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유네스코(UNESCO)는 「자유와 창의성(FREEDOM & CREATIVITY」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는 2005년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2005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the Diversity of Cultural Expressions)>의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보고서 시리즈의 특별판으로 인권과 기본적 자유, 특히 ‘예술적 자유(artistic freedom)’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예술적 자유의 법적 보호, 예술가와 문화전문가의 사회적 및 경제적 권리 보호, 지식 혹은 정보에의 접근에서부터 글로벌 모니터링의 발전과 도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문화예술 생태계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국가와 지역 및 국제적 수준에서의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온라인·디지털 환경에서의 예술 활동과 표현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비대면 환경에서의 새로운 예술 활동을 요구받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온라인·디지털 환경을 중심으로 예술적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검열과 안전)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술적 자유(artistic freedom)는 무엇인가?

우선 예술적 자유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자. 유네스코는 ‘예술적 자유(artistic freedom)’를 “정부의 검열, 정치적 간섭 또는 국가 이외의 행위자들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상상하고, 창조하고, 배포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라고 정의했다. 예술적 자유는 위와 같은 환경에서 탄생한 창작물에 대하여 모든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며, 사회적 안녕(Well-being)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또한 예술적 자유는 국제법으로 보호받는 권리들을 구현하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권리들이 포함되어 있다.

● 검열이나 협박을 받지 않고 창작할 권리
● 예술 작품에 대해 지원, 배포 및 보상을 받을 권리
● 이동의 자유에 대한 권리
●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
● 사회적 및 경제적 권리의 보호에 대한 권리
●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


예술적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사례

모든 예술 장르에서의 예술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옹호하는 독립적 국제 비정부 기구인 프리뮤즈(Freemuse)1) 연례 대표 보고서인 「The State of Artistic Freedom」을 통해 예술적 자유 침해 사례를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93개국에서 발생한 711건의 예술적 자유 침해 보고 사례 중 8개 국가에서 최소 9명의 예술가가 살해되었고, 16개 국가에서 71명이 감금되고 27개국의 85명이 억류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 외에도 기소당하거나 공격당하고, 예술 작품이 파괴되거나, 여행 금지 조치가 이루어지는 등 다양한 유형의 예술적 자유 침해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 국가의 80%에 육박하는 73개국(전체 93개국)에서 침해 사례의 절반에 가까운 건수(711건 중 532건)는 검열로 인한 것이었다.


예술적 자유 침해 보고 사례 2015-19 예술적 자유 침해 보고 사례 2015-2019
출처: 유네스코(2020), 「FREEDOM & CREATIVITY: Defending art, defending diversity」5쪽.
자료: 프리뮤즈(Freemuse)(2016-2020)

특히 이 보고서는 디지털 시대에 예술가와 예술 작품을 검열하고 공격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2019년에는 예술적 자유 침해 사례 중 57%가 디지털 공간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전 세계의 급진적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예술의 자유 침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해야 하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강조한다. 2019년 기준으로 작성된 보고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사안이 앞으로 더욱 큰 문제로 부상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침해 사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구글, 트위치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인터넷 포털을 통한 온라인 예술 활동에서 이루어졌으며, 예술가로 하여금 검열(58%), 공격/괴롭힘(19%), 감금(13%), 억류(6%), 박해(2%), 기소(2%) 등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예술의 표현에 대한 도전

-디지털 검열(censorship)

검열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공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위에서 확인하였다. 많은 예술가들은 창작하는 예술 작품의 형태와 전달 방식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며,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 회사는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community guidelines) 혹은 커뮤니티 스탠다드(community standards)를 만들어 어떤 것이든 이들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게시물을 삭제하는 등의 디지털 공간에서의 검열 기준으로 작용하게 만들었다. 프리뮤즈는 특히 회사가 임의적으로 만든 기준을 빌미로 예술적 표현들이 음란하거나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삭제되고 차단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 기준들은 매우 임의적으로 만들어졌으며, 국제인권표준이나 UN 등과 협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디지털 검열의 사례로 스위스 제네바의 미술역사박물관(Geneva Museum of Art and History) 홍보물의 페이스북 검열을 들 수 있다. 지난해 2월부터 5월까지 열린 로마시대 기획전 <시저와 론(Caesar and the Rhone)>의 홍보용 이미지가 누드를 포함했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된 것이다. 이미지는 서기 1세기경 만들어진 ‘아를의 비너스’와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나체로 무릎 꿇은 청동 남성 조각이었다.

