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공연예술 분야 레지던시

유럽에서의 펀딩과 이슈, 동향에 대한 단상

마리 르 수르(Marie Le Sourd)_온더무브(On the Move) 사무국장



 

아티스트와 전문가들은 리서치, 프로덕션, 집필, 협업(정기적 협업 또는 신규 협업), 리허설, 새로운 관객층 발굴을 목적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찾는다. 프로그램의 초점이 창작이나 주제 정립, 구상 중인 최종 결과물에 있든지,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대에 있든지, 시각예술 분야의 아티스트와 문화 전문가(큐레이터, 연구가, 비평가 등)에게 열려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확실히 더 많다.

국제 아티스트 레지던스 플랫폼인 더치컬처/트랜스아티스트 (DutchCulture/TransArtists) 웹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1,555개가량의 레지던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시각예술 분야는 580개로, 공연예술 분야의 280개와 대조적이다. 또한 시각예술 분야에는 최상위 5개국인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럽에만 185개의 레지던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레지던시 네트워크 기관인 레즈아티스(RES ARTIS)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공연예술 분야와 관련된 레지던시는 260개인 반면, 시각예술 분야는 414개에 달한다.

레즈아티스와 더치컬처/트랜스아티스트 웹사이트에서는 연극, 무용, 거리예술 등 더욱 세분화된 분야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각 지역의 플랫폼은 물론,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개별 국가에서 진행되는 레지던시에 대한 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


더치컬처/트랜스아티스트(DutchCulture/TransArtists) “레지던시” 키워드 검색 시 화면

▲ 더치컬처/트랜스아티스트(DutchCulture/TransArtists) “레지던시” 키워드 검색 시 화면

공연예술 분야의 투자 범위와 정보 접근 영역

최근 유럽공연예술회의(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IETM)에서 주관하고 온더무브(On the Move)가 수행한 펀드파인더(Fund-Finder, 크리에이티브 유럽[Creative Europe]을 뛰어넘는, 유럽의 문화·예술 투자를 위한 가이드)에는 18곳의 레지던시와 공연예술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제도가 명시되어 있다. 목록에 오른 레지던시들은 선정된 유럽 및 유럽 이외 지역의 아티스트와 전문가들에게 여행 경비를 포함해 부분적인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사항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무용의 경우, 가장 지원 기회가 많은 분야 중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의 노트라인베스트팔렌 문화국(NRW Kultur), 탄츠라보어21(TanzLabor_21), K3 탄츠플란 함부르크(K3 Tanzplan Hamburg), 아일랜드 티퍼레리 댄스 레지던시(Tipperary Dance Residency), 노르웨이 당스아레나 노르(Dansearena nord), 스웨덴 댄스 이그니션 랩(Dance Ignition Lab)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를 꼽을 수 있다. 레지던시들은 개별적인 창작과 연구에 주안점을 두거나 지역 환경 또는 지역 사회와의 강력한 연대를 목표로 하는 등 그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다. 가령, 스웨덴의 댄스 이그니션 랩은 “토론과 논의를 장려하고 다양한 분야와 문화적 맥락을 결합하여 작업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연구와 실험을 강조하며 새로운 연구 레지던시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연극과 다원예술에는 명성이 자자한 독일의 아카데믹 슐로스 솔리튜드(Akademie Schloss Solitude)와 핀란드 에스커스 아티스트인레지던스 프로그램(Eskus Artist-in-Residence Programme), 리투아니아 아트 프린팅 하우스(Arts Printing House) 등이 있다. 이들은 문화 매니저, 축제 프로그래머, 거리예술과 서커스예술 분야에도 레지던시를 개방한다.

거리예술과 컨템퍼러리 서커스는 유럽 국가 간 차이를 넘어 다양한 갈래의 레지던시에서 지원받고 있다. 이 대안예술 양식은 다양한 주제하에 연구와 발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유럽 거리예술 네트워크인 시르코스트라다(Circostrada)가 2010년과 2012년에 벨기에,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보여준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다.


리투아니아 아트 프린팅 하우스(arts printing house)(사진 출처: Arts Printing Hous)

▲ 리투아니아 아트 프린팅 하우스(arts printing house)(사진 출처: Arts Printing Hous)

