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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활용하여 감정과 감각을 표현하다
키네틱 & 인터랙티브 아트‘예술×기술’은 예술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술을 소개하여, 기술을 활용한 예술 활동을 시도하는 예술가와 예술 기업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인간의 감정과 감성을 연구하고 과학적 접근 방법으로 감각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는 이승정 작가와 이 작가가 속해 있는 미디어 아트 그룹 아토드(ATOD)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승정 작가는 비물질적인 감정 데이터를 물질화, 시각화하는 키네틱과 인터랙티브 아트 작업 활동을 해오고 있다. 미디어아트그룹 아토드(ATOD)는 Analogue to Digital의 약자로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표현” 하는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모임이자 미디어아트 랩(Lab)이다. 아토드는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뉴미디어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품들로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융복합 작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감정과 감각’ , 작가님 작업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부탁드린다.
아트 테크놀로지 인공지능 석사 과정에서 HCI 학문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람의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다.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는 사람과 기술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인데, 정량적인 데이터를 측정하기 위해 사람의 상태, 생리학적 데이터를 활용한 많은 실험을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의 상태, 감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예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예술로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각기 다른데, 우리는 주로 언어로 표현을 한다. 하지만 감정을 언어로만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예술과 기술로 감정을 표현하는 작업들을 시작하게 되었다.
감정과 감각을 적용한 작품 사례와 그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2019년부터 작업해온 작품,
시각화 작업과 더불어, 커피 원두를 활용해 감정을 미각적인 표현으로 발전시키기도 하였다. 사람의 감정을 추출해 6개의 각각 맛이 다른 커피 원두를 배합했다. 관람객은 자신의 고유한 감정에 따라 추출된 원두를 통해, 나만의 원두, 나만의 커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구현해 본 것이다.
작품을 제작할 때 우선 감정과 감각 간의 상관관계를 정교화하기 위해 수많은 문헌 연구 과정을 거쳤다. 또한 감정과 뇌파(EEG)의 로우데이터(Raw Data)를 어떻게 매핑 시킬지에 대한 여러 테스트를 진행한다. 감정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한 관람객이 시청할 VR 콘텐츠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전반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었고, 해당 콘텐츠가 UNITY 게임엔진을 통해 파티클로 표현하는 작업을 거친다. 관람객이 HMD를 착용하고 뇌파를 측정해야 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뇌파(EEG) 장비를 고른 후, 전두엽 데이터를 측정하고 생성된 데이터를 물질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게 된다.
앞서 소개한 시각화 작품,
올해도 해당 작품을 더 발전시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시각화, 미각화 작업은 유튜브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아토드는 국내외 브랜드들과 인터랙티브 아트 협업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 대표적인 작업 사례 소개를 부탁드린다.
미디어아트 그룹 아토드는 뉴미디어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업을 진행한다. 브랜드들과 협업하여 작품을 기획하기도 하고, 대행사를 통해 브랜드에서 원하는 작품을 의뢰받아 실제 기획하고, 제작, 설치하는 프로젝트들을 많이 하고 있다. 요즘 각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스토어, 팝업스토어 등 브랜드의 정체성과 개성을 인터랙티브 아트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로 확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디자인, 인터랙티브 시스템, 회로, 소프트웨어 개발, 설계까지 모든 분야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므로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굉장히 중요하다.
첫 번째로 소개할 작업은 더 현대 오픈 1주년을 맞아 설치한
LG Gram x Peaches의 경우, 자동차 튜닝 브랜드 Peaches에 LG Gram을 홍보하는 팝업스토어다. LG Gram 노트북으로 사람들이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여 설치하였다. 참여자가 게임을 하는 동안, 게임 결과값에 따라 팝업 스토어 내에 전시된 차량에 프로젝션 매핑과 LED Poll 이 현란하게 비추도록 인터랙티브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게임적인 요소와 공간이 주는 에너지, 참신한 인터랙티브 콘텐츠까지 조화롭게 어울려 가장 큰 시너지를 낸 작업이었다.
마지막으로 기술을 융합하여 예술 활동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예술과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아트나 키네틱 작업들은 한정된 공간이나 전시장에서만 주로 접할 수 있었다. 반면, 요즘에는 이런 작업들을 팝업스토어 같은 다양한 공간이나 여러 분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요즘 실감형 미디어 전시관들이 눈에 많이 띄기도 한다. 하지만 무작정 최신 기술이기 때문에, 또는 요즘 대세니까 트렌드에 따라가는 것은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예술과 기술의 융합 작업을 하는 분들에게 기술의 트렌드는 민감한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고, 최신 기술을 사용해 생성된 콘텐츠가 엔드유저(End User)인 소비자나 관람객에게 가기 전에, 또 다른 기술이 나와서 이전의 기술은 낡은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기술은 언제나 예술가에게 재미있는 놀이 도구가 되어야 한다. 트렌드나 기술이 예술의 본질을 잘 표현하고 도구로 역할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미디어아트 작품이 아트-테크놀로지만을 사용한 직관적인 작품 구현에 치중해 기술적, 과학적 엄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실제로 아티스트들의 의도와는 다른 메시지가 관객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직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술가들이 일부러 의도하기도 하나, 많은 경우 조심스럽지만, 과학적 엄밀성의 부족은 예술가 자신의 게으름의 반영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 역시 예술의 과학적 게으름을 떨쳐내고, 관객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기술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쓰는 붓과 팔레트가 아닐까 한다. 화가가 어떤 그림을 그릴지 먼저 고민을 하고, 그에 맞는 붓과 물감을 고르는 것처럼, 여러분들도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작품에 맞는 물감, 기술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승정 작가(미디어아트랩 아토드)
한양대학교 인텔리전스컴퓨팅학과 아트테크놀로지 석사 미디어아트랩 아토드의 소속 작가로서 다수의 브랜드들과 협업하여 인터랙티브 콘텐츠 기획, 제작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1년 예술과기술융합주간 PM과 한국문화예술회관엽합회 2021년 기술입은문화예술교육 사업 기술 PM 등 아트 앤 테크 관련 용역을 수행하며 예술가와 기술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개인 예술작가로 감정을 감각으로 표현하는 작품 및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