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2013 예술경영 우수사례➀ 인천문화재단의 '시민을 부탁해!'

신뢰의 콜라보, 시민과 예술의 동행을 응원하다

변순영_인천문화재단 기획사업팀장

국내 여성 인력 1천만 시대, 공연계 역시 많은 여성 인력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인력이 리더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높은 비정규직 비율에 따른 잦은 이직 때문일까? 그럼에도 여기, 현명하게 공연계를 지키는 여성 인력들이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발견하려 한다. / 특집 ① [좌담] 공연계 여성 리더십 환경 조성, 무엇이 문제인가? / ② [현장+人] 여성 연출가로 공연계에서 우뚝 서기까지 / ③ [하우투] 공연예술계에서 여성으로 일하는 노하우 / ④ [서평] 『여자, 노동을 말하다』

▲시민창작뮤지컬 <인천왈츠> 공연 장면
 

승패가 있는 모든 경기에 대중의 열광이 뒤따르지는 않는다. 그간의 스포츠 리그에서 숱한 경기가 치러졌지만, 대중의 주목을 받는 승패는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었다. 가령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전 고투를 거듭한 여왕의 도약이라든지, 선수 개인의 싸움이지만 승패를 넘어 더 큰 삶의 가치로 연결되는 그 '무엇'의 감동을 주는 조건이 충족될 때 대중의 열광이 뒤따른다. 규칙을 지키고 끝까지 경주를 완주할 것을 스스로 주문한다. 지난 12월, 총 9개의 예술경영 우수 사례 중 하나로 <2013 예술경영 컨퍼런스> 리그에 임했던 인천문화재단 기획사업팀의 '시민을 부탁해! 사례는 참가팀 중 관객평가단의 가장 뜨거운 박수갈채와 호응을 얻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표창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Step.1 구상

공모 참가의 발단은 인천문화재단의 아름다운 전통인, 매월 한 번 팀별 자율 문화 활동으로 전시를 보러 가면서 시작되었다. "업무와 상관없는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팀원의 제안은 '2013 예술경영 우수사례 공모' 참가로 자연스레 논의되었고, 머리도 식힐 겸, 연말 송년파티 계획을 이것으로 해야겠다는 발상도 한 몫, 본격 팀 회의로 발전되며 의기투합의 날을 가졌다. 애초에 업무로 시작하지 않았다. 일하는 와중 쉴거리, 생각거리, 대화거리로 시작된 공모 준비였기에, 우수사례라기보다는 '우리 잘하고 있을까?', '앞으로 어떤 길을 갈까?' 성찰의 사례에 더욱 가깝다.

기존 '문화 소외'의 해소, 문화의 균형, 평등에 맞춰져 추진되던 문화의 민주화 정책은 생활예술에 대한 새로운 조명, 단순한 정책 대상으로 여겨졌던 시민에 대한 새로운 부각 등 변화하는 문화지형에 따라 문화민주주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는 재단 기획사업팀의 방향 설계에서 크게 참조되었다. 재단 설립 초기 지역 문화 활성화를 주요 정책으로 지원 서비스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시민문화 영역을 포괄하는 다층적인 사업 구조로 확대되는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재단 기획사업팀은 기존 사업의 탐색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Step.2 탐색전

먼저 시민문화 영역으로의 적극적인 확대가 이뤄졌던 대표적인 사업으로 초기 공공예술사업 진행 과정을 살펴보았다. '아름다운 교문 만들기'와 인천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섬 공공예술프로젝트' 등 뚜렷한 성과를 남기며 지속해서 확대해온 공공예술사업은 예술가(단체)의 역량에 의존하는 공모형 사업 방식의 한계에 부딪혔다. 짧은 사업기간과 부족한 소통 과정에 대한 차선책으로 대형 설치 작품 위주의 결과물이 사업 장소에 남겨지는 방식이었다. 공모형 사업은 예술가(단체)가 신청하고 심의 과정을 통해 지원 사업을 선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한 방향의 공모 방식은 사업 참여자를 제한하고 자발성의 부족을 가져온다. 시민의 참여가 공동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보다는 탑-다운 방식의 한계를 지니며, 결과물 중심 사업 방식은 단기간의 성과는 높았을지 몰라도 사업 종결 이후의 동력을 갖지 못해 작품 설치만으로 끝나는 사례가 빈번했다.

