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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우리의 ‘노동’에 관하여
이정형_아워레이보 디렉터전시를 준비할 때 작품을 만드는 작가 말고도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있다. 작품이 놓일 공간을 조성하는 공간 디자인, 제작 설치 인력이다. 기획자는 더욱 효과적으로 작품이나 자료를 전시하기 위해 새로운 가벽이나 좌대를 만들거나, 벽이나 바닥의 질감과 색을 변경할 수도 있으며, 조명이나 사운드를 추가하기도 한다. 기존에 공간디자인 업체/팀의 업무가 기획자가 전시의 맥락에 맞게 제안한 공간 연출 방식에 맞게 제작하고 설치하는 일이 주였다면, 점차 공간 디자인과 전시 대행까지도 함께 맡아서 하는 팀도 늘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술 관련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사기업의 각종 프로젝트를 맡아 공간 디자인, 제작, 설치까지 전방위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그룹이 있다. 바로 아워레이보(Our labour)다. 노동의 대가가 저평가되어있는 미술계에서 2012년부터 꾸준히 성장해 온 아워레이보의 디렉터 이정형을 만나 운영 전반과 현재의 고민, 향후 계획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워레이보’에 관해 소개를 부탁한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창작 작업을 하는 작가 혹은 디자이너로 이루어졌다고 알고 있다.
아워레이보라는 이름은 우리의 노동(labour)이라는 의미이고, 여기에서 노동은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을 함께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을 뜻한다. 현재 현대미술을 기반으로 공간 디자인(spatial design), 제작(fabiracation), 설치(installation)를 하고 있으며 다양한 홍보 사업 및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현대미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부각되는 것 같다.
아워레이보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
매번 맡는 프로젝트마다 업무의 범주가 다르다. 디자인, 설계, 제작, 시공, 기획, 대행사의 업무까지 전체를 하는 경우도 있고, 이 역할들 중 일부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단계들이 다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서 분리해서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하나의 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할들이 존재한다. 아직 업계에서는 이 모든 역할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뭉뚱그려서 전시 디자인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공간 연출, 설치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관마다 부르는 호칭이 다르기도 하고 통용되는 언어도 명확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각 과정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왜 아워레이보는 디자인 혹은 제작 한 가지만 하지 않고 다양한 업무를 하는가?
디자인과 제작은 하나로 통하는 경우가 많고, 아워레이보는 초반부터 두 가지를 다 하면서 성장한 팀이라서 아직 그렇게 운영하는 것이 익숙하다. 또 이 시장이 크지 않아서 디자인이면 디자인, 제작 시공이면 제작 시공 하나만 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는 아닌 것 같다. 국내에서는 제작자라고 하면 창작자 혹은 디자이너에 비해 경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제작만 한다고 해도 창의적 활동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누가 만드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도 한다. 설계 과정은 작업의 효율성과 결과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워레이보에서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올해부터 팀별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데, 운영/기획팀, 디자인팀, 프로덕션팀, 현장팀으로 나뉘어 있다. 규모가 크지 않다 보니 구성원 모두가 멀티 플레이어인 경우가 많다. 운영/기획팀은 회사의 전반적인 운영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한다. 디자인팀은 공간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으로 나뉘어 있고, 디자인 제안과 시각적인 부분 전반을 담당한다. 프로덕션팀은 전시 관련 기물이나 가구, 공간 공사 등을 설계하고 만들어내며,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지, 제작 도면에 문제는 없는지 검토하고 수정해서 제작한다. 현장팀은 말 그대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을 컨트롤한다. 각 팀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세무나 재무는 누가 담당하나?
세무나 재무는 내가 직접 다 하고 있다. 회사가 오랜 시간에 거쳐 조금씩 성장했기 때문에, 규모가 작을 때부터 내가 다 하던 일이라 지금도 계속한다. 따로 어디서 배운 적은 없다.
