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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예술기업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공간, 아트코리아랩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문영호, 이하 예경)가 오는 10월 말 예술인과 예술기업을 대상으로 예술 작품의 창·제작 실험부터 시연·유통·창업까지 종합 지원하는 예술 특화 공간인 ‘아트코리아랩(Arts Korea Lab)’의 개관을 앞두고 분주하다. 예술인과 예술기업들을 향해 실패해도 좋으니 성과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마음껏 창·제작 실험을 하고, 관련 사업을 도모해보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겠다고 한다. 아트코리아랩 조성 사업을 총괄하는 이수령 본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트코리아랩의 첫 삽을 떴던 과정부터 듣고 싶다.
아트코리아랩의 시작은 2021년 하반기부터다. 당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현장 수요 분석과 공간 구성을 위한 기초 연구를 수행했다. 이와 관련해 공청회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는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를 여러 차례 거쳤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21년 말에 연구보고서가 나왔고, 이듬해 1월부터 2월까지 후보지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상기 연구에는 현장에서 원하는 입지 조건, 가령 접근성, 집적 효과, 기능 구현 가능성, 교통 편의성 등이 분석되어 있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조성지를 광화문 트윈트리타워로 선정했다.
조성지 선정 후 ‘계획 설계’나 ‘개념 설계’라고 하는 건축기획 단계로 넘어갔다. 실질적인 건축 설계에 앞서 시설물의 목적, 수요 및 입지 분석, 필요 기능, 공간 및 시설 구성 등을 건축가의 시각에서 계획하는 단계다. 수요조사나 현장의 의견을 토대로 층별로 구획을 나누고 이에 따라 기능과 프로그램 등을 개념적으로 기획하는 작업을 22년 5월부터 시작했는데, 저는 그때 합류했다.
입주할 공간의 위치가 너무 좋다. 입지 선정에 오랜 시간 꽤 공을 들였다고 전해 들었다.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임대할 곳을 찾다 보니 발품을 많이 팔았다. 서울 시내 건물 400여 곳을 샅샅이 찾은 뒤, 이 후보지를 200개로, 또 100개로 좁히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과정에서 현장에서 원하는 입지 조건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 상기 연구보고서에도 나오는데, 예술인과 예술기업 모두 “교통 접근성이 좋은 곳”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이 편리하거나 서울 시내 중심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음으로 “예술인, 예술단체, 예술기업들이 많이 활동하거나 집중되어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대학로라는 기존의 예술 현장에서 너무 멀지 않아야 예술 종사자들이 편히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트코리아랩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창·제작 실험이나 시연을 하려면 일반 사무실 천장고 보다 높은 공간을 갖춘 건물을 찾는 게 필요했다.
아트코리아랩은 어떤 의미를 담은 공간인가.
아트코리아랩의 개념을 설명할 때 늘 하는 말이 있다. ‘예술 분야는 타 산업 분야와 달리 지원 대상이 예술가와 예술기업, 두 개의 층위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술 현장에는 창·제작 활동이나 작품 유통에 관심이 많은 예술가와 창업을 준비하며 사업화나 본격적인 확장 단계를 고민하는 예술기업이 함께 있다. 가령 예술가와 예술기업은 자신만의 영역 개척이나 활동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등 각각 창·제작 활동과 기업 차원의 고민이 있을 것이다. 이에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가와 예술기업의 창조적 실험과 네트워킹, 유통을 지원하여 새로운 예술 및 비즈니스의 탐색, 실험, 확장을 돕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랩(lab)’은 실험실이라는 뜻인데, 이런 개념으로 아트코리아랩을 기획하게 된 연유가 궁금하다.
랩이라는 말은 아트코리아랩에서만 쓰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도 랩이란 용어는 생소하지 않다. 과거에는 의‧과학 분야에 한정된 연구소의 의미가 강했지만, 최근 들어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특수 장비‧시설 등의 인프라와 함께 신기술을 창‧제작에 접목, 실험하거나 프로토타입 제작 기능이 있는 공간을 랩이라고 부른다. 아트코리아랩에서 말하는 실험은 예술의 다양성을 위한 것이다. 예술가와 예술기업들이 다양한 주제와 기술로 아이디어를 실험하며, 서로를 확장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아트코리아랩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창·제작자들의 표현 양식뿐 아니라 향유자·소비자들의 관람 방식도 다양해졌다. 이를 해결하는 하나의 도구로 새로운 기술 요소들이 요구된다. 문제는 예술가들이 이런 기술을 쉽게 이해하기도 힘들고, 접근하기에는 적잖은 장벽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아트코리아랩에서 장비 등의 인프라 외에도 전문 기술 인력을 상주시켜 예술가들이 기술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 활동에 주로 접목되는 기술에 대한 교육 및 워크숍, 프로토타입 제작을 지원한다. 즉 예술적 상상을 창·제작 과정에서 현실화할 수 있도록 실험적인 아이디어의 구현을 돕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예술인들이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실험성이 높은 영역에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중장기로 지원할 계획이다. 예술가들의 실험이 대개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것을 반영한 방향성이다. 이들에게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의미가 크다.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예술가들이 창·제작 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트코리아랩 또한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예술실험실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
예술기업에는 아트코리아랩이 어떤 곳으로 인식되길 바라는가.
