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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분야 취미·여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_하비풀을 만나다.
양순모_하비풀 대표
예술의 산업화에 대한 정부 지원 및 예술 현장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가진 예술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술×기업 코너는 독자적인 사업화 모델을 구축한 기업의 성장과 그 과정을 탐색하여 예술 분야 창업을 준비하는 독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한다.
예술과 산업이라는 두 양극점에서 예술경영인은 어떤 조화와 균형을 이룰 것인가? 그러나 냉혹한 시장 현장에서 ‘적절히’라는 접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콘텐츠는 예술이지만 이를 팔기 위한 방식은 일반 산업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영인의 태도와 방식을 요구한다. 투자와 지원, 시장과 정책의 두 영역에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영에는 끝없는 몰입과 헌신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딜레마를 지혜롭게 헤쳐나가며 지속 가능한 성과를 이루어나가기 위해 애를 쓰는 청년 예술기업 CEO와 젊은 시절 비영리법인과 벤처기업을 운영했던 선배로서 매우 공감하면서도 유쾌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먼저, 하비풀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하비풀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취미생활을 손쉽게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창업한 회사이다. 2016년 창업하여 현재 6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취미생활을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즐기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온라인 취미생활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였다.
온라인 취미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크리에이터들이 운영하는 강의를 제작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독자들이 강의 내용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준비물이다. 처음에는 강의 콘텐츠 제작과 준비물 두 가지 영역에서 사업을 진행하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크리에이터 분들이 스스로 강의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술이 나아지면서, 준비물 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피봇하게 되었다.
준비물 시장은 오랫동안 재래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하비풀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재의 비즈니스는 크리에이터가 강의를 운영할 때 이런 재료가 얼마만큼 필요하다는 데이터를 기업에 전달하면, 강의에 참여하는 사용자가 영상을 보면서 따라 할 때 필요한 준비물을 세팅해서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 중이다.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어떻게 회사를 설립하게 되셨나?
학생 때, 쪽방촌에 있는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쪽방에서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나가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느낀 점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만이 이런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고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진행하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연결되고 난 이후 어르신들의 근속 기간이 너무 짧았다. 처음부터 쪽방촌 어르신들이 8시간을 일하는 근로자가 되기는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 중간단계의 일자리를 만들고 싶었고, 생각했던 것이 DIY 키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DIY 키트가 필요한 영역이 어딜까 고민하다 취미라는 영역의 상위가치로 넘어가게 되었고, 취미 중 DIY를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 예술 쪽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사실 기업은 시장의 기회를 찾아 접근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하고자 하는 일을 먼저 정리하고, 이후 시장의 기회를 찾아다녔던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초반에 사업적으로 날카롭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고생을 많이 하기도 했다.
봉사활동이 창업으로 연결된 케이스라고 보면 좋겠다. 졸업과 창업 사이에 다른 직장 생활 경험이 있었나?
대학생 때 창업을 했기 때문에 인턴 경험 외의 직장 경험은 없다. 사업이란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창업했기 때문에 창업과 관련된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SK에서 진행하는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에 참여했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재의 하비풀 사업 모델이 나오게 되었다.
하비풀에 대해 알아보다가 인상 깊게 본 내용 중 하나는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를 설득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하비풀 만의 강점으로 강조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온라인 취미 시장에서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는데, 콘텐츠를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빛을 발하려면 상거래가 붙어야 한다. 이 커머스 영역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준비물이다. 문화 예술 분야 특히 수공예나 미술 분야는 재료의 종류가 굉장히 많다. 실제로 한 30만 개쯤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재료들을 문화 예술 전반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기업은 저희가 거의 유일하다. 이 점이 투자유치에 있어 강점으로 어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는 크리에이터들도 많이들 만들고 있고, 플랫폼도 많이 나오고 있어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온라인 클래스들이 많이 나오고, 어떤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분들이 활동하셔도 꼭 필요한 부분은 준비물이다. 이 영역을 담당하는 플레이어가 한국에도 나올 때가 되었다는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하신 것 같다. 한국에서는 최근에서야 취미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여 아직은 여물지 못했는데, 미국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수공예나 미술품만 취급해서 5조 이상의 매출이 나오는 기업들도 있다.
캐피탈 리스트 입장에서는 클래스와 같은 콘텐츠보다 견고한 유통 분야가 구축되어 있으므로 좀 더 탄탄하게 보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클래스나 취향 산업, 독서 클럽과 같은 온라인상에서 무형의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유통을 전제로 하고 있으니, 상위의 콘텐츠가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투자유치를 통해 KPI를 입증하는 것과 기업의 소셜 밸류 사이에 균형점을 찾기가 어려운데, 하비풀 하면 노인 일자리에 대한 표현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특별한 철학을 가진 CEO라는 생각이 든다.
하비풀을 창업하기 전에 다른 사업을 한 적이 있다. 그때도 일자리 창출이라는 같은 목적이 있었는데, 비즈니스 세팅이 안 된 상태에서 처음부터 어르신들을 채용했었다. 그때는 대학생 때라 혈기가 있었던 것 같다. 사업이 잘 안됐고, 그 과정에서 느꼈던 점은 회사가 결국 비즈니스모델을 잘 갖추지 못하면 좋은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는 비즈니스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 비즈니스가 잘 세팅이 되어야 채용한 어르신들에 대한 혜택도 많이 드릴 수 있고, 전담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도 채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는데 현재는 비즈니스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는 말씀이 인상적이다. 혹시 계기가 있었나?