비슷한 일을 하는 팀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워레이보가 계속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몇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우선 클라이언트가 한정되지 않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특정 영역에 머물지 않고 여러 프로젝트 진행을 많이 하다 보니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공공기관은 기본적으로 분리 발주를 많이 하는 것 같고, 사기업은 대행사 개념의 통계약을 주로 한다. 대행사로 계약을 하려면 그들에게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믿을만한 업체가 되어야 했다. 해당 회사가 적합한 시스템을 갖춘 곳인지, 인력의 운용이 안정적인지, 과거 프로젝트에서 정확하게 어떠한 역할을 수행했는지 등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파악한다. 재무제표를 비롯한 다양한 증빙서류도 제출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준비하면서 점차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게 운영의 안정화를 가능케 했다.
고용 안정화의 문제도 중요했다. 아워레이보의 멤버 대부분은 정규직 또는 별산제로 하고 있다. 비슷한 업체에서는 일반적으로 정규직 고용보다는 일당제를 선호하고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는 데 반해, 아워레이보는 일찍부터 고용 시스템을 갖추려고 했다. 팀원들도 나이가 들면서, 부양해야 하는 대상이 늘어나고 그에 맞는 안정적인 수입을 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팀원 모두 하고 싶은 게 많다. 한동안 아워레이보 내부에서 유행처럼 썼던 말이 “내가 책임질 테니 내 말대로 하자”이다. 팀원 개개인의 의지가 강한 편이고 또 의사소통이 자유롭게 이뤄진다.
많은 전시의 공간 디자인, 설치, 프로덕션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올해만 상반기만 해도 꽤 많은 일을 했다. 우선은 하이브 인사이트(Hybe Insight)에 사운드를 모티브로한 조각이자 설치 작업인 < Sound Pulse >로 참여했고, 제주도에 오픈한 포도뮤지엄의 첫 번째 전시 < 너와 내가 만든 세상 > (2021.4.24~2022.3.7)도 디자인했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에 전시 < EXPRESS 2021 > (2021.2.14~3.28)도 디자인했고, 얼마 전에 현대카드라이브러리에 사진 전시 < Every Corner > (2021.5.25~6.27)도 오픈했고, SeMA벙커에 < 있지만 없었던 > (2021.4.30~6.6),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움 재개관전 전시 공간도 연출했다. 생각해보면 동일한 일을 반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클라이언트와 새로운 주제, 공간이 주어지다보니 상황에 맞는 유연함이 아워레이보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기업에서는 작가의 작품으로 70%, 자신들의 기업과 연관된 컨텐츠 30% 정도를 한 공간에서 전시의 형태로 함께 보여주는 프로젝트들을 많이 요구하는 추세다. 작가의 작품과 자신들의 컨텐츠를 공동선 상에서 함께 경험하도록 하여 전시를 보러온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기업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회사를 설립하고, 규모를 키워나가는 시기마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항상 성장에는 부담이 따른다. 연초에는 인원을 늘리는 시기라 개인적으로는 운영적인 부분에서 많은 부담이 있었고 빠른 안정화가 가장 큰 이슈였다. 6개월이 지나고 보니 이제 운영은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됐다.
요즘은 멤버들에게 제안하는 이슈는 브랜딩에 대한 관심이다. 아워레이보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겁 없이 많이 경험했다 보니 할 수 있는 역할의 스펙트럼이 넓다. 일반적인 회사는 한 가지 역할에 충실한 편이다. 하지만 아워레이보는 넓은 스펙트럼을 소화하다보니 어떤 사람에게는 공간디자인 회사 일 때도, 제작사 일때도, 설치 업체일 때도 있다. 이 역할이 다 소중하고 중요하지만 가끔 회사의 정의가 모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또 어떨 때는 10의 일을 해도, 보여지는 게 3-4일 때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 자체의 브랜드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다른 도시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출장도 많고, 업무량도 많을 것 같다.