예술기업들의 고민은 예술가와는 다르다. 가령 창·제작 기반에서 출발한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 대개 생존율이 높지 않다. 초기 사업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 컨설팅이나 입주 지원, 나아가 아이디어의 즉각적 실험이 가능하도록 기술 실증, 기술 사업화까지 지원함으로써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도록 뒷받침하려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예술기업에는 이곳이 ‘인큐베이팅 플랫폼’으로 인식될 것 같다.
예술인들과 예술기업들이 각기 다른 지원을 받는 두 섹터로 공간이 구성되는 것인가.
그렇게 이해하기보다는 양측이 지원받는 기능들이 모여 다학제적인 협업이나 프로젝트, 네트워크가 연결된 허브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기존의 지원방식 외에도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과제 중심의 프로젝트나 예술인, 예술기업을 넘나드는 새로운 구성원들이 다양한 협업을 시도하는 곳으로 만들어나가고 싶다. 결국 양측을 아울러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실험성과 연대, 확장성’이다. 이는 예술인과 예술기업 모두에게 필요한 항목이다.
아트코리아랩에서 지향하는 비전, 미션에 이러한 정체성이 담겨 있다. 예술 현장에 정작 필요한 것은 단순한 연 단위의 지원사업 모듈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예술 현장이나 시장에서는 발화 전, 혹은 초기 상태이나 향후 5년 뒤에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미래형 인프라나 정책 과제 및 사업 등 예술의 미래 성장 동력을 미리 준비하는 선도적 기능을 랩에 담으려고 고민 중이다.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풀어쓰면 ‘새로운 도전을 해보세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저희가 계속 도울게요.’ 이런 느낌이다. 이를 준비하려고 참고했던 국내외 사례가 있었나.
사운드 분야의 예술-기술-산업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축제로 스페인의 소나르(Sonar+D)가 있다. 그러나 예술가와 예술기업, 나아가 예술산업까지 총망라해 지원하는 랩의 형태는 우리가 처음이다.
가령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오스트리아의 연구 기관이자 예술-기술 융합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는 융합적인 관점의 창·제작과 더불어 관련 연구나 페스티벌까지는 수행하나, 예술기업 육성과 같은 산업화 영역까지는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아트코리아랩은 투 트랙 전략을 통해 예술과 예술기업이라는 대상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두 개의 영역이 만나는 산업의 장까지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시도는 아트코리아랩이 유일하다.
기업 분야만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플랫폼은 국내에 다양한 사례가 있다. 스포츠 분야의 스포츠산업종합진흥센터부터 CT 분야의 콘텐츠코리아랩(CKL)의 경우가 그것이다. 비즈니스 지원 트랙에서는 국내 타 산업의 사례를 참고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런 곳들은 대신 예술 창‧제작이나 예술실험 등 창의성 영역을 다루지는 않는다.
최근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예술과 산업의 융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여러 분야의 융합이 일어나고 있는 환경에서 예술의 산업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예술 활동과 예술 비즈니스를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아트코리아랩이 지원 프로그램을 포함, 물리적 공간까지 의미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예술인과 예술기업이 모여 지금껏 시도되지 않았던 주제로 협업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 소모임 활동, 프로젝트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중 일부 프로젝트팀은 아트코리아랩에서 단기 입주 지원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협업과 실험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킹-프로젝트-공간(기술)’ 지원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기존 콘텐츠코리아랩과 역할이 비슷해 보이는데, 차이는 무엇인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코리아랩은 문화 기술(CT, Culture Technology)을 보유한 문화 콘텐츠 분야 기업을 육성하는 플랫폼으로 기업 지원에 특화돼 있다. 반면 예술 분야는 창·제작 활동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아트코리아랩에서는 예술 창·제작 활동을 기반으로 꼭 기업까지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예술 창·제작 분야에서 새로운 실험이나 도전이 기술과 융합된 형태든, 어떤 방식이든 예술 현장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려는 것이 콘텐츠코리아랩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기업 육성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트코리아랩에서는 예술 창·제작 기반 기업이 갖는 특성, 공통된 장단점을 분석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나 고도화가 가능하도록 중장기적으로 집중 육성하고자 한다. 예술과의 접목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하는 기업들과의 협업도 지원한다. 장르적인 구분도 있겠지만, 사업화가 아니더라도 예술-기술 아이디어를 실험하려는 것까지 지원한다는 점에서 대별된다.