여러 가지가 있는데 투자를 유치하면서 많이 바뀐 것 같다. 자기자본으로 기업을 운영할 때는 여러 가지 성과가 본인 중심이면 되는데, 투자가 유치되는 순간 외부에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커지게 된다. 처음에는 따뜻한 공동체 같은 느낌을 회사에 입히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문 스포츠팀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과 만나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변한 것도 있다. 대표자가 그리는 기업의 청사진과 정체성에 부합하도록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것도 있고, 기업이 성장하지 못했을 때 기여한 사람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하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한 적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은 성장해야 하고, 아무리 좋은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어도 무형의 가치관을 가지기보다는 명확한 성과를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을 겪고, 자본이 들어오고 나감을 경험하는 과정을 겪었다. 아직도 많이 미성숙한 경영자지만 신경을 써야 할 부분과 덜 써야 하는 부분에 대해 좀 더 구분되는 것 같다.
하비풀의 조직 운영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회사가 성장하며 직원들이 많이 늘어났을 텐데 조직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
초기에는 친구들끼리 시작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회사 규모에 따라 필요한 사람들이 바뀌는 경험들을 해왔다. 처음에는 모두가 함께 일했지만, 갈수록 부서가 나눠지고, 각 파트에 전문성이 있는 인력들이 배치되어야 한다. 이런 경우 초창기에는 전방위적으로 꼭 필요했던 사람이었는데 이후에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종종 경험하였다. 이럴 때마다 각자의 역할에 대해 재조정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때 경영자로서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외부에서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3년 넘게 일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긴 하나 안타깝게 회사가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내보내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단계를 밟아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기업이 기능적으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인력이나 조직의 관리에서 따라오는 결과는 대표자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 되는 것 같다.
최근 들어 창업가들을 위한 정책이나 지원들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현재 하비풀이 입주해 있는 디캠프(DCAMP)도 일종의 지원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셨는지 궁금하다.
저희는 다양한 지원을 많이 활용했던 것 같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도 받았는데, 지원금을 통해 어려운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 디캠프에 투자를 받은 것을 계기로 현재 사무실 공간도 지원을 받아 저렴한 임대료로 2년 정도 사용했다.
자금 지원도 좋지만, 고정비를 줄이는 지원은 창업기업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의 임대료는 너무 비싸다. 서울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려면 월 임대료가 300만 원씩은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그럼 1년이면 3,600만 원이고, 2년이면 7,000만 원이 넘는데 이 부분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사무실 공간을 지원하는 정책이 좋았다. 또 하나는 디캠프는 창업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창업을 해서 성공했거나 실패한 사람들과 소통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 이런 네트워킹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투자를 받으면 그 돈을 사용한 데에 대한 성적표, 즉 성과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이것이 자본가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성과를 내지 못할 때 시장이 냉정해지는 경험도 해보았다. 그런 측면에서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지원 정책의 활용은 창업 기업이 버티고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비풀의 사업모델부터 투자, 조직 운영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말씀을 들었다.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하비풀의 최종 목표, 즉 바꾸고 싶은 시장의 질서는 무엇인가?
저희의 최종 목표는 취미·여가 분야의 준비물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현재는 기업이나 크리에이터들이 클래스를 열려면 동대문이나 도매시장에서 재료를 사서 하나하나 자르고 만든다. 이런 과정 없이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만 만들면 되도록 세팅해 주고 싶다. 저희가 이번에 플랫폼을 하나 런칭했는데, 쉽게 말해 온라인 동대문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패션 시장에서 이전에는 쇼핑몰 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직접 사입하여 팔아오는 방식이 현재는 사진 찍고 올리면 동대문에서 바로바로 물건이 가는 것처럼 취미 여가 시장도 디지털화하고 싶다.
지역적으로는 일본 시장에 관심이 많다. 일본 시장은 크지만 아직도 재래식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즈니스가 성숙하면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 타운을 만들고 싶다. 취약계층의 어르신들은 주거와 일자리가 합쳐지면 삶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즈니스에 몰입을 하고 계시지만 창업 당시의 정체성인 소셜 밸류에 대한 의지도 놓지 않고 계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문화 예술 분야의 창업을 준비하고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저도 아직 미숙한 경영자라 이런 말씀을 드려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기업, 기관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창업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자영업 내지는 아티스트로 살아가며 수익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자본의 시장에서 기업 경영을 할 것인지에 따라 가는 길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창업을 할 때 본인이 원하는 삶이 어떤 방식인지 명확하게 생각해 보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강의도 하고 완성품을 만들어서 파는 등 수익을 추구하며 자신의 가치를 전파하고자 한다면 예술가로 활동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 경영의 영역에 들어오면 더 이상 예술가가 아니고 경영가가 되어야 한다. 예술이라는 아이템을 바탕으로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고 싶고, 이를 통해 시장 질서를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 혹은 기업에게 비즈니스 모델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통한 자본의 유입도 이러한 목표가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창업가는 날카로운 비판에 직면하기도 하고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기도 한다. 창업에 도전할 때 이 두 가지 길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비풀은 ‘취미 준비물 SCM 역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취미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및 전업작가들을 위한 맞춤형 커머스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선철 대표는 연세대 사회학과와 런던대(City) 예술정책&경영 대학원을 졸업한 후 김덕수패사물놀이 사무국장과 벤처기업 폴리미디어 대표이사 및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02년 강원도 평창으로 이주 폐교 활용 복합문화공간 <감자꽃스튜디오>를 2021년까지 운영했다. 현재는 문화관광 기획, 교육, 자문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연세대, 국민대, 경희사이버대, 북동연방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특히 예술경영, 로컬 크리에이터, 지역개발 등과 관련하여 청년창업가와 예술기획자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