출처: 트위터(Twitter) 프리뮤즈(Freemuse) 포스트 출처: 트위터(Twitter) 프리뮤즈(Freemuse) 포스트

페이스북은 미술이나 교육의 목적을 가진 작품 전시나 홍보에서도 누드가 포함되어 있으면 허용하지 않는 기준을 고수하고 있었고, 이러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은 디지털 공간에서 주요 검열 장치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검열로 인해 콘텐츠가 삭제되고 차단되더라도 협의하거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절차 혹은 프로세스를 예술가가 직접 찾아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예술가의 안전(safety)

디지털 환경에서 예술적 자유를 제한하는 요소로 예술가 개인의 안전 문제를 들 수 있다. 온라인 예술적 자유 침해 사례 중 두 번째로 많은 사례를 차지한 ‘협박/괴롭힘(threatened/harassed)’이 개인의 안전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비공식적 종교 그룹, 적극적 개인 활동가 혹은 익명의 개인 등 다양한 주체로부터 받는 혐오 표현과 위협으로 인해 예술가는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


예술의 표현과 자유, 문학 작가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1992년 설립된 비영리기구 펜 아메리카(PEN America)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온라인 환경에서 악플을 많이 받은 작가의 2/3 이상이 자신의 작품 출간을 극도로 꺼리며, 소셜미디어 계정 또한 삭제한다고 대답했다. 온라인상에서 괴롭힘을 당한 이후 자신의 개인적 안전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커졌으며, 작품 집필 과정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는 아예 피해버린다고 대답했다.

예술적 자유 침해 보고 사례 2015-19 온라인 괴롭힘으로 인한 작가들의 피해 유형(온라인 괴롭힙으로 인해 작가들은...)
출처: 유네스코(2020), FREEDOM & CREATIVITY: Defending art, defending diversity」31쪽.
자료: 펜 아메리카(Pen America), 2017.

이로 인해 예술가들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작품을 노출시키고 괴롭힘에 맞서거나 아예 작품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딜레마는 예술가와 그들의 작업에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환경에서 일어나는 도전에 맞서는 움직임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예술적 자유 침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2018년에는 펜 아메리카를 포함한 네 단체(PEN America, ARC(Artists at Risk Connection), Index on Censorship, International Arts Rights Advisors(IARA))가 온라인을 통한 위협 및 괴롭힘의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 가능한 자원에 대해 논의하고 표현의 자유에 지원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를 바탕으로 펜 아메리카는 작가와 언론인이 온라인 괴롭힘 에피소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온라인 괴롭힘 현장 매뉴얼’을 발표했다. 이 디지털 매뉴얼에는 작가, 언론인, 동료 및 고용주가 사이버 증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온라인 악용에 맞서 싸우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전략과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매뉴얼 발표 이후, 2020년에는 예술가에 대한 공격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발생했음을 확인하는 작업을 마쳤고, 구체적 상황과 유형에 따른 온라인 괴롭힘 현장 매뉴얼을 출시할 계획이다.
프리뮤즈도 사회적 유대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문화와 예술의 힘을 강조하면서도 위기에 놓인 예술적 자유를 회복하고 지킬 수 있는 방안들을 사례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올해 7월 온라인 검열 문제를 해결하고 예술적 자유에 대한 인권이 침해되었을 때 해야 할 일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였고, 사례 설명과 더불어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디지털 툴키트(Digital Toolkit)를 출시했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문화활동가, 정책입안자, 디지털 관련 기업 리더까지 함께 대화에 참여하여 예술가와 예술 활동을 보호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에서 예술적 표현과 성소수자의 권리까지 다양한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권리 침해에 대하여 법적인 구제 및 보호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과의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피해 당사자를 대신한 캠페인 활동까지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유네스코 글로벌 보고서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하여 예술가의 전반적인 소득이 감소되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소셜미디어는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새로운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편리한 플랫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에 예술가들은 작품을 공유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지속 가능성을 찾기 위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의존하여 새로운 시장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여러 가지 문제들은 예술가들이 작품의 노출과 그 작품에 대한 소유권 유지, 그리고 개인의 안전까지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우리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인권과 예술적 자유의 침해는 바로 예술가로서의 존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로 인하여 비대면 문화로의 전환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문화예술계는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과 경쟁적 콘텐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문화생태계를 위해서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예술가의 인권과 예술적 자유 보호가 우선 고려될 수 있는 사회적 인식과 정부의 움직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1) 프리뮤즈(Freemuse)는 UN경제사회이사회(UN-ECOSOC)에 대한 특별 자문지위와 유네스코와의 자문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 연수현
  • 필자소개

    연수현은 뉴욕에서 평범한 은행원으로 일하다가, 음악가인 배우자를 만나 예술행정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행정과 비영리회계 실무과정을 마치고, 75년 역사를 가진 극장 뉴욕시티센터 회계 팀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입사한 후, 문화비 소득공제,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경제 등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밀착형 정책연구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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