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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극장 뮤지컬을 만들 때가 왔었고, 마침 신작을 쓰기 위해 고민하고 있던 차에 씨제이아지트(CJ azit)에서 중극장 이상 규모의 작품 개발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작품 개발이라는 게 제작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와 작곡가 둘이서만 하려면 쉽지 않은데,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를 통해 일정 기간 쓰고, 작곡하고, 배우들과 한 번 더 수정하면서 관객을 만나 작품의 방향을 점검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소극장을 위한 작품 개발 지원 프로그램이 대부분인 요즘, 중극장·대극장을 위한 작품 개발을 지원한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 내게는 반가운 도전이었다.
프로듀서, 예술감독과의 긴밀한 작업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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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뮤지컬 부문
선정작 <어차피 혼자> 공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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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마인즈'를 통해 지원받은 것은 제작비 이천만 원과 연습실, 공연장이다. 제작비는 낭독공연에 필요한 캐스팅비, 밴드 섭외비, 진행비, 대본료, 작곡료 등으로 사용했다. 캐스팅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어차피 혼자>는 직접 캐스팅을 했다. 공연장은 오랫동안 낭독공연을 해온 곳으로 좋은 기운이 가득했다. 그 기운을 느꼈던 건 공연장의 좋은 음향, 조명 시스템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중극장·대극장 작품 개발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차별성이 있었기에 지원했는데, 그 과정에서 프로듀서, 예술감독과 긴밀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작품을 쓰면서 느낀 심리적, 시간적 압박을 해소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신작 개발 의지에 불을 지핀 10개월
3월쯤 작품 개발이 결정되었고, 내게는 두세 개의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고독사'라는 사회적 문제가 담긴 소재였고, 또 하나는 '소년원생들의 이야기'였다. <빨래>를 함께했던 작곡가에게 어떤 걸 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고독사'를 뮤지컬로 만들자고 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지만, 이걸 잘 다룰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작곡가가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다.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서도 우리의 선택을 높게 평가해 선정했다고 이야기했다.
4월부터 7월까지 트리트먼트를 써나갔고 동시에 인터뷰를 통한 자료를 모으는 데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으로 대본을 쓰는 9월이 넘어갔을 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기존에 하기로 하고 작곡가와 작업해오던 구성안을 버렸다. 그 과정에서 프로듀서의 응원과 조언이 도움이 되었고, 발표를 한 달 정도 미루고 대본을 다시 써 나갔다. 배우들과 만나서 연습을 시작할 때까지 대본이 반 정도 나온 상태였고, 작곡가도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서도 모두 대본을 몹시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잘 풀리지 않았던 대목들이 배우들과 만나서 연습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해결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때가 발표를 약 2주 앞둔 상황이었는데 그때부터 작곡가와 거의 날밤을 새운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어차피 혼자>가 완성되었다.
▲2013년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뮤지컬 부문 선정작 <어차피 혼자>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서 믿고 기다려주고 연습하는 동안 조언을 많이 해주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었다. 이틀 동안 두 번 관객과 만나 낭독공연을 가졌고, 장면을 연출하기보다 잘 읽고 노래를 들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보통은 잘 간추려서 발표를 하기도 하는데, 대본의 전부를 쓴 만큼 작곡이 된 만큼은 다 들려주는 것을 선택했고 관객과 만났을 때의 반응을 참고하기로 했다.
연습을 하면서 대본과 작곡을 마무리 지었고, 밴드와 만나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관객을 만나서 발표하고 난 다음 날 마지막 발표를 하는 그 순간까지 수정을 계속해 나갔다. 그 과정이 몹시 재미있었고 흥미로웠으며 수정을 해나가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자유롭고 즐겁게 해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었다. 날밤을 새면서 공연장을 편하게 쓸 수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발표 후 따로 리뷰 시간을 가졌고 작곡가와 저는 현재 올해 안에 수정을 통해서 작품을 완성하고 투자를 받아서 이르면 내년이나 내후년에 공연을 올리자고 이야기해 놓은 상황이다.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를 통한 작품 개발 후 신작을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의지가 많이 커졌다.
다른 창작자들을 위한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활용 노하우
대본을 쓰고 작곡을 하는 것이 5할, 배우와 만나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3할, 관객과 만나서 만들어지는 것이 2할쯤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연습 과정과 공연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잘 활용할 때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진제공_CJ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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