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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협력이 필요한 배경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실시한 「서울시 자치구 문예회관 프로그램 현황 조사」를 살펴보면 서울시 문예회관의 현안과 문제점들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서울시의 공연장은 총 225개이다. 이중 공공공연장은 81개로 운영주체별로 보면 국립 35.4%, 시립 15.2%, 자치구 49.4%, 성격별로 보면 다목적 공연장이 77.2%, 전문공연장이 22.8%로 구분되는데,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극장 38개 중에는 한 극장만이 전문극장이고 나머지는 다목적 극장 형태로 나타났다. 또한 무대기술, 공연기획, 문화예술 등 전문인력을 갖춘 문예회관은 6개 시설에 불과하다.
서울시 문예회관 16개의 공연장 프로그램 현황을 보면 기획공연이 높은 공연장은 13개, 대관공연의 비중이 높은 공연장은 23개로, 문화재단 산하의 시설들은 기획형이, 직영·공단 위탁 공연장은 대관형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프로그램의 경우 직영시설은 상대적으로 강좌수가 적으며,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문예회관의 경우 일반 교양수준의 교육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문예회관의 경우 보다 전문적인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시정개발연구원 백선혜 연구위원은 “1개를 제외한 모든 서울시 문예회관이 다목적 공연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건립 후 운영계획을 수립하는 데서 발생한 문제이다. 이미 많은 예산을 들여 건립한 문예회관에 리모델링이 아닌 문예회관 간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목적 공연장에서 생활밀착형 공연장으로의 전환
문예회관(공공 공연장)의 목표는 지역 ‘주민의 문화향유’를 그 중심에 놓고 있다. 하지만 위의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이 문예회관의 현실은 목표를 실천하기에 적합한 환경과 여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 관객, 예산, 전문인력의 부족 등 운영상의 문제점과 함께 지역관객에 대한 이해 부족, 지역 주민의 수에 비해 과잉공급 된 공연장과 객석수는 생활밀착형 공연장이 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서울 서남권을 예로 들면 구로아트밸리, 영등포아트홀, 금나래아트홀 등 3개의 공공 공연장이 반경 3~5km 내에 있지만 모두 다목적 공연장에 동일한 사진틀무대로 프로그램의 차별점이 없다. 구로문화재단 김석홍 문화사업팀장은 “문예회관의 생활밀착형공연장이자 전문 공연장으로 특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권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해 프로그램 업무분담을 하자”고 제안했다. 규모와 위치가 비슷한, 결국 관객이 크게 다르지 않은 공공 공연장은 경쟁이 아닌 협력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석홍 팀장은 생활밀착형, 전문공연장으로의 변화를 위해서는 문예회관 간의 협력뿐만 아니라 정책적 지원 및 제도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하며 전문공연장 전환에 따른 인센티브 등 정책적 지원과 함께 시설관리 공단이 운영하는 구립 문예회관의 재단화, 행정안전부 경영평가에서 문예회관 운영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추가하는 등 문화 분야 평가 항목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문화공간이란, 문화예술의 창작, 유통, 전수, 교육, 소비와 관련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공 및 민간부분의 모든 공간을 의미한다. 세종문회화관 박승현 공연예술본부장은 “문화공간과 문예회관의 간극이 생기게 된 배경에는 문화공간 전체 내용의 방대함에 비해 문예회관의 준비정도가 그에 미치지 못한 점에 있다”며 현실적인 접점을 밝히고 공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미 지역 내에는 많은 자발적 문화 커뮤니티 활동이 다양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박승현 본부장은 문예회관이 지역의 문화활동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활동, 문화공간, 프로그램 등 현황 파악을 위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문예회관의 비전을 설정하고 지역네트워크 구축 및 시민의 문화활동을 위한 현실적인 사업이 수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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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시스템이 관건
서울시 문예회관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좀더 구체적인 실천 방안 등에 대한 발제에 이어 토론이 이루어졌다. 서대문문화회관 김영욱 관장은 “그간 문예회관의 발전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현실화가 어려웠다. 시립예술단체의 프로그램 공급 등 어렵지 않게 실천 가능한 것부터 실행되어야 한다”며 논의의 단계를 넘어선 구체화, 현실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남산예술센터 이규석 극장장은 “문예회관의 모든 예산은 자치구에서 책임지고 있다. 문예회관 간 사업 활성화를 위한 서울시 차원의 예산 조성 등 책임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운영활성화에 대해서는 문예회관 소극장과 대학로 소극장 창작성과물의 연결, 공연장 중심의 상주단체에서 지역 내 문화활동이 가능한 모든 공간에 상주할 수 있는 ‘통섭적 상주단체제도’로의 모델 전환 등을 제안했다. 또한 협력구조가 가능한 시스템을 위해 문화의집, 문예회관, 창작공간 등 공간의 복잡성을 돌파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반 참가자들 중에서도 다양한 의견과 지적이 있었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 김경옥 전문위원은 민간중심의 상주예술단체가 지역과 밀착되어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단의 공연 및 교육 프로그램이 일회성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김경옥 위원은 특히 올해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복지패러다임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문화예술분야 예산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한 상황에서 세종문화회관이 네트워킹 사업 등으로 본연의 창작사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를 표했다.
서울 내 문화공간을 위한 정책과 지원을 펼쳐오고 있는 서울문화재단과의 역할 중복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서울문화재단 정책연구실 김해보 팀장은 ‘마을단위의 문화공간 만들기’ 등을 위한 전략을 수립중이며, 예산과 실제 사업을 운영할 운영주체 해결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또한 공연예술 관련 사업과 관련해서 세종문화회관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지역 송파 마을공동체를 준비하고 있는 한 참가자는 “오늘 문예회관과 지역 풀뿌리 단체의 연계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 시의 마을 단위 정책이 추진과정에서 지역의 자생적인 민간단체까지 전해지지 않고 진행되는 경험을 했다”며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한 문화공간 네트워크인 만큼 이미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민간단체와 함께 하기 위한 노력을 요구했다.
문예회관 운영의 문제점과 한계를 확인하고 이를 극복하고 변화 발전하기 위한 방안은 지난 시간 많은 논의와 노력이 있어왔다. 첫 토론회를 시작으로 세 차례의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는 ‘문화공간 네트워크’가 지난 논의와 노력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움직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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