이곳이 예술가와 예술기업에 흥미로운 도전과 실험의 장이 되겠다. 한편으로는 지원 기구로서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존재해 왔는데, 이제는 아트코리아랩의 상징성이 매우 커지겠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타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연 단위의 지원사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연초의 공모 사업을 통해 현장을 지원하는 구조로 돌아가는 것이다. 반면 아트코리아랩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모듈화된 지원사업 방식 외에도, 중장기에 걸친 과제 중심의 운영도 포함하고자 하고 있다. 이에 기존 사업본부에서 1년 단위로 풀어내지 못하는 특화 주제들을 선별해 중장기로 추진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가령 사운드나 AI 등은 현재 시장 자체는 크지 않지만, 향후 아트&테크 영역에서 기술적 요소나 장르적 요소로 활용되며 새로운 시장을 발굴, 확장해 나가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되어 중장기 중점 특화 과제로 선정하였다. 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고, 수요와 시장을 발굴하여 확장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지속적으로 수렴해나가며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꾸준히 모색해야 한다.
아트코리아랩을 통해 앞으로 예술 현장에 기여하고자 하는 기능과 지원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예술경영지원센터 내에서도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예술인, 예술기업이 아트코리아랩에서 부담 없이 많은 실험을 하면서 우리와 미래의 예술, 예술산업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 예술인과 예술기업들의 적극적 관심과 동참을 기대한다.
아트코리아랩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사뭇 기대된다.
예술인 대상의 기술 교육과 테스트베드 지원의 경우, 예술가 개인이나 프로젝트 단위로 지원하고 있지만, 중장기로는 주제별, 장르별로 전문화된 예술실험 R&D랩을 만들어 지속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R&D 관련 전문성까지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과 재원이 필요한 일이지만, 아트코리아랩이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과 융합 실험을 하는 곳으로 특화되려면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예술 프로젝트를 단발적인 수요에 따라 그때그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OOO 키워드 혹은 주제로 예술실험을 하고 싶다면 거기 가면 되겠구나.’, ‘새로운 예술에 도전하거나 융합에 관심이 있다면 여기에서 같이 고민하고 그 결과물을 얻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과 신뢰감을 주고 싶다.
예술 분야 특화 기업을 위한 인큐베이팅 플랫폼으로서의 비전은 앞선 질문에서 충분히 설명해 드린 것 같아 이 부분은 생략하겠다. (웃음)
개관이 두 달여 남았다. 10월 25일 개관에 맞춰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3일간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개관 이후에도 매년 11월에 페스티벌 형태로 꾸준히 확산의 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2025년부터는 기술과 융합된 작품을 발표하는 것뿐 아니라, 예술기업까지 아울러 산업과 기술, 예술을 융합하는 페스티벌을 개최, 그야말로 창·제작부터 유통,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모델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비전이다.
2023년 10월 말 개관하는 아트코리아랩(Arts Korea Lab)은 예술인과 단체 및 예술기업을 대상으로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등 예술 작품의 창·제작 실험부터 시연·유통·창업까지 예술 활동의 전반을 종합 지원하는 예술 특화 플랫폼이다. 서울시 광화문 인근 랜드마크 건물인 ‘트윈트리타워’에 5개 층(지하 1층, 지상 6~7층, 16~17층)을 임대하여 층별로 창업과 인큐베이팅, 교육과 교류, 실험과 시연 인프라를 제공한다. 입주공간 및 공유오피스에는 예술기업 20곳과 프로젝트팀 4곳을 포함해 총 24개의 기업(팀)이 입주할 예정이다.
백영선 대표는 축제기획, 공연마케팅을 거쳐 Daum에서 문화마케팅을 담당했다. 그 후 kakao에서 조직문화팀, 크라우드펀딩팀, 브런치팀, 소셜임팩트팀에서 기획 일을 했다. 퇴사 후 ‘플라잉웨일’을 창업해 다양한 기관과 기업 그리고 개인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 기획을 해 오고 있다. 일하는 분야의 키워드로는 커뮤니티, 커리어, 루틴, 로컬 투어, 교육, 이벤트 등이 있다.
조대성 객원기자는 문서 작성과 인터넷 검색만 가능했던 인문학 전공자이었지만, IT와 정보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내디뎠다. IT산업 동향 분석 전문지 <월간 시사컴퓨터>를 거쳐 온라인 IT 미디어 지디넷(ZDNet)코리아에서는 정보통신부 출입 기자로서 통신정책과 관련 산업 동향을 분석하는 기사를 썼다. 언론계를 떠나 문화예술 분야 트렌드를 공부하고, 석박사 학위논문을 교정·교열하면서 지적 호기심을 벌충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챗GPT를 벗 삼아 수다 떠는 것을 삶의 낙으로 살고 있다.
(iaskew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