특히 초기 공공미술에서 유행했던 벽화 작업의 경우 유실이 많았고, 공공조형물로 지역에 설치된 경우도 벽화와 크게 다르지 않게 손실에 따른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재단의 공공예술사업은 각각 공모, 심의, 지원금 교부 등의 유사한 사업 절차를 진행하면서 그 역할은 향유자와 창작자 매개의 행정 단위에 제한되어 있었고, 병렬로 나열된 사업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채 개별로 진행되어 긴밀한 파트너십은 꿈꾸기 어려웠다. 그간의 한계점에 대한 반성에서 인천문화재단 시민문화사업은 아래와 같이 전개되었다.

Step.3 초점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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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공동체 문화만들기> 사업에
참여주체로 나서는 야곡마을 어르신들의 모습
▲▲ 인천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자발적인
모임인'청년플러스'

사업 대상으로서의 시민에서 자발적인 참여 주체로서의 시민으로 관점을 확장하면서, 기계적인 연대나 중심을 강조하지 않고 시민의 개별성과 특이성을 조명할 수 있는 사업 방식을 추구해나갔다. 개별성을 존중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다른 플랫폼과의 연결을 만들어가는 개방성과 공유성을 지향하여, 재단 기획사업팀의 권한과 기회를 시민에게 위임하기 시작했다.

행정의 지속 가능성, 주체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했던 <지역공동체 문화만들기> 사업은 지역의 유무형 공동체와 예술가가 함께 만드는 커뮤니티아트를 지향한다. 사업 결과로 조형 등의 시각적 결과물이 아닌 과정을 중심으로 한 사업으로 전환되었으며 재단의 일방적인 행정 지원 시스템을 벗어나 예술가-주민-추진단-재단의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주민들의 자발적 요구와 주체적 활동 의식의 제고로 공공예술의 지속 가능성 발견하고자 노력하였다.

공공예술 영역의 참여 주체의 한정된 풀을 해소하기 위해 후속 세대 양성을 시도한 <청년, 동네를 상상하다>는 주체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했던 사업이다. 단순 지원을 벗어나 기획부터 실질적인 밀착 컨설팅 과정을 운영하는 등 지역 내외 청년의 유입으로 인천을 무대로 하는 지속적 활동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게 되는 새로운 시민 공동체를 발견하게 되었다.

크라우드 펀딩(소셜펀딩) 플랫폼 <소금꽃 프로젝트>는 자원의 지속 가능성을 실험한 사례이다. 재단의 지원금에 일방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공모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일상적으로 예술프로젝트들이 기획되고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내 소셜펀딩 플랫폼 점유율 1위인 '텀블벅'과 협력하여 인천형 크라우드펀딩플랫폼 <소금꽃 페이지>를 오픈하였다. <소금꽃> 사례는 재단의 공모 지원 시스템에서 벗어나 시민 혹은 예술가 누구나가 스스로 문화예술의 필요성을 발견하고 제안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사업이었다. 2013년 7월 오픈 이후 5개의 프로젝트가 제안 되었으며 그 중 4개의 프로젝트가 펀딩에 성공했다.