부문 간 협업 역량 구축을 향한 시선의 확장

EU 아티스트 레지던시 안내서(EU handbook on artists’ residencies)는 매우 유용한 자료로, 24쪽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다양한 범위의 미디어를 다루는 한편, 다른 예술 분야와 공동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를 유치한다. 아티스트와 레지던시 측 모두 예술계를 벗어나 다른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업할 기회를 모색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원예술 관련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안 예술가들을 살펴보면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기술, 특히 과학과의 결합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새로운 분야와의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곳은 스위스의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아트레지던시(Collide@CERN), 독일 PACT 졸버린 센터 레지던시(Pact Zollverein), 네덜란드 임팩트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Impakt International Residency Programme) 등이 있다. 스타트 플랫폼(stARTS platform/과학, 기술, 예술 통합 플랫폼)이나 유럽 오디오비주얼 크리에이션 네트워크(ENCAC, European Network for Contemporary Audiovisual Creation)와 같은 새로운 EU 투자 프로젝트와 네트워크의 전략보고서 역시 이러한 경향을 반증한다. 나아가 과학, 연구 분야에서 진행되는 협업 프로젝트로는 영국, 캐나다 예술 환경 운동 자선단체인 케이프 페어웰(Cape Farewell)이 있다. 이들은 탐험대(Expeditions) 프로그램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과학자나 연구자들 가까이에서 협조하며 기후 변화에 관련된 예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환경 문제나 기후 변화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주요한 주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유럽 투자 프로젝트 그린아트랩얼라이언스(Green Art Lab Alliance)에서 출판된 GALA 펀딩가이드(GALA funding guide)에는 전체 또는 부분 펀딩을 받을 수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포함해 환경적 지속성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단체들이 올라와 있다. 여기에 등재된 공연예술 분야 레지던시에는 에스토니아 예술 프로젝트 공간 마잠(MAAJAAM)과 프랑스 포맷댄스협회 (Association Format)의 춤과 영역(Danse et Territoires), 영국 케임브리지 지속가능성 레지던시(Cambridge Sustainability Residency) 등이 있으며, 사회적인 안무, 연출, 예술 작업을 강조하고 있다.

아티스트들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참가하는 아티스트 혹은 전문가들이 그들의 작업을 발전시키고 더욱 견고하게 하는 데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그 결과가 그들 각자의 발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로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타 분야와 협업하는 소통 양식을 육성하기도 한다. 유럽의 문화 언론인들에게 문학 레지던시를 제공하는 유럽연합의 언팩더아트프로그램(Unpack the Arts Programme)은 컨템퍼러리 서커스(Contemporary circus)와 피지컬 시어터(Physical theatre)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은 구체적인 공연예술 분야의 지식을 언론인과 비평가들에게로 확대하고 공유하여 이후 해당 분야에 대한 인지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 레지던시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유럽 인재 양성소(PEJA/Pépinières Européennes pour Jeunes Artistes)는 갓 첫발을 내디딘 젊고 유망한 아티스트들을 주목한다. 젊은 창작자들에게 맵(MAP)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적인 수단과 협업의 기회가 동반되는 세계 각지의 레지던시를 제공한다.


아티스트 컬렉티브 라 오르드 (La Horde)와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유럽 인재 양성소(PEJA)’(사진 출처: (La) Horde)

▲ 아티스트 컬렉티브 라 오르드 (La Horde)와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유럽 인재 양성소(PEJA)’(사진 출처: (La) Horde)



유럽에는 공연예술 분야를 직접 지원하는 레지던시는 없다. 첫머리에서, 레지던시들이 기존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대한 통념을 넘어 가능성을 확대하고 적응하려는 시도로서 어떻게 다른 분야와 협업하고 더욱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지에 대한 얼개를 그렸다. 같은 맥락에서, 아티스트나 전문가 스스로가 각자의 분야를 뛰어넘어 타 분야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열린 작업을 하려는 태도의 변화에도 의의를 두었다.

앞서 언급했던 EU 아티스트 레지던시 안내서는 레지던시와 관련 펀딩 기관, 그리고 그 운영 방식을 분류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밝힌다. 실제로 다양한 주제와 구성이 존재하고 어떤 레지던시도 똑같지 않으며 과학, 연구, 환경 문제, 사회적 연대, 지역 특성 등 영역을 넘나드는 작업과 실험을 아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공연예술 아티스트와 전문가들을 위한 기회는 많지 않지만, 큐레이터에서 매니저, 비평가에서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더욱 광범위한 범위의 레지던시들이 협업을 염두에 두고 있기에 그렇다.

어느 때보다도 레지던시와 관련된 정보를 구하고, 레지던시가 추구하는 종합적인 접근 방식이나 특정한 과제를 분석해 예술적 필요와 열망에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이 기사를 통해 당신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도움을 준 더치컬처/트랜스아티스트(DutchCulture/TransArtists) 매니저 마리 폴(Marie Fol)과 편집에 도움을 준 하나 반 덴 버그(Hannah Van Den Bergh)에게 감사를 표한다.



※ 본 기사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플랫폼 더아프로에 게재된 원고를 재편집한 것입니다.

 

 


 

 
마리 르 수르 필자소개
마리 르 수르(Marie Le Sourd)는 온더무브(On the Move) 사무국장과 《더아프로》 해외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weekly 예술경영 NO.322_2015.09.10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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