이상하게 일은 몰릴 때만 한꺼번에 몰린다. 여유 있는 시기에는 대체 휴무를 하기도 하고, 추가적인 근무를 하면 추가 근무 수당을 지급한다. 어떤 때는 일괄 보너스도 있다. 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사실 한정되어 있다. 나는 워커홀릭이지만 워크 라이프 밸런스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만 살자고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인원이 힘들지 않도록, 늘어나는 일은 새로운 사람을 뽑아 해결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갤러리아 광교처럼 상업상이 우선한 클라이언트와 일할 때 소통에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하다.
일반적인 상업공간에서 원하는 언어는 현대미술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와는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기획자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큰 범주에서 보자면 원하는 바를 보여주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은 공통적이다.
요즘에는 전시의 형태를 띤 무언가가 인기 있는 플랫폼이다. 갤러리아 광교의 경우에도 전시의 형태를 띤 팝업 스토어였고, 전시의 형태를 띤 캠페인, 전시를 통한 이미지 만들기 등 전시라는 형태를 다양한 플랫폼과 결합하는 작업은 아주 흥미롭다.
기획자와 함께 일하는 경우도 있는가?
아워레이보 내부에는 기획자가 없다. 예전엔 외부 기획자가 공간 디자인팀을 섭외해서 일을 같이했다면, 지금은 역으로 우리가 기획자를 섭외하는 경우도 많다.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기획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프로젝트별로 함께하는 기획자의 역량에 따라 소통이 더 수월해지기도 한다. 좋은 기획자와 일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함께 일하기 어렵다고 느껴서 중간에 하지 않게 된 일도 있는지도 궁금하다.
사실 직접 해보지 않고는 어떤 일일지 정확하게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기반으로 최대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프로젝트가 없어지지 않는 한 중간에 그만둔 적은 없다.
비슷한 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은데 갖추어야 할 능력이 있다면 무엇일까?
스마트한 머리와 창의력도 필요하지만 은근과 끈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을 해도 3~5년 정도는 해야 조금 알게 되는 것 같다. 5년 차부터는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고, 10년 정도 하면 전문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20대의 사람들은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하다. 사실 이 영역이 절대 쉬운 영역은 아니다. 무언가 꿈을 꾸는 시기에는 즐겁다가도 현실과 마주하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경우도 많다. 하지만 경험하지 않고는 배울 수가 없다.
아워레이보는 소규모 회사이다 보니 모두가 멀티 플레이어다. 자기 영역도 중요하지만,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함께하는 동료가 힘들어지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 나서서 일을 돕는 이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일의 결과물만 보고,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하며 접근하기는 쉽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까지도 감내할 수 있어야겠다.
2020년 성북구 삼선동에 디스이즈낫어처치(This is not a church, 이하 TINC)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 공연 등이 열리는 다목적 공간이라고 알고 있다. 공간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듣고 싶다.
우리는 공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공간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공간이 생기면 본인의 방식대로 잘 사용할 능력도 가진 사람들이다. 2019년 9월에 예전 명성교회였던 이 공간을 보고 향후 10년을 발판으로 삼을 만한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3층에 있는 TINC는 아워레이보 멤버 중 이정형, 정기훈, 그리고 외부의 또 다른 한 명이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아워레이보와 TINC는 사업적으로 독립적인 구조이다. TINC 내외부의 리모델링을 아워레이보에서 했다. 리모델링에 총 8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 아무래도 다른 일을 하면서 하다 보니까 시간이 오래 걸렸다. TINC 공간 운영의 방향은 ‘가늘고 길게’다. 그렇게 생각해도 할 일이 너무 많다. 공간 운영이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신경 쓸 게 정말 많다. 많은 공간들이 생겼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다. TINC는 적어도 10년은 이렇게 조용히 운영하고 싶다. 큰 수익은 바라지 않지만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
TINC는 사실 여러모로 전시에 적합한 공간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작가분들이 화이트 큐브가 아닌 공간을 선호하고, 공연 분야에서도 극장을 벗어난 공간에서의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전시장으로 한정하지 않고 다목적 공간이라 부르면서 사용하고 있다. 전시, 공연 외에도 촬영 문의가 많다.
이정형 씨는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시 디자인의 부산물로 설치 작업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작업과 일이 이어지기도 하는지도 궁금하다.
