현장에 뒤처지지 않는 문화예술경영 분야의 실무적·학술적 대응이 요구된다.
이진우는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넓은 의미의 경영학과 예술사회학적 접근으로 문화예술 현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디지털, 빅데이터, AI 등 다양한 기술이 예술계와 문화콘텐츠군에 일으키는 구조적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인공지능 미술의 정당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예술경영 관련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