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대안공간들은 대부분 자기색깔이 있었다. 자기 색깔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드러내는 기회는 자체기획전이었다. 하지만 2000년경 중앙정부의 대안공간 지원이 시작되면서 많은 대안공간이 생기고, 자체기획전이 아닌 공모제로 기획방식이 바뀌면서 대안공간은 점점 자기 색깔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1일부터 5일간 파주에 위치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는 ‘2012 대안공간-창작스튜디오 아트페스티벌’(주최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 이하 AR페스티벌)이 개최되었다. AR페스티벌은 대안공간이나 창작스튜디오 같은 비영리 전시공간 제도와 문화의 성과와 의미 그리고 미래를 모색한다는 취지로 올해 시작된 행사로 부스전시, 특별전과 함께 ‘비영리 전시공간과 창작스튜디오 현황 및 활성화’를 주제로 한 사흘간의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비영리 전시공간의 현황과 새로운 대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첫 날 워크숍을 소개한다.

<우리가 되는 방법> 이완 작가 특별전
(왼쪽부터) 반이정, 서진석, 김노암, 서상호

▲▲ <우리가 되는 방법> 이완 작가 특별전
▲ 워크숍

인큐베이팅 역할, 대안일 수 없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실험성, 비영리성이 전제되는 대안공간은 우리나라의 경우 IMF 직후인 1999년부터 시작되었다. 한국 미술계에 있어 90년대는 로컬에서 글로벌로 확장되는 변화의 시기였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대안공간은 국제적으로 손색없는 작가의 발굴과 성장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왔다. 대안공간 루프의 서진석 대표는 &ldquo;90년대 말 한국 미술계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창작, 매개, 향유에서 향유, 즉 유형의 시장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생산과 유통에 왜곡이 일어났다. 극단적인 예로 매개공간의 65% 이상이 대관화랑이었다. 전시기간도 대부분 일주일 정도로 짧았다. 이러한 모든 제반 상황이 대안공간, 비엔날레, 창작공간의 활성화를 부추겼다. 이는 한국 미술계가 글로벌 스탠다드화 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rdquo;며 대안공간 문화가 시작되던 당시의 미술계의 상황을 설명했다.

해외의 경우 대안공간은 주류미술계로의 진입경로라기보다는 주류에서 배제된 실험적인 혹은 제3세계의 예술을 담는다. 하지만 우리의 1세대 대안공간이 기획한 전시를 살펴보면 유학파 출신으로 국제적인 감각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만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수용되지 못했던 작가들이었다. 현재 블루칩으로 거론이 되는 작가 대부분이 대안공간에서의 전시경험이 있다는 점으로도 입증이 된다. 그리고 초기 대안공간들은 대부분 자기색깔이 있었다. 자기 색깔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드러내는 기회는 자체기획전이었다. 하지만 2000년경 중앙정부의 대안공간 지원이 시작되면서 많은 대안공간이 생기고, 자체기획전이 아닌 공모제로 기획방식이 바뀌면서 대안공간은 점점 자기 색깔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은 &ldquo;대안공간이 수행했던 인큐베이터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미술관과 갤러리가 방치한 정상업무의 대리수행에 가깝지, 주류예술에 반하는 외인부대의 역할일 수는 없다. 대안공간의 프로그램을 기관들이 흡수 또는 벤치마킹해 갔다. &lsquo;성공의 역설&rsquo;이라 할 수 있다&rdquo;며 이는 1세대와 그 이후 나온 2, 3세대 대안공간들이 지명도는 유지하되 차별화된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시발점임을 지적했다.

지역의 대안공간은 불리한 접근성과 활동에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외교류, 네트워크 구축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픈스페이스 배의 서상호 디렉터는 &ldquo;소위 지방자치시대라고는 하지만 미술판은 지방자치가 전무한 상태이며 지역이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수평선 긋기를 하고 있지만 그 또한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부산의 대안공간 반디는 10년간 활동에도 불구하고 건물이 매각되면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본지 153호 관련기사 '대안공간 반디 김성연 대표 인터뷰' 보기"며 대안공간이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공간에서 나와 밖으로, 아시아로

대안공간은 크게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공성을 추구하는 공간과 미술의 총론적인 대안성을 추구하는 두 가지 성향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차별성을 획득할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 대안성을 찾기 쉽지 않다. 서진석 대표는 &ldquo;서구 주류미술계와 우리 미술계의 간극이 없어진 상황에서 작가 발굴이나 사회적 이데올로기 등으로 대안성을 추구할 수 없다&rdquo;며 최근 아시아에서 합의되고 있는 대안성을 제시했다. &ldquo;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미술계는 좋은 기회의 시기에 있다. 경제성장과 함께 세계 경제계의 절반 이상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 정치, 역사, 사회적인 이유로 아시아는 아시아성, 아시아의 가치 등에 대해 배우거나 적립해오지 못했다. 실제 아시아 큐레이터들 사이에서 아시아에서 해결해야 할 대안적 과제, 비어있는 것을 채워가야 한다는 논의와 리서치랩, 포럼 구성 등의 움직임이 있다&rdquo;며 아시아의 시각으로 현재의 흐름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이정 평론가는 정보가 많이 공개되어 있어 기존의 작가발굴 방식은 지금의 시대에 적합하지 않으며, 창작방식도 올드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ldquo;작가, 기획, 공간을 중심에 놓고 고민하면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공간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간중심의 프로젝트가 아닌 한시적, 네트워크 중심의 프로젝트로 주류 미술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rdquo;고 대안을 제시했다.

14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의 대안공간이 많은 변화와 흐름을 주도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다. 작은 공간에서 지역과 사회의 대안을 암중모색하던 대안공간이 이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의 대안성을 만들어가는 큰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 _ (사)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

주소진 필자소개
주소진은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지식&middot;정보팀에서 웹진 [weekly@예술경영] 기획&middot;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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