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예술경영인의 권태기 탈출법 ②

익숙함을 경계할 수 있는 자기경영

최윤우_웹진 [연극in] 편집장

[Weekly@예술경영] 281호는 자문자답, ‘예술경영인의 권태기 탈출법’으로 독자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지난 266호와 272호 ‘나의 공연계 입문기’에 보내주신 독자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Weekly@예술경영]은 앞으로 매달 한번씩 ‘예술경영인 시리즈’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앞으로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하우투/예술경영인의 권태기 탈출법 ①_김찬두 전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지원부장/예술경영인의 권태기 탈출법 ②_최윤우/예술경영인의 권태기 탈출법 ③_장성은 공연기획사 면면(面面) 대표
 

어떤 일에 대한 무관심과 싫증, 돌아보면 그런 의미를 가진 ‘권태’를 느꼈던 순간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운이 좋았던 걸까. 혹은 그것을 생각할 만큼의 여유조차 없었던 걸까. 글쎄. 다만, 그러한 연유로 ‘특별한’ 권태기 탈출의 방법을 생각해본 기억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예술계에서 일을 하면서 가졌던 스스로에 대한 위기라면, 단연 ‘매너리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때로 삶의 방식과 공간을 송두리째 바꿔 버리고 싶은 욕망이 들 정도로 강력한 놈, 애써 변화를 찾은 환경에서도 시시각각 ‘익숙함’의 틈을 노리고 슬며시 파고드는 그놈. 그렇다. 지난 12년 동안, 그리고 현재까지 약간의 모습과 형태를 달리하는 공간, 직함, 환경에 놓여 있지만, 글 쓰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필자에게 있어 늘 경계하는 것은 바로 권태로 향하게 하는지도 모르는, 지독한 매너리즘인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과격하게 정면 돌파 혹은 슬며시 비켜서며 버티는 게 힘이라고 위안하면서 늘 마주하고 있는 그놈 말이다.

매너리즘! 고민은 하되 영향은 받지 말기

연극평론가, 매체 편집장, 칼럼니스트, 정책실장, 자문 위원, 평가 위원, 정책연구원, 공연예술 매체 필자 등등 프로필에 적혀 있는 이력을 조심스레 살펴보니 현재까지의 활동영역이 그리 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니, 오히려 ‘기자’라는 직함을 시작으로 변화해온 지난 12년간의 삶의 궤적이 그런대로 괜찮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03년 5월 9일. 월간 [한국연극] 수습기자, 필자가 공연예술계와 직접적으로 만나게 된 출발이었다. 급여는 적었지만 그것을 채우고도 남을 몇 가지 즐거움이 있었다. 단연코 1순위는 연극이다. 한 달 15편에서 20편 가까이 원하는 작품을 볼 수 있는 환경, 1년에 적어도 50~60여 명의 연극인을 만나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형성되는 인간관계의 확장. 그것이 글로 남아 한국연극의 어딘가에 사라지지 않을 흔적이 될 것이라는 기분 좋은 책임감. 그렇게 2011년 3월까지, 그러니까 만 9년 동안 필자는 연극을 사랑하는 애정이 많은 기자(?)가 되어 연극 현장의 내외부에서 적잖은 관계망을 만들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만큼, 끊임없이 괴롭히던 것이 바로, 익숙함에서 오는 매너리즘이었다.
 

극단 ‘이와삼’과 인터뷰하는 필자 모습

▲극단 ‘이와삼’과 인터뷰하는 필자 모습

어느 날 문득, 연극이 보기 싫어지더니, 연극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도, 환경도 진절머리가 나는, 말 그대로의 염증이랄까. 분명한 이유는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글쓰기의 행위다. 생각은 끝없이 확장된다. 연극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걸 정리해서 쓰면 누가 읽기는 하겠는지, 대량생산 하는 기계처럼, 마감에 맞춰 쏟아내는 일의 행위가 도대체 무슨 필요가 있는 건지. 결국 일을 하면서 가졌던 부여했던 가장 큰 의미망은 순식간에 뒤집어지고, 그보다 더 깊은 본질부터 무너뜨려 버린다. 처음에는 당황한다. 아, 이제 일을 그만해야 할 때인가. 서로에게 덕이 안 되는 일은 과감한 결정이 필요한 거야!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뭔가 새로운 흐름을 찾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일간 일에 관련된 일을 쳐다보지도 않고 지내보는 것, 또 하나는 오히려 더 많은 일을 만들어 정신없이 살아가 보는 거다. 결국 매너리즘은 일정 정도의 버티는 힘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언젠가, 주기적으로 똑같은 일이 반복될 때, 어허, 너 또 왔니? 자신의 위치와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는 기회로 그놈을 이용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필자 커리어 특성상, 생활은 수많은 연극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시며, 그들과 나눈 대화의 궤적을 정리한다. 극단 ‘놀땅’을 인터뷰하는 필자 모습

▲ 커리어 특성상, 필자는 수많은 연극인들과 대화 나누고, 술 마시며, 그들의 생각을 관찰한다. 그리고 그 흔적들을 정제한다. 극단 ‘놀땅’을 인터뷰하는 필자 모습

새로운 도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불안

순간순간 찾아오는 매너리즘을 버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어떤 일을 하면서 그것들을 버텨내는가에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선택의 문제에 봉착한다. 연극 기자를 그만두고 2011년 5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으로 일 해왔다. 주 업무와 환경이 바뀌고,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해졌다. 예술 정책을 만들고 연극 환경 개선 사업들에 대해 연구하면서 이전과는 또 다른 삶을 만났다. 낯선 환경에 대한 호기심, 조금은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 또 다른 즐거움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내게 적합한 일에 대한 욕망,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권태였다. 일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적극성도 떨어지는 이유. 결국 필자는 사업 계획서의 글쓰기와 연극 현장에 대한 글쓰기의 서로 다른 즐거움의 온도차 속에서 매체의 현장성으로 돌아오는 선택을 한 것이다. 현재,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소속된 회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도전은 신나고 즐겁다. 물론 이 도전에 대한 명확하게 계산된 포지션이 없다는 것은 늘 불안 요소로 작용하지만, 권태와 매너리즘에 빠질 익숙함을 버리게 된 것은 다시 얻지 못할 특별한 기회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된다.

 

극단 ‘드림플레이’를 인터뷰하는 필자 모습

▲ 극단 ‘드림플레이’를 인터뷰하는 필자 모습

권태로움의 긴장감을 즐길 수도

권태롭다고 느끼는 이유와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권태롭다거나 매너리즘에 빠졌다거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 우선 아직은 자신의 삶에 적잖은 긴장감을 갖고 있음을 자부해도 좋을 것 같다. 당장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찾아봐야지 하는 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확신하는 순간에도, 의도적으로 약간의 여유를 가져봤으면 좋겠다.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리가 일하는 공간에서의 대부분의 버팀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 권태롭다!? 혹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의 재미없음을 어떻게 할 것이냐!! 결국 그것을 푸는 방식은 또 해답은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서부터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환경을 바꾸고, 취미를 늘리고, 음주가무를 즐겨도, 스스로가 자리하고 있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넘어서지 못하는 권태기 탈출의 방법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 ‘작은신화’를 인터뷰하는 필자 모습

▲ 극단 ‘작은신화’를 인터뷰하는 필자 모습

 

 

사진출처_웹진 [연극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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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우 필자소개
최윤우는 월간 [한국연극] 편집팀장을 역임했으며 주요 공연예술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웹진 [연극in] 편집장 및 공연예술정책 분야를 중심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weekly 예술경영 NO.281_2014.11.6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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