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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한국적 소재, 준비만큼은 철저한 글로벌화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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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뮤지컬 시장의 눈부신 성장에는 창작뮤지컬의 공이 크다. 시장 점유율은 30% 안팎이지만, 창작뮤지컬 작품 수는 무려 70%에 달한다. 그런 만큼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서 창작뮤지컬, 즉 ‘K-뮤지컬’에 거는 기대와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다.
올해로 세 번째 개최되는
먼저 이번 행사의 쇼케이스 작품에 선정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작품 선정과 관련한 위원회에서 상당히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뮤지컬 ‘홍련’의 어떤 점이 선정작으로 뽑히는 데 주효하게 작용했는지 듣고 싶다.
먼저 뮤지컬 ‘홍련’이 선정된 이면에는 창작자인 배시현 작가와 박신애 작곡가라는 숨은 공신의 피·땀·눈물이 있다. 지난해 CJ 스테이지업 사업을 통해 만났다. 지난 1년간 끊임없이 수정하고 여러 번 리딩 작업과 쇼케이스를 진행하며 창작 개발에만 온전히 몰두했다. ‘우린 할머니가 되어서도 홍련 수정만 얘기하고 있겠지?’라며 우리끼리 농담할 만큼, 뮤지컬 ‘홍련’은 여러 버전의 대본과 음악 수정을 통해 이번 쇼케이스까지 오게 되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의 뮤지컬 ‘홍련’이 과연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국내 프로덕션을 위해 준비했던 대본을 과감히 수정했다. 동고동락했던 그녀들의 유연함과 용기가 쇼케이스 선정작으로 뽑히는 데 가장 주효했다.
또 이번 쇼케이스를 함께한 이준형 PD도 한몫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진정성과 전략적인 계획, 현지 네트워크 구축 등 그가 보여준 준비성은 철저했다. 해외 진출에 진심인 프로덕션으로 알려지고 싶다. 지면을 빌려 이준형 PD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뮤지컬 ‘홍련’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주제)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한 뮤지컬 ‘홍련’이 다른 창작뮤지컬과 차별되는 특색이 있다면 무엇인지 들려 달라.
뮤지컬 ‘홍련’은 한국 전통 설화인 <장화홍련전>과 <바리데기 설화>를 결합한 그야말로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다.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 ‘홍련’에 빗대어 피해를 당하고 죽어야만 비로소 주목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통찰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얼마 전, 한국계 미국인 줄리아 류가 창작뮤지컬 '심청'의 넘버곡 ‘다이브(Dive)'를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전 세계인의 화제가 되었다.
이러한 콘텐츠처럼 한국만의 이야기여도 세계 무대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뮤지컬 ‘홍련’은 단지 설화 속 이야기들이 아닌, 동시대 현실을 오롯이 담았으며,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보편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뮤지컬 ‘홍련’은 다양성과 평등, 공존, 존중을 외치는 브로드웨이 시장에서 다양성 측면에서 차별된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본 사후 세계 심판이라는 소재를 현실적이고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사회적 약자인 주인공을 통해 보여준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판타지를 세련되고 강렬한 록 사운드에 녹여 관객이 작품에 스며들게 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뮤지컬 제작자, 투자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쇼케이스인 만큼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겠다. 이번 낭독 쇼케이스에서는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어떤 점을 부각하고 싶은지 설명해 달라.
뮤지컬 ‘홍련’은 최종 선정된 4개 작품 중 유일한 ‘미발표’ 작품이다. ‘K-뮤지컬 선보임’ 쇼케이스 사업의 목적은 해외 프로듀서와 관계를 맺고, 향후 K-뮤지컬 로드쇼 선정과 더불어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해외 진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보편적인 메시지가 담긴 대본과 음악, 그리고 번역과 자막 서비스를 가장 중요시하고, 신경 써서 준비했다. 특히 오프닝넘버와 엔딩 곡을 배우들이 직접 영어로 불렀다. 자막으로만 뜻을 이해해야 하는 해외 관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현지화의 가능성을 높이고자 힘썼다. 김수아 번역가와 김세은 연출자가 악보의 운율에 맞게 곡을 번역하여 발음, 강세 등 세부 사항까지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다.
