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④

홍보는 소통이다

김선경_인터파크씨어터 홍보팀장

[Weekly@예술경영]272호는 ‘나의 공연계 입문기_홍보담당자 편’입니다. 지난 266호에서 보여주셨던 독자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2탄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Weekly@예술경영]은 앞으로도 공연계 및 예술계 각 분야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예술경영인들의 입문기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272호는 ‘공연계 홍보분야’에서 활약 중인 예술경영인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하우투 :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①_정재은 한국공연예술센터 공연운영부 과장,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②_정영진 부평아트센터 홍보마케팅부 차장,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③_김선경 인터파크씨어터 홍보팀장,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④_권순철 ㈜페르소나 마케팅 팀장/서평 : 예술경영인에게 영감을 주는 책_김서령 문화역284 공연감독
 

한국에서 가장 더운 곳이 대구라더니….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 내한 공연으로 한 달째 거주 중인 2007년의 여름 대구는 역시 뜨거웠다. 하지만 공연은 아쉽게도 뜨거운 날씨만큼 달아오르지 못했다. 천 석이 넘는 극장을 매일매일 배우와 스태프들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이라도 자리를 채우는 데도 급급했다. (공연계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알 테지만) 이렇게 안되는 공연을 순수하게 표가 팔리는 대로 놔두기도 힘든 일이다. 처음에는 대구 MBC, 방송국, 신문사 등에 인터뷰와 보도 자료를 보내는 등 그동안 닦아왔던 나름 세련되고(?) 매뉴얼화된 (혹은 되었다고 생각했던) 커뮤니케이션 툴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 툴은 어느새 휘발되어 버렸고, 공연 막바지에 이르러선 대구에서도 가장 잘사는 동네 아파트 우편함에 경비 몰래 공연 카탈로그를 끼워 넣는 무지막지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마지막 공연 날엔 공연장의 전력 공급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무대에 전기가 나가버리는 사고가 터졌다. 종연 20분을 남겨두고 비상등(골목길 가로등처럼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만을 켜고 노래와 연기를 하며 공연은 끝까지 마무리됐지만, 어두운 무대를 안구에 힘을 주며 봐야했던 관객들은 분노했다. 흥행은 실패했고, 마지막 공연까지 사고로 점철되어 성난 관객들을 달래느라 공연은 끝나도 일은 끝나지 않았던, 그것이 바로 나의 입문작이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라

홍보와 커뮤니케이션(소통)은 같은 말이다. 홍보를 잘하려면 알리려 하는 대상, 상대방을 잘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방 공연 홍보는 서울 공연과 다르다. 지역색과 주민 특성이 달라서 마케팅 홍보 역시 지역 맞춤으로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서울 공연이 지방으로 투어 공연을 할 경우, 지역 이해도가 높은 공연 기획사가 작품을 사거나 마케팅 대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구의 문화와 대구 사람들에 대한 어떠한 이해도 없이 무식하게 뛰어든 나의 첫 번째 공연 입문 작품은 그렇게 망했다. 그래도 위로를 좀 하자면 사고가 많다 보니 배우는 건 많았다. 이후로도 인터파크에서 공동 기획하는 뮤지컬과 콘서트의 홍보를 해왔지만 매번 새롭고 또 쉽지 않다.

위기 관리를 통해 맷집을 키워라

필자가 블루스퀘어 홍보하면서 진행했던 공연 〈레미제라블〉

상업 공연을 홍보한다면 공연을 잘 알려서 관객이 지갑을 열게 하고 공연 흥행을 이끌어 내는 것, 그것이 상업적인 공연 홍보의 일차 목표다.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하다 보니 매일 무대가 다르고, 그렇기에 돌발 상황과 사고가 많다. 무대를 책임지는 여러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홍보 담당자 역시 순발력과 함께 위기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만약 공연 또는 아이템이 무엇이건 홍보 업무를 하고자 한다면 강조하고픈 한 가지가 위기 관리다. 기업이나 제품, 정책, 유명 인사의 퍼스널 홍보부터 아이돌 가수의 음주운전이나 스캔들을 처리하는 방식까지. 결국 위기 관리가 존재하고, 공통적으로 중요하다.

 

필자가 블루스퀘어 홍보하면서 진행했던 〈네모〉 전시

▲ 필자가 블루스퀘어 홍보하면서 진행했던 공연 〈레미제라블〉과 〈네모〉 전시

 

 

인터파크 홍보 팀으로 2006년 1월 입사하여 일 년간 회사 홍보를 하다가 2007년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를 시작으로 인터파크 ENT, 공연사업 부문으로 옮겼고 2011년 11월 블루스퀘어 개관에 맞춰 인터파크씨어터 홍보팀으로 자리가 바뀌는 동안 위기 관리는 내 업무의 핵심이었다. 인터파크 입사 전에는 대략 3년간 홍보에이전시를 창업하여 개인 사업을 했다. 창업 이전에도 3년 정도 홍보에이전시에서 근무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는데, 뭘 제대로 모르니 그만큼 용감무쌍했다) 젊은 치기에 홍보 회사를 차렸다. 대학을 졸업할 당시 우리나라가 IMF 체제에 들어가면서 취업도 힘들었고, 그나마 어렵게 들어간 회사들도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이 꺼지면서 수많은 회사들이 부도를 겪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래 이럴 거면 그냥 내가 창업하자'는, 지금 같아선 준비만 백 년 걸렸을 사업이란 것을 쉽게도 결정했다. 그러고 보니 인생 자체가 위기 관리인 것도 같다. 난 보기와 달리 뭔가에 꽂히면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유형이라 많이 다치는 편이다. 하지만 위기 관리를 많이 한 홍보 담당자는 맷집도 세다.

공연 홍보 업무를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홍보 업무를 잘 하려면 글도 어느 정도 써야 하고, 화술도 좋아야 하고, 기획력도 뛰어나야 하고, 처세술이나 인간관계도 좋아야 할 것 같다. 참, 약간의 연기력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난 이 모든 걸 제대로 잘하지 못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향해 마음을 열고 진심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전제다. 홍보는 곧 소통이니까.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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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사진_김선경 필자소개
김선경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장경영 전문사 휴학 중이다. 인터파크씨어터 홍보팀장과 인터파크ENT 플레이디비 과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마음을 흔드는 영화와 음악, 무용과 연극 등 보고 듣는 일에 관심이 많다. 현재 6개월째 육아휴직 중이며 귀여운 아들에게 홀릭 중이다. 이메일, 페이스북
 
weekly 예술경영 NO.272_2014.08.21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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