2019년 개인전 이후에 그전만큼 활발하게 작업을 하지 못했다. 그전에는 전시 섭외가 많았는데 작년에는 1개, 올해는 2개가 전부다. 최근에 전시를 하면서 작업이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개인 작업과 일로 하는 작업은 명백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조건이다. 클라이언트의 작업은 주제, 내용, 형식, 감각적인 부분의 조건이 정해져서 내려오고, 우리는 그 조건에 맞는 디자인을 하고 의사소통을 통해서 조율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반대로 개인 작업은 그 모든 조건을 작가 본인이 정해야한다. 그 과정이 어떤 과정보다 고통스러운데, 사고의 방식이나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쉽게 생각하면, 오른손 왼손 같은 느낌이다. 양손잡이인데 계속해서 오른손만 쓰다가 오른손만 쓸 줄 아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졌다고나 할까.
지금의 일을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었는가?
미대를 졸업했고, 문형민 작가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턴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거기서 맡아서 했던 역할이 업체 관리였다. 잘 완성됐는지 확인하고, 견적 조정하고, 점검하고,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가 2008년으로 미술계의 최대 호황기라고 말할 수 있는 때였다. 여러 작가들이 계속 자기 일을 도와달라고 연락했고, 일이 끊긴 적이 거의 없었다. 하다 보니 공간 공사도 맡아서 하라고 하고, 공간 디자인도 하게 되고, 아내가 산업디자인을 전공해서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게 그냥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본능적으로 흘러왔다.
미술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노동에 대한 적절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 디자인이나 설치 일을 하는 아워레이보가 가장 성공했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 것 같다.
누군가가 아워레이보가 노동의 브랜드화에 가장 성공한 집단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들은 적 있다. 나는 노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 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술계가 유독 노동에 대한 적절한 임금이 형성이 잘 안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가 성립되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등가나 그 이상이 되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은 영역이 미술 비즈니스인 듯하다. 활동을 많이 하고 그만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부당한 임금 체제를 바꿔 나가야 하는 책임을 가진다. 아워레이보가 좋은 선례가 되길 원한다.
아워레이보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회사에 소속된 인원들 중에 회사를 다녀본 사람이 한 명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회사라는 곳에 다녀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나조차도 회사에 다녀본 적은 없지만 그냥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는 어떤 모습일지 고민하면서 장님 코끼리 더듬기 식으로 여기까지 왔다.
최근에 회사를 저수지에 비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물이었다가, 연못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저수지가 되면, 가뭄이 든 해에도 땅을 계속 비옥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수지에 물이 남으면 다른 사람에게 그걸 팔아도 되고, 그 물을 이용해 새로운 농사를 지을 경작지를 넓혀나가면 되는 것이다.
지금의 아워레이보는 노동을 해서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 일하듯이 노동할 수 있는 게 짧으면 5년, 길면 10년 정도라고 본다. 10년 후에 그들보고 쓰임을 다했으니 은퇴하라고 할 수 없으니 계속 오래도록 함께 일할 플랫폼을 마련하는 게 지금의 고민이다.
연계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아워레이보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전시 산업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쪽이 우위를 가진다. 그리고 그 콘텐츠를 적절하게 활용 가능할지 생각해야 한다. 전시 디자인이라는 일을 하면서 생각한 것은 자체적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아마 그게 아워레이보의 미래가 되지 않을까?
최정윤은 독립 큐레이터로, 동시대 미술과 연관된 주제로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한다. 부산비엔날레(2012), 아트인컬처(2012~2014), 광주 아시아문화개발원(2014), 스페이스윌링앤딜링(2017-2019) 등에서 동시대 미술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공동기획한 전시로는 <청춘과 잉여>(2014), <사물들: 조각적 시도>(2017)가 있으며, 기획한 전시로 〈Rules〉(2016), 〈Painting network〉(2019)가 있다. 현재 네이버 블로그 미술가이드 미술랭을 2명의 동료와 공동 운영하며,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