올해 3회 행사는 소개되는 뮤지컬 작품의 해외 진출 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쇼케이스 공연에 거는 기대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총괄 프로듀서로서 이번 행사를 통해 얻고 싶은 성과는 무엇인가.
이번 행사의 사업 취지에 맞게 쇼케이스를 통해 K-뮤지컬 로드쇼에 선정되어 브로드웨이의 현지 배우와 연출자, 해외 협력 프로듀서를 만나는 것이 목표다. 더불어 뮤지컬 ‘홍련’의 국내 본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많은 관계자에게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반영하여 국내외 무대에서 본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외연이 확장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창작뮤지컬의 제작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창작뮤지컬이 글로벌 무대에 진출해 여느 K-콘텐츠처럼 성공하려면 우선 해결할 과제는 무엇인지 피력해 달라
얼마 전,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뮤지컬 전문 프로듀서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그램의 공고문을 보았다. 이처럼 국내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을 위해 우선시할 과제는 우수한 국내 신인 창작진의 해외 연수라고 본다. 뮤지컬 ‘홍련’을 준비하면서 현지에서 통하는 대본은 무엇일까, 음악은 무엇일까, 미묘한 차이와 디테일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하는 물음을 놓고 창작진과 끊임없이 의논했다. 국내 뮤지컬 창작진의 수준이 높아졌지만,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다채로운 공연과 문화를 접할 기회가 자주 생긴다면, 더욱 다양한 소재를 발굴해 참신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매력을 살린 창작뮤지컬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이외에 해외 시장 진출은 상당히 긴 호흡으로 프로덕션을 운영해야 한다. 이러한 업계의 특성을 이해하는 투자자를 만나 기획 단계부터 펀드를 모금해야 재무가 건전한 프로덕션 운영이 가능하며, 그러려면 뮤지컬 전용 투자 모델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
이제 해외 진출에 막 도전하려는 프로듀서로서 걱정하는 점은 해외 진출을 위한 전문 컨설팅, 법률 자문, 마케팅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앞서 해외 진출의 초석을 다진 선배 프로듀서의 조언과 연대를 통해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뮤지컬 콘텐츠 그룹 뮤지컬 집들이(대표 옥한나)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화제의 연극과 뮤지컬 작품, 배우를 소개하는 토크 콘서트 프로그램 ‘집들이 콘서트’를 비롯해 50여 회의 콘서트를 기획·제작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작품과 관객을 잇는 새로운 플랫폼이자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 뮤지컬 작품 개발에 적극 나서며, 국내 창작뮤지컬 제작과 동시에 해외 진출에 도전하는 제작사로 거듭나고 있다. 뮤지컬 집들이의 수장인 옥한나 대표는 현재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개발 프로듀서로서도 활동 중이다. 옥 대표는 뮤지컬 <비밀의 화원>, 뮤지컬 음악감독 겸 작곡가 브랜든 리의 ‘브랜든 리 뮤지컬 심포니 콘서트 Vol.1 <프랑켄슈타인&벤허>’를 연출한 바 있다.
조대성 객원기자는 문서 작성과 인터넷 검색만 가능했던 인문학 전공자이었지만, IT와 정보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내디뎠다. IT산업 동향 분석 전문지 <월간 시사컴퓨터>를 거쳐 온라인 IT 미디어 지디넷(ZDNet)코리아에서는 정보통신부 출입 기자로서 통신정책과 관련 산업 동향을 분석하는 기사를 썼다. 언론계를 떠나 문화예술 분야 트렌드를 공부하고, 석박사 학위논문을 교정·교열하면서 지적 호기심을 벌충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챗GPT를 벗 삼아 수다 떠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살고 있다.
(iaskew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