Step.4 관찰하기

바텀업(Bottom-up) 형태의 사업 구조를 작은 것에서 실천해보았다. 사업 담당자는 반드시 현장에 기반을 두어 사업 진행 시 발생하는 다양한 고민 지점을 섬세하게 경청하고 민첩하게 대응해 제안된 사항을 피드백 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적용하였다. 제도 안에서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의 관계자들과 고민을 공유하고, 각 참여자 간 관계를 만드는 쌍방향 의사소통 구조를 마련하였다. 신뢰로 탄탄해진 관계는 지속성, 자발성, 파트너십의 문제를 함께 개선하며 사업을 성장시키는 콜라보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시민기획단 운영'은 향유자에서 기획자, 적극적 주체로 발전하는 시민사업의 핵심고리이다. 단순 참여자에서 시민기획단으로 이동하며 운영 주체로서 유연한 변화와 성장을 가져왔다. 또한 시민문화영역 지원사업에 도입된 '시민심의제도'는 시민 스스로 지원사업의 다양한 방식과 여러 활동들을 접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의사 결정하는 구조로 시민의 관점으로 시민을 위한 사업을 선정한다는 내적 동기와 성장의 기폭을 마련하였다. 시민들이 지역공간을 함께 디자인 하는 일시적 학교 '로쓰-쿨(Local Space School)'은 일반시민 대상 거점 및 공간 의 문화적 활용에 대한 학습과 교류의 장이다. 워크숍 후에도 후속모임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실행 가능한 액션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Step.5  '시민' 고유 콘텐츠 탄생

관 주도 마을 문화계획에서 벗어나, 시민 스스로 기획하는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동력을 마련하고자 '지역공동체 문화계획' 사업을 신규 마련하였다. 또한 지역에서 나고 자랐지만 '독거청년'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청년문화의 거점으로 인천 신포시장 내 '청년플러스'를 지원하였다. 청년플러스는 인천 청년문화 네트워크를 주요 목표로 청년문화 활동의 인큐베이팅 및 네트워크 구축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으며, 현재 인천 동네아지트 "끼룩끼룩 갈매기 여관",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과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실천하려는 청년그룹 "빌리지디자인스쿨" 등으로 분화해나가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애초 시민문화 향수를 위해 마련되었던 공연예술프로그램에서 2010년  '인천왈츠'로 사업명을 수정하면서 '시민'에 대한 관점을 전환, 전문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무대를 만드는 음악공연으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2012년 시민창작뮤지컬  '인천왈츠'는 70여 명의 시민이 직접 만드는 시민창작뮤지컬 <어떤 여행>을 제작하면서, 공연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으로 기획부터 전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예술 콘텐츠를 성사시켰다. 현재  '인천왈츠'는 시민이 중심이 되는 창작예술프로그램이라는 브랜드 구축과 함께 '인천왈츠'라는 사업 플랫폼을 축으로 시민들의 새로운 동아리 및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향유자에서 능동적 주체로 변하는 시민 사업의 인천문화재단 대표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년, 동네를 상상하다> 지원사업인 '어쩌다 마주친' 프로젝트(사진 왼)와 '우리동네 아지트-끼룩끼룩 갈매기 여관'
 

<청년, 동네를 상상하다> 지원사업인 ‘어쩌다 마주친’ 프로젝트(사진 왼)와 ‘우리동네 아지트-끼룩끼룩 갈매기 여관’

종착지: 새로운 시민문화의 플랫폼을 추구한다

인천문화재단 기획사업팀은 사업의 구체적인 성과보다 관계 맺기에 집중해왔다. 시작과 끝이 분명한 프로젝트에서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으로의 사업 전환을 목표하였다.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자, 프로젝트성 사업 기획에서 현장 수요 및 이슈 등을 공유함으로써 시민, 예술가, 재단기획 사업팀의 각각의 개별성과 특이성을 존중되어 콜라주되는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재단과 시민(예술가), 신뢰의 콜라보 위에 새로운 시민문화의 플랫폼 생성이 종착지가 될 것이다. 개별성을 존중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플랫폼은 가기 다른 플랫폼과의 연결을 만들어가는 개방성과 공유성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2014년에도 "업무와 상관없는 재미있는 일"의 기획은 다시금 담당 부서를 성장시킬 것이다. 그러므로 리그는 계속될 것이다.
 

사진제공_인천문화재단



관련자료
<2013 예술경영 컨퍼런스> 자료집

 
 
필자사진_변순영 필자소개
변순영은 제주 출신으로 예술학과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삶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과 배움의 생태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재 인천문화재단 기획사업팀장을 맡고 있다.이메일
 

 

weekly 예술경영 NO.247_2014.02.20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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