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활용기 - 두산아트센터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두는 창작 실험실

박지혜_연출가

최근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거친 창작자들의 작품이 관객들의 주목을 끌고 각종 시상식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아졌다. 작품 제작비나 창작 공간 지원에 그쳤던 종전 프로그램들에 비해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프로그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개별 작품뿐 아니라 창작자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주요 프로그램을 개괄하고, 창작자들의 경험을 소개한다./[특집]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개괄/[하우투] 두산아트센터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하우투] CJ문화재단 ‘크리에이티브 마인즈(Creative Minds)’’ /[하우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야프(AYAF)’

▲2009년 '프로젝트 빅보이' 공연
<십이분의 일>

두산아트센터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대상자가 되기까지

사진_왼쪽_개는맹수다(1)

▲2011년 '프로젝트 빅보이' 공연
<다자이오사무 단편선-개는 맹수다>

양손프로젝트는 2009년 <십이분의 일>, 2011년 <다자이오사무 단편선-개는 맹수다>로 '프로젝트 빅보이'에 두 차례 선정되었다. ('프로젝트 빅보이'는 현재 '빅보이 어워드'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변모하였다.) '프로젝트 빅보이'는 두산아트센터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프로젝트 빅보이'에 선정되면 두산아트센터에서 재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프로젝트 빅보이'를 염두에 두고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참가했던 것은 아니지만, 운이 좋게도 두 번의 기회를 통해 두산아트센터와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1월 '두산아트랩'을 신청했다. '두산아트랩'은 쇼케이스, 독회, 워크숍 등 다양한 형태로 아티스트의 실험 과정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양손프로젝트는 <죽음과 소녀>로 '두산아트랩'에 참가하였고, 같은 해 11월 공동 제작으로 두산아트센터에서 본 공연을 올렸다. 그 후 두산아트센터에서 우리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해주었다. 학교에서 하는 워크숍 공연부터 타 극장에서의 공연까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었고, 그것이 좋은 피드백이 되었다. 양손프로젝트는 개인 예술가가 아닌 팀으로서는 처음으로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의 아티스트로 선정되었다.

창작자의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프로그램

  사진_가운데_죽음과소녀(1)/죽음과소녀(4)/죽음과소녀(5)

▲2014년 10월 재공연을 앞둔 <죽음과 소녀>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은 두산아트센터가 예술가 리서치를 통해 발견한 만 40세 이하의 공연 분야의 젊은 예술가 중 특히 예술적인 비전이 분명하고 잠재력이 큰 예술가들을 선정하여 3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작 창작 시, 두산아트센터에서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 제작비를 전액 지원해주며, 신작 워크숍 및 해외 리서치를 지원해준다.
2014년 1월 '두산아트랩'을 통해 <오셀로>를 작업했다. 또한 10월에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지원 아티스트를 위한 공연의 일환으로 <죽음과 소녀>의 재공연을 계획 중이다. 현재는 3월 중순부터 올라가는 산울림고전극장 <김동인 단편선-마음의 오류>의 리허설 과정에 있는데 두산아트센터의 연습실을 제공받고 있다. 내년에는 창작자에게 제공되는 해외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양손프로젝트는 현재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1년차이기 때문에 많은 것들이 계획 중에 있는 단계이지만, 이전부터 지속해온 두산아트센터와의 관계를 발판으로 앞으로의 팀의 발전 방향에 대해 극장 스태프들과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풍요로운 질문거리를 던져주는 창작 실험실

사진_왼쪽_두산아트랩_양손프로젝트 오셀로_공연사진3

▲2014년 '두산아트랩' 공연 <오셀로>

2014년 1월 '두산아트랩'에서 <오셀로>를 공연하였다. 우리 팀은 3명의 배우와 1명의 연출가가 긴밀한 공동 창작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것을 근본에 두고 있기 때문에, 텍스트와 아티스트가 반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한 끊임없는 실험과 수정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 의미에서 아티스트의 실험의 과정을 선보이는 '두산아트랩'은 우리 팀에게는 아주 적합한 형태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오셀로>를 작업할 때에는 작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두산아트센터와 소통을 했다. 3명의 배우가 원작을 삭제하지 않고 모든 역할을 수행하는 것, 사면 무대를 사용하는 것, 서사극의 문법을 사용하는 것 등이 실험의 주된 목표가 되었다. '두산아트랩'을 통해 더욱 풍요로운 질문거리들이 생겼고, 추후에 본 공연에 올렸을 때 이 실험이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계약 관계보다 훨씬 긴밀하고 공고한 관계의 성립

프린지페스테벌을 통해 '프로젝트 빅보이'에 선정되었을 때, 우리의 작업을 지지해주고 관심 있게 지켜봐주는 극장이 존재한다는 것이 큰 응원이 되었었다. 특히나 팀 작업을 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굉장한 원동력이 되었다.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의 아티스트로 선정되기 전에도 우리의 작업에 대한 모니터를 지속적으로 해주는 데에 있어서 두산아트센터가 추구하는 비전에 대한 신뢰와 감사함을 느꼈다.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이 3년에서 5년 정도의 지원을 약속하고 있지만 그것은 결코 계약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계약 관계보다 훨씬 더 긴밀하고 공고한 관계가 성립된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에게 있어서 자신의 비전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십이 성립된 극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일회적인 만남이 아니라 장기간의 교류를 할 수 있게 된 소통의 창구가 생겼다는 것이 창작자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활용 노하우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의 창작자로 선정되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두산아트랩'과 같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두산아트센터와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두산아트센터는 창작자의 비전을 나눌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때문에 '두산아트랩'을 통해서 작품을 만드는 실험과 동시에 극장 그리고 극장의 스태프들과 만나는 실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노하우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알려준다기보다 우리 팀 스스로가 잘 인식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들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는 두산아트센터와 영향을 잘 주고받는 것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기 안에 갇히지 않고 극장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외부의 관점을 포용한다면, 그것을 딛고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작업하는 것이다. 한두 번의 프로덕션으로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추구해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해서 찾아나가고 구체화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사진제공_두산아트센터

 



참고자료
두산아트센터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안내
 

 
 
필자사진_ 박지혜 필자소개
박지혜는 양손프로젝트 연출가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했다. <어디든 맨발로>, <엔드게임>, <개는 맹수다>, <새빨간 얼굴>, <죽음과 소녀>, <오셀로>, <판소리 단편선 주요섭>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양손프로젝트 블로그
 

 

weekly 예술경영 NO.250_2014.03.13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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