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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예술작품의 저작권 인정 여부 논쟁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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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생성형 AI/Generative AI)이 화제다. 생성형 AI는 텍스트나 오디오, 이미지처럼 기존에 존재하는 콘텐츠를 활용해서 이와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드는 인공지능 기술을 뜻한다. 생성형 AI 프로그램인 챗GPT(ChatGPT)는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답변하는 챗봇 서비스로,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월간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1)
챗GPT를 활용해 업무를 보는 것은 물론, 시나 소설을 창작할 수도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챗GPT로 쓴 단편소설이 출시됐다. 정지돈 작가는 챗GPT를 활용해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복도가 있는 회사’라는 단편소설을 썼다.2) 챗GPT뿐만이 아니다.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생성형 AI는 원하는 이미지를 단어나 문장으로 입력하면, 입력한 텍스트를 활용해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생성형 AI를 통해 만든 예술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생성형 AI가 스스로 예술작품을 창작한다면 생성형 AI가 저작권자일까? 생성형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버리면 현존하는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AI가 만든 예술작품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보호한다. 그렇다면 저작권법에서 규정하는 저작물은 어떤 것일까? 저작권법 제2조 제1호에서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한다. 위 규정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선 저작물을 창작하는 주체는 ‘인간’이라는 점이다. 즉, 어떠한 예술작품에 저작권이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예술작품이 저작물이어야 하는데, 저작물이라고 말하려면 인간이 창작해야 한다. 따라서 만일 인간이 아닌 동물이 예술성이 높은 작품을 창작했다고 해도 그건 저작물이 될 수 없다.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어느 동물원에서는 침팬지나 코끼리가 그린 그림이 비싸게 팔리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그림이 아무리 고가에 판매되었다 하더라도 침팬지나 코끼리가 그린 그림을 저작물이라 할 수는 없다. 애초에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닐뿐더러,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이 있다고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원숭이가 찍은 셀카 사진에 저작권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1년 영국의 사진작가인 데이비드 슬레이터가 촬영차 인도네시아에 있는 섬에 갔는데, 나루토라는 원숭이가 슬레이터의 카메라를 빼앗아 셀카를 찍은 일이 발생했다. 슬레이터는 이 셀카 사진이 담긴 책을 출간했고, 판매 부수가 상당했다. 그런데 위키피디아에 원숭이 셀카 사진이 업로드되었고, 이를 알게 된 슬레이터가 위키피디아를 상대로 사진의 무단 도용을 중단하라고 요청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다. 쟁점은 원숭이가 스스로 찍은 사진에 대한 저작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원숭이가 저작권자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 법적 공방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졌고, 결국 법원은 동물인 원숭이에게는 저작권이 없다고 판단했다.3)
한편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 USCO)의 경우는 어떠할까? 미국의 저작물 등록 기준 역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창작물만을 저작물로서 등록 가능한 대상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작년 가을 미국 저작권청이 생성형 AI가 그린 작품에 저작권 등록을 승인해서 화제가 되었다.
사실 관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작가 크리스 카쉬타노바가 생성형 AI인 미드저니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화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를 만들고, 미국 저작권청에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다. 크리스 카쉬타노바는 만화의 스토리를 창작한 다음 미드저니에 이를 텍스트로 입력했고, 미드저니는 입력된 텍스트를 바탕으로 만화 형식의 작품을 생성했다. 당시 미국 저작권청은 크리스 카쉬타노바가 스토리를 만들어서 미드저니가 생성한 만화에 저작권 등록을 승인했지만, 카쉬타노바만을 저작권의 소유자로 인정했다.
미국 저작권청이 '새벽의 자리야'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승인했을 때,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저작물은 창작의 주체가 인간이어야 하는데, 생성형 AI는 인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작물로서 등록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2023년 2월 미국 저작권청은 AI에 의해서 생성된 이미지는 작가의 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새벽의 자리야’의 미국 내 저작권 등록을 취소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리고 크리스 카쉬타노바가 만화의 스토리텔링을 표현한 글에 한정해서 신규 저작권 증명서를 발급할 것이라고 밝혔다.4)
그런데 인간이 자신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동물을 도구로써 사용하여 만든 예술작품이라면 어떨까? 만일 인간이 특정한 동물의 형체나 움직임을 활용하여 동물을 도구로써 사용해 예술작품을 만든다면, 이 작품은 저작물이 될 수 있다. 이때 그 예술작품에는 인간의 개성이나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이 경우 예술작품은 저작권법에서 정의하는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창작의 주체인 인간이 개성을 드러내서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예술작품이고, 동물은 그저 수단으로써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AI에도 적용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AI가 창작한 예술을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생각해보자. 첫 번째는 AI가 스스로 창작한 예술작품이고, 두 번째는 인간이 AI를 도구로써 활용해서 창작한 예술작품이다. 첫 번째, AI가 스스로 창작한 예술작품의 형태에는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 사람이 아닌 AI가 자율적으로 생성한 작품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없다. 따라서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AI가 자율적으로 생성한 창작물에 대해서는 저작물성이 부정된다.
두 번째 형태인 인간이 AI를 도구로써 활용하여 만든 예술작품은 저작물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창작의 주체는 인간이고 그 인간이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에 일본 소니(Sony) 산하에 있는 컴퓨터 사이언스 연구소가 AI 소프트웨어인 ‘플로우 머신스(Flow Machines)’를 이용해 팝송을 작곡한 사례가 있다. 컴퓨터 사이언스 연구소는 방대한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AI에게 음악 스타일을 학습시켰고, 특정한 음악 스타일을 담은 곡을 만들어냈다. Daddy's car와 Mr. Shadow라는 곡을 작곡하였는데, Daddy's car는 비틀즈 풍의 팝송이었다.5)
일본은 AI를 도구로 활용해서 창작한 저작물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이를 저작물로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생성 AI를 도구로써 활용해서 만든 악곡에 인간인 작곡자가 작사나 편곡을 통해 개성을 발현한다면 저작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저작권자는 AI가 아닌 사람이다.
현행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의 창작 주체를 인간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 결국 AI가 주체가 되어 창작한 예술작품에 대하여 그 저작자를 AI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생성형 AI가 창작한 예술작품에 대하여 저작권을 인정하더라도 사람이 주체가 되어 창작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때의 저작권자는 역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AI에게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논의를 넘어서 인간이 생성형 AI를 도구로써 사용하여 창작한 예술작품에도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때 인간이 생성형 AI를 통해서 예술작품을 창작하여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창작성 및 개성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최나빈 법률사무소 A&P 소속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고려대학교 법학과 석사(지적재산권법 전공),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문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는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전문 박사 과정(지적재산권법 전공)에 재학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업체, 교육사업체, 건설업체, 제조업체 등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다. YTN 라디오 <생생경제 ‘로앤이코노미’>코너 고정 출연, 경인방송, SBSBiz 트렌드스페셜 방송에 출연하였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산업현장 컨